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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비리’를 ‘고 앙드레김 본명’과 ‘명품백 홍보’로 바꾼 TV조선
등록 2018.04.1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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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이후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비리 의혹이 계속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윤옥 여사의 비리도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서울신문 단독 보도인 <김윤옥 3만弗 든 명품백 받아 MB캠프, 돈 주고 보도 막았다>(3/19 https://bit.ly/2qhoJ69)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직후 이명박(MB)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가 미국 뉴욕의 한 여성 사업가 이모(61)씨로부터 고가의 에르메스 가방과 함께 미화 3만 달러(약 3200만원)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습니다. 이 사실은 사업가 이 모 씨와 함께 돈 전달 현장에 있었던 김용걸 신부가 증언한 것인데요. 서울신문은 “정두언 전 의원 등 MB 선거 캠프 관계자들이 2800만원의 돈으로 이를 무마했으며 이 돈을 조달한 또 다른 뉴욕의 여성 사업가 강모(62)씨에게 대선이 끝난 뒤 편의를 봐주겠다는 각서를 써 준 것”이라며 각서까지 공개했습니다. 정두언 전 의원 역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보도가 사실이라 밝혔습니다. 


김윤옥 여사는 이미 다스 법인 카드를 10년 넘는 시간동안 사적으로 사용했다는 의혹,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가 인사 청탁 명목으로 건넨 22억 5000만 원의 뇌물 중 일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MB 가문의 비리’가 훨씬 더 규모가 큰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습니다. 측근들과 뇌물 공여자들의 증언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현재 ‘옥중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와해시키려는 의도”라며 검찰과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죠. 김윤옥 여사 역시 혐의를 부인하며 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진상규명을 거부하는 것은 비단 의혹의 당사자들뿐만이 아닙니다. 김윤옥 여사의 금품수수 의혹이 나왔던 3월 20일, TV조선 <이것이 정치다>은 관련 내용을 방송하면서 엉뚱한 소리만 늘어놨습니다.

 

12분의 대담, ‘명품백 홍보’와 ‘노무현 명품시계’만 다룬 TV조선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0)는 ‘김윤옥 여사 금품수수 의혹’을 12분 간 다뤘습니다. 바로 전날(19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청구와 함께 보도된 사안임을 감안할 때 꽤 많은 비중을 둔 것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의혹의 내용이 무엇인지, 이 의혹이 ‘MB 비리’ 전체와는 어떤 관계를 맺는지 전혀 조명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이 관심 가진 것은 오로지 가십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습니다.  


서두에서 2분 간 보도된 의혹을 간략히 설명한 TV조선은 3분 간 ‘김윤옥 여사에게 전달됐다는 H사 명품백’을 사실상 홍보했습니다. 이후 7분 간 ‘노무현 전 대통령 명품시계 수수’ 등 과거 ‘명품 뇌물 사례’에 집중했습니다. 본질을 피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물타기’했다고도 볼 수 있는 구성입니다. 

 

‘최순실‧현송월도 좋아한 1400만 원 짜리 명품가방’? 
본격적으로 대담이 시작되자 진행자 윤정호 앵커는 “그 고가 가방은 유명한 H사 제품인데요. 천만원대 추정되고요. 김윤옥 여사가 가끔 대중 앞에 들고 나와서 사진이 찍혔던 그런 백”이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그러자 김미선 기자가 기다렸다는 듯, “1000만 원대부터 시작이 되는데요. 김윤옥 여사가 대중 앞에 들고 나온 해당 브랜드의 가방들을 봤는데 3000만 원대에 이르는 것들은 제가 아직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2007년 기준으로 1000만 원대로 추정되고, 현재는 1400만 원 정도부터 시작합니다”라고 가격부터 설명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돈이 있다고 해서 살 수 있는 가방이 아닙니다. 구매 실적을 꾸준히 올려야 구매가 쉽고요, 모나코 왕비 등의 이름을 따서 만든 백인데 고가인지라 뇌물 수수 혐의 판결문에 자주 등장을 하게 됩니다. 이 브랜드 백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핸드백 기록을 세운 바가 있는데요. 악어가죽으로 만든 백 같은 경우에는 2억 5000만 원에 팔린 적이 있습니다”라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이것이 <이것이 정치다>라는 제목을 가진 보도‧시사 프로그램인지, 명품 홈쇼핑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여기서 ‘홈쇼핑 방송’이 끝난 것도 아닙니다. 윤 앵커가 다시 공을 받아 “이 백은 또 최순실 씨가 한번 들고 나왔었어요”라고 말했고 신효섭 조선일보부국장이 “이 H백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강남이라든지, 강남 비강남을 불문하고 돈이 조금 있다고 한 여성에게 ‘잇백’이라고 하나요? 하나만 가지고 있기를 원하는 그런 가방”, “최순실이 가지고 있던 것이 이상하지 않다”이라고 답했습니다. 그러자 윤정호 앵커는 “신정아 사건 때 신정아 씨가 들기도 해서 ‘H사의 여인’이라 불렸고요. 현송월도 지난번 방한 때 이 가방을 들고 왔다, 아니다, 진품 여부가 논란이 되기도 했죠”라고 덧붙였습니다. 김미선 기자는 “현송월이 오늘처럼 판문각에서 대표단을 만났는데 H사 백을 테이블 위에 딱 올려놓은 겁니다. 녹색이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비싼 악어가죽 라인이었습니다”, “진품이라면 2500만 원가량 됐을 텐데요. 해당 브랜드의 매니저에게 직접 통화를 해 본 결과 우리 백이 절대 아니다. 우리는 저렇게 가방을 만들지 않는다 라면서 진품이 아니라고 했고 언론사들도 우리 브랜드는 아닌 것 같다고 했습니다”라며 ‘명품백 분석’을 마무리했습니다. 

 

‘MB 가문 뇌물 의혹’에 나타난 ‘앙드레김’, TV조선의 ‘횡설수설’
이렇게 산으로 가버린 TV조선의 ‘김윤옥 여사 금품수수 의혹’ 보도는 갈피를 잡지 못한 채  고 앙드레김까지 등장시켰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명품로비, 이게 처음은 아닙니다”라며 과거로 시계추를 돌렸습니다. 윤 앵커는 “1999년이었죠. 김대중  정부 당시에 옷 로비 사건이 있었습니다”라며 갑자기 1999년 ‘국회 옷로비 청문회’ 당시 화면을 보여줬습니다. 이때 나온 윤 앵커의 설명이 그야말로 ‘명품’입니다. 윤 앵커는 “그 당시에 가장 유명했던 거는 오히려 명품 옷보다는 앙드레 김 선생님의 본명이 밝혀졌다 그래서 놀랐던 일이 좀 있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화면에는 “본명은 김봉남입니다”라고 말하는 고 앙드레김의 모습이 나왔습니다. ‘김윤옥 여사 금품수수 의혹’에서 ‘1999년 드러난 앙드레김의 실명’을 들추어내는 TV조선의 놀라운 ‘프레이밍’입니다. 이쯤 되면 시청자는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어떤 대담을 나누고 있는지 파악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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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인이 된 앙드레김씨의 본명까지 소환하며 본질을 피해가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0)

 

‘노무현도 뇌물’ 프레임…TV조선의 ‘고질적 물타기병’
TV조선이 ‘김윤옥 금품수수 의혹’의 내용을 외면한 채 고 앙드레김 선생까지 호출한 것은 아무래도 ‘물타기’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TV조선이 ‘이명박‧박근혜 정부 비리’를 보도할 때마다 습관처럼 끼워넣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또 등장했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안타깝습니다마는 명품 시계 논란이 좀 있었습니다”라고 말했고 ‘김윤옥 여사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권영숙 여사 논두렁 시계와 비슷하다”고 주장한 김영우 자유한국당 의원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나마 최근 TV조선은 패널의 여야 성향 비중을 맞추려 노력하기 때문에 이날 여당 측 패널로 나온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이 곧바로 반박을 했습니다. 서 씨는 “노무현 대통령 때 ‘논두렁 시계’라는 것은 국정원의 조작이라 밝혀졌고, 김윤옥 여사의 H사 백 로비는 결국 측근에 의해서 또 갖다 줬다는 당사자가 직접 나타나서 증언한 거거든요. 그것을 같이 일체화시켜서 마치 그게 탄압이고 특정한 검찰의 수사 흘리기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책임 있는 분으로서 적절치는 않죠”, “본질을 흐리기 위한 물타기”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재반박이 이뤄졌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부가 고가의 시계를 받은 것은 팩트”(신효섭), “김윤옥 여사의 가방 사건은 공소시효가 만료돼서 기소가 안 되는 사건인데 검찰이 망신주기식으로 퍼뜨린 것”(여상원 변호사) 등의 주장이 이어졌습니다. 여상원 씨는 “김윤옥 여사는 공무원이 아니니까 뇌물이 될 수 없다”며 노골적으로 김윤옥 여사를 두둔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서갑원 씨의 반박이 있었으나 TV조선의 대담은 ‘노무현 논두렁 시계’, ‘검찰의 피의사실공표죄’만 두드러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실제로 진행자 윤정호 앵커 역시 “하여튼 노무현 전 대통령 때도 보면 시계를 받았는데 이걸 논두렁에 버렸다, 안 버렸다 이걸 가지고 검찰이 조금 언론에 흘리면서 논란이 됐던 부분이 있었습니다. 명품시계 받은 거는 또 인정이 됐던 부분이 있는 것”이라고 토론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는 자유한국당 및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윤정호 앵커와 일부 패널이 일방적으로 무시했으나 서갑원 씨가 설명한 ‘국정원 논두렁 시계 조작 사건’은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MB 정부의 또 다른 범죄입니다. ‘노무현 논두렁 시계’를 국정원이 조작해 이인규 당시 대검 중수부장에게 '피의사실을 적당히 언론에 흘려서 망신을 주는 선에 활용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이미 공식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또한 검찰이 최근 압수한 이명박 전 대통령 소유 ‘영포빌딩’의 ‘대통령 기록물’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경찰과 국정원을 동원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사찰했다는 내용이 담겨 충격을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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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치보복 프레임을 씌우려는 TV조선 <이것이 정치다>(3/20)

 

현재 이명박 정부의 비리와 이명박 전 대통령 개인의 뇌물 등 다수 혐의가 드러나고 있으나 ‘빙산의 일각’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최측근이었던 정두언 전 의원은 “경천동지할 세 가지 사건”이 있다며 더 놀랄 만 한 비리가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최근 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조사하면서 나온 ‘경찰 동원 노무현 불법사찰’, 가족 기업의 이익을 위해 국고를 낭비했다는 의혹을 받는 4대강 비리 및 자원외교 비리는 반드시 규명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TV조선은 본연의 역할에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물고 늘어지며 ‘MB 비리’를 ‘명품백 홍보’로 가려버린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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