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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파행에 ‘반미정서, 통진당, 촛불 빚 독촉’까지 끌어들인 <돌직구쇼>
등록 2017.06.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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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0일, 의정부시는 ‘주한미군 2사단 창설 100주년 기념 콘서트’를 강행했으나 시민단체와 시민의 비판에 부딪쳐 초대가수들이 공연을 거부하여 파행을 겪었습니다. 의정부시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콘서트는 내년에 평택으로 이전하는 미 2사단과의 52년 우정을 나누고 환송하는 자리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정부 지역 시민단체를 비롯해 많은 시민들이 콘서트 일자가 미 2사단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故 미선·효순 양의 15주기를 사흘 앞둔 시점이라는 점, 수억 원의 정부 예산이 들어간 행사라는 점 등을 지적하며 비판했습니다. 미 2사단 창설 기념일은 10월 26일인데, 넉 달 앞선 지금 시점에 행사를 한 것은, 기념식 이외에도 다양한 행사를 병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이하 <돌직구쇼>)는 이틀에 걸쳐 의정부시와 미 2사단의 콘서트 무산에 관해 다루면서, 패널 거의 모두가 의정부시와 미군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일부 패널들만이 ‘시기가 시기인 만큼 콘서트 시행 날짜를 조정했어야 한다’거나 ‘의정부는 조금 특별한 도시라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식으로 여지를 남겨 두었을 뿐입니다. 시민단체와 시민의 지적을 극단적인 주장으로 치부하며, 반한감정을 부추기게 할 우려가 있다는 등 강한 비판을 퍼부었습니다. 또한 콘서트에 오르지 못하게 된 가수들의 사연은 불필요할 정도로 구구절절 설명하면서, 시민단체들이 반대하는 가장 주요한 사유였던 故 미선·효순 양 사건에 대해서는 ‘사고’라는 말 이외에 설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반미정서 운운하며 한미동맹 우려


<돌직구쇼>의 패널들은 시민단체를 비판하고, 이에 호응한 시민의 행동을 비판했습니다. 그중 가장 황당한 것은 ‘반미정서’가 커지면 안된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입니다.


12일 방송에서 정성희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위의 이번 콘서트 파행과 연관도 없는 참여연대의 천안함 재조사나 전교조 합법화 이야기를 하면서 “이런 것이 우리가 반미정서가 일부 그때 굉장히 강했었는데, 이런 것이 미국 사회에 전파가 되면 다시 한 번 반한정서가 미국에서 나올지 저는 그 점이 굉장히 우려가 됩니다”라며 걱정했습니다. 도대체 전교조 합법화와 천안함 재조사가 왜 반한정서를 걱정해야 할 문제인지, 논리적 설명조차 없이 그저 걱정만 부풀리는 것입니다. 이런 요구사항을 보이는 시민단체들이 그저 ‘반미’단체일 뿐이며, 이며 이로 인해 국익에 큰 해를 끼칠 것처럼 설명했습니다. 


김병민 경희대 행정학과 겸임교수는 한술 더 뜹니다. 12일 방송에서 그는 미 2사단이 6.25전쟁 당시 가장 먼저 도착한 부대이고 큰 희생을 감내했다고 설명했다는 조선일보의 프레임을 줄줄 나열했고요. 마찬가지로 “이게 자칫 잘못하면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한미 간에 균열이 되지 않도록 여러 가지 조치들이 있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한미동맹에 금이 갈까봐 추모행사도 하지 말고, 미 2사단 행사는 지역주민이 반대함에도 무조건 할 수 있도록 추진하게 해야 한다는 것인지 묻고 싶은 수준입니다. 

 

‘통합진보당’ 운운하며 ‘반미단체’라는 부정적 인식 강조하는 정성희


‘반미단체’를 강조하는 발언도 많습니다. 13일, 김진 앵커는 안병용 의정부시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안병용 의정부시장, 민주당 소속의 시장은 일단 정 위원님 반미 세력이 정치적인 의도를 갖고 행사를 취소시켰다 라는 주장이죠?”라며 강조했습니다. 


그러자 정성희 씨는 “콘서트를 반대한 의정부 연석회의 성격을 좀 보겠습니다”라며 “연석회의가 누구로 구성이 돼 있냐 하면 민주노총 경기북부지부하고 노동당 의정부 당원협의회, 한 9개 10개 진보성향 시민단체로 구성되어 있는데 재밌는 게 2014년 헌재에서 해산판결을 받은 통진당 출신 김재연 의원 있죠. 김재연 의원이 대표로 있는 민중연합당 의정부시위원회, 민주 민생 의정부 희망연대 이런 곳들이 포함돼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성희 씨는 “그러니까 과거의 전력을 볼 때 반미운동에 선두를 섰던 핵심이 들어가 있어요. 요즘 의정부가 경전철도 파산하고 분위기가 좋지 않은 건 사실인데, 이 단체의 성격을 봤을 때 의정부 파산 문제라기보다는 기본적으로 반미를 활용해서 국민들을 선동을 하는 그런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죠”라며 말했습니다. 엄연히 정치활동을 하고 있는 정당인을 과거 전력을 운운하며 ‘반미 세력’으로 몰고, 콘서트를 반대한 주체가 일반 시민이 아니라 ‘전문 선동꾼’이란 부정적 이미지를 덧씌운 것이죠. 

 

‘반미단체’와 ‘일반 시민’을 갈라치기하는 김병민


김병민 씨는 13일, “이게 일반적인 대중들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한 것이냐. 아니면 의정부 시장이 얘기한 것처럼 반미 단체를 얘기하고 있는 사람들의 정치적 목적으로 가지고 의도된 행위냐를 봤을 때는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는겁니다”라며 일반 시민과 반미 단체를 나눠서 설명했습니다. 김 씨는 “이게 일반 시민들. 말 그대로 의정부시에 거주하고 있는 일반 시민들의 건전하고 타당한 참여적 행위인지, 아니면 특정 조직과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이와 같은 행위를 하게 된 테러에 입각한 행위인지를 좀 확인할 필요가 분명히 존재하는데”라며 “이게 잘못된 의도로 가게 됐을 경우에는 아주 극소수의 정치적 의도를 가진 사람들의 메시지들이 전체주의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거든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콘서트가 무산되면서 온라인상의 과격한 행위를 모두 특정 정치적 집단의 행위로 해석하고, 이를 ‘일반 시민’과 구분해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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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6/13) 화면 갈무리 

 

시민단체들이 ‘촛불 청구서’를 내민다는 <돌직구쇼>


한편 12일, 김진 씨는 이번 콘서트 파행을 언급하면서 대뜸 “민노총, 노동당 등등 사실은 우리가 촛불 청구서를 내미는 시민단체들이라는 기사 몇 번 소개해 드리기도 했었는데 그 기사의 연장 같아요”라로 말했습니다. 최근 들어 유난히 많이 나온 ‘시민단체 빚 독촉’ 프레임을 꺼내든 것입니다. 그러자 정성희 씨는 “저것이. 저 행사를 취소하게 된 것은 민노총이나 일부 시민단체의 압박에 따라서 가수들이 이제 자발적으로 하거나 이렇게 돼서 못 오게 된 건데”라며 “이 정부의 성격이 사실 촛불민심으로 만들어진 국민 대다수의 지지를 받아서 된 정부인데 일부 단체나 일부 어떤 시민단체는 민주노총이나 노동계에서는 이게 공동정부를 생각하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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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6/12) 화면 갈무리

 

그러나 시민단체들이나 ‘민주노총이나 노동계’ 등 어디서든 이번 정부에 유난히 과도하거나 무리한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전 정부에서부터 줄곧 요구해 오던 요구사항들입니다. 새 정부가 들어섰기에 새로운 정부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정책 과정에서 받아들여지게 하고자 다시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어떤 정부에서든지 한결같이 하는 행동입니다. 이 상황을 가지고 마치 시민단체들이 ‘공동정부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평가하는 것은 시민단체를 비판하기 위한 억지에 가깝습니다. 

 

시민의 요구를 ‘밀어붙이기’라 폄하


13일 방송에서 김근식 경남대 교수 역시 ‘추모기간에 했다는 것이 불편함을 내비칠 수는 있다고 본다’면서도 ‘오래전부터 계획해서 실제로 행사가 준비돼 왔고 예정된’ 것을 못 하게 막았다는 점을 비판했습니다. 김근식 씨는 “제가 볼 때도 우리 사회에 만연한 자기들 주장이 옳기 때문에 내 주장이 옳기만 하면 어떤 식의 주장 관철도 이게 다 용서가 된다 라는 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식 관행이 문제가 있다고 보고요”라며 시민단체를 비난했습니다. 이어 2005년 시민단체들이 인천자유공원의 맥아더 동상을 철거하려 한 사건을 예시로 들면서 “거기에는 일부 과격한 또 일부 좀 너무 우리의 일반 국민정서와 동떨어진 생각을 가지신 분들이 있는데”라며 ‘일부 과격단체’와 ‘일반 시민’을 구분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돌직구쇼>에서 비교적 진보 입장에서 발언을 하는 김지예 변호사도 이번에는 한목소리로 시민단체를 비판했습니다. 김지예 씨는 ‘기일을 잡는데 참 센스가 없었다’라면서도 “하필이면 또 그 주간에 잡아서 반미단체들로서는 정말 결정적으로 계기를 제공한거죠”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지예 씨는 “다행스러운 것은 이렇게 네티즌들의 반응 자체가 지금 약간 비상식적이다 이런 반응이 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라며 “또 이미 반미, 자신들의 반미 감정만으로 자신들의 행사만 옳고 다른 쪽은 옳지 않다라는 것은 좀 몰상식하다 라는 의견이 대다수인 것으로 알고 있고요”라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이런 과정을 통해 “서로 균형을 찾아가면서 합리적인 중도를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12일 ~ 6월 13일 TV조선, 채널A, MBN의 28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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