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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는 과거와 완전히 결별했을까
등록 2019.05.09 17:39
조회 3183

연합뉴스는 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높은 언론 중 하나입니다. 언론사 대다수가 연합뉴스 기사를 구매해서 참고하고 사용합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그리고 일부 사기업도 연합뉴스와 계약을 맺고 기사를 직접 받습니다. 연합뉴스의 정보력이 상당하기 때문인데요. 연합뉴스는 국내 최대 규모로 기자·특파원을 두고 매일 가장 많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 기반에는 공적기능비용 순보전액 90%, 정부기관의 뉴스이용료 10%로 구성되어 매년 주어지는 300억원대 정부구독료가 있습니다.

 

바로 그 연합뉴스가 여론의 비판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연합뉴스에 국민혈세로 지급하는 연 300억원의 재정보조금 제도의 전면 폐지를 청원합니다.> 청원이 오른 것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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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만명 넘게 참여한 연합뉴스 국가보조금 폐지 청원(5/4)

 

작성자는 “국가기간뉴스통신사로서 공정하고 정의로운 뉴스 전달이라는 역할 수행을 명백하게 실패한 연합뉴스라는 언론사에게만 국민혈세인 세금으로 매년 300억원이라는 재정지원을 한다는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 “자유경쟁을 통한 언론계의 보다 공정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 오직 연합뉴스에게만 해마다 지급되는 파격적인 금액의 국가보조금 제도 전면폐지를 청원”한다고 밝혔습니다. 5월 4일 마감된 청원에는 364,920명의 시민들이 참여해 답변 대기 중입니다.

 

연합뉴스 기자들은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청원 내용에서 주로 언급되는 것은 연합뉴스 자회사인 연합뉴스TV의 실책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연합뉴스 역시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나쁜 보도를 쏟아낸 전적이 있습니다. 실제로 연합뉴스 혁신위원회가 2018년에 만든 <연합뉴스 과거사 백서>로 정리한 바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연합뉴스가 보수정권 시절 내놓았던 나쁜 보도들을 소급해서 읽어보고, 지금 보더라도 낯부끄러운 기사들 몇가지를 추렸습니다. 이들 보도들은 대부분 정권의 ‘주문’을 받아 쓴 게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의 기사들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대부분 지금도 연합뉴스에서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이에 민언련은 연합뉴스의 대표적 '문제적 기사'를 추리고, 해당 기자의 최근 보도를 모니터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기자 개인을 표적화하여 비판하는 것이 아닙니다. 변화를 추진하는 연합뉴스가 자신들의 과거사를 정리한 뒤 이에 대해 반성과 성찰이 있었는지, 현재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사를 쓰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연합뉴스 과거사 반성과 적폐청산의 일종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민언련은 기존의 보고서와는 달리 모니터 보고서에서 기자명을 ‘임ㅇㅇ 기자’와 같은 형식으로 표기했습니다. 더불어 이들 기자들의 현재 보도는 크게 문제가 있지 않았기에, 기존 '문제 보도' 중심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더러 ‘강제동원 피해자보다 지원금 많다’

박근혜 정부였던 2015년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가 있었습니다. 당사자 목소리가 배제된 합의라며 한동안 반대여론이 거셌었죠. 합의 석 달 후 3·1절을 맞아 또다시 위안부 합의 반대집회가 도심 곳곳에서 열렸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을 다룬 영화 <귀향>이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죠.

 

이 시점에 연합뉴스에서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기사가 나옵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평균 90세...생활자금·치료비 지원>(2016/3/11, 임ㅇㅇ·권ㅇㅇ 기자)가 바로 그것인데요. 생존 할머니들의 근황을 전하는 듯 하더니 기사 후반부에 뜬금없이 할머니들이 받는 각종 ‘사과금’과 지원금을 분석했습니다. 다음은 기사 내용 중 문제부분을 발췌했습니다.

 

다만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에 등록한 피해자중 61명이 기금을 수령했다는게 일본측 주장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당시 공개적으로 기금을 받은 분은 7명이며, 나머지 54명의 경우 일본측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수령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고 말하고 있다(중략)

 

지원금은 1993년 생활안정지원금 매월 15만원, 신규 등록자 특별지원금 1회 500만원으로 시작했다. 특별지원금은 1998년 4천300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당시 이미 500만원을 받은 피해자에게는 차액이 지급됐다. 또 2001년부터 지원을 시작한 연간 치료비는 그해 9천300만원에서 지난해의 경우 2억8천500만원이 지출됐다. 또 2006년부터 지급한 간병비는 그해 1억6천700만원이 지출된 것을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3억원이 지출됐다.

 

현재 기준으로 등록 피해자는 매달 생활안정지원금 126만원, 간병비 105만5천원(평균치), 연간 치료비 454만3천원(평균치)을 받는다. 틀니, 집 개·보수, 이불 등도 지원된다는게 여가부측 설명이다.

 

경기도는 광주 나눔의 집에 거주하는 할머니 등 도내 12명의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생활안정자금으로 월 60만원을 지원해 왔고, 올해 부터는 70만원으로 늘렸다.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들도 액수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지원을 하고 있다(중략)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은 상대적으로 일제 강점기 시절 군인, 노무동원 등 강제동원됐던 다른 피해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것으로 평가된다.

 

요약하면 위안부 할머니 중 상당수가 아시아여성기금 등 일본 측에서 내놓은 돈을 이미 받았고, 지금도 정부로부터 다른 전쟁 피해자보다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할머니들이 받는 지원금이 부족하지는 않은지 분석했다기엔 지원금이 크게 증가해왔다는 지점에만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치 ‘이렇게 세금이 많이 투입된다’는 점을 보여주려는 듯합니다. 몇몇 보수단체와 언론이 5·18과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뒤집어씌운 바 있는 ‘세금도둑 프레임’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까지 씌우려 한 것은 아닌지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세월호를 비판할 때 천안함 사건을 끌어와 비교했듯 평소 관심도 없던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소환’한 것까지 판박이입니다.

 

거듭 말하건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원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입니다. 진정성은 일본군 성노예 사건을 일본 대표 정치인이 나서서 사과하고 역사교과서에 명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명해야 합니다. ‘돈 받았으면 됐지’라는 식으로 누가 대신 나서서 말할 일이 아닙니다.

 

연합뉴스가 자성 목적으로 작년에 발간한 <과거사 백서>에서는 이 기사에 대해 “작성 기사가 데스킹 과정에서 수정됐다. 작성 기사는 1천400자 정도의 분량이었지만 송고된 기사는 3천700자가 넘었다”고 밝혔습니다. 윗선이 개입으로 문제 부분이 추가되었음을 암시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결국 ‘바이라인’은 기사를 작성한 기자 본인의 것입니다. ‘위에서 시켜서 쓴 기사’라도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이 기사를 작성한 임 모 기자는 2019년 5월 현재 연합뉴스 사회부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권 모 기자의 기사는 작년인 2018년 10월을 마지막으로 검색되지 않고 있습니다.

 

대통령에게 막말했다며 ‘네티즌들 인식 충분치 않다’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 1년이 지났을 무렵 이야기입니다. 2015년 6월 22일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박근혜 대통령을 상대로 “청와대를 압수수색해 마약을 하고 있었는지 아닌지 확인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경찰이 416연대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데 따른 반발이었습니다. 공권력을 감시해야 할 기자라면 개인이 한 막말보다 압수수색이 편향되게 이뤄진 것은 아닌지에 먼저 관심을 가졌어야 합니다. 하지만 연합뉴스의 기사 초점은 일개 시민운동가의 입을 향합니다. <대통령에 ‘막말’··· 표현의 자유 범위와 책임 논란(종합)>(2015/6/23 윤ㅇㅇ 기자)는 “비이성적인 극언이 확산한 것을 계기로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고 기사의 시작을 열어젖힙니다. 내용을 더 살펴보겠습니다.

 

그러나 시민으로서 자유롭게 의혹을 제기할 권리를 누리는 만큼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지 말도록 헌법은 규정하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는 무한대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서 22일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기자회견에서 나온 막말은 표현의 자유를 남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중략)

 

이런 의혹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개인적으로 제기하는 행위 역시 시민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오늘날 사회는 개인 의견이 많은 사람에게 전파돼 공적 효과를 낼 수 있는 기술적 여건이 갖춰진 상태"라며 "우리가 남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SNS에 의견을 남길 때는 자신이 공적 존재임을 생각해야 하는데 아직 시민은 그런 인식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나아가 시민들을 비판합니다. 각 개인이 “공적 지위에 있음을 인식해야”라는 겁니다. 한 교수의 말을 빌려 “아직 시민들은 그런 인식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중의 인식 수준을 탓하기도 합니다. SNS에서 의혹을 제기할 때도 선을 넘지 않게 조심하라는 식의 뉘앙스까지 등장합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2014년 9월 16일 국무회의 중 박근혜 전 대통령 발언)”는 박 전 대통령의 문제의식이 그대로 투영된 기사였습니다. 박래군씨의 발언으로 시작한 기사였습니다만 어쩐 일인지 SNS상에서 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네티즌들을 ‘저격’하는 것으로 끝맺었습니다.

 

위 기사를 작성한 윤 모 기자는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 36m 높이의 국기게양대가 준공됐다는 기사 <박정희 대통령 기념관에 36m 국기게양대 준공>(2015/7/29 윤ㅇㅇ 기자) 를 쓰기도 했습니다. 윤 기자는 2019년 5월 현재 산업부에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트위터 글 몇 개 모아서 ‘박근혜 대통령 잘 하고 있다’

위 사례에서는 SNS 여론을 비난했지만, 필요할 땐 취사선택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연합뉴스는 이전 박노황 사장 때 <SNS여론>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SNS에 나타난 여론 흐름을 소개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지만 여론을 왜곡하기에도 딱 좋은 포맷이었습니다.

 

2015년 국회가 대통령령에 수정 요구를 할 수 있게 한 국회법 개정안을 놓고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박근혜 대통령이 맞붙었습니다. 연합뉴스는 해당 사건에 대한 SNS 여론을 모아서 기사를 썼는데, 다음과 같은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SNS여론>朴대통령 국회법 거부권 시사에 '지지' 우세>(2015/6/1 김ㅇㅇ 기자)입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1일 국회가 시행령 등 정부의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개정 국회법에 대해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인터넷에서는 "환영·지지한다"는 반응이 우세했다.

 

아이디 'jiny78'는 트위터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는 모처럼의 용기 있고 옳은 선택입니다. 행정부를 국회의 시녀로 만드는 것은 민주주의를 인민주의로 치환하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환영했다.

 

트위터리안 'hanys0278'도 "대통령은 당연히 국회법 거부해야 한다. 도대체 대한민국은 삼권분립 안 되고 거대한 국회만 있는가? 박근혜 대통령님 국회법 거부하십시요"라고 지지의 뜻을 밝혔다(중략)

 

반면 국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반대하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트위터에서 'faezzt'는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으름장은 행정독재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썼고, 'withsantana'는 "대통령의 거부권 시사 발언은 국회의 입법행위 위에서 군림하려는 행정부의 입법행위"라고 지적했다.

 

기사에 인용된 SNS 여론은 9개입니다. 연합뉴스는 박 대통령의 거부권행사 찬성에 6개, 반대에 3개를 배치하고는 찬성 반응이 우세했고 반대 의견도 일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SNS 여론을 어떻게 모았는지 모르겠으나, 여론조사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머니투데이 정치전문매체 <The 300>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는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여론이 47.7%로 반대 26.4%보다 월등히 높았습니다. 대통령 거부권에 대한 조사에서도 부정여론이 44.8%로 긍정 33.4%를 앞섰습니다. 어떻게 봐도 여론은 박 전 대통령의 편이 아니었던 겁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SNS여론에서는 거부권 행사에 찬성하는 여론이 우세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어떤 지시에 따라 기사를 쓰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 실제로 <과거사 백서>에 따르면 한 취재기자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는 “예를 들어 실제 SNS 의견은 9대 1이어도 5대 5로 하거나 1의 의견을 앞에 내세우라는 것이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수천 개 중 몇 개 의견을 찾아 팽팽한 여론인 것처럼 기사화하기도 하고 없는 의견을 제목으로 달라고 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언론들이 SNS 여론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합니다. 기발하거나 재치 있는 댓글을 읽어주는 정도에 그친다면 모를까, 이를 근거로 어떤 여론이 우세했다는 식으로 결론내리지는 않아야 합니다. 여론을 왜곡하기 좋은 <SNS여론> 같은 형식의 기사는 최대한 지양돼야 합니다.

 

해당 기사를 작성한 김 모 기자는 현재 연합뉴스 지역 본부장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개요>

조사대상: 전국 19세 이상

조사기간: 2015년 6월 17일~18일

표본 수: 최종응답 1000명

응답률: 6.0%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표집방법: 유무선 50%씩, 전화 임의걸기(RDD) 방식

 

찬반격론 제쳐두고 ‘국정화 교과서 잘 추진하자’

박근혜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확정한 2015년 10월,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이에 연합뉴스는 각각 15편, 9편에 달하는 대규모 기획 두 개를 시작합니다. <바른 역사교육>시리즈와 <역사교과서 제언>이 그것입니다.

 

하지만 기사의 초점은 국정교과서를 추진할 것인가, 말 것인가에 있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찬반 논란이 치열했고 전반적인 여론은 사실 국정화 반대로 더 기울어있었습니다. 2015년 10월 22일 발표한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은 41.7%, 반대는 52.7%였습니다. 그럼에도 연합뉴스 기획기사는 반대여론을 무시하고 당시 한국사 교육이 편향적이며 국정교과서가 필요하다는 전제를 기정사실화했습니다. 다음은 해당 기획기사 편집자가 각 기사 문두에 밝힌 기획의도입니다.

 

*<바른 역사교육> 기획의도

<※ 편집자주 = 역사교과서 개편을 둘러싼 보수·진보 진영간 한치 양보없는 대립국면이 장기화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이견이 있을 수 없으나 그 방식을 둘러싸고 입장차가 극명하기 때문입니다.

 

자라나는 세대의 건강하고 편견없는 역사관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보·혁간 논쟁도 이런 원칙과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연합뉴스는 '교과서 논란'의 원인과 편향성 시비, 제도적 미비점 등을 분석하고

전문가들의 대안 제시. 외국의 사례 분석 등을 통해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합니다>

 

*<역사교과서 제언> 기획의도

<※ 편집자주 = 정부가 학교별로 다른 중·고교 역사교과서를 단일화하기로 했습니다. 국사편찬위원회는 명망있고 실력있는 명예교수는 물론 노장청을 아우르는 집필진을 구성하기로 했습니다. 정권 교체와 무관하게 사회 갈등을 최소화하고 지속가능한 교과서를 만들려면 집필진 못지않게 교과 내용이 중요합니다. 정부가 표방한 '올바른 역사교과서'는 편향성 시비를 없애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내용을 담아야 합니다. 연합뉴스는 새 교과서 출간에 필요한 각계 지혜를 모으고자 전문가 제언을 들어봤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기획기사는 국정화 반대론자들의 목소리를 거의 싣지 않았습니다.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한 이영훈 교수를 비롯해 뉴라이트 인사들이 대거 섭외된 것도 충격적인 대목입니다. 여기에 대해선 미디어오늘 <“바른 역사교육? 연합뉴스 보고 당황스러웠다”>(2015/11/12 문형구 기자)이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과거사 백서>에 따르면, 이 기사에 대해 당시 일선 취재기자였던 A씨는 “기획은 지시 단계에서부터 ‘민중사관’, ‘역사권력’ 등 편향적으로 비칠 수 있는 단어가 주제어로 제시돼 불공정하다고 판단했다”고 나와 있습니다. 다른 취재기자 B씨는 “당시에는 기자의 생각이 다르더라도 별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기획기사 작성 당시 정부측 고위관료가 편집국장직무대행 사무실을 들락거리기도 했다는 사실까지 백서에 나와있습니다.

 

문제의 기획기사에 바이라인을 올린 16명의 기자 중 13명은 2019년 5월인 지금 연합뉴스 내 각 부서에서 취재 및 기사작성을 이어가고 있음이 확인됐습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 개요>

조사대상: 전국 19세 이상

조사기간: 2015년 10월 20일

표본 수: 최종응답 1000명

응답률: 5.7%

표본오차: 95%신뢰수준±3.1%p

표집방법: 유무선 50%씩, 전화 임의걸기(RDD) 방식

 

국민 신뢰를 위해서는 과거와 결별해야

기자가 이해관계에 따라 논조를 바꾸면 권력을 견제할 수 없습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받은 지원금을 분석했던 기자는 지금 바뀐 정권 아래서 임시정부 100주년 기념기사를 쓰고 세월호 추모열기를 전하는 기사를 쓰고 있었습니다.

 

개과천선이라면 환영할 일이지만 단순히 바람이 부는 방향대로 눕는 풀처럼 기사를 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그래도 공영언론의 기자라면 직장인보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더 진하게 갖고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언론사 차원에서 인적청산 작업이 충실히 이뤄졌는지도 돌아봐야 할 일입니다. 이전 권위주의 정부 때 정권과 유착한 정황이 드러난 KBS와 MBC 기자들은 해임되거나 비제작부서에 발령됐습니다. 저널리즘을 소명 아닌 돈벌이나 출세의 수단으로 대하는 기자들을 업무에서 배제시킨 것으로, 자율성과 독립성을 재고하기 위한 인적청산이었습니다. 이는 현재 두 언론이 보이는 뚜렷한 성과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J>가 백상예술대상을 수상했고, MBC는 비리유치원 명단을 공개하고 ‘버닝썬 게이트’를 열어젖혔습니다. 각 기자들이 돈과 권력의 눈치를 봤다면 나올 수 없는 비평이고 보도였습니다.

 

양대 공영방송의 변신에 시민들도 호응하는 한편, 연합뉴스는 36만명이 서명한 정부구독료 폐지 청원을 마주해야 했습니다. 어떤 차이가 지금의 결과를 초래했는지 연합뉴스 노사가 아프게 돌아봐야 할 부분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연합뉴스 과거사 백서

 

<끝>

문의 임동준 활동가 (02-392-0181) 정리 박철헌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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