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종편의 광복절 천태만상, ‘박근혜 옥중편지’ 낭독하고 ‘박근혜 특식’ 조명
등록 2017.08.22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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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2주년을 맞이한 광복절 즈음, 종편은 광복이나 독립운동의 의미보다 故 육영수 여사의 추모식과 박근혜 가짜 옥중편지가 더 주요하게 다뤄졌습니다. 박근혜 씨를 ‘흉탄에 부모를 잃은 비련의 주인공’으로 묘사하는 데 급급했던 종편의 천태만상을 짚어보겠습니다. 
 
박근혜 씨 동정론 모으려다, 오히려 모욕감만 키운 듯한 채널A <정치데스크> 

 

박근혜 ‘가짜’ 옥중 편지를 ‘감동적으로’ 낭독해준 채널A
채널A <정치데스크>(8/14)는 박근혜 씨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포된 박근혜 씨의 옥중편지를 다뤘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옥중편지는 가짜입니다. 채널A도 이것이 가짜임을 버젓이 알고 있는 것은 물론, 화면에 가짜 편지라는 자막을 쓰기도 했지만 음성대역까지 동원해 가짜 편지를 낭독하는 등 시종 납득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먼저 진행자 홍성규 앵커는 “지난 주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옥중편지라는 제목의 문건이 유포됐습니다. 편지를 읽은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는데 박 전 대통령은 정말 옥중에서 편지를 썼을까요”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그러자 강병규 정치부 기자는 “저도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일일이 연락 돌리면서 한번 원문을 좀 받아 냈”다며 ‘가짜 옥중편지’를 방송하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취재했는지 자랑했습니다. 이어 강 기자는 “쉽게 쓰기도 좀 어려운 긴 글인데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쓴 글인가. 이렇게 좀 의심되는 부분이 있습니다”라고 말을 꺼냈는데요. <정치데스크>는 곧바로 진위 여부를 말하지 않고, ‘가짜 옥중편지 대역 재연’에 돌입했습니다.


채널A의 기자가 음성 대역을 했다는데, 방송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아버지 불효여식은 도저히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네요. 아버지가 목숨을 던져 구한 이 나라를 구한 이 나라를 지켜내지 못하고 저들에게 빼앗기고 말았습니다”라는 구구절절한 낭독으로 이어집니다. 


이렇게 박근혜 씨에 대한 동정심을 한껏 부풀려 ‘감성팔이’를 한 다음에야, 방송은 진위여부를 논했습니다. 이수희 변호사는 “제대로 지지자면 이게 진짜일까 라고 먼저 의심이 들어야 할 것 같다. 박 전 대통령의 평소 어투와 자서전 문체를 보면 이런 문체가 아니고 담백한 문체”라고 말했습니다. 이현수 기자 역시 지지자들을 ‘친구’로 명명한 편지 내용을 지목하며 ‘가짜’임을 강조했습니다. 이 방송에서 가짜 편지라는 점을 분명히 전달했으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동정심을 끌어내기 위해 지나치게 극적으로 ‘가짜 편지 스토리텔링’을 이어가고, 불필요한 묘사를 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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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정치데스크>(8/14) 화면 갈무리

 

박근혜 씨의 삶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는 국정농단이라는 헌정 역사상 유래 없는 일을 벌였고, 지금도 재판을 받고 있는 피의자입니다. 게다가 여전히 탄핵 무효와 석방을 외치는 지지자들이 있는 버젓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에 대한 동정심을 끌어 모으려는 채널A의 태도는 적절치 않습니다. 


13일 박근혜 씨의 제부인 공화당 신동욱 총재가 ‘이 편지는 가짜이며 공개사과 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 밝혔습니다. 이런 가짜 편지를 방송이 소재로 삼아 재연까지 더한 것은 그야말로 가짜뉴스를 유포한 셈입니다. 신동욱 총재는 편지를 쓸 사람에게만 공개사과를 받을 것이 아니라, 채널A에게 사과요구와 법적 조치를 요구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육영수 여사 기일 박근혜의 구치소 식사 메뉴는?
박근혜 씨에 대한 동정 끌어 모으기에 급급한 채널A의 <정치데스크>의 황당한 행태는 8월 16일 급기야 도를 넘어섰습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8/16)는 ‘어머니의 기일을 구치소에서 맞이한 박근혜 씨’가 광복절 점심으로 무얼 먹었는지 심도 있게 논의했습니다. 진행자인 홍성규 앵커는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도 없었는데 어떻게 그럼 지냈습니까?”고 물었습니다. 이에 대한 강병규 기자의 대답은 엉뚱하게도 ‘광복절 특식’이었습니다. 강 기자는 “서울구치소에서 특식, 국경일과 명절에 나오는 특식을 먹으면서 하루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식단은 바로 이렇습니다. 일단 닭곰탕, 맛살겨자채, 양파장아찌 그리고 배추김치 그리고 포자만두인데 여기서 특식이 포자만두입니다”라며 식단을 읊었습니다. 그러자 홍성규 앵커가 “아 특식이 포자만두군요”라고 감탄하고, 강 기자는 거듭 “네 구치소 내에서 먹기 힘든 음식이 나온건데”라고 말했습니다. 이때 화면에는 침울한 박근혜 씨 얼굴 옆으로 식단에 오른 음식들의 사진이 등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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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널A <정치데스크>(8/16) 화면 갈무리

 

이어 강병규 기자는 “사실 1년 전의 식단과 비교가 되고 있어요. 1년 전에,는 정확히 광복절을 앞두고 8월 11일쯤에는 이정현 당시 새누리당 대표와 여당 지도부를 초대를 해서 뭘 먹었냐. 바닷가재, 훈제연어 그리고 캐비어 샐러드, 송로버섯 이런 것들을 먹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1년 전과 지금의 식단이 완전 천지차이가 된거죠”라며 ‘1년 전 호화만찬’과 비교했습니다. 홍성규 앵커는 “1년 전 당시 생각나는 게 송로버섯 때문에 초호화 만찬 아니였냐 이렇게 논란이 됐었는데 결국 1년 뒤에는 구치소에 앉아서 만두를 특식이라고 먹어야 되는 신세가 됐군요”라고 맞장구쳤습니다. 이쯤 되면 박 씨에 대한 동정심을 자극하려다 도를 넘어 박 씨를 조롱하는 수준에 이른 셈입니다. 

 

광복절에 육영수 여사 추도식과 박근혜 연결시킨 TV조선 
  
조촐하게 진행되는 육영수 여사 추모식, 안타까움 드러낸 TV조선 
 TV조선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8/15)은 광복절에 일제강점기에서 민족이 해방된 날, 고 육영수 여사의 추모식이 조촐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안타까워하는 방송을 했습니다. 먼저 신효섭 조선일보 부국장은 “원래 이 행사는 옥천군에서 이백 몇 만원을 매년 지원을 해 왔는데 그쪽이 소위 말하는 진보나 이런 쪽의 단체들이, 시민단체라고 하는 사람들이 나서서 왜 그걸 지원을 하느냐. 군 예산으로 안 된다. 그러니까 옥천애향회에서 그러면 군 지원 안 받고 그러면 우리가 자체적으로 하겠다 했는데. 규모도 줄어들고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아무래도 딸인데 탄핵을 당하고 그 다음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일가가 지금 형제들 간에도 그렇게 화목스럽지 않은 것 같고. 그런 상태에서 가족들도 잘 챙기지 않고 그러다 보니까 이 행사 자체가 축소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지금 상황이 벌어진 거죠”라고 말했습니다. ‘진보단체’를 ‘추모식 축소’의 원인으로 지목해, ‘추모식 축소 책임자’ 색출에 가까운 태도를 보인 건데요. 이는 특정 인물의 역사적 평가 및 의미라는 추모의 본질을 비껴간 겁니다. 그나마 신효섭 씨는 ‘박근혜 탄핵’과 ‘박근혜 일가의 불화’도 언급하면서 본인이 균형을 맞추어 말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송국건 영남일보 서울취재본부장은 “저는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문제가 1년 만에 완전히 뒤집힌, 그것과 연관되어서 생각을 했는데 어쨌든 우리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과거 정부를 부정을 하는 일이 있는데 이번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연결돼서 좀 더 그런 현상이 조금 심하게 나타나는 거 아니냐”라며 전형적인 ‘정치적 보복 프레임’을 꺼내들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이전 정부에 대한 보복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우표와 육영수 여사 추모식을 모두 폐기하거나 축소했다는 것이죠. 진행자인 최병묵 씨 역시 “그렇죠. 일각에서는 염량세태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러는데 어찌됐든 간에 그게 정치적 현실입니다”라고 맞장구쳤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보복’ 프레임은 사실관계를 은폐한 왜곡입니다. 박정희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심의의원 중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보좌관이 있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이전부터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받았죠. 정치적, 종교적, 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로는 우표 발행을 할 수 없다는 우표 발행업무 처리세칙 4호 역시 박정희 탄신 100주년 우표 발행이 애초 논란거리였음을 방증합니다. TV조선은 이를 육영수 여사 추모식과도 엮었는데요. 추모식은 그 규모와 관계없이 인물에 대한 역사적 평가 및 의미를 되새긴다는 본질을 지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축소된 추모식에 감정적인 안타까움을 표하고 현 정부의 책임으로 돌린 TV조선의 행태는 적절치 못합니다. 

 

육영수 여사 기일을 구치소에서 맞는 불쌍한 박근혜
이렇게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애절한 마음을 표현 종편은 구치소에서 어머니의 추모일을 맞이한 박근혜 씨도 조명했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15)은 박 씨의 괴로운 심정을 보여주기 위해 애썼습니다. 


육영수 여사 피살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의연하게 대처했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에 찬사를 쏟아내던 엄성섭 앵커는 “각종 풍파를 겪은 남편 박정희 대통령과 결혼생활을 하다 보니까 아마 자연스럽게 저런 (강인한) 성격이 생긴 것 같은데. 딸인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도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상황에서도 휴전선의 상황을 물을 정도로 이런 국가관에 대해서는 아주 철저한 그런 가정 환경이었죠”라며 박근혜 씨도 ‘칭찬 대열’에서 빼놓지 않았습니다. 이어서 김미선 앵커는 구치소에 어머니 기일을 맞이한 박근혜 씨를 진심으로 걱정했습니다. 김 앵커는 “박 전 대통령은 구치소에서 어머니의 기일을 맞게 됐습니다. 서거 당시에도 프랑스 유학 중이라 곁을 지키지 못했었는데요.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게 될까요”라고 말했고 엄성섭 앵커 역시 “안타깝겠죠. 프랑스 유학 중에 접한 비보에 전 대통령이 이런 표현을 썼었습니다. 날카로운 칼이 심장 깊숙히 꽂힌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라고 했는데요. 오늘도 그런 느낌을 역시 갖지 않을까요?”라고 화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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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8/15) 화면 갈무리

 

‘가짜 옥중편지’ 소개한 TV조선, 진위 여부 ‘두루뭉술’
이어서 TV조선은 채널A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씨의 ‘가짜 옥중편지’를 소개했습니다. 김미선 앵커는 “한편 최근 박 전 대통령이 돌아가신 부모님께 썼다는 옥중편지가 지지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고 합니다. 카톡으로요. 어떤 내용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백대우 기자는 “아버지를 뵐 면목이 없네요”, “현 상황에 대한 한탄, 억울함” 등 가짜 옥중편지 내용을 자막과 함께 설명합니다. 


게다가 TV조선은 김미선 앵커가 “그런데 진짜가 맞습니까?”라고 물었는데, “글쎄요. 진위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날 채널A에서 전날 ‘가짜’라고 자막을 달았고, 신동욱 총재가 강력하게 항의했음에도 TV조선은 진짜로 믿고 싶었던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판단할 때 국회에서 얘기했던 어투와 문장을 보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애매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끝끝내 가짜라는 점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14일~16일 채널A, TV조선의 4개 프로그램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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