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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70주년, 사법농단 대신 대통령을 비판한 채널A
등록 2018.09.18 13:26
조회 1833

‘양승태 사법농단’의 실체가 속속 드러나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최근에는 법원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장의 ‘차명폰’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등 검찰 사법농단 수사팀의 영장 90%를 기각하는 바람에 여론이 더욱 싸늘한데요. 이런 상황에서 지난 13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 중앙홀에서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이 있었습니다. 기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사법농단의 심각성을 지적하며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거듭난 사법부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가 될 것을 당부했습니다. 그런데 채널A는 문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사법농단을 거론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평했습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걸까요? 

 

“문 대통령이 의혹이라고 안 했다”? 보고 싶은 대로 보는 채널A
채널A <정치 데스크>(9/13)는 <“겪어보지 못한 위기” 우울한 ‘칠순 잔치’>라는 제목으로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짚어보는 것은 사법농단 자체의 문제점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발언의 문제점이었습니다. 이도운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대통령께서 사법농단, 재판거래라고 명확하게 얘기를 하셨네요. 지금 사법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들이 많은 의혹은 있지만 그게 지금 사법농단이었는지 재판거래였는지는 아직까지 확실한 실체로 드러난 것은 아니죠. 지금 의혹이 있어서 밝혀지는 거죠”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집권 초에 서울 지검의 이영렬 중앙지검장이었나요, 돈 봉투 사건이 있었죠. 난리가 날 것처럼 했는데 지금 그 사건, 어떻게 됐죠? 그리고 얼마 전에 기무사령부 쿠데타 의문 있었죠. 그 쿠데타 음모, 어디 가 있죠?”라고 비아냥댔습니다. 이때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미소를 머금기도 했습니다. 결론은 “나중에 밝혀보면 또 이런 면이 있고 또 다른 면이 있는 겁니다. 그래서 어떤 국정에 대한 중요한 이슈를 얘기할 때는 굉장히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대통령께서 사법부 개혁에 대해서 말씀하실 수 있죠. 그렇지만 저렇게 사법농단, 재판거래 이렇게 규정짓는 건 조금 너무하신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라는 대통령 비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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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사법농단' 발언이 '너무한 것'이라는 채널A 이도운 씨

 

말꼬투리도 제대로 못 잡는 채널A
이도운 씨는 대법원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가 아무런 실체가 없는데 이걸 사실처럼 말한 문 대통령이 ‘너무했다’고 한 것인데요. 사법농단이 실체가 없다는 주장부터 사실관계가 엉망이지만 채널A는 아주 기본적인 오류를 저질렀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 의혹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뿌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사법부가 겪어보지 못했던 위기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분명 “사법농단, 재판거래라고 명확하게 얘기”하지 않고 “의혹‘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심지어 채널A는 해당 발언 장면을 이도운 씨가 발언하기 직전에 보여주기도 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도운 씨는 ‘의혹인데 사실로 말한 문 대통령이 너무했다’고 비난했고, 채널A는 이를 바로잡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채널A는 문 대통령 기념사 장면을 보여주면서 “지난 정부 시절의 사법농단과 재판거래”라는 발언에만 노란색 글씨로 강조 표시를 해두었습니다. 마치 채널A 제작진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이 도운 씨는 의혹이란 말은 빼버리고 단정적으로 대통령을 비난한 것이죠. 자막 처리한 제작진이나 발언한 패널이나 이를 정정하지 않는 앵커 모두 ‘환상의 호흡’이라 할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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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의 발언 중 일부만 강조 표시한 <정치데스크>9(/13)

 

채널A에게 ‘실체 있는 의혹’이 있기는 한가
사실 문 대통령이 사법농단 및 재판거래에 ‘의혹’을 붙였는지 여부는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채널A의 주장 자체가 억지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판사 사찰, 청와대와의 재판거래, 재판 개입 정황이 담긴 98개의 사법부 내부 문건이 공개됐습니다. 최근에는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이 사법농단 관련 영장의 잇따른 기각을 틈타 관련 문건을 무더기로 유출․파기했습니다. 국민 앞에서 대놓고 증거인멸까지 저지르는 사법부 행태에 이례적인 공분이 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두고 “실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려면, 대체 채널A와 이도운 씨에게는 어떤 의혹이 ‘실체’가 있는 의혹일까요? 


특히 이도운 씨는 사법농단을 ‘이영렬 돈봉투 사건’, ‘기무사 쿠데타 문건’과 비유해 ‘전부 다 아무일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쯤 되면 채널A와 이도운 씨의 현실 인식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영렬 돈봉투 사건’의 경우 이영렬 전 중앙지검장이 2017년 4월, 법무부 검찰과장과 형사기획과장에게 100만원이 들어있는 봉투를 격려금 명목으로 지급하고, 이들에게 각각 9만 5000원의 식사도 제공한 사건인데요. 반대로 당시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은 특수활동비로 검찰 특별수사본부 검사들에게 금일봉을 제공해서 논란이 되었습니다. 박근혜 국정농단을 수사 중이던 검찰과 법무부가 돈을 주고받은 모양새가 된 것이었죠. 이후 이영렬 전 지검장은 2심까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무죄를 선고 받았고 현재 검찰이 상고한 상황입니다. 2심까지 내려진 법원 판결이 곧 돈 거래가 없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재판부가 돈거래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성격을 ‘격려금’이라고 규정해 법리상 문제가 없다고 했을 뿐입니다. 따라서 검찰의 관행과 현행법에 대한 재고가 필요한 사항입니다. 이 씨 말대로 ‘난리가 날 것 같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기무사 계엄령 문건’은 어떨까요? 기무사 계엄령 사건은 채널A 주장처럼 “어디로 가서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이 사건은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 초기부터 계엄을 계획하고 심지어 전국에 병력 배치 및 발포까지 고려했던 기무사의 충격적인 계획이 들통난 것인데요. 기무사는 결국 8월 31일부로 해체되어 ‘안보지원사’로 재창설됐습니다. 


도대체 이게 아무 일도 아니면 대체 어떤 의혹이 실체가 있는 걸까요? 채널A에게는 군의 국민을 향한 계엄도, 검찰과 법무부의 검은 뒷거래도, 아무 문제가 없는 일상인 모양입니다. 

 

사법개혁 언급만 해도 ‘가이드라인’? 그냥 싫다고 해라
채널A의 억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이도운 씨는 “대통령은 대외적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입니다. 대내적으로는 행정부 수반으로서 입법부, 사법부와 함께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거죠. 그래서 행정부 수반은 입법부 수장하고 사법부 수장을 굉장히 존중을 해야 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기념식에 와서 사법부의 개혁을 촉구하라는 상황은 굉장히 안타까운 상황이죠. 그래서 물론 사법부도 많은 잘못이 있지만 대통령이 개혁을 위해서 저런 말씀을  했을 수도 있지만 조금 발언에 신중할 필요는 있지 않나”라고 주장했습니다. 


사실관계 여부를 떠나 그냥 대통령의 발언 자체가 싫다는 의미밖에 없습니다. 더 심각한 것은 진행자입니다. 이용환 앵커는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거 아니냐 라는 일각의 논란도 있더라고요”라고 부추겼습니다.

 

전여옥 작가는 이 질문을 받아 “충분히 그렇게 볼 수 있죠. 왜냐하면 대통령은 어떤 말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말을 하지 않는 것도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런데 국정농단이고 사법부에 대해서 상당히 재판거래라든가 이렇게 구체적으로까지 이렇게 대통령이 거들었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는 이거 아주 심각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고 그 여파도 클 거라고 봅니다”라고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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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대통령의 '사법농단' 발언이 '가이드라인'이라는 채널A 전여옥 씨

 

삼권분립 무너뜨린 사법부 대신 대통령을 겨냥한 채널A, 대체 왜?
대한민국은 국가의 작용을 사법, 입법, 행정부에게 나누어 각 부서가 서로의 권력을 견제하는 형태로 되어있는 삼권 분립의 나라입니다. 지난 정부에서 이루어진 사법 농단 ‘의혹’은 이러한 삼권 분립을 무시하고 사법 행정권을 남용하여 행정부와 거래를 한 것입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행위입니다. 이에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1차 진상조사, 김명수 대법원장으로 바뀐 후의 2차, 3차 진상조사를 통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조사가 진행됐으며, 현재는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1년 여간 사법부의 독립성이 의심받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바닥을 친 상황에서 행정부 수장이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축하의 말만 하고 왔다면, 그것이 오히려 비판받아야 하는 것 아닐까요?


또한 문 대통령이 ‘개혁’만 요구한 것도 아닙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사법부 독립을 위해 투쟁해 온 법관들의 역사를 거론하며 “사법부의 독립성을 철저히 보장할 것”이라 약속했습니다. 사법부 독립성을 위해서라도 사법부가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과연 이를 ‘가이드라인’이라 치부할 수 있는 걸까요? 삼권분립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사법부가 신뢰받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독립성을 보장해주겠다는 것, 이것은 또 다른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부의 수장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었을까요? 무엇보다 삼권분립이라는 것은 서로 견제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다른 한 쪽의 잘못을 눈감아주라는 의미로 만들어진 제도는 아닙니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기본적 원칙들을 채널A만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그 무엇을 얘기해도 현 정부가 말하는 개혁은 무조건 싫다는 채널A의 본심이 드러난 것인지, 그 어느 쪽이든 채널A <정치데스크>(9/13)는 반민주주의적인 방송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9월 13일 (목) 채널A <정치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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