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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기국만 국민인가? 정군기 교수의 촛불 폄하 발언
2017년 2월 24일~3월 2일
등록 2017.03.03 19:24
조회 787

2월 24~3월 2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TV조선 <뉴스현장>(2/26)은 김정남 이슈를 이용해 북한의 테러위험을 강조하며 시청자의 불안감을 자극했습니다. 방송에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북한을)몽땅 싹 쓸어야” 등 김정남 피살사건의 본질에서 벗어난 발언이 이어졌습니다. TV조선 <고성국 라이브쇼>(2/24)에 출연한 류여해 교수는 음주운전이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보다 큰 범죄라 규정했습니다. 음주 운전자도 불구속 수사하던데, 이 부회장 구속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나저나 3월 2일 MBN <뉴스&이슈>(3/2)에서는 정군기 홍익대 교수가 촛불 집회에 대해서는 민노총의 자금 지원이 있다는 명백한 허위 사실을 주장했다는 긴급 제보가 시민들로부터 들어와서 긴급하게 브리핑에 추가했습니다. 

 

1. 정군기 교수의 촛불 폄하, 민주노총 명예훼손 발언 심각
MBN <뉴스&이슈>(3/2)에서는 지난 1일 있었던 3·1절 집회에 대한 평가가 이어졌습니다. 출연자인 정군기 홍익대 교수는 방송 내내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 탄기국의 집회를 옹호했는데요. 정 씨는 “어제 저녁에(탄기국 집회에) 나와 봤어요”라며 “매우 거대한 물결이 시청 앞을 휩쓸고 지나갔다”며 탄핵 반대 집회를 한껏 추켜세웠습니다.


이어 정 씨는 “어느 세력인지 모르지만, 태극기집회에 돈을 지원하고 있다”며 탄핵 반대 집회 모금 과정에 의혹을 제기한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비판했습니다. 정 씨는 “저거(박지원 대표의 주장)야말로 가장 태극기 시민들을 화나게 하는 거”라며 “촛불 시민들도 주장은 하되 허위 주장이라든가 과도한 이런 상태의 주장은 하지 말자”고 주장했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에 나온 시민의 취지를 폄하하지 말자는 것이죠. 여기까지는 뭐 할 수 있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후 정 교수의 발언은 명백한 허위 사실입니다.


정 씨는 “촛불 시민들의 저 조직력과 자금을 당할 수가 없다”는 탄기국 측 시민의 의견을 소개하면서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금이 들어가는데 이건 뭐 민노총에서 많이 대고 있다는 건 사실 아니겠어요? 그렇게 민노총이 주축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이쪽은 박사모라든가 이런 데서 모금을 하는데 박사모도 조직이 상당히 강한 조직입니다. 그래서 한 번 하면 한 1억 5천만 원 이렇게 들어온다고 그래요. 이런 걸 가지고 무슨 돈을 줘서 동원했다. 공당의 원내대표가 이런 얘기를 하는 건 정말 이거 조심해야 합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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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이 촛불집회 자금을 댄다며 허위사실 주장한 정군기 교수/MBN<뉴스&이슈>(3/2) 갈무리.

 

민주노총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행동에 소속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퇴진행동의 1,600여개 단체 중 하나일 뿐입니다. 더군다나 퇴진행동 측 박진 상황실장은 팟캐스트에 출연해 “광장의 무대는 다 무슨 돈으로 하냐고 말씀하십니다. 다 여러분의 돈으로 하고 있습니다”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퇴진행동 측의 집회비용은 △현장모금 △계좌후원 △신문광고비 △단체분담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으며 이는 매달 재정보고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민주노총이 촛불 집회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자금이 들어간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는 명백한 허위사실이자 민주노총에 대한 명예훼손입니다. 그나마 방송의 진행자 김은혜 씨는 “민노총의 자금지원은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보입니다”라며 이를 지적했습니다. 


반면 정부의 공공연한 우파 단체 지원은 이미 확인된 사실입니다. 한겨레 <단독/청와대, 4 대기업 70억 걷어 ‘아스팔트 우파’ 지원>(1/31, https://bit.ly/2lkX70g)에 따르면 박영수 특검팀은 2014~2016년 청와대 정무수석실의 신동철·정관주 전 비서관은 삼성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김완표 전무와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주기적으로 만나 친정부·친재벌 집회 및 시위를 여는 단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문제를 상의한 것을 확인했습니다. 이때 언급된 정부 지원 우파 단체인 어버이연합·고엽제전우회 등은 정 씨가 주장하는 3·1 탄핵 반대 집회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허위 주장 말라’면서 확인된 사실인 정부의 우파 단체 자금지원은 뒤로하고, 근거도 없이 민주노총의 자금지원을 주장한 정군기 교수. 정말 심각하네요. 

 

2. 동물실험 영상, 12만 인명 피해…안보 불안 부추기는 TV조선
지난 25일, 말레이시아 보건당국은 김정남 사망의 원인을 신경작용제 VX 중독이라 밝혔습니다. 김정남 암살의 배후가 북한으로 굳어지는 상황에서 북한이 국제적으로 금지된 화학 작용제인 VX를 살인에 활용한 정황은 분명 심각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TV조선 <뉴스현장>(2/26)은 김정남 이슈를 이용해 북한의 테러위험을 강조하며 시청자의 불안감을 자극했습니다. 겁주는 방법도 가지가지입니다. 

 

60년대 VX 염소실험부터 스커드미사일로 최대 12만 명 사망 운운
<뉴스현장>은 북한이 김정남 암살에 이용했다는 신경작용제 VX에 주목했는데요. 방송은 1960년대에 실험했다는 VX 동물실험 영상을 공개합니다. 윤슬기 앵커는 동물실험 영상을 보여주며 “염소가 쓰러져요. 쓰러지고 경련을 일으키다가 숨집니다.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이거든요. 저런 가스를 형을 살해하는 데 썼다 이거죠”와 같은 평을 이어갑니다. 화면에는 모자이크 처리된 염소가 경련을 일으키는 장면이 계속 이어집니다. VX의 참혹함을 강조하기 위해 동물실험 영상까지 가져온 것입니다. 이어서 윤 앵커는 “북한이 실제로 만약에 스커드미사일에 VX를 장착해서 서울을 공격할 경우 12만 명에 해당하는 인명피해가 날 수 있다는 그런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요?”라며 겁을 줍니다. 동물실험 영상에 이어 TV조선은 CG를 띄워가며 서울에 화학 테러가 감행될 구체적인 위협을 묘사했습니다. 자연스럽게 동물실험 영상을 서울의 위협으로 연결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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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실험 영상, 서울 폭격 등 각종 자료를 이용해 불안감 조장하는 TV조선<뉴스현장>(2/26) 화면 갈무리


고정간첩이 집회에서 경찰관 가장해 테러할 가능성도 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도심 후방 테러니까 북한이 국내에 있는 고정간첩이라든지 또 고정간첩에 포섭된 간첩망을 통해서 대선 국면에서 태극기집회나 촛불집회다, 많은 군중들이 모인 데서 테러할 수 있는 테러를 해서 우리 사회를 예를 들면 거기에서 진압하는 경찰관을 갖다가 가장해서 테러를 한다든가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여러 가지 테러를 조작할 수 있거든요. 이런 걸 조작해서 우리의 민심을 급격히 아주 완전히 혼란시켜버리고 우리를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제가 볼 때는 사이버 테러 아니면 후방 테러에 집중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합니다”라며 간첩의 구체적인 테러 행위를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조류 인플루엔자도 북한의 생물화학 테러일 수 있다?
안보 위기를 강조하다 보니 별난 추측성 음모론도 펼쳐졌습니다. 김흥광 NK지식인연대 대표는 “(북한이)조류 인플루엔자균을 북한의 탄저균과 함께 벌써 2013년부터 개발을 끝냈다는 이야기가 있거든요”라고 말하더니 “이번에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이런 조류인플루엔자마저도 북한이 가지고 있는 어떤 생물화학무기의 일종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비슷한 철에 이거 한방씩만 떨궈버리면, 이런 생각할 수 없는 국가의 큰 어려움이 가중되지 않습니까? 그런 의도에서 조류인플루엔자를 북한하고 연계 가능성에서 정밀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흥광 대표의 말에는 정확한 것은 없습니다.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고, 단정적으로 표현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조류 인플루엔자는 북한의 생화학무기의 일종이며, 북한과 연결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는 이런 발언만으로도,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북한이 조류인플루엔자를 퍼뜨린다고 오해하기 딱 좋습니다.


조류인플루엔자(AI)는 전 세계적인 유행병입니다. 한국의 기록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해서 이를 북한의 소행을 단정하는 것은 너무 나간 주장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AI가 발생한 국가는 38개국에 달하며 북한 또한 여기에 포함됩니다. 북한도 AI의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의 화학테러’ 운운하는 것은 김정남 이슈를 이용해 국민 불안을 부추기는 TV조선의 행태 전반이 심각한 문제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 전략 지역을 싹 쓸어버려야!’ 전쟁 부추기는 선제 타격론까지
북한 이야기가 나오면 늘 나오는 강경책, 선제타격론도 다시 등장했습니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화학 테러를 당할 바에는 북한의 전략 시설을 파괴하자고 주장했습니다. 강 씨는 “우리가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은 딱 하나”라며 “북한이 선제공격 징후가 있을 때는 모든 수단을 강구해서 몽땅 싹 쓸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강 씨는 “선제공격 징후가 있을 때 그 전략 지역들을 완전히 초토화를 시켜야 그 위협에서 벗어 나올 수 있는데, 만에 하나 우리가 선제공격을 받았다고 하게 되면 이건 돌이킬 수 없습니다”라며 전쟁을 부추기는 주장을 했습니다. 어디서 북한의 화학 테러가 있을지 모르니 관련 시설 전부를 폭격하자는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는 그 어떤 가치보다 중요합니다. 방송에서 함부로 선제타격론을 포함한 일종의 전쟁 불사론은 방송심의규정 제29조의 2(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 등) 2항 “방송은 남북한 간의 평화적 통일과 적법한 교류를 저해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와도 배치됩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함부로 발언할 내용이 아닙니다. 

 

3. 이재용 구속 비난, 더 큰 죄인 음주운전도 ‘불구속’
TV조선 <고성국 라이브쇼>(2/24)에서는 특검 수사에 대해 평가했습니다. 출연진들은 특검이 잘했다고 생각하면 O,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X를 들어 의사를 표시했습니다. 입장은 2대 2로 나뉘었습니다.


최영일 시사평론가는 특검이 잘했다고 생각한다며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을 잘한 사례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70년 넘게 사상 초유로 삼성재벌가 3세가 구속되었”다며, “유무죄는 다퉈야한다고 봅니다만 특검의 역할 상 할 만큼 했다는 열정은 느껴”진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는 특검이 잘못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 이유 역시 “구속”이었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불구속 수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증거인멸 가능성이 있으니까 구속을 한다는 말은 인정을 하지만 특검에서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보면요.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란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과연 정말 수사를 하는 것이 맞을까”라며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자체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류 씨는 일주일 전 같은 프로그램에서 이미 이 부회장 구속에 대해 비판한 바 있습니다. 구속 사유인 ‘증거인멸’은 사실 인간의 본능이라며, “이재용 부회장이기 때문에 역차별을 받았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201조 제1항엔 ‘피고인이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를 명시하고 있음에도 말입니다. 제2항 ‘구속사유를 심사함에 있어서 범죄의 중대성, 재범의 위험성, 피해자 및 중요 참고인 등에 대한 위해 우려 등을 고려하여야 한다’, 즉 지금까지 밝혀진 430억 원이 뇌물이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그 ‘중대성’까지도 인정됩니다. 그럼에도 지난주에 이어 구체적 사례 없이 ‘무리한 수사’, ‘수사를 하는 것이 맞나’란 의문만 제기하며 특검의 이 부회장 구속이 무리였다는 주장을 피력했습니다. 


이번에 류 씨는 ‘특검의 인권 의식’을 지적했습니다. 그는 “뭐가 문제냐면요. 너무 사진을 많이 찍고 있는 거예요. 들어가서 구속돼서 나오고 들어가는 사람들 사진을 너무 많이 찍어서 너무 많이 내보내고 있고. 그리고 하물며 어떤 분은 사진을 과거 사진과 현재 사진의 얼굴 변화과정까지 지금 내보내고 있습니다”, “특검도 인권이라는 걸 생각해야 하는데, 물론 구속. 방금 구속이라고 하셨는데 구속? 사람들이 좋아할 수도 있죠. 하지만 구속 뒤에 인권도 있다는 것. 어떤 사람들도 인권이 있다는 걸 특검이 가끔 놓치고 있는 게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검이 인권 의식이 부재한 양 비난하고 특검의 구속 청구는 포퓰리즘성 결정으로 매도한 것입니다. 또한 구속 시 사진 촬영은 이는 이재용 부회장 혹은 이번 특검에 구속된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수많은 이들이 검찰 소환이나 구속 수감 때 포토라인에 서왔습니다. 또한 과거와 현재사진을 비교하며 가공한 것은 특검이 아닌 일부 언론 혹은 누리꾼이 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류 씨는 이 모든 문제를 특검이 일으킨 것 같이 주장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류 씨는 비교할 수 없는 ‘음주운전’과 ‘뇌물혐의’를 같은 범주에 놓고 경중까지 따지며 이 부회장 구속을 질타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하고 누가 더 큰 범죄일까를 생각해보면 저는 많은 음주운전을 했던 사람이 더 큰 범죄라고 생각해요. 다니는 무기거든요. 그런데 그 사람을 구속 안하고 수사를 하더라고요"라는 것입니다. 음주운전이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보다 더 큰 범죄라는 주관적 비교를 토대로, 음주운전의 경우 구속하지 않는 경우를 보았으니 이 부회장의 구속은 형평에 맞지 않다며 다시 한 번 ‘구속 비난’에 열을 올렸습니다. 사람 마음 속을 다 알지 못한다면서도, “이재용 부회장은 도주는 안 할 것이라 생각”한다는 사견도 덧붙였습니다. 또 “구속을 딱 하는 순간 너무 통쾌하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런데 이 구속은 통쾌한 문제가 아닙니다. 이것은 정말 범죄냐 아니냐 부분 문제”라며, 법에 따라 구속된 사안을 감정적인 결정처럼 다시 한 번 왜곡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최영일 시사평론가가 “정유라의 말을, 고가의 말을 사줬다면 그건 엄청난 범죄 아닌가요? 재단 출연금은 다툴 여지가 있다고 보는데, 그 외에도 지금 250억 원의 혐의가 더 있기 때문에 이게 왜 음주운전보다 덜 한 죄일까요?”라 반문했습니다. 


류 씨는 “제가 이재용 부회장을 편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적도 없고 알지도 못하고”라 전제했지만, 그 내용은 명백히 이 부회장 측을 대변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류 씨는 누구보다 ‘법에 기반해’ 사안을 전해야 할 법학과 교수입니다. 그럼에도 방송에서 수차례 기울어진 분석으로 시청자들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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