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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은 왜 시사 프로그램을 방송하는가
등록 2018.11.0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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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변호사 강용석씨가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었습니다. 재판부는 “변호사라는 지위와 기본 의무를 망각하고 중요한 사문서를 위조해 죄질이 나쁘다”고 밝혔고, 강 씨는 불복하여 항소했습니다. 최근 강 씨는 배우 김부선 씨의 변호인이라는 신분으로 더욱 화제였는데, ‘옥중변호’까지 선언하면서 관련된 가십성 보도가 속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TV조선입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25)는 혐의와 선고 내용만 전달해도 되는 ‘강용석 구속’에 무려 14분이나 할애했고 이 과정에서 시사 대담이라고 볼 보기 어려운 내용이 많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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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25) 화면 갈무리

 

또 ‘강용석 유튜브’ 인용, TV조선은 대체 왜 이럴까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25)가 강용석 씨 구속을 다루면서 붙인 제목은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입니다. 진행자 윤정호 앵커는 “왜 정치를 할까요? 어떤 분 말인지 모르겠는데요”라고 운을 띄우더니 “일단 어제였죠? 김부선 씨 변호 맡고 있는 강용석 변호사, 사문서 위조 혐의로 1심에서 법정 구속이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제목과 강용석 씨 법정 구속은 대체 무슨 관계가 있는 걸까요? 시청자를 혼란케 하는 이 방송은 느닷없이 강용석 씨가 진행하던 유튜브 방송을 보여줍니다. 진행자 윤 앵커는 “강용석 변호사와 최근, 유튜브 방송을 같이 하고 있는 분이 있죠. 가로세로연구소의 입장 한번 들어보실까요?”라며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화면에 소개된 것은 ‘가로세로연구소’의 공식 입장문이나 기자회견이 아닌, 유튜브 방송의 일부였습니다. TV조선이 최근까지 ‘이재명-김부선 스캔들’을 방송할 때마다 틈만 나면 보여줬던 바로 그 ‘보수 유튜브 채널’입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의 당사자인 강용석 씨의 방송을 또 인용한 겁니다. 그 분량도 47초로 상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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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유튜브 방송영상을 사용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25)

 

해당 영상에서 김세의 MBC 전 기자는 “저희도 사실 깜짝 놀랐습니다. 저희는 그래도 사법부의 독립을 믿기 때문에, 또 사법부가 좋은 판결을 내려주실거라고 앞으로도 믿고 또 항소심도 있고 또 다음 재판들이 있지 않습니까? 판사님들께서 정당한 판결을 내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실형을 선고한 재판 결과가 부당하다는 취지입니다. 박상후 MBC 전 부국장은 “뭐 이런 거 가지고 법정구속을 하나 예상을 못했습니다”, “어처구니없어서 말이 안 나옵니다”라며 더 강한 어조로 한탄했습니다. 이어서 김세의 씨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뭐 싸우는 거는 계속 믿고 열심히 싸울 겁니다”라고 다짐했습니다. 


박상후 씨가 “뭐 이런 거”라고 한 것은 정말 별거 아닌 일이었을까요? 강용석 씨는 변호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음에도 본인의 불륜 의혹 관련 소송에서 타인의 인감증명서를 위조했습니다. 한마디로 법을 지켜야 할 사람이 스스로 위법행위를 했고, 그것도 자신의 부적절한 행위를 덮기 위해 이런 짓을 했다는 것은 그야말로 파렴치한 일입니다. 이런 일은 정치적 유불리나 사법부 독립 등과 관련이 있는 일이 아니며, 누구와 싸울 일도 아닙니다. TV조선은 이렇게 몰상식한 발언을 내놓는 ‘유튜브 방송’을 비중있게 보여준 겁니다. 

 

우여곡절 파란만장, 강용석의 인생사 소개한 TV조선
그러나 ‘강용석 유튜브’는 TV조선의 기행의 시작일 뿐입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25)는 이번엔 ‘강용석의 인생역정’을 읊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윤정호 앵커는 “강용석 변호사, 꿈이 컸던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김부선 씨 변호를 맡으면서 뭔가 재기를 하려고 했던 게 사실이었는데 그동안 강 변호사가 정치인으로서 어떻게 하고 싶어 했는지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시겠습니다”라며 ‘강용석 특집 방송’을 예고했습니다.

 
화면에는 강용석 씨의 2016년 출마 선언 기자회견 영상이 나왔습니다. 바로 여기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라는 TV조선 제목의 이유가 나옵니다. 강 씨는 이 2년 전 기자회견에서 “나는 왜 정치를 하는가, 이 순간 또 한 번 스스로에게 묻습니다”라며 출마의 변을 밝혔고 TV조선은 화면 좌측 상단에 <‘슈퍼 엘리트’ 강용석의 추락>, <고소왕부터 불륜설까지>, <‘법조인 괘씸죄’ 적용되나?>, <강용석, 옥중 변호 가능할까?> 등 조롱과 가십이 뒤섞인 자막을 연신 노출했습니다. 기자회견 영상이 끝나자 윤 앵커는 안타깝다는 어조로 “강용석 씨의 경력을 보면 참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촉망받던 정치인이었는데 이렇게까지 됐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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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출마선언 영상 보여준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25)

 

이에 대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장황하게 강용석 인생을 정리했습니다. 이현종 씨는 “사실 강용석 변호사가 좀 보면 여러 가지 어려움들을 많이 겪은 정치인 출신이에요. 본인이 사실 경기고등학교와 서울대 법대, 하버드로스쿨 굉장히 학벌로써는 정말 화려한 학벌을 나왔는데, 원래 본인이 판사를 희망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가 그때 당시에 교도소에 수감이 되어 있어서 결국에 판사의 꿈도 못 이루고, 집안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말을 할 때, TV조선 제작진은 <파란만장 강용석사>라는 자막과 함께 그 인생역정을 간단 도표로 보여줬고요. 이현종 씨는 이런 말 끝에 느닷없이 “그러다 보니까 예전에 처음에는 참여연대 활동도 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똑똑한데 판사가 못되고 집이 어려우면 시민단체 활동을 한다는 건지, 이현종 씨의 말은 대체 무슨 맥락인지조차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TV조선의 ‘강용석 인생극장’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현종 씨는 이어서 “18대 국회에 들어와서 굉장히 처음에는 촉망받는 정치인이었습니다. 똑똑하기로는 굉장히 똑똑하고 본인도 굉장히 열정이 많았고”, 2010년도인가요? 그때 대학생들과의 자리에서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듯 한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결국 당에서 제명을 당하고“, ”본인이 TV를 통해서 많이 또 알려왔는데 결국은 또 도도맘 씨 사건 때문에 뒤안길로 갔죠”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이현종 씨는 “능력은 굉장히 뛰어난데 문제는 본인이 언론이나 대중들에게 굉장히 알리고 싶은 욕망이 컸던 것 같아요. 이번에도 김부선 씨 사건도 맡고 이런 걸 보면 그렇지만 이게 또 한편으로 본인의 처신 자체가 굉장히 여러 가지 논란을 일으킨 끝에 결국은 법정구속까지 가는, 참 우여곡절이 많은 인생”이라는 평했습니다. 


강용석 구속은 분명 화제가 되는 사안이긴 합니다. 시청률을 잡고 싶은 방송사로서는 다루고 싶은 내용일 수 있습니다. 굳이 다루고자 했다면 그가 한 사문서 위조 등의 행위가 어떤 것인지, 법원은 어떤 사유로 이런 판결을 내렸을지를 논해야 합니다. 화제의 인물의 ‘우여곡절 인생’로 처리하여 장황하게 전하는 TV조선의 행태는 저급한 상업방송의 상술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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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용석 인생사 정리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25)

 

“그럼 김부선은 어떻게 하나?” 결국 초점은 ‘이재명 스캔들’
이렇게 강용석 씨를 구체적으로 다룬 TV조선이 이재명 경기도지사 관련 논란을 빼놓을 리 없죠. 마지막으로 언급한 것은 역시 배우 김부선 씨입니다. 윤정호 앵커는 “이재명 지사와 이제 스캔들 공방을 벌이고 있는 김부선 씨가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어 김부선 씨가 강용석 씨와 함께 경찰에 출석했던 영상을 보여주면서, 김부선 씨의 “강용석 변호사님은 변호사로서 굉장히 유능하고 명석하신 분”, “제가 진보 쪽을 지지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강용석 변호사님은 5년 동안 박원순 시장님과 참여연대에서 활동한 투쟁가, 같은 진보 입니다”라는 발언을 따로 편집해 보여줬습니다. ‘강용석 구속’을 빌미로 계속해서 흥미 위주의 장면을 모아 보도하고 있는 것이죠. 


영상이 끝난 후 윤 앵커는 고성국 TV조선 객원해설위원에게 “이재명 지사와 소송이 계속 진행이 될 텐데 김부선 씨 입장에서는 뭔가 다른 대안을 찾아야 되겠나요? 어떨까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고 씨는 황당하다는 투로 “뭘 해설하라는 거죠?”라고 되물었습니다. 고성국 씨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18)에서 이미 자기 프로그램 제작진을 향해 “이런 주제(이재명 스캔들)가 더 이상 <이것이 정치다>에서는 안 나왔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질타한 바 있죠. 윤 앵커가 “변호인을 다시 선임해야 할텐데 김부선 씨 생각이 어떨까”라고 질문을 구체화하자 그제서야 고 씨는 “다른 사람 찾겠죠”라고 짧게 답하고 너털웃음을 지었습니다. 고 씨는 참을 수 없다는 듯 “제가 어처구니가 없어서요”, “일반 국민들이 보는 상식선에 맞아야 어느 정도 이야기가 되지 않겠습니까? 그 점에서는 제가 좀 당황스럽습니다”라며 TV조선 제작진이 보여준 김부선 씨 발언 영상을 비판했습니다. TV조선 제작진의 보도 및 대담 구성을 단골 패널인 고성국 씨도 이해할 수 없었던 겁니다. 

 

TV조선은 왜 시사 프로그램을 방송하나
고성국 씨만큼, 보는 시청자도 당황스럽습니다. 김부선 씨의 발언 자체보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10/25)가 노출한 보도 행태가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강용석 구속’을 다루면서 김부선 씨의 ‘강용석 진보’ 발언을 보여줄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프로그램의 방향과 보도 및 대담에 맞게 정보를 선택해야 하는데 TV조선은 오로지 흥미 위주의 가십만 고르는 겁니다. 


결국 이날 TV조선이 14분이나 보도하고 분석한 것은 실형을 받은 강용석 씨의 재판이나 혐의가 아니라, ‘강용석이 진행한 보수 유튜브 방송’, ‘강용석의 인생 역정’, ‘김부선의 강용석 진보 발언’입니다. 이러한 황당한 구성에서 ‘강용석 구속’이라는 사태의 본질은 사라졌습니다. 대체 왜 TV조선이 시사 프로그램을 하고 있는지, 근본적 의문을 자아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10월 25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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