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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안희정 미투 기획설”에 채널A “여야 대표 모두의 잘못”
등록 2018.03.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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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 남북 정상회담 및 북미회담 개최, 한반도 비핵화, 추가 도발 중단 등에 합의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사단은 곧바로 미국으로 출국해 8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우리 특사단을 직접 집무실로 부른 후 “영구적인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 5월까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만날 것”이라 밝혔고 이를 우리 특사단이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해달라 요청했습니다. 이처럼 빠르게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정상회담까지 합의되면서 한국 정부의 외교력이 국제적 이슈가 됐습니다. 


한편 예상치 못한 속도전을 경계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자유한국당은 대북특사단의 방북 성과에 대해서도 “남북 평화 사기극”, “삼대에 걸친 거짓말” 등 수위 높은 용어를 섞어가며 정부의 외교성과를 “특별할 것 없다”고 평가 절하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부정적 태도는 7일, 홍준표 대표가 처음으로 참석한 청와대 여야 5당 대표 오찬에서도 반복됐습니다. 홍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북한의 시간 벌기”라며 경계심을 표했습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와 함께 “한미동맹을 이간질하는 문정인 특보를 해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청와대 여야 5당 대표 오찬 이전에 참석자들이 ‘안희정 성폭행’과 관련된 대화를 나눈 것도 문제가 되었습니다. 홍 대표는 오찬이 시작되기 전,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미투 운동에 무사한 걸 보니 천만다행”이라며 “밖에서는 안희정 사건이 딱 터지니까 제일 먼저 ‘임종석이 기획했다’는 소문이 이미 다 퍼졌다”면서 이른바 ‘공작설’을 주장했습니다. 당황한 임 실장이 “설마요”라고 부인하며 “대표님이 무사하시니 저도 무사해야죠”라고 받아쳤습니다. 미투 운동을 정치적 음모론으로 악용했다는 점에서 홍 대표 발언에 비판이 집중됐습니다. 


홍 대표의 발언이 논란이 됐으나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3/8 이하 돌직구쇼)는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채널A는 청와대 오찬에 대해 다루면서 문정인 특보와 관련해 극히 일부 발언을 침소봉대하는 식으로 왜곡했고 홍 대표의 미투 관련 발언은 두둔했습니다. 

 

‘문정인 특보 해임’ 요구한 채널A
채널A <돌직구쇼>(3/8)은 8일 오전 9시 방송됐고 8일 조간신문을 기준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같은 날 오전 9시(현지시각 오후 7시)에 발표된 대북 특사단의 트럼프 대통령 면담 결과를 알지 못했습니다. 이에 따라 첫 코너인 일간지 1면 비교에서는 동아일보 <김정은, 미 향해 “정상국가 대우해달라”> 등 북미회담 의지를 밝힌 북한의 의중과 북미회담 가능성을 주로 다뤘고, 안희정 지사 성폭행 관련 소식도 전했습니다. 


본격적인 보도 대담이 시작된 직후에는 7일 있었던 청와대 여야 대표 오찬이 중심적인 이슈였습니다. 채널A <돌직구쇼>(3/8)는 대북 특사단의 방북 결과에 대해 홍준표 대표와 문재인 대통령이 주고받은 대화를 전한 후 문정인 특보 관련 논쟁에도 초점을 맞췄습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미 동맹 신뢰 깨뜨리는 언행을 함부로 한 (문정인)대통령 특보 해임해달라”고 말했고 홍준표 대표는 “문정인 특보가 한미동맹을 이간질한다”고 거들었던 대목입니다. 이른바 보수세력은 그동안 꾸준히 문정인 통일외교안보특보를 비판해왔는데 이번에 두 대표가 강한 어조로 경질을 요구한 이유는 문 특보가 “한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에게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는 것입니다. 


이날 채널A <돌직구쇼>(3/8)에는 진행자인 이남희‧박민혁 기자 외에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 김근식 경남대 교수, 김지예 변호사, 서갑원 전 민주당 의원이 출연했는데, 김근식‧김병민 씨가 모두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과 같은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김병민 씨는 “문제의 발언은 최근에 얼마 전에 있었던 강연에서 ‘대통령이 나가라고 하면 주한미군도 나가야 된다’고 했던 일부 발언”, “그 발언만 있는 게 아니라 ‘독수리훈련에 대한 일정 조정이 가능하다’라든지 ‘북한이 사실상 핵보유국임을 인정해야 된다’ 등 여러 가지 그동안 한미동맹에 위태위태한 발언들이 상당히 있었거든요. 여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보수야당 대표들이 전달한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김근식 씨 역시 “(문 특보가)워싱턴이나 서울이나 어디 다른 나라 가서 계속 공개적인 자리에서 굉장히 논란이 될 만 한 발언들을 막 한다”며 비슷한 입장을 드러냈습니다. 다른 패널 중 김지예 씨의 경우 이 사안에 발언이 없었고 서갑원 씨만이 “특보는 정책 결정하는 사람 아니다. 전체적 맥락을 봐야지 딱 한 문장만 떼서 이견이 있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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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의 ‘문정인 특보 해임 요구’에 호응한 채널A <돌직구쇼>(3/8)

 

 

문 특보가 ‘주한미군 철수’ 발언? ‘팩트’가 아니다
이렇듯 자유한국당‧바른미래당‧채널A는 문 특보가 ‘한국 대통령이 주한미군에 나가라고 하면 나가야 한다’고 말했고 이는 사실상 주한미군 철수를 의미한 것이므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이들이 지목하는 발언은 2월 27일 문 특보의 워싱턴 강연에서 나온 것입니다. 문 특보는 강연 뒤 질의응답 시간에 한 청중이 “불안한 한반도 정세에서 대한민국의 전시작전권이 없어서 걱정된다”고 묻자 “전시작전통제권이 주한미군사령관에 있다는 게 주권이 없는 것은 아니다.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통령은 임명권 군령권을 갖고 있다. 전작권은 작전지휘권이 있고, 다른 하나는 작전통제권이 있는데 작전지휘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단 행사는 미국 대통령과 공동으로 한다. 작전통제권도 정보를 공유한다. 전쟁발발시 군사력 배치하는 작전통제권은 상당히 군사주권에 타격을 주는 것인데 중요한 것은 전쟁하느냐 마느냐는 대통령이 하는 거다. 우리 대통령이 군사주권 없는 게 아니다. (우리가 전쟁을 반대하면) 주한미군 나가라 하면 끝이다. 대통령은 군사주권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 특보는 전작권과 관련 없이 한국도 군사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취지로 예를 들었을 뿐인데, 이를 보수세력이 ‘주한미군 철수론’으로 왜곡한 겁니다. 


김병민 씨는 ‘독수리 훈련 일정 조정 발언’까지 ‘한미동맹을 위태롭게 하는 발언’으로 규정했지만 이 역시 과한 해석입니다. 문 특보는 2월 28일, 미국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에서 “주한 미국 대사관에서 (한미) 합동 군사 연습(exercise)에 대해 예정된 일정에서 더 이상의 연기는 없을 거라고 말했다. 그런데 합동 군사 훈련(practice)은 연습과는 다른데, 이건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 연습으로서 전쟁 수행 절차를 숙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키리졸브 등 군사연습(exercise)은 한미 양국이 이미 합의한 것으로서 일정대로 4월 초 재개됨이 확실하나, 독수리 훈련 등 실제로 병력을 전개하는 야외 실기동(practice)은 한미 연합작전과 후방 방호작전 능력을 배양하는 훈련으로서 북미 대화 시 조정이 가능하다는 견해입니다. 이러한 문 특보의 견해에 사실관계를 따져 객관성이나 논리를 비판할 수는 있으나 단지 ‘연합훈련 연기’를 거론했다는 이유만으로 ‘한미동맹을 위험하게 하는 발언’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는 지극히 감정적인 비난에 불과합니다.

 

홍준표 대표의 ‘안희정 성폭행, 임종석 기획설’, 사과는 김어준이 하라?
이렇게 문정인 특보와 관련된 대담을 나눈 후 채널A <돌직구쇼>(3/8)은 청와대 여야 대표 오찬에서 벌어진 미투 관련 대화들도 다뤘습니다. 여기서는 이남희‧박민혁 두 진행자가 적극적으로 홍준표 대표를 두둔하는 촌극이 벌어졌고 김근식‧김병민 씨 역시 홍 대표 발언의 문제점은 제쳐둔 채 ‘5당 대표 전원이 잘못했다’는 ‘물타기 프레임’을 내세웠습니다. 


진행자 이남희 기자의 경우 출연자 중 유일하게 홍 대표를 비판한 김지예 씨의 발언을 제지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김지예 씨가 첫 발언으로 “홍 대표 발언은 여성혐오의 교과서”, “이러한 음모론은 모두 여성을 누군가 뒤에서 조종하지 않으면 결단을 내릴 생각 못하는 존재로 보는 것”이라 강하게 홍 대표를 비판하자 이남희 기자가 끼어들어 “여성적인 시각에서 봤을 때…(하실 수 있는 말씀)”이라 끊었습니다. 

 

이에 박민혁 기자는 김지예 씨 주장을 적극 반박했습니다. “사실관계 먼저 말씀드린 후 말하셔도 늦지 않다”고 지적한 박 기자는 “임종석 실장도 지지 않았다”, “홍 대표가 ‘안희정 보니까 대한민국이 하루아침에 살기 어렵게 됐더라’고 말하자 추미애 대표도 ‘남성들이 그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 별로 없을 걸’이라 말했고 조배숙 대표도 ‘지금 발 뻗고 잘 수 있는 것은 여자들’이라 말했다”며 홍 대표 발언에 대한 타 의원들의 발언을 판넬까지 동원해 보여줬습니다. 이어서 “핵심은 홍준표 대표가 시작한 건 맞다. 문제는 이 정당 대표라는 분들이 청와대 가서 미투를 소재로 어찌 됐건, 누가 시작했던 간에 농담이나 아니면 신경전의 소재로 삼았다는 것 자체가 저는 이해가 안 된다. 그러니까 그 점은 확실히 짚어야 되는 것이고 누가 더 잘못했는지는 그 다음에 따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러자 김근식 씨는 “동의한다”며 맞장구쳤고 김병민 씨는 “김어준 씨가 방송에서 이야기했던 ‘미투를 공작의 관점에서 본다’는 표현으로 가는 것이다. 지금 이 안희정 지사 사건을 바라보면서 대한민국의 유력한 대권주자였던 사람이 어느 하루아침에 몰락의 과정을 걷고 있기 때문에 이것도 정치의 음모론 시각으로 보는 인사들이 있는 것,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내용들을 홍준표 대표가 끄집어냈던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김병민 씨의 경우 급기야 홍준표 대표를 ‘미투를 정치적 음모론 시각으로 보는 문제를 끄집어낸 인물’이라 치하한 것입니다. 물론 김병민 씨가 “잘못된 발언임은 모두 공유, 공작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점 그만둬야”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김어준 씨가 본인 발언에 대해 사과했으면 한다”고 말하는 등 끝까지 홍준표 대표 발언의 문제점은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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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투 관련 발언, ‘홍준표만이 아닌 모두의 잘못’이라 주장한 채널A <돌직구쇼>(3/8)
 

일거수일투족이 ‘여성비하’인 홍준표 대표, 채널A만 못 보나
결과적으로 채널A <돌직구쇼>(3/8)에서 김지예 씨를 제외하면 그 누구도 홍준표 대표가 근거 없는 음모론을 제기해 사실상 2차 가해나 다름없었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살기 어렵게 됐다”, “여성과는 악수하지 않는다” 등 발언으로 미투를 희화화하는 동시에 미투를 빌미로 여성을 재차 차별하는 의식을 드러냈다는 문제의식 역시 보이지 않았고 도리어 홍 대표를 강력히 옹호했습니다. 이남희‧박민혁‧김근식‧김병민 4명의 출연자는 ‘누가 먼저 시작했든, 여야 대표 모두가 잘못’이라며 ‘물타기’를 시도한 겁니다. 김병민 씨는 ‘공작의 관점이 존재함을 끄집어낸 것’이라며 긍정적인 해석까지 덧붙였습니다. 


물론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 홍 대표가 참담한 발언을 꺼내자 당황하여 함께 웃어넘긴 추미애‧조배숙‧유승민 등 타 당 대표들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낭설로 안희정 전 지사 관련 미투 운동을 정치적으로 오염시키고 차별적 발언을 던진 홍 대표의 망언과는 비교할 수 없습니다. 이에 눈 감은 채널A가 과연 미투 운동을 여성 인권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기는 한 것인지, 시청자는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의 긍정적인 김정은 묘사, 조심하라’? 채널A <돌직구쇼> 폐지하라
이처럼 채널A <돌직구쇼>(3/8)는 이날 핵심 주제였던 청와대 여야 대표 오찬을 다루며 처음부터 끝까지 왜곡을 범했습니다. 이외에도 진행자 박민혁 기자는 “우리 정부가 김정은에 대해서 솔직, 대담, 이런 긍정적인 표현을 썼는데 북한 인권이 처참하고 도발도 하는 저 사람을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조심해야 한다”며 우리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대북 특사단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태도를 묘사하자 ‘너무 긍정적 표현은 쓰지 마라’고 종용한 겁니다. 이에 서갑원 씨가 “미화하는 것이 아니다. 협상 장소에서 자기 의견 표시하고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 의지 나타냈으니 표현했을 뿐”이라 반박했으나 채널A 진행자 및 기자들이 남북문제에 있어 얼마나 편협한 관점을 지니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역사적인 비핵화 회담이라는 이슈를 두고 ‘김정은 묘사하는 표현’을 문제 삼는 채널A의 ‘기만’에 더 이상 시청자는 속지 않음을 주지해야 합니다. 


꼭 8일 방송이 아니더라도 채널A <돌직구쇼>는 시민 제보가 집중되는 ‘문제적 방송’ 중 대표작입니다. 날마다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 만연하며 ‘한반도 전쟁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일방적으로 ‘조중동만 팩트’라 주장하기도 합니다. 패널 구성 역시 재승인 심사 때마다 채널A가 약속하는 ‘기계적 여야 중립’마저 지키지 않는 날이 태반입니다. 이번 8일 방송 역시 김병민‧김근식 씨가 입을 모아 자유한국당을 옹호했고 이에 이남희‧박민혁 기자가 가세하며 사실상 서갑원 씨 홀로 4명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여야 패널 수를 맞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나, 이마저도 지키지 못하는 채널A <돌직구쇼>가 과연 공중의 전파를 타기 적절한지,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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