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방송 모니터_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B면 배치’ ‘오너 걱정’에 미보도까지
등록 2018.03.07 10:36
조회 589

5일 금융감독원의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태스크포스(TF)’는 1993년 8월 12일 실명제 시행 전에 개설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 자산을 검사한 결과, 금융실명제 시행일 당시 가치로 27개 계좌, 61억8천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현재 가치로 평가하면 2천369억 원에 달하지만 이 회장에게 부과될 과징금은 31억 원 가량에 불과합니다. 현행 금융실명법은 금융실명제 시행(1993년 8월 기준) 이전에 개설된 차명계좌에 한해 50%까지, 당시 가치를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같은 날 금융위원회는 금융실명제 시행 후 개설된 탈법 목적의 차명계좌에 대해서도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금융실명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뒤늦게 이런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서 지난 25년간 이어져 온 금융·과세 당국의 직무유기 행태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렇다면 ‘삼성이 썩 반기지 않을 것 같은’ 이 소식을 우리 언론은 어떻게 다루었을까요? 4일 MBC에 의해 새로운 삼성-언론 유착 문자 내역이 공개되면서 “삼성이 대한민국 언론의 데스크”라는 논란이 재차 불거지고 있으니 조금은 다른 모습을 보였을까요? 7개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와 6개 종합일간지의 지면 보도 양상을 살펴보았습니다.

 

 

방송 미보도는 JTBC, TV조선, 채널A 
7개 방송사 중 5일 관련 보도를 내놓지 않은 곳은 JTBC, TV조선, 채널A입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보도건수

1

2

2

0

0

0

1

보도순서

11

17·18

6·7

-

-

-

26

△7개 방송사 이건희 차명계좌 관련 금융당국 발표 보도 양상(3/5)©민주언론시민연합

 

 

금융당국 봐주기 행태 지적한 MBC·SBS 
먼저 보도를 내놓은 지상파 3사와 MBN을 비교해보면, 각 2건씩 보도한 MBC와 SBS가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양사는 ‘2008년 특검 수사에서 드러난 이건희 차명계좌 규모’와 ‘삼성 주식의 지금 가치’를 언급하며 이번에 부과된 과징금의 액수가 너무 적고, 그 원인이 금융당국의 ‘봐주기성 태도’에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특히 MBC는 <2주 만에 찾은 차명계좌 25년간 무대응>(3/5 https://goo.gl/4thRFC)에서 금융당국이 “이번 검사 외에 다른 어떤 차명계좌도 파악한 적이 없고 과징금을 부과한 적도 단 한 번도 없”다고 지적했고요. 이번 금융실명법 개정에 대해 전하면서도 “(금융감독원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추가 부과하느냐, 얼마나 부과하느냐는 질문엔 끝내 답변을 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했습니다. 


같은 날 SBS는 <안된다더니…“법 고쳐 과징금 더 걷을 것”>(3/5 https://goo.gl/v3bT76)에서 “그동안 관련 법 규정을 근거로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던 금융당국은 뒤늦게 전체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며 “금융당국의 자세가 바뀌기는 했지만, 소급적용 할 수 있을지와 과징금 산정 기준을 둘러싼 논란은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라 전했습니다. 

 

 

KBS는 사실관계 나열하다 ‘법 소급 적용은 쉽지 않을 것’ 언급만
KBS는 <차명계좌에 61억 원…과징금은 30억>(3/5 https://goo.gl/9PsvhR)보도 1건만 내놨는데요. 보도에는 과징금 액수나 금융당국의 행태에 대한 비판이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실제 부과된 과징금 액수에 대해서는 “이 회장이 내야 할 과징금은 확인된 잔고의 50%입니다. 당시 잔고는 현재 가치로는 2천3백억 원이 넘지만, 당시 액수가 기준이어서 과징금은 30억 원 정돕니다. 천4백 개가 넘는 이 회장의 나머지 차명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닙니다. 금융실명제 시행 뒤에 만들어져 관련 세금만 내면 되기 때문입니다”라고 건조하게 설명하고 있을 뿐이고요.

 

금융위의 금융실명법 개정 추진과 관련해서는 “하지만 법 소급 적용은 쉽지 않아 이 회장의 나머지 차명계좌가 과징금 부과 대상이 될 지는 미지숩니다”라는 정도의 코멘트를 덧붙여 놓고 있을 뿐입니다. 

 

 

MBN은 비판은커녕 차명계좌 잔고 현재 가치 언급도 없어
MBN은 부족한 정도가 아니라 문제 보도라 할 만한 수준의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MBN도 KBS처럼 <차명계좌 62억>(3/5 https://goo.gl/vWFp3g) 1건만 보도했는데요. 보도에는 과징금 액수나 금융당국 행태에 대한 비판은커녕, 이번에 확인된 당시 잔고의 ‘현재 가치’가 얼마인지에 대한 언급조차 없습니다.

 

“법제처가 과징금 부과 대상으로 해석한 이건희 삼성 회장의 차명계좌는 27개. 1993년 8월 12일 금융실명제 이전에 개설된 계좌들로 관건은 과징금 부과 기준인 실명제 시행 당일의 잔고가 얼마냐는 것”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과징금은 잔고의 50%인 30억 9천만 원이 될 전망”이라는 수준의 언급만을 내놓고 있을 뿐입니다.

 

삼성은 30억 원이 넘는 과징금을 내게 되었고, 금융당국은 과징금을 부과했을 뿐 아니라 그 절차가 ‘조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나름 아름다운 풍경’만 비추고 있는 꼴입니다. 

 

덧붙여 MBN은 해당 보도를 26번째 순서로 소개 했는데요. 같은 날 “친구가 로또 2등에 당첨됐다고 복권을 보여주자 그 자리에서 복권을 훔쳐간 친구가 붙잡혔”다는 내용을 담은 <로또에 찢어진 우정…복권도 휴지 될 뻔>(3/5) 보도는 20번째로, 한국당의 여론조사 기관 불신 캠페인 양상을 전한 <여론조사 조작 ‘내홍’>(3/5)은 19번째로 전했습니다.  

 

 

JTBC․TV조선․채널A, 조금 다른 ‘미보도’ 양상
JTBC․TV조선․채널A는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TF’의 발표를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JTBC를 TV조선, 채널A와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우선 JTBC는 다음날인 6일 <팩트체크/이건희 회장 ‘차명계좌’>(3/6 https://goo.gl/G8QmYt)를 통해 금융당국의 무리한 유권해석 실태를 조목조목 짚은 반면 채널A와 TV조선은 여전히 침묵을 유지했습니다.

 

채널A와 TV조선의 침묵은 이번만의 일도 아닙니다. 

 

채널A는 지난해 10월, 저녁종합뉴스가 아닌 뉴스A LIVE <333 뉴스>(2017/10/30 https://goo.gl/UVdD6f)에서 보도 말미 “이건희 회장이 최소 1천억 원에 달하는 이자와 배당소득세를 추가로 내야 할 것 같습니다. 금융위원회가 9년 전 4조 5천억 원에 달하는 이 회장의 차명 계좌에 대해 세금을 물리기로 했습니다”라고 언급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금 현재까지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 문제를 언급하고 있지 않습니다. 


TV조선 역시 올 들어서는 차명계좌 이슈에 대해 침묵을 이어왔는데요. 안희정 충남지사 이슈로 떠들썩해진 6일 오전이 되어서야 뉴스퍼레이드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31억 원>(3/6 https://goo.gl/CqS2R8)으로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 소식을 간신히 전한 정도입니다.

 

여기에서도 “과거 행위에 대해 새로 법을 만들어 처벌할 수 없다는 불소급 원칙”을 강조하고 있을 뿐,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 행태에 대한 지적은 없습니다. 


반면 JTBC는 박용진 의원이 의혹을 최초로 제기한 지난해 10월 16일부터 지금까지 관련 이슈를 비교적 성실하게 전달해 왔습니다. (민언련 관련 보고서 링크 : https://goo.gl/aN1iQs)

 

2월 8일 경찰이 2008년 삼성특검 당시 확인되지 않았던 삼성의 4천억 원대 차명계좌를 확인해 이건희 회장을 피의자로 입건했을 당시에는 ‘아직 남은 의혹’이 있음에도 삼성의 차명계좌 관련 공소시효 문제로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12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최근 금융감독원이 차명계좌 전수조사를 벌인 결과 지난 2008년 특검 때 드러난 차명계좌 1100여 개 이외에 32개를 추가로 발견했다는 점을 전했습니다. 

 

 

신문은 모두 보도했지만, 경제섹션인 B면에 배치한 조선‧중앙

 

신문은 ‘이건희 차명계좌 확인 TF’의 발표를 모두 보도했지만, 배치와 제목달기 등 편집에서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경향

동아

조선

중앙

한겨레

한국

보도건수

2

1

2

1

3

2

보도지면

21,31(사설)

8

B2(경제면)

B7(경제면)

1, 5, 27(사설)

18. 31(사설)

△6개 신문사 이건희 차명계좌 관련 금융당국 발표 보도 양상(3/6)©민주언론시민연합

 

우선 6개 일간지 중 한겨레만이 이 사안을 1면에 배치하여 전했으며, 사설을 포함해 3건의 관련 보도를 내놓았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는 각각 경제면에 관련 보도를 배치하고 관련 사설을 추가로 내놓았습니다.

 

동아일보는 종합면인 8면 하단에 해당 기사를 배치하고 사설은 내놓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였는데요. 이 두 신문사는 관련 보도를 사설 이후의 지면, 이른바 별도 경제 섹션인 ‘B면’에 배치했습니다. 

 

 

‘이건희’ 이름 제목에서 빼놓은 중앙․한국
차이점은 보도 제목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중앙일보는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도 과징금”>로, 한국일보는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에도 과징금 추진>과 <사설/탈법 목적 차명계좌 규제, 늦었지만 당연하다>로 관련 기사 및 사설 제목에 ‘이건희’ 이름을 넣지 않았습니다. 금융위의 법 개정 추진 자체가 이건희 차명계좌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된 것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태도입니다.

 

반면 다른 4개 신문사는 관련 보도 제목에 모두 ‘이건희’와 ‘차명계좌’라는 키워드를 함께 사용했습니다.

 

경향

<금감원, 금융실명제 이전 ‘이건희 차명계좌’ 62억 확인>

<사설/이건희 차명재산 또 발견, 재벌 불법 감시 손 놓았나>

동아

<이건희 회장 27개 차명계좌에 31억 과징금>

조선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왜 30억뿐?>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도 과징금 추진 금융위, 소급 적용 위해 법개정 나섰나>

중앙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도 과징금”>

한겨레

<이건희 2조 차명계좌에 결국 ‘푼돈 과징금’>

<실명제법 공백 20년 방치…이건희 수조원 은닉재산에 탈출구>

<사설/‘이건희 차명계좌’ 뒤늦게 과징금 물리는 금감원>

한국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에도 과징금 추진>

<사설/탈법 목적 차명계좌 규제, 늦었지만 당연하다>

△6개 신문사 이건희 차명계좌 관련 금융당국 발표 보도 제목 비교(3/6)©민주언론시민연합

 

물론 앞서 언급한 방송 4사 역시 똑같이 관련 보도 제목에 ‘이건희’라는 키워드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방송 보도의 경우 4사 모두 첫 화면에 이건희 회장의 이미지를 사용하고, 온라인 송고용 제목에 ‘이건희’라는 키워드를 포함시켰습니다.

 

반면 중앙일보와 한국일보는 지면에 이건희 회장의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온라인 송고용 기사 제목에도 역시 ‘이건희’ 키워드를 넣지 않았습니다. 

 

K-016-horz.jpg

△지면과 마찬가지로 ‘이건희 차명계좌’ 언급 보도 제목에 
‘이건희’ 언급을 하지 않은 중앙일보와 한국일보(3/5)  

 


조선은 헌법 들먹이며 ‘삼성 표적 법 개정 성토’
과징금 액수나 금융당국의 부실감독 행태는 한겨레가 가장 적극적으로 지적했으며,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도 정도의 차는 있으나 이 문제를 언급은 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수준의 기사를 내놓는데 그쳤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먼저 머릿기사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과징금 왜 30억뿐?>(3/6 https://goo.gl/Wkgkik)의 본문 내 소제목 중 하나는 <과징금 액수 적은 이유는 주가 탓>인데요. 이 단락에서는 금감원 관계자의 “예전에는 낮았던 주가가 시간이 흐르며 급격히 높아진 탓”이라는 태만한 설명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반면 전후로 ‘적은 과징금’에 대한 비판이나 ‘금융실명법’에 대한 비판은 없습니다. 즉 MBC와 SBS, 한겨레가 턱없이 적은 과징금 액수를 지적하기 위해 주가를 언급한 것과는 달리 조선일보는 ‘낮은 과징금 액수를 합리화하고자’ 주가를 언급한 셈입니다.  

 

금융위의 금융실병제 제도 개선 추진 방향을 소개한 조선일보 <실명제 이후 차명계좌도 과징금 추진 금융위, 소급 적용 위해 법개정 나섰나>(3/6 https://goo.gl/wf66zk)에서는 “정부가 특정 대기업 오너를 표적으로 하는 소급 입법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소개하고 있기도 합니다.

 

익명의 기업 전문인 한 변호사의 “특정인만 대상으로 하는 법률은 헌법상 평등권 침해가 될 수 있다”는 멘트와 함께요. 금융당국의 부실 감독에 대한 지적이나 현행 금융실명법의 허점. 삼성의 차명계좌 조성에 대한 비판 대신 헌법을 들먹이며 ‘대기업 오너 걱정’을 한 겁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018년 3월 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80307_80.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