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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조탄압의 공범이었던 언론, 반성하고 제대로 보도해야
등록 2018.12.0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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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기업의 노동자들이 대표실로 찾아가 폭력을 가했습니다. 폭력은 나쁜 것입니다. 노동자라고 해서 폭력이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언론이 노동자의 폭력을 지적하는 것도 일면 타당합니다.

 

하지만 그 기업이 다른 곳이 아닌 유성기업이라면 언론은 달랐어야 합니다. 유성기업은 7년간이나 이어진 무자비한 노조파괴 공작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사측은 노조원에 대한 폭행, 징계, 해고, 고소, 고발, 불법 채증과 일상적 감시까지 정말 수많은 폭력을 가해왔습니다. 이런 부당노동행위는 이미 대부분 법적으로 인정된 내용입니다. 그렇게 오랜시간 고통을 받아왔던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7년이나 이어온 사태가 해결국면에 들어가는 2018년에 왜 이런 폭력을 가했을까요?

 

언론이라면, 당장 눈앞에서 일어난 폭력 사태 그것만을 보여주지 말고, 그 이면을 살펴봤어야 합니다. 2018년 11월 유성기업에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찬찬히 들여다보고, 그간 이어져온 사측의 폭력과 파행을 짚었어야 합니다. 유성기업 사태를 해결하지 못한 우리 사회 전반, 국회, 검찰, 사법부,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 그리고 언론의 근본적인 문제도 돌아봤어야 합니다.

 

그러나 언론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유성기업 사태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던 언론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노동자의 폭력을 부각하고 목청껏 노동자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민언련은 이번 폭행사건이 일어나기 전 유성기업에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번 폭행사건에 대한 언론 보도는 어땠는지 짚어보겠습니다.

 

유성기업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졌던가.

 

인간다운 삶을 바랐던 노동자들의 요구…사측의 대답은 ‘폭력’이었다.

유성기업은 자동차 엔진용 부품 제조 기업입니다. 2009년, 유성기업 노조는 장기간 야간 교대 근무를 해왔던 노동자들이 연이어 사망하자 근무형태 전환을 사측에 요청했습니다. 밤을 새며 일해야 하는 주야 2교대 근무에서 노동자들의 휴식이 보장되는 주간 연속 2교대 근무로의 전환을 요구한 것입니다.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수용했고, 양측은 2011년을 기점으로 근무형태를 변경하는 합의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러나 사측이 근무형태 전환 합의를 이행하지 않자, 노조는 이를 비판하며 부분 파업을 선언했습니다. 사측은 노조의 파업 선언 4시간 만에 직장 폐쇄 조치를 선언했습니다. 이날이 2011년 5월 18일입니다. 이후 사측은 용역업체를 동원해 무력으로 노조의 공장 출입을 저지하려 했고 이에 노조는 공장 점거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그러나 점거 농성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노조는 6일 만에 공장 밖 비닐하우스로 쫓겨났습니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노조원들을 공장에서 내쫓았기 때문입니다. 용역업체의 폭력적인 행동도 이어졌습니다. 당시 촬영된 영상(출처 : 유튜브 snowsun211 채널)을 확인해보면 직장 폐쇄 하루 뒤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은 차량을 운전해 인도로 돌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노조원 13명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용역업체 직원이 노조원과 대립 중 컨테이너 위에서 던진 소화기에 맞아 노조원의 두개골이 골절되기도 했습니다. 더 황당한 것은 당시 수사기관과 법원의 행태입니다. 전담팀은 고사하고 영장조차 청구하지 않았습니다. 3~4년이 지나서야 불구속으로 수사했고, 결국에는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는 데 그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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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유성기업 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은 노조원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했다.(영상 출처 : 유튜브 snowsun211)

 

노동자에게 해고, 징계, 손배소 폭탄 던지고 불법적 탄압 계속하다.

인간다운 삶을 이야기했던 노조는 생존을 위해 파업을 종료하고 현장으로 복귀하기로 했습니다. 그럼에도 사측은 직장폐쇄를 이유로 복귀를 허가하지 않았고, 결국 법원에 의해 직장폐쇄가 부당하다는 결과가 나온 뒤에야 노조원들은 회사에 복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사측의 노조 파괴는 더 가혹했습니다. 사측은 농성기간 노조의 활동을 근거로 징계와 소송을 진행하며 보복을 가했습니다.

 

프레시안 <현대차보다 앞서던 이 중견 기업, 누가 망가뜨렸나>(2014/2/28)에 따르면 노조는 “17명이 구속되고 27명이 해고되고 300명이 징계를 받고, 12억의 손해배상 가압류를 당하고, 국가로부터 1억2000만 원의 손배를 맞았”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노조원들에게는 수당이 발생하는 잔업‧특근 대상에서 차별을 가했습니다. 이후에는 노조원들과 합의도 없이 공장에 CCTV를 설치하고 노조원에 대한 영상, 음성 채증 등이 이어졌습니다. 지속적이고 불법적인 노조원 탄압이었습니다.

 

유성기업의 어용노조 설립, 그 뒤에 존재한 현대자동차가 있다.

2011년 7월 복수노조법이 도입되자 사측은 기존 노조의 세력을 약화시키기 위해 어용노조를 만들었습니다. 사측은 기존 노조원들에게 징계 면제, 손해배상 소송 대상 제외 등을 제시하며 노조 탈퇴를 권유했고 노래방, 유흥업소, 식사 등을 대접하며 기존 노조원들을 회유하기도 했습니다. 사측은 그럼에도 어용노조가 과반 노조가 되지 못하자 현장노동자가 아닌 관리직 직원들을 사측 노조에 가입시키는 등 기존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습니다.

 

이러한 노조 무력화 시도 뒤에는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있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 <소수의견/“밤샘 근무 없애달라”…하청 노동자들의 7년째 외침>(2018/9/29 곽승규 기자)가 밝힌 현대자동차의 개입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한창 노사 갈등의 골이 깊어질 무렵 사측의 지원을 받은 신규 노조가 생겼습니다. 그런데 신규 노조와 관련해 뜻밖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원청기업인 현대자동차의 최 모 이사. 그는 부하직원에게 보낸 메일에서, 유성기업의 신규노조 가입원이 늘고 있지 않다며 날짜별로 지정된 목표까지 언급합니다.

 

이후 현대차는 유성기업에게 연락해 대책회의를 소집했고 메일을 전해 받은 유성기업 간부는 현대차로부터 신규 노조원 확보를 강요받고 있다며 창조컨설팅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유성기업과 창조컨설팅이 저지른 어용노조 설립 과정에 현대차의 강요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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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유성기업 노조 파괴 시도 개입 의혹 제기한 MBC <뉴스데스크>(9/29)

 

유성기업 노조 유린은 노조파괴 전문 노무기업 창조컨설팅의 솜씨였다.

유성기업에서 벌어진 일은 비단 유성기업만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노조파괴 전문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의 계획아래 철저하게 유린된 것입니다.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뿐 아니라 노조파괴 전력이 화려한 업체였습니다. 유성기업뿐 아니라 또 다른 현대자동차의 하청업체 발레오전장, 대구 영남대의료원, 골든브릿지투자증권, KT 등 다수의 노조를 와해시킨 전력이 있습니다. 한겨례 <‘노조를 파괴해 드리겠습니다’…창조컨설팅을 아시나요?>(2015/6/26)가 소개한 창조컨설팅의 발레오전장 노조 파괴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창조컨설팅이 우선 사쪽의 자문을 맡습니다. 회사는 일방적으로 일부 업무를 외주화합니다. 노조는 부분 태업으로 맞섰습니다. 회사는 전격적으로 직장 폐쇄를 하고, 용역경비를 배치해 노조원들이 회사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습니다. 그러면서 노조 간부를 징계하거나 해고하고, 고소·고발을 하기도 합니다.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도 하지요. 노조가 법적으로 대응하기에는 한국의 노동관계법이 노조에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게다가 법적인 대응은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이런 와중에 노조원들은 생계를 위협받고, 하나 둘 노조를 떠납니다.

 

2012년 10월 노동부는 이런 창조컨설팅의 노무법인 인가를 취소했습니다. 창조컨설팅이 노사관계에 지배‧개입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지난 8월에는 창조컨설팅의 심종두 노무사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2개월과 벌금 2천만 원을 선고 받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노조 파괴 전문 노무법인을 유성기업이 고용했고, 노조 파괴 시도를 현대자동차가 부추기면서 유성기업 노조와 사측의 갈등이 커진 것입니다.

 

결국 2014년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유성기업의 어용노조 설립이 불법이며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과거 상당 기간 지속돼온 금속노조의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쟁의에 대응해 일부 근로자들이 새 노조 설립을 의도했다 해도, 회사가 설립부터 안정ㆍ세력화까지 주도적으로 개입한 피고 노조는 자주적 노조로 볼 수 없다”는 판결이었습니다.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는 노동자의 죽음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프레시안 <구사대 동원 트라우마, 유성기업 노동자 자살>(2012/12/5)은 유성기업 노동자였던 유 모 씨의 사연을 설명했습니다. 프레시안이 설명한 유 씨의 사연은 다음과 같습니다.

 

지난 30여 년간 유성기업에서 일해 온 유 씨는 지난해(2011년) 5월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탈퇴하는 조건으로 직장폐쇄 11일 만에 공장에 복귀했다. 그러나 복귀한 뒤 사측은 공장 밖의 금속노조 조합원과의 접촉을 막기 위해 공장 현관문을 걸어 잠갔다. 유 씨는 공장 바닥에서 스티로폼을 깔고 자는 반(半) 감금상태에서 51일 동안 단 이틀을 제외하고 장시간 노동에 시달렸다. 유성기업은 또한 작업 중에 유 씨에게 쇠파이프와 삼각대를 나눠주며 금속노조 조합원과 대치하는 '구사대' 활동을 강요했다. 유 씨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들이라 마스크나 수건으로 얼굴을 가려도 누군지 알아볼 수 있었다"며 "공장 복귀에 대한 후회와 자괴감, 나를 구사대로 동원한 회사에 대한 배신감에 시달렸다"고 증언한 바 있다. 복귀 이후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려온 그는 회사와 자택에서 총 5차례 자살을 시도한 바 있으며 끝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족으로는 아내와 딸 두 명, 아들 한 명이 있다.

 

노동자의 죽음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 고 한광호 씨는 노조활동으로 인해 징계를 받은 뒤 사측의 또 다른 징계 조사에 압박을 느껴 2016년 3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지난 2016년 10월 근로복지 공단은 한 씨의 죽음을 산업재해로 인정했습니다. 근로복지공단은 “한 씨는 수년간 노조 활동과 관련된 갈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생겼고, 자살도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해 한 씨의 유족이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밝혔습니다.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가 노동자의 죽음으로 이어졌다는 점이 근로복지공단을 통해 인정된 것입니다.

 

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에서는 검찰의 수상한 기소도 드러났습니다. KBS <추적60분/검찰과 권력 2부작-1편 유성노조 6년 잔혹사의 비밀>(2017/7/12)은 과거 유성기업의 노사갈등 과정에서 벌어진 소송에서 검찰의 기소를 지적했습니다. 다음은 KBS가 지적한 검찰의 한 사례입니다.

 

 조합원들은 회사 주차장에 모여 사내에 걸 현수막을 만들었습니다. 천 위에 페인트로 글씨를 쓰면 바닥에 배어나왔습니다. 때로는 바닥에 직접 쓰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회사는 당시 작업에 참여한 조합원 25명을 고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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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황당한 기소 지적한 KBS <추적60분>(2017/7/12)

 

회사가 페인트칠을 한 조합원들을 고소하자 검찰은 관련자들을 모두 기소했습니다. 검찰이 그들에게 적용한 혐의는 재물손괴와 모욕죄. 당시 행사를 진행한 조합원에게는 무려 징역 1년 6월, 나머지 24명에게는 징역 1년이 구형됐습니다. 쟁의과정에서 회사 바닥에 페인트를 묻혔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한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모욕죄는 인정하지 않고 재물 손괴만 인정해 조합원들에게 벌금을 선고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검찰은 2012년 유성기업 압수수색을 통해 현대자동차의 노조 파괴 개입을 입증할 증거들을 입수했습니다. 하지만 검찰은 이후 4년간 현대자동차 관계자들을 한 명도 기소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2017년 5월 공소시효 만료 3일 앞두고 현대차 법인과 관계자들을 기소했습니다.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이를 두고 “정권이 바뀌니 우리 검찰이 달라졌습니다. 그러나 지연된 정의는 정의라고 할 수 없습니다”라며 검찰을 비판했습니다.

 

지난 2월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조사대상에 ‘유성기업 노조 파괴 및 부당노동 행위 사건’을 포함하며 과거 검찰 수사의 문제점이 있었음을 시사했습니다. 하지만 유성기업 사태는 과거사위원회의 본 조사 대상에는 오르지 못했습니다.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그 이유를 “현재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 과거사 진상조사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결국 노사갈등의 핵심원인이었고, 공권력이 밝혔어야 할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는 7년간 한 번도 제대로 밝혀지지 못했습니다.

 

법원이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 시도를 인정하고 회장이 구속되다.

반면 법원은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 시도를 인정했습니다. 2017년 2월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유시영 유성그룹 회장에게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와 함께 창조컨설팅과 노조 파괴 전략을 논의한 이기봉 아산공장 공장장과 최성욱 영동공장 공장장 역시 혐의가 인정돼 각각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 징역 6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습니다. 6년간의 싸움 끝에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가 법정에서 인정된 것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유성기업의 노조원 해고가 부당하다는 판결도 나왔습니다. 지난 10월 4일 대법원은 사측이 해고에서 복귀한 일부 노동자를 재해고 한 것에 대해 “유성기업이 단체협약 규정을 위반해 2차 해고를 한 것은 징계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며 사측의 해고행위를 무효라고 판결했습니다. 이처럼 사측의 악의적인 노조 파괴 시도가 연이어 법정에서 인정되며 길고 긴 싸움은 끝이 나는 듯 했습니다.

 

유성기업 노동자의 폭력은 어떻게 발생했나.

 

왜 폭력이 일어났나

지난 8년간 유성기업은 용역 깡패를 동원한 ‘눈에 보이는 폭력’ 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폭력’으로 노조원을 교묘히 괴롭혀왔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공장 곳곳에 30여 대 CCTV를 설치해 노동자를 감시하고 작은 빌미라도 잡히면 곧바로 고소고발 하는 방식입니다. 한겨레 <여긴 이백, 저긴 삼백…손배소 시달리는 유성기업 노동자>(18/8/2 김도성 피디>에 따르면 유성지회 노동자들은 “관리자 옷을 잡아당겼다고 해서 손해배상 삼백만원” “펼침막으로 공장장을 비행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이백만원” 소송을 청구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남발한 고소고발 건수가 1,300건이 넘습니다. 대부분 불기소되었지만 경찰과 법원을 들락날락하는 것 자체에 노동자들에게 매우 큰 정신적 압박이였습니다. 어용노조와 차별대우하거나 노조에서 탈퇴하면 징계를 면제해주겠다고 회유 종용하기도 했습니다. 지금껏 34명을 해고하고, 수백 명을 징계했습니다. 한마디로 사측은 ‘합법적’을 가장해 노동자의 피를 말린 것입니다. 이로 인해 유성지회 노동자 268명 중 43.3%는 우울증 고위험군으로 나타났으며, 정신건강 악화로 산재 인정을 받은 조합원은 9명에 이릅니다.

 

법원의 판결에도 변하지 않은 유성그룹의 태도로 인해 노동자의 폭력 사태 발생

11월 22일, 사측은 어용노조와 교섭을 진행하기 위해 아산공장에 왔습니다. 기존 노조의 노동자들은 파업 쟁의를 이어가던 중이었지만, 사측은 다수 노조인 기존 노조를 무시한 채 어용노조와 교섭을 지속적으로 진행한 것입니다. 바로 이날, 일부 노동자들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대표실로 찾아가 폭력을 가했습니다.

 

법원 판결 이후 해결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보였던 유성기업에 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유성그룹 유시영 회장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아 지난 4월 출소했고, 이후 5월 노사 교섭 시도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간 노조는 창조컨설팅과 함께 노조를 파괴하려했던 인물 5명에 대해 사측에 지속적으로 해고를 요청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월 사측은 노조가 해고를 요청한 5명 중 퇴사자 1명을 제외한 4명을 교섭위원으로 선정했습니다. 사실상 노조와의 교섭의지가 없음을 피력한 것입니다. 교섭위원 중에는 유시영 회장과 함께 유죄를 선고받았던 이기봉, 최성욱 공장장도 포함되었습니다.

 

게다가 사측은 어용노조와 지속적으로 교섭을 벌여오면서도 기존 노조와는 10월 가진 교섭이 전부였습니다. 유시영 회장의 직접 교섭을 통해 노사갈등을 마무리하고 하루 빨리 일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노조는 10월 15일부터 서울 사무실 점거 농성에 돌입했습니다. 10월 29일 유현석 사장은 직접 교섭을 진행했고 노조는 “노사 양측은 임금. 단체협약, 책임자 처벌, 어용노조 문제에 대해 큰 틀에서 합의하고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11월 9일 진행된 차기교섭은 달랐습니다. 사측은 노조가 요구한 내용들을 모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노조는 사측이 “노조파괴 책임자 처벌은 회사의 고유한 인사권”, “단체협약 원상회복은 어용노조와 차별이 생겨서 안된다”, “임금인상은 어용노조가 합의한 것과 똑같은 수준에서 하겠다”고 주장해 제대로 된 교섭이 진행되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합니다.

 

이번 폭력사태는 이처럼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것입니다.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로 법적 처분까지 받은 사측은 여전히 노조를 배제하고 어용노조와의 협상만을 이어왔고, 7년간 쌓인 분노는 이렇게 물리적 폭력을 야기한 것입니다. 폭력은 분명한 잘못입니다.

 

따라서 지난 29일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폭력사태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사과를 진행했습니다. 도성대 유성아산지회장은 “책임은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회에 있으며,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며 폭력사태의 책임을 당부했습니다. 유성지회는 입장문에서 “이 같은 상황이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며, 불필요한 갈등과 충돌을 막기 위해 현장에서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폭행 사건이 다시 발생해선 안 된다는 데 동의하지 않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도성대 유성지회 지부장은 노컷뉴스 <유성기업 폭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11/3 김민재 기자) “상전이 하인 때리면 뉴스가 안 된다. 하인이 상전 때리면 뉴스가 된다”며 “지난 8년 동안 단 한 번도 쳐다보지도 않던 사람들이 1, 2분의 폭행으로 경천동지할 일처럼 얘기한다”고 성토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신문과 방송은 이 사태를 어떻게 보도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방송보도는 유성기업 사태를 어떻게 보도했나.

 

채널A 7건, TV조선 5건 VS 타사는 대부분 1~1.5건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의 방송사 저녁종합뉴스의 유성기업 폭력사태 관련 보도량을 살펴보았습니다. 채널A가 7건으로 가장 많고, TV조선이 5건, MBN이 4건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타사들이 모두 1~1.5건으로 보도한 데 비해 종편3사는 이 ‘노동자 폭력’을 매우 주요하게 보도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채널A는 8개 방송사 중 유일하게 연일 관련 보도 순서를 앞당기며 중점으로 보도한 모습도 보였습니다.

 

가장 먼저 보도한 곳도 채널A와 TV조선입니다. 26일과 27일 이틀간 양사가 관련내용을 주요하게 보도하자, 28일부터 MBC‧SBS‧MBN이 보도를 진행했습니다. 3일간 침묵을 지키던 KBS‧JTBC‧YTN은 노조의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나서야 관련 보도를 구성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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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

(11번째)

1건

(19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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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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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

(12번째)

1건

(15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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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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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건

(11번째)

1건

(18번째)

-

1건

(8번째)

2건

(8번째)

2건

(8번째)

-

11/29

1.5건

(17번째)

-

1건

(20번째)

1건

(23번째)

2건

(6번째)

3건

(톱보도)

2건

(10번째)

1.5건

(13번째)

합계

1.5건

1건

2건

1건

5건

7건

4건

1.5건

△‘유성기업 노조원 임원 폭행’ 관련 저녁종합뉴스 보도량(11/26~29), 괄호 안은 첫 보도 순서 ©민주언론시민연합

 

유성기업과 관련해서는 ‘노조원 폭력’ 위주만 보도한 TV조선‧채널A

TV조선‧채널A는 26일부터 28일까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임원 폭행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그렇다면 유성기업과 관련해 그간 있었던 다른 소식들에도 TV조선‧채널A가 적극적이었을까요?

 

두 방송사의 보도량을 확인하기 위해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유성기업’을 검색어로 설정해 살펴본 결과(11월 29일 오후 4시 기준) 채널A는 관련보도가 8건, TV조선은 관련보도가 18건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이번 폭력사태 관련 보도를 제외해보니 채널A는 2건, TV조선은 7건뿐이었고 두 방송사 모두 유성기업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 현대자동차의 개입 정황, 유시영 회장 유죄 판결, 유성기업 사측의 부당해고 관련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즉, TV조선‧채널A가 그간 유성기업 관련 소식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다가 노조원이 임원을 폭행한 사태가 벌어지자 매우 적극적으로 보도에 나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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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관련 보도에 대부분이 ‘노조원 임원 폭행’이었던 TV조선‧채널A ©민주언론시민연합

 

노조 입장은 생략하고 대표까지 인터뷰한 TV조선

TV조선의 5건의 보도에서도 유독 부각되는 부분은 사측의 입장입니다. TV조선 보도에서는 노조의 입장을 보여준 것은 TV조선 <‘폭행 혐의’ 10여 명 조사↔“8년 강등 봐 달라”>(11/29 이유경 기자)뿐이었습니다. 이 보도에서는 “유성기업 노조는 아산공장에서 벌어진 폭력사태는 우발적이었다며 유감 입장을 밝혔습니다. 다만, 회사와의 오랜 갈등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라고 기자가 설명한 뒤 “8년 전부터 지금처럼 관심을 가졌다고 하면 이런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라는 도성대 지회장의 발언을 보여줬습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반면 TV조선은 사측의 최철규 대표를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TV조선 <“폭행 당하는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11/29 장용욱 기자)에서는 “책임자 처벌을 하라고 하면 그거는 회사의 고유 인사 권한인데… 그 노조(어용노조)를 해체할 경우에는 오히려 그 노조 측에서 부당 노동행위가 돼서”라는 최철규 대표의 입장을 전했습니다. 같은 날 채널A <“적자 500억…보복 두렵다>(11/29 이은후 기자)에서도 비슷한 최철규 대표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방송사

보도 제목

TV조선

<노조원이 임원 감금‧폭행…경찰 ‘방관’ 논란>(11/26 이호진 기자)

<‘가족들 거론하며 위협’…보복폭행 공포>(11/27 이상배 기자)

<“다음은 대표이사” 위협…신변보호 요청>(11/28 이호진 기자)

<‘폭행 혐의’ 10여 명 조사↔“8년 강등 봐 달라”>(11/29 이유경 기자)

<“폭행 당하는데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11/29 장용욱 기자)

채널A

<“노조가 집단 폭행”…무기력한 경찰>(11/26 김태영 기자)

<“경찰이 슈퍼맨은 아니다”>(11/27 조영민 기자)

<서울사무소도 점거…여당도 비판>(11/28 이은후 기자)

<생생한 폭행 흔적…“감옥 가도 상관 없어”>(11/28 김태영 기자)

<“소극적 대응” 비난에 뒤늦은 감사>(11/29 조영민 기자)

<“노조 탄압도 심각…폭행은 우발적”>(11/29 정현우 기자)

<“적자 500억…보복 두렵다>(11/29 이은후 기자)

MBN

<평소도 위협…“가족 가만두지 않겠다”>(11/28 김영현 기자)

<“폭행 연루자 엄벌해야” 정치권 비판 잇달아>(11/28 이정호 기자)

<“폭력사태 유감”…서울 농성은 철수>(11/29 전민석 기자)

<“아악”…비명 담겨>(11/29 박호근 기자)

△TV조선‧채널A‧MBN 저녁종합뉴스 ‘유성기업 노조 폭력사태’ 관련 보도(11/26~29) ⓒ민주언론시민연합

 

채널A와 MBN 역시 보도 초반 사측의 입장만을 전달하는 보도가 진행됐습니다. 다만 채널A와 MBN은 29일 별도의 리포트를 구성해 노조의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채널A <“노조 탄압도 심각…폭행은 우발적”>(11/29 정현우 기자), MBN <“폭력사태 유감”…서울 농성은 철수>(11/29 전민석 기자)은 노조의 기자회견 내용을 전달하며 반론을 전달했습니다.

 

MBC, SBS, JTBC는 그나마 폭력사태의 배경과 원인 짚어

그나마 MBC, SBS, JTBC 보도는 달랐습니다. MBC <8년 노사갈등에 폭력 사태까지…경찰 수사 착수>(11/28 조명아 기자)는 제목에서부터 ‘8년 노사갈등’을 언급했고 이번 폭력사태의 배경과 원인을 짚었습니다. MBC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회사 측은 "김 상무가 노조에 대한 고소 고발을 주도하자 이에 앙심을 품고 노조원들이 폭력을 휘둘렀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회사가 독소 조항이 담긴 단체교섭안을 강요했고, 회사와 친한 사내 다른 노조와만 교섭을 진행하자, 분노한 조합원들이 우발적으로 벌인 일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사건 현장에 출동하고도 폭력 사태를 막지 못했던 경찰은 뒤늦게 사건 전담팀을 꾸려 노조원 5명을 폭력혐의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엔진부품을 만드는 유성기업은 지난 2011년 노조가 파업하자 노조원 27명을 해고했습니다. 또 노무법인 창조 컨설팅에 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의뢰한 것으로 알려져 유시영 회장이 1년 2개월간의 징역형을 살기도 했습니다. 8년간 이어진 첨예한 노사 갈등이 폭력 사태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SBS <“폭행 유감…사측 노조파괴 행위가 근본 원인”>(11/29 정경윤 기자) 역시 과거의 노사갈등 과정을 지적했습니다.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부족했지만 적어도 노조가 폭력까지 나아간 배경을 짚었습니다. JTBC <‘임원 폭행’ 유성기업 노조 사과…“부풀려진 것”>(11/29 정영재 기자)도 양측의 입장을 전달한 뒤 노사갈등에 대한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KBS‧YTN의 보도는 노사갈등의 배경을 제대로 전달 안 해

29일에서야 보도를 내놓은 KBS‧YTN에서는 폭력사태의 배경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KBS <유성기업 12명 수사…“임원 폭행 유감”>(11/29 박해평 기자)는 “유성기업에서는 2011년 노조 파업과 사측의 직장 폐쇄로 촉발된 분규가 8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라며 노사갈등 과정을 짧게 설명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YTN <’유성기업 임원 폭행‘ 경찰 부실 대응 논란>(11/29 이상곤 기자)는 노사갈등에 대한 설명 없이 폭행사건과 경찰에 대한 비판여론을 소개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두 방송사는 노조의 기자회견이 진행된 이후 보도를 구성했음에도 사건의 배경이 되는 노사갈등을 심층적으로 짚어내지 못한 것입니다.

 

유성기업 노동자의 폭력, 신문은 이를 어떻게 보도했나.

 

왜?가 빠진 조선일보. 참혹한 현장 중계만

조선일보는 왜 이번 사건이 일어났는지 살펴보기보다는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노조에 대한 적대감만 드러냈습니다. 조선일보 <야만적이고 잔혹하게 임원 구타…이렇게까지 하는 게 노조입니까>(11/28 김석모 기자)는 제목에서부터 ‘야만’ ‘잔혹’이라는 표현이 등장합니다. 내용도 현장 중계에 그쳤습니다. 조선일보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민노총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들의 집단 감금·폭행 현장에 함께 있던 최철규(64) 대표이사는 "말할 수 없이 참혹한 상황이었다"며 울분을 감추지 못했다. 최 대표는 27일 본지 통화에서 "갑자기 사무실 문을 부수고 들어온 조합원들이 양쪽에서 내 팔을 붙들고 벽으로 끌고 갔다"면서 "노조원들이 제가 나서면 폭행이 더 커질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으며 김 상무와 저를 분리시켜서 폭행을 저지할 수 없었다 (중략) 조합원들은 '아프냐 XX놈' 'XX놈 죽어라'고 소리치며 김 상무의 얼굴과 배를 가격했다. 김 상무 가족을 상대로 협박도 했다. 한 조합원은 "(주소를 얘기하며) 너희 집이 어딘지를 알고 있다. 너희 식구들을 가만 놔둘 줄 아느냐"고 했다(중략)

 

총 13문단에 이르는 긴 기사였지만 어디에도 유성지회 조합원이 폭행을 저지르게 된 경위는 쓰여있지 않습니다. 대신 노조원의 폭력 위주로만 보도했습니다.

 

게다가 조선일보는 “조합원들의 집단 감금폭행은 약 1시간 후 현장 조합원이 외부에 있던 노조 지회장과 통화를 한 후에야 끝났다”고 전하면서, 약 1시간가량 폭행이 이어진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하지만 유성기업 노조는 “부지불식간에 발생한 충돌은 1,2분 만에 정리됐”으며 “CCTV를 이미 확인한 경찰도 상황은 2,3분 사이라 확인”했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건 맥락은 전하지도 않으면서 ‘침소봉대’해 보도한 것입니다.

 

지난 8년간 언론의 보도는 어떠했나?

11월 22일부터 30일까지의 신문 지면보도의 유성기업 폭력사태 보도량을 살펴보았습니다. 조선일보가 11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중앙일보가 5건, 동아일보가 4건이었습니다. 한겨레, 서울신문은 3건, 경향신문은 1건을 보도했습니다. 이 수치가 어떤 의미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지난 8년간의 ‘유성기업 사태’ 보도량을 살펴봤습니다.

 

유성기업 노조가 파업을 시작한 2011년 5월 18일부터 2018년 11월 30일까지 8년 여간 ‘유성기업’ 키워드가 들어간 지면기사 전수를 체크한 결과는 충격적입니다. 조중동은 유성기업의 파업 당시 2011년 5월에서 6월 사이에 42건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2011년 7월부터 2018년 11월 폭력사태 이전까지 8년간의 기사량이 고작 28건입니다. 그러나 폭행 사건 발생 이후 단 9일간의 보도량이 20건입니다. 지난 8년 동안 유성기업 사태에 관심조차 주지 않다가, 이번 폭행 사건에 발생하고 나서야 급격히 보도량을 늘렸다는 것입니다. 반면 한겨레 경향은 비교적 꾸준하게 관련 보도를 내놨습니다.

 

 

조선

중앙

동아

소계

한겨레

경향

소계

2011년 유성기업 파업 시기

(2011/5/18~6/30)

14건

9건

19건

42건

37건

36건

73건

파업 이후~폭행사건 이전

(2011/7/1~2018/11/21)

13건

6건

9건

28건

241건

175건

416건

폭행 사건 이후

(2018/11/22~30)

11건

5건

4건

20건

3건

1건

4건

합계

38건

20건

32건

90건

281건

212건

493건

△ 8년간 ‘유성기업’ 키워드로 검색된 신문 지면기사 건수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노동자가 죽으면 뉴스가 안 되지만, 사장이 맞으면 뉴스가 된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지난 8년 동안 사측의 폭력과 탄압 속에 살았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해왔습니다. 노동자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습니다. 철탑 위에 올라가 고공농성도 펼쳤고 굴다리에 151일간 매달려 있기도 했습니다. 경찰, 노동부, 정당, 언론을 찾아다녀 호소했습니다. 불법해고라며 소송을 제기해 ‘해고 무효’ 판결을 받아내 복직했지만, 또 다시 2차 해고당했고 다시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소식을 언론에서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자본의 ‘보이지 않는 폭력’은 언론에 의해 철저히 은폐 되었습니다. 한광호 열사의 죽음은 신문의 ‘부고란’에도 실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언론은 일부 조합원이 격분해 1~2분간 폭행을 벌이자, ‘1시간 동안 계획적 폭행’을 저질렀다고 침소봉대하며 대서특필했습니다. 이것이 우리나라 언론의 현 주소입니다. 노동자가 죽으면 뉴스거리가 안 되지만, 사장이 맞으면 대형 이슈로 급부상합니다.

 

애초 언론과 정치권이 유성기업 사태에 관심을 가져 갈등을 해결했다면 폭행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언론은 노조혐오를 부추기기보다는 유성기업의 지난 8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해결책을 찾는 데 고심해야 할 것입니다.

 

유성기업 노조탄압의 공범인 언론, 반성하고 제대로 보도해야

노조원들의 폭력행위는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경찰 역시 대처에 있어 부실한 부분이 있었다면 비판받아야 마땅합니다. 하지만 언론이라면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하나의 폭행 사건으로 전달해서는 안 됩니다. 노조원들이 임원에게 폭력까지 행사하게 된 배경에는 사측의 노조 파괴 시도와 7년간의 노사갈등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애초에 이번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언론이라면 이번 사태에 대해 보다 넓은 시각에서 원인을 분석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보수언론의 보도에 등장하는 내용은 이번에 일어난 폭행사건과 사측의 입장뿐입니다.

 

지난 기자회견에서 노동조합은 “회사의 노조 파괴로 3명이 죽었다. 상전이 하인을 8년 동안 일상적으로 두드려 패도 뉴스가 안 됐다. 우리는 8년 동안 일상적으로 맞았다. 그동안 언론은 어디 있었나”라고 외쳤습니다. 이번 폭행사건을 비난하기 전, 언론은 스스로의 보도행태를 반성해야 합니다. 노동자를 탄압한 것은 유성기업 사측만이 아니라 언론도 공범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방송보도 2018년 11월 26~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1부), 2011년 5월 18일~2018년 11월 3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지면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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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문의 임동준․엄재희 활동가 (02-392-0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