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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씨 해임에 대한 신문·방송 모니터보고서(2013.3.27)
등록 2013.09.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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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철 해임…조중동 “노조탓”, MBC ‘침묵’
 
 

26일 MBC 김재철 사장이 해임됐다. MBC의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가 이날 이사회를 열고 찬성 5표, 반대 4표로 김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김 사장은 1988년 방문진이 세워진 이래 처음으로 ‘해임당한 사장’이라는 오명을 쓰게 됐다. 김 사장은 지난 이명박 정부의 ‘낙하산 사장’으로, △법인카드 7억 원 유용 △ 무용가 J씨에게 부당특혜 제공 △청문회 불출석 △10여 명 해직 및 200여 명에게 부당한 중징계 등의 만행을 저지르며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렸다. 따라서 김 사장 해임은 ‘사필귀정’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편, 김 씨의 해임으로 ‘MBC 정상화’의 첫 발을 내딛게 됐다며, 앞으로 남은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무엇보다 방송의 공정성·독립성을 담보하고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인물이 새로운 사장으로 임명돼야 하며, △공정성 회복 △해고자 복직 및 징계자 문제 해결 △지배구조 개선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고 공언해놓고, 방송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된 김문환 씨를 방문진 이사장으로 선임한 점, 정치적중립이 필요한 자리에 ‘친박계’ 이경재 전 의원을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내정하면서 차기 MBC 사장으로 ‘제2의 김재철’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 조중동, 김재철은 ‘희생양’…MBC 사태 원인은 노조 때문?

주요일간지는 27일 김 사장의 해임 사실에 대해 다뤘으나 내용면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은 김 사장 해임이 지난 3년간 MBC를 ‘만신창이’로 만들어놓은 데 대한 당연한 결과라며, 앞으로 공정방송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을 차기 사장으로 선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불어 한겨레신문은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한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의 자세 전환’, 경향신문은 ‘여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방송사 지배구조 개선’을 주문했다.
반면, 조중동은 MBC가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받지 못하고 위상이 추락된 원인을 노조 탓으로 돌리며 호도했다. 그리고는 김 사장을 노조와 대립하며 맞서다 ‘희생’된 양 감싸고 나섰다.

<공영방송 망친 주역 ‘눈물의 퇴장’>(한겨레, 1면)
<마지막 1표 예측불허…아슬아슬 5 대 4…고개떨군 김재철>(한겨레, 3면)
<김재철 3년 전횡에 ‘MBC 만신창이’>(한겨레, 3면)
< MBC 새 사장 누가 되나 촉각>(한겨레, 4면)
<“앞으로가 더 중요” 해고자·언론단체 ‘환영’>(한겨레, 4면)
<“말썽만 피우더니…” 새누리당도 해임 반겨>(한겨레, 4면)
<김재철 해임, 공정방송 향한 첫걸음 뗐다>(한겨레, 사설)

한겨레신문은 1면 <공영방송 망친 주역 ‘눈물의 퇴장’>에서 김 사장의 해임은 “22일 지역사 사장 등 임원진 인사를 방문진과 협의하지 않고 결정하는 등 이사회를 무시했다는 게 명목”이지만, “지난 해 제기된 각종 의혹, 대량 징계,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은 것 등에 대한 국회와 감사원의 고발을 비롯해 묵과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첩첩이 쌓인 게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또한 “김 사장의 고려대 선배로 그를 사장에 앉혀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역시 대학 동문인 김재우 전 방문진 이사장이 최근 논문 표절 때문에 사임한 것도 그를 더욱 고립시켰다”고 덧붙였다.
사설 <김재철 해임, 공정방송 향한 첫걸음 뗐다>에서는 “당장 후임 인선 과정에서부터 청와대의 외풍을 차단하고, 공정방송을 지켜낼 수 있는 인사를 뽑는 일이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동안 김 사장의 전횡에 의해 쌓여온 폐단을 말끔히 씻어내고 민주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공정방송의 토대를 굳건하게 세우는 일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방송의 공정성 보장을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정부의 자세 전환이 필수적”이라며, 미래창조과학부의 상당한 권한과 이경재 전 의원의 방통위장 내정으로 볼 때 “방송장악의 우려를 떨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더불어 “김 사장 해임 이후 공정방송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건 정치권의 몫”이고, 특히 “국회선진화법 개정 이후 막강한 거부권을 갖게 된 야당의 책임이 크다”며 야당에 공정방송 보장을 위한 역할을 주문했다. 

<김재철 MBC 사장 해임… 표결 5대4로 통과>(경향, 1면)
<결국 하차한 김재철… 인사전횡·장기파업 ‘임기 내내 시끌’>(경향, 4면)
<김재철, 고개 숙이며 “잘못했다… 기회달라”>(경향, 4면)
< MBC, 공정성·시청률 회복 시급… 노사 화합도 큰 숙제>(경향, 4면)
< MBC 사장에 ‘정권의 낙하산’은 더 이상 안된다>(경향, 사설)

경향신문은 4면 <결국 하차한 김재철… 인사전횡·장기파업 ‘임기 내내 시끌’>에서 김 사장 재임 3년간 △‘낙하산’ 시비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 축소·폐지로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비판 기능 축소 △7억 원 상당의 법인카드 유용과 배임 의혹 △MBC 지분 매각 논의 △파업참가자에 대한 대량 징계와 보복 인사 등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고 김 사장의 전횡을 지적했다.
사설 < MBC 사장에 ‘정권의 낙하산’은 더 이상 안된다>에서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정치권 입맛대로 낙하산 사장을 앉힌 결과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면서 “후임은 MBC 구성원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방송을 이해하고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로운 인사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방문진의 여야 추천 이사 구성비가 6 대 3으로 돼 있는 한 사장 인사를 둘러싼 정치적 논란은 불가피”하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방문진 이사 구성에 MBC 내부나 언론계 인사의 참여를 확대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장 인선이 정부 여당의 독주로 흐르지 않도록 각계각층이 참여하는 사장추천위를 구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사장 선임 때 방문진 이사 과반수 찬성이 아닌 3분의 2 이상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 가결>(조선, 1면)
<독단 행보, 인심 잃은 김재철… 與野 ‘해임’ 합심>(조선, 6면)
<새 MBC 사장은 勞使 극한 대립의 악순환 풀어가야>(조선, 사설)

조선일보는 사설 <새 MBC 사장은 勞使 극한 대립의 악순환 풀어가야>에서 “우리 공영방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이익에 앞장서는 ‘정권 방송’이라는 말을 들어왔다”며, “군사정권 때는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은 아예 정권과 노조가 한 몸이 되는 ‘정로(政勞) 일체 방송’이 됐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노무현 정부 때 공영방송이 “정권의 좌편향 이념에 맞춰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공격하고 흔들었”으며,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는 광우병 공황(恐慌)을 불러일으키며 학생·주부를 거리로 불러내 시위를 선동하는 방송으로 나라를 마비시켰다”고 호도했다. 이어 “노조는 정치색(色)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자기들 성향과 반대되는 정부가 들어서 사장이 바뀌면 인정하지 않고 결사 저항했고 새 사장은 노조와 전투를 벌이며 방송 내용을 또 다른 극단으로 몰고 가 공공성과 공익성이 흔들렸다”면서 “김재철 사장의 해임은 노사(勞使) 극한 대립의 악순환이 낳은 또 하나의 비극적 결말”이라며 마치 김 사장이 희생자인양 묘사했다. 하지만 MBC노조는 낙하산 김 사장의 공정성·제작독립성 침해에 맞서 파업을 벌인 것으로, 조선일보 주장은 선후관계도 잘못되었을 뿐더러 MBC노조 파업의 정당성을 호도했다.

<김재철 해임 … 방문진 여당 이사 2명 찬성 표>(중앙, 2면)
<후임 사장 선출, 정치권 진영싸움 재연 가능성>(중앙, 2면)
<김재철 해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계기로>(중앙, 사설)

중앙일보는 사설 <김재철 해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계기로>에서 “김 사장을 제물 삼아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나면 거대 지상파이자 명색이 공영방송인 MBC는 잘 굴러갈 것인가”하면 “전혀 아니다”라고 자문자답하면서, “MBC 파행에는 강성 노조의 책임이 크다”고 몰아갔다. 이어 2010년 파업과 작년 170여 일간의 파업을 언급하면서 “습관성 파업이 계속되니 정치파업이란 소리를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된 것”이라고 호도하고 나섰다. 하지만 MBC노조가 어떤 이유로 파업을 벌였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김재철 MBC사장 해임>(동아, 1면)
<與측 이사 2명도 해임 찬성… 朴心 담겼나>(동아, 6면)
<노사갈등… 징계 언론인 대책… MBC 앞날 ‘가시밭길’>(동아, 6면)
< MBC, 勞營방송도 官營방송도 안 된다>(동아, 사설)

동아일보는 6면<與측 이사 2명도 해임 찬성… 朴心 담겼나>에서 김 사장 해임 과정에서 야당 추천 이사 3명 외에 여권 추천 이사 2명도 해임 쪽에 손을 든 것에 대해 “새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며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를 부인했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직접 나서진 않았더라도 암묵적으로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고 전했다.
사설 < MBC, 勞營방송도 官營방송도 안 된다>에서는 “김 사장이 방문진과 사전 협의 없이 계열사 임원 내정자를 발표해 방문진의 임원 선임권을 침해했다”는 등의 이유로 김 사장이 해임됐는데, “김 사장의 위반 사항이 1988년 방문진 설립 이후 첫 사장 해임 결정을 내릴 만큼 중대한지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보다는 야당 및 MBC 노동조합의 끈질긴 김 사장 퇴진 요구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기준으로 한 ‘공공기관 인사 물갈이’론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을 실었다. 이어 사설은 “MBC의 위상을 결정적으로 추락시킨 것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와 관련해 왜곡 보도를 한 ‘PD수첩’과 같은 프로그램”이라고 호도하고 나섰다. 그리고는 “MBC는 노조가 방송사 운영을 사실상 주도하는 노영(勞營)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았는데, “김 사장이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점은 인정할 만하다”며 김 사장의 ‘노조흔들기’를 공으로 치켜세웠다.
 

■ 방송3사 MBC 김재철 사장 해임 ‘축소’·‘누락’
- ‘메인뉴스 사유화’로 ‘김재철 사수’하던 MBC ‘침묵’

방송3사는 방문진의 MBC 김재철 사장 해임안 가결과 관련해 거의 ‘침묵’ 수준의 보도행태를 보였다. 26일 KBS는 보도 후반 간추린 단신 3번째 꼭지로 “방문진에서 찬성 5, 반대 4로 MBC사장 해임안을 가결했다”고 짤막하게 언급했다. SBS도 24번째 꼭지에서 “9명 이사 가운데 5대 4의 찬성으로 김재철 MBC 사장을 해임하기로 의결”했다고 단신 보도했는데, 해임 사유에 대해서는 “김 사장이 지난 22일 방문진과 사전협의 없이 계열사 임원 인사를 내정해서 방문진의 임원 선임권을 침해했다”고 짧게 덧붙인 데 그쳤다. 그마저도 당사자인 MBC는 김 씨의 해임 소식에 대해 일언반구 없었다.

김 씨가 재임 3년간 국민의 자산인 MBC에 끼친 패악을 생각하면, 방송3사의 ‘침묵’식 보도행태는 쉬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소위 MB 정권의 ‘낙하산’으로 투하된 김 씨는 < PD 수첩> 등 정권 비판적 프로그램을 축소·폐지시키고 구성원의 ‘언론 자유’와 독립성을 침해하는 등 공영방송 MBC를 망가뜨렸다. 뿐만 아니라 총선과 대선기간 ‘여당 후보 띄우기·야당 후보 죽이기’에 올인하며 시민사회로부터 “MBC를 선거운동원으로 전락시켰다”는 지탄을 받게 한 장본이다. 개인적으로도 횡령·배임·지인 특혜 등 각종 도덕적 하자를 드러내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그러나 방송3사는 김 씨 해임과 관련해 보도를 축소·누락시켰을 뿐 아니라, 김 씨의 해임 사유에 대해서도 “방문진 임원 선임권 침해”만을 언급했을 뿐 ‘공영방송 위상 추락’에 대한 책임은 침묵했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MBC의 ‘침묵’이다. 그간 MBC는 자사 메인보도 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를 통해 막장 수준의 편파·왜곡 보도를 내보내며, 공영방송 MBC 사수를 위해 파업에 돌입한 노조를 음해하거나, 파업의 정당성을 지지하는 정치권 인사들에 대해 무차별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일명 ‘권재홍 보도본부장 허리우드’사건으로 불리는 2012년 5월 17일자 <뉴스데스크>의 권재홍 앵커 부상 보도는 노조 측이 권 앵커와 노조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없었다는 증거를 제출하며 대표적인 허위·날조 보도 사례로 낙인 찍혔다.

MBC는 정치권의 입장마저도 사측의 입맛에 맞게 편집하며 ‘김재철 사장 지키기’에 <뉴스데스크>를 적극 활용했다.
앞선 2012년 5월 9일자 보도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김재철 사장 면담 요청’을 한 것을 두고 “MBC에 민주통합당 의원과 당선자 9명이 무작정 찾아와 사장 면담을 요구하며 사장실 난입을 시도했다”며 마치 야당 의원들이 국회의원 신분을 앞세워 무례한 행동을 한 것처럼 왜곡하고 나섰다. 그러나 파업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국민의 대표’로서 이를 해결하고자 방문한 국회의원과 당선자들을 ‘무뢰배’로 낙인찍은 것도 모자라, 이들을 문전박대한 김재철 사장의 안하무인에 대해서는 함구한 전형적인 편파·왜곡 보도였다. 또한 MBC는 <뉴스데스크>를 통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MBC 청문회 추진을 비난했다. 대선기간에는 MBC노조를 방문한 안철수 후보가 ‘김재철 사장 해임’을 공약하자 “사장인사개입”이라며 비난하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반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불법·정치 파업’ 운운하며 언론사 파업문제에 대한 “정치권 개입”을 반대하는 주장을 내비쳤을 때에는 이를 주요하게 띄우며, 편파적인 보도행태를 보이기도 했다(2012년 5월 20일자 방송3사 저녁종합뉴스 참조).

이같은 ‘메인뉴스 사유화’ 행태로 시민사회로부터 지탄을 받았음에도 MBC는 일말의 반성은커녕 오히려 ‘불법파업으로 방송을 차질이 있다’는 자막을 반복적으로 뉴스 말미에 내보내며 파업 ‘흠집내기’에만 열을 올렸다. 노조의 파업 복귀 이후, 김 씨는 파업에 참여한 구성원들에 대한 보복성 해고와 징계로 양심적 언론인들의 현장 복귀를 방해했으며, 결과적으로 신뢰도 1위를 자랑하던 MBC <뉴스데스크>를 신뢰도 ‘꼴찌’로 추락시켰다.

김재철 사장 해임 사유는 국민의 자산인 MBC를 정권의 호위병으로 전락시킨 것도 모자라, 자신의 이해를 강변하는 도구로 ‘사유화’하는 등 공영방송의 위상을 추락시킨 데 있다.
그럼에도 방송3사가 ‘침묵’ 수준의 보도를 내놓은 것은 ‘정권의 언론장악’의 표상이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의 시발점으로서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할 김 씨의 죄상을 덮으려는 수순이자, ‘제2의 김재철’의 출현 가능성을 묵인하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끝>
 
 
2013년 3월 2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