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종편의 성희롱 사건 토크는 2차가해 수준
등록 2017.06.12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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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의 최호식 회장이 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피소되었고, 피해자는 이틀 뒤에 고소를 취하했습니다. 특히 6월 5일과 6일, 이틀간 종편 시사토크쇼에서 관련 내용을 많이 다뤘는데, 차라리 다루지 않는 것이 훨씬 좋았겠다 싶은 수준입니다. 성폭력 보도의 기본인 피해자의 개인정보와 관련된 내용을 노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확하지 않은 사실을 추측하며 사실상 2차 가해에 가까운 발언이 이루어졌습니다. 

 

피해자 신상 강조하는 행태 매우 부적절

종편 시사토크쇼는 이번 사건을 보도하면서 ‘피해자’라는 호칭보다는 ‘20대 여성’ 혹은 ‘20대 여직원’이라는 표현을 빈번하게 사용했습니다. 사실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여성인지, 20대인지 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불필요하고, 그저 피해자라고만 해도 충분합니다. ‘20대 여직원’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방송은 TV조선 <신통한 차트>(6/6),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6/5, 6/6)이었고요. TV조선 <뉴스판>(6/5)에서는 ‘회사 여직원인 20대 A양’이라고 칭했습니다. 

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피해자의 신원을 특정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성폭력 사건보도 가이드라인>(2012 여성가족부 한국기자협회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 제작)의 ‘피해자 보호 우선하기’ 조항에서는 “언론은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는 이름, 나이, 주소 등의 신상정보를  공개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보도 내용 중 근무지, 경력, 가해자와의 관계, 주거  지역 등 주변정보들의 조합을 통해서도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하여 보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볍게 언급한 신상 하나 때문에 피해자가 특정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게다가 이번 사건의 경우 회사명이 구체적으로 밝혀졌지요. 따라서 가해자의 특성 때문에 피해자의 직장이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었는데요. 종편 시사토크쇼는 연령대와 구체적인 업무 특성까지 덧붙여 공개함으로써, 피해자 신원 노출의 위험을 증가시킨 것입니다. 

 

TV조선, 자막 ‘회장님과 여비서의 진실게임’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6/6)은 “회장님과 여비서의 진실게임”, “회장님 VS 여비서”라는 자막을 내보내며 자꾸만 피해자가 ‘비서’라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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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6/6) 화면 갈무리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6/6)에서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는 “최호식 회장이 20대 여직원, 자신의 비서라고 합니다. 비서하고 청담동 일식집에서 단둘이 식사를 했다고 합니다”라고 사건을 브리핑하며 ‘비서’, ‘단둘이 식사’와 같은 단어를 사용했습니다. 

양은경 씨의 비서직에 대한 집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피해자의 고소취하에 관하여 이야기하던 양 씨는 “(피해자가) 입사한 지 3개월밖에 안 됐다고 합니다. 회장 비서고, 이제 그렇다 보니까 계속 회사에 다니려고 생각을 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합의를 하지 않고서는 힘들겠다고 생각을 해서 사건을 좀 조속히 종결하려고 합의를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되는데”라고 말하며 전혀 무관한 사실들을 마치 연관된 것처럼 이야기 했습니다. 이처럼 ‘비서’라는 직책을 거듭 강조한 것은 사실상 특정 업무직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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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6/6) 화면 갈무리 

 

부적절한 성희롱 ‘성애화’ 표현

MBN <아침&매일경제>(6/6)에서는 목격자의 진술을 자료화면에 그대로 인용하며 피해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도했습니다. 아무리 목격자의 진술이라 하더라도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가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언론이 세세하게 보도할 필요는 없습니다. 따라서 적절성을 판단하여 필터링을 거쳐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민언련은 이런 자막을 그대로 기사화하는 것이 매우 불편했지만, 이런 방송을 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화면 갈무리를 그대로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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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N <아침&매일경제>(6/6) 화면 갈무리 

 

위의 <성폭력 사건보도 가이드라인>(2012 여성가족부 한국기자협회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 제작)에서는 또한 ‘선정적, 자극적 지양하기’를 강조하면서 “언론은 성폭력 범죄의 범행 수법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고, 특히 피해자를 범죄 피해자가 아닌 ‘성적 행위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할 수 있는 선정적 묘사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거듭 강조하건데 성폭력이나 성희롱 관련 기사는 최대한 건조하게 사건이 있었음을 전하는 데 그쳐주기 바랍니다.

 

“팔짱을 낀 듯한 모습”… 의견을 가장한 추측성 보도 그만해야

TV조선 <김광일의 신통방통>(6/6)은 사건과 관련하여 추측성 발언을 일삼았습니다. 양은경 씨는 “공개된 호텔 주변 CCTV를 보면 약간 (피해자의) 그 주장하고는 조금 안 맞을 수는 있는데, 그 여성이 팔짱을 낀 듯한 모습을 하고 같이 호텔로 가는 그런 사진이 나오고요”라며 불확실한 정보를 전달했습니다. CCTV 화질이 좋지 않아 명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사항인데도 불구하고, 피해자의 진술과 다른 자신의 의견을 굳이 첨언하며 추측을 하는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성폭력 가해자를 상대로 고소했다가 여러 가지 이유로 취하를 하면 ‘꽃뱀’ 취급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날 방송에서 이런 맥락의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이날 진행자 김광일 씨는 먼저 “(사건에 대해) 철저하게 팩트에 입각해서만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고소장을 접수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피해자가 고소를 취하한 것을 두고, 김광일 씨는 “이런 경우에는 피해보상금이 오갔다, 이렇게 추정할 수 있는 겁니까?”라며 확인되지도 않은 사실에 관해 물었습니다. 그러자 양은경 씨는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인다’라며 “합의라는 게 합의금을 대부분 전제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합의금이 오갔을 가능성이 높고요”라고 대답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6/6)에서는 김미선 앵커가 “이 목격자와 친구들이 이 호텔에서 정말 순발력 있게 대처를 했단 말입니다. 그래서 원래 이 분들 알던 분들 아닌가 이렇게 물음표를 갖고 보는 시각도 많은 것 같아요”라는 황당한 질문을 했습니다. 이처럼 쉽게 추측하며 운운하느니 차라리 성희롱 사건에 대해서 다루지 말기를 권합니다. 

 

패널의 발언과 다르게 ‘무고죄’ 운운한 MBN 김형오 앵커 

MBN <아침&매일경제>(20170606)에서 진행자 김형오 씨는 “말씀하신 대로, 유명 연예인 유흥주점에서, 그렇죠? 나중에는 또 무고로 나온 적도 있기 때문에 재판 결과는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라고 상관없는 사건을 끌어들여 이야기 했습니다. 이는 앞서 발언한 이지수 변호사의 논지와는 전혀 다른 뉘앙스였음에도 김형오 씨는 마치 같은 맥락인 것처럼 결론을 지어버린 것입니다. 사실 김형오 앵커가 말한 내용 그 자체는 틀린 말이 없습니다. 모든 사건에서 무고가 있을 수 있고, 모든 피의자는 대법원 판결이 나기 이전까지는 피의자입니다. 그러나 굳이 성희롱 사건을 이야기하면서 ‘무고’ 운운하는 것이 적절한 것일까요? 아직 수사 중인 사건을 두고 벌써 ‘무고죄’를 말하는 것은 성폭력 피해자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 최호식 회장 마케팅 능력 강조

게다가 이 사건과 상관없이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이라는 회사에 대해서 너무 많이 설명해주고, 최호식 회장의 마케팅 능력 등을 칭찬하는 내용은 민망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6/5)에서는 최호식 회장의 성추행 논란을 이야기하다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프로야구 마케팅을 잘했어요. 처음에는 삼성에서 시작을 했지만 그 이후에는 또 다른 구단에서도 보면 호식이 데이 이렇게 해가지고 이벤트도 많이 하고 했었거든요. 그래서 사실 이 치킨집은 1999년 대구에서 사업을 시작을 했습니다. 그래서 업계 최초로…” 등등 관련 회사와 인물에 대한 설명이 구구절절 이어졌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6/6)에서도 김미선 씨가 “사업능력은 참 뛰어난 것 같은데, 이번 일에 대해서는 뭐라는 입장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문승진 기자가 “그렇습니다. 조금 뭐 아내도 믿지 않는다. 아내도 안 믿더라, 뭐 이런 얘기도 하고. 또 본인은 순수한 마음에서 여직원이 이렇게 좀 술에 취하고 그래서 방을 잡아주려고 했던거다 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요. 어쨌든 일본에서도 오픈을 하고 있고요 또 가맹점 수가 천 개를 돌파를 했고요. 굉장히 승승장구 잘 가는 차원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어쨌든 간에 불거지면서 조금은 이미지에 타격을 받고 있다 이렇게 볼 수 있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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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6/6) 화면 갈무리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보도 필요

종편의 이번 강제추행 논란 관련 토크는 한마디로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보도였습니다. 언론이라면 모든 보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마땅하지만, 특히 성폭력 사건을 보도할 때에는 더욱 세심한 태도가 필요합니다. 성폭력 사건에서의 중립은 피해자 중심주의적 관점을 가지는 것인데, 종편의 갈 길은 멀기만 해 보입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17년 6월 5일~6월 6일 TV조선, 채널A, MBN의 10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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