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조폭의 역사’와 ‘치킨의 맛’이 ‘TOP10 뉴스’?
등록 2019.03.19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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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개국 이래 종합편성채널은 오보‧막말‧편파의 온상으로 비판받아왔습니다. 특히 종편이란 명칭에 걸맞지 않게 방송의 대부분을 ‘시사 토크’로 채우는 편성은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어왔습니다. 이 때문에 방송통신위원회는 종편 재승인때마다 콘텐츠 투자율을 높이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종편 3사의 시사 토크쇼의 비중은 여전히 높습니다. TV조선이 4개(신통방통, 보도본부핫라인, 사건파일24, 이것이정치다), 채널A가 4개(김진의 돌직구쇼, 뉴스TOP10, 정치데스크, 토요랭킹쇼(주말)), MBN은 5개(아침&매일경제, 뉴스파이터, 뉴스BIG5, 뉴스&이슈, 뉴스와이드)입니다. 프로그램이 2개(사건반장, 정치부회의)인 JTBC는 지상파 방송사와 비슷한 수준이고 ‘오보‧막말‧편파’에 있어서도 나머지 3사와 비교하기는 어렵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경까지 3~4개의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연달아 방송하는 와중에 내용마저 ‘허접’하다는 것입니다. 정말 주요한 시사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루며 진실을 알려주는 것도 아닙니다. 비슷한 이슈가 반복되고 흥미 위주의 가십성 보도들이 만연합니다. 채널A <뉴스TOP10>의 3월 8일자 방송을 분석하여 시사토크쇼의 ‘허접함’을 짚어보겠습니다.

 

채널A가 뽑은 오늘의 뉴스는 ‘시신 보존과 조폭’?

채널A <뉴스 TOP10>은 “오늘 하루 가장 화제가 된 이슈들을 엄선해 1위부터 10위까지 랭킹을 선정”하고 이를 “뉴스 고수들과 함께 전말과 파장을 심층 진단”한다는 제작 취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과연 그러한지, 채널A <뉴스 TOP10>(3/8)의 이슈 구성과 보도‧대담 내용을 점검했습니다.

 

채널A <뉴스 TOP10>(3/8)가 큰 비중을 둔 뉴스는 북한 관련 소식과 사건‧사고입니다. 북한 소식의 경우 총 3가지 뉴스를 1, 3, 4위 상위권 순위로 선정해 28분, 32.1%을 할애했습니다. 방송의 1/3 가량을 북한 이슈에 할애한 것이죠. 북한 관련 여러 ‘카더라’와 과도한 추정으로 ‘북풍’을 선동하는 것은 TV조선‧채널A의 고질적인 병폐입니다.

 

사건‧사고 소식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3개 소식에 총 29분, 33.3%의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채널A는 경찰의 조폭 일망타진으로 시작해 ‘김두한과 한국 조폭의 역사’까지 읊었고, 충남의 미성년자 폭행 사건을 다룰 때는 피해자 인권 침해 여지가 컸습니다.

 

이외 청와대 2기 개각 및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해찬 당 대표의 회동 등 2가지의 ‘정치’ 이슈도 24분, 27.6%로 비중이 컸습니다. 요컨대 채널A가 보기에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는 북한 소식과 ‘조폭’ 등 자극적인 사건‧사고에 어느 정도 정치권 소식을 섞는 것에 불과한 겁니다.

 

분야

코너명

주요 내용

시간

북한

1위 ‘흑발 원칙’ 깬 시진핑의 파격

3위 북 김정은에 날아든 ‘1년’의 의미

북중러 관계/ 시진핑, 전인대 개막식에 흰머리 노출/ 러시아 푸틴, 인터넷 차단/ 미 국무부, 남북경협 반대/ 북한의 편가르기 - DMZ 유해 발굴단, 타미플루 등에 답변없는 북한/ 북한, 우주개발국 건물 확장공사/ 북한 행보에 대한 정세현의 해석/ 미국의 대북 강경 태세

21분

(24.1%)

4위 ‘수령’ 시신 보존 대작전

러시아, 김일성-김정일 '시신 관리'/러시아 혁명 지도자 시신도 사후보존

7분

(8.0%)

정치

2위 “적재적소 인사” vs “총선용 개각”

5위 ‘복귀’ 임종석의 ‘헌신’약속

청와대 2기 개각/총선 대비 정무적 판단/이해찬 당 대표와 청와대 참모진 1기 모임

24분

(27.6%)

사회

6위 ‘민낯’ 보인 광주 조폭의 ‘보복’

7위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경찰, 조폭과의 49일 전쟁/경찰 1백여명 소집/이광행 경위 승진/김두한과 종로 조폭부터 우리나라 조폭의 역사

18분

(20.7%)

8위 어른 셋, 여중생 폭행…진실은?

충남 서산 어른 셋, 미성년자 폭행

11분

(12.6%)

기타

9위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더 달고 더 짜진 치킨 (당류, 나트륨, 상승)

3분

(3.4%)

10위 새하얀 매화...‘봄이 오나 봄’

매화꽃 핀 절경 영상

1분

(1.1%)

총 방송 시간 (진행/광고 시간 포함)

87분

채널A <뉴스TOP10>(3/8) 방송 내용 정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조폭 소탕 경찰’ 소식, 결론은 ‘조폭의 역사’?

채널A가 각각 6위, 7위의 뉴스로 선정해 총 18분 간 다룬 이슈는 ‘조폭’ 관련 소식이었습니다. TOP10 뉴스에서 방송의 20%를 할애할 만큼, 이날 ‘조폭’과 관련한 엄청난 이슈가 있었던 걸까요? 대담이 시작되자 제작진이 준비한 영상이 나왔습니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과 실제 경찰의 검거 모습, 과거 노태우 씨의 범죄와의 전쟁 선포 영상 등을 버무린 영상이었습니다. 물론 아무런 뉴스가 없었던 건 아닙니다. 광주 북구경찰서의 이광행 형사는 전국 7개 파 35명의 조직폭력배를 1달여의 잠복 및 수사 끝에 일망타진하여 지난 8일 특별 승진했습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사상 처음으로 특별승진 임용식을 위해 일선 경찰서를 방문할 정도로 화제였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18분 간의 ‘대담’이 필요한 뉴스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채널A는 대체 뭘 그리 ‘분석’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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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뉴스TOP10> (3/8) 화면 갈무리 © 민주언론시민연합

 

채널A는 이광행 경위의 특별승진을 전한 후 자연스럽게 다음 순위의 주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로 넘어갔습니다. 대부분의 대담은 여기시 이뤄졌습니다. 채널A가 초점을 맞춘 것은 ‘한국 조폭의 역사’입니다. ‘조폭 일망타진한 형사’에서 ‘한국 조폭의 역사’로 이어지는 ‘뉴스’인 겁니다. 진행자 황순욱 앵커는 “조폭 얘기가 나왔으니까 한번 조폭에 대해서 저희가 좀 알아봤습니다”라며 천연덕스럽게 주제를 바꿨고 출연자들은 이어 총 10분간 1930년대부터 시작된 우리나라 조폭의 역사를 1세대, 2세대 등으로 나누며 신이 난 듯 읊어댔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작진은 김두한 씨의 육성까지 틀어주었습니다. 경찰 광주 조폭 소탕과 담당 경찰의 승진 소식에 투자한 시간은 8분, 우리나라 조폭의 역사를 다룬 시간은 10분입니다.

 

‘북한 뉴스’인가 종합편성채널인가

18분을 ‘조폭’에 할애한 채널A <뉴스 TOP10>(3/8)은 ‘시신 보존’에도 큰 관심을 보였습니다. 제목부터 <‘수령’ 시신 보존 대작전>이라고 자극적으로 붙인 채널A는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시신을 러시아 ‘레닌 연구소’에서 방부 처리하여 지속적인 관리 중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시신 보존을 하는 통치자들, 시신 보존을 하는 이유, 시신 보존에 드는 비용도 언급했고 북한에서 시신 보존을 위해 성금까지 모은다는 이야기까지, 약 7분간 ‘북한 시신보존’ 뉴스를 전했습니다.

 

물론 ‘시신 보존’은 현대 사회에서 그리 흔한 일은 아니며 보도 가치가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3월 6일에는 외신인 뉴욕 포스트에서 북한 시신 보존 관련 보도가 나오기도 했고 러시아 연구소가 관리한다는 사실이 이목을 끌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오늘 하루 가장 화제가 된 이슈들을 엄선”한다는 채널A의 제작 취지에 부합하는 것일까요? 북한 시신 보존은 이미 오래 전부터 알려져있던 사실이며 전 세계에서 북한만 시신을 보존하는 것도 아닙니다. 또한 북한이 ‘비밀 작전’처럼 시신을 보존한다는 등 많은 대담 내용들은 정확한 근거 없는 패널들의 ‘카더라’에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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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뉴스TOP10>(3/8) 화면 갈무리

 

변호사와 시사 평론가, 치킨의 맛을 논하다

‘뉴스’라는 타이틀을 달고 ‘시사평론가 패널’을 섭외한 프로그램이 굳이 다룰 필요가 없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채널A <뉴스 TOP10>(3/8)은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치킨이 더 달고 더 짜졌다는 것을 주제를 3분간 다뤘습니다. 제목부터 영화 <극한 직업>의 유행어에서 따온 제작진은 여지없이 <극한 직업>의 몇몇 장면을 보여주면서 치킨의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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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뉴스TOP10>(3/8) 화면 갈무리

 

소비자 시민모임에서 3월 8일 발표한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치킨의 나트륨 함량 검사 결과와 당류 함량 검사 결과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나치게 달고 지나치게 짠 음식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상식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사먹는 치킨이 더 달고 더 짜졌다는 것은 국민들의 식생활과 건강에 필요한 정보이며 업계에서도 조심해야 할 사항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이 주제로 대담을 나누는 사람들이 요식업계 종사자도, 식품영양학 전공도, 보건 당국 관계자도 아닌 시사평론가나 변호사라면 어떨까요? 이날 채널A <뉴스 TOP10>의 출연진 중 이 주제로 발언을 한 사람들은 장예찬 시사평론가, 구자홍 주간동아 차장, 양지열 변호사입니다. 이들과 함께 치킨의 당류와 나트륨 수치를 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요?

 

'조폭‧시신‧치킨'에 밀린 뉴스들

그렇다면, 3월 8일에 전달할만한 주요 소식이 정말 그렇게도 없었을까요?

3월 7일에는 오래도록 갈등을 겪던 카카오모빌리티와 택시업계가 카풀서비스 시간제한, 택시 관련 규제 완화 및 처우 개선에 합의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습니다. 아직 갈등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시민들의 교통수단과 관련한 갈등이 완화되었다는 점에서 소개할 만한 뉴스입니다.

 

금융위원회는 3월 7일 ‘2019년 업무계획’을 통해 5, 60대 고령층이 노후 소득을 쉽게 마련할 수 있게 주택연금 가입 요건을 완화하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었습니다. 이날 벌어진 여러 집회나 문화행사들을 소개했을 수도, 아니면 여성의 날과 관련된 이슈들을 소개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일례로 서울시는 ‘성 평등 도시 추진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뉴스 TOP10>은 3월 7일에도, 8일에도 이런 소식들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이런 뉴스들이 조폭의 역사보다, 북한의 시신 보존보다, 더 달고 짜진 치킨의 맛보다 대담을 나눌 가치가 적다고 제작진은 판단했던 것일까요?

 

‘편성 다양화’ 없이 ‘오보‧막말‧편파’ 근절도 없다

물론 비슷한 콘셉트의 프로그램이 하루에 세 개나 방송되다 보니 제작진의 고민이 가중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채널A <정치데스크>가 끝나자마자 방송하는 <뉴스 TOP10>은 그 고민이 더 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고민 때문일까요? 이번 보고서에서 지적한 3월 8일 방송 외에도 <뉴스TOP10>에서 선정한 10위 안의 뉴스들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3월 6일에는 ‘유투버가 된 가수 주현미’ 뉴스를, 3월 7일에는 ‘전현무-한혜진 결별’ 등 연예 뉴스를 방불케 하는 소식들을 보도했습니다.

 

비단 채널A뿐 아니라 종편 3사는 지금도 선정적 보도, 가십성 보도, 무의미한 보도를 남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도한 보도‧시사 프로그램 편중에서 기인한 겁니다. 반복되는 같은 뉴스에서 제작진은 더 자극적인 요소를 찾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른바 ‘전문가 패널’이 나와 그 모든 뉴스를 논하는 ‘백화점식 평론’ 역시 아주 오래된 병폐로서, 변호사가 치킨 맛을 논하는 황당한 방송이 매일 반복됩니다. 채널A 등 종편 3사가 방송을 정상화할 의지가 있다면 이렇게 한심한 편성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채널A<뉴스 TOP10> (3/4~8)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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