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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의 부실 보도, ‘일본 가짜뉴스’의 재료가 됐나(4/29 일간 기고쓰)
등록 2020.04.29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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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채널A의 부실 보도, ‘일본 가짜뉴스’의 재료가 됐나

4월 24일, 채널A가 ‘코로나19 검사용 진단 키트’에 문제가 있다고 단독 보도를 했습니다. 이 보도는 일본에서 ‘한국 진단키트 80가 불량’이라는 가짜뉴스로 이용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채널A 보도 제목은 ‘노랗게 변한 불량 키트 무더기 적발’인데요. 코로나19 검사에 쓰이는 ‘진단 키트’가 변색돼 불량품이 다수 나왔단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채널A 보도 내용은 코로나19 진단 검사에 쓰이는 ‘검체 수송배지’를 만드는 한 업체가 있는데, 이 업체가 만든 제품 중 보건소에 들어간 물량 절반 이상에서 불량이 나왔단 겁니다. 검체 수송배지는 환자 몸에서 검체를 채취해서 변질되거나 오염되지 않도록 보존하는 용도입니다. 코로나19 진단 키트는 검체를 수송하는 용기인 ‘수송배지’와 감염 여부를 검사하는 ‘진단키트’로 구성돼 있는데 보통 ‘키트’를 말할 때는 당연히, 상식적으로 감염 여부를 판단하는 검사 키트를 떠올리기 마련입니다. ‘수송배지’와는 엄연히 다르죠. 채널A가 이를 정확히 구분하지 않으면서 마치 감염 여부를 판단할 ‘진단키트’는 물론 한국산 코로나19 진단 키트 자체가 불량이란 오해를 사기 충분했습니다.

 

이 채널A 뉴스가, 일본에서 가짜뉴스로 둔갑했습니다. 노컷뉴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언론과 누리꾼들이 ‘한국산 검사 키트의 70~80%가 불량’이라며 국산 진단키트 품질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데, 이때 채널A의 보도를 인용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 ‘고고통신’ 기사 제목은 ‘중국에 이어 한국 진단키트에 결함 속출, 70~80% 불량 발각’이라고 하는데요. 채널A가 제목에서 과도하게 부정적인 뉘앙스를 강조하며 왜곡하다보니 일본 가짜뉴스의 재료가 된 셈입니다. 물론 채널A 뉴스 내용엔 ‘검사용 진단 키트’ 이야기는 없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채널A가 ‘단독’이라고 보도한 내용이 이미 알려진 사실이라는 점입니다. ‘검체 수송배지에 불량이 있다’는 건 지난 4월 10일, 채널A가 ‘단독’으로 보도하기 2주 전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보도자료를 배포했고 언론 보도도 나온 상황이었습니다. 채널A가 ‘단독’으로 추가한 것은 식약처 보도자료에 없었던 다른 날짜, 다른 생산라인에서 불량 사례가 나왔다는 협소한 내용이었습니다.

 

-채널A <단독/노랗게 변한 ‘불량 키트’ 무더기 적발>(4/24) https://muz.so/abjK

-노컷뉴스 <‘한 진단키트 80% 불량’ 일 가짜뉴스…진원지는 한국?>(4/28) https://muz.so/abjN

 

2. 채널A 압수수색에 ‘MBC도 같이 압수수색 안해 윤석열이 황당’? 보는 사람은 더 황당

채널A의 협박취재 및 검·언 유착 의혹에 대한 압수수색이 4월 28일 있었습니다. 채널A 기자협회는 강하게 반발하며 압수수색을 막고 있는데요. 언론이 사실보도를 하고 부당한 수사나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은 언론 자유의 핵심적인 내용이고, 언론기관에 대한 수사는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90년대 절차적 민주화 이후 언론보도와 관련,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시도는 있어도 성사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곧 언론사가 ‘면책 특권’이나 ‘치외 법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채널A 스스로 취재윤리 위반을 인정했고 채널A 보도의 객관성‧공정성이 문제가 된 것도 아니며 기자의 범죄 혐의 및 검언유착 의혹을 받고 있다면, 진상규명을 위해 압수수색에 협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두고 조선·중앙일보는 4월 29일, 검찰이 채널A와 MBC를 둘 다 압수수색 하지 않았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두 신문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MBC와 채널A를 균형있게 수사하라고 했지만,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되고 채널A만 압수수색해 윤 총장이 황당해 했다는 취지로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나아가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중략) 서울중앙지검이 법원에 청구한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는 최 전 부총리 고소 건을 비롯해 MBC에 불리한 내용이 상당 부분이 누락돼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서울중앙지검이 채널A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사실상 MBC는 형식적으로 끼워 넣었다는 평가가 제기됐다”라고 보도했습니다. 즉, 서울중앙지검이 의도적으로 MBC 영장이 기각되도록 했고, 윤석열 총장이 이에 대해 황당해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채널A 압수수색은 채널A 보도나 취재와 무관하게 채널A 기자의 협박‧회유 여부 및 사측 개입, 검찰과의 유착 여부를 밝혀낼 녹취 등 핵심 증거를 확보하기 위한 것입니다. 보도를 통한 ‘최경환 명예훼손 혐의’라는 별건의 MBC 문제와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압수수색 필요성 역시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죠. 더구나 한날한시 채널A와 MBC를 압수수색해야 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상합니다.

 

- 조선일보 <채널A는 압수수색, MBC는 기각…윤석열, 중앙지검의 부실 영장에 “황당”>(4/29 https://muz.so/abj6)

- 중앙일보 <MBC는 빼고 채널A만 압수수색…“윤석열 황당해했다”>(4/29 https://muz.so/abj7)

 

3. 채널A가 애타게 김정은 위원장 사진을 찾고 있어요

채널A <정치데스크>(4/27)는 진행자인 이용환 씨부터 출연자인 김민지 기자, 고영환 전 북한외교관, 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센터장까지 전원이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을 애타게 찾았는데요. 북한이 사진을 공개하지 않았으니 위중설을 끝까지 의심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요일인 어제에는 김정은이 뭐 그냥 근로자들에게 감사 표시를 했다. 사진이나 영상 없이 그냥 동정 보도가 이어졌습니다”(김민지 채널A 기자)

“스틸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서 노동신문 1면에 오늘 현장에서 회의를 지도하는 것, 이렇게 앉아서 보는 것 이런 걸 한 장 내보내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보거든요”(고영환 전 북한외교관)

“현장에 나타나서 저런 사진이라도 한 장 보여 주면은 그런 의혹들이 다 해소되거든요”(신범철 전 아산정책연구원 센터장)

“그런데 사진이나 뭐 이런 거 있었다? 없어요, 없어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약에 정상 상태였다면 저 기사 실으면서 텍스트로만 썼겠습니까? (중략) 그런데 텍스트로만 보도가 됐다. 이것도 좀 이상하다, 이런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고요”(진행자 이용환)

 

채널A <정치데스크>는 CNN에서 위중설 보도가 나온 21일부터 짧게는 13분, 길게는 34분씩 하루도 거르지 않고 ‘김정은 위중설’을 다루고 있는데요. 일주일 내내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의심스럽다’는 분석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위중설은 CNN이 최초 보도를 수정하는 등 진위 여부에 대한 논란이 일었습니다. 우리 정부를 비롯해 미국 정부는 “특이동향이 없다”고 입장을 내놓기도 했죠. 사실확인이 불가한 상황에서도 채널A는 매일 같이 ‘김정은 위중설’을 띄우고 있는 겁니다. 과연 김 위원장의 사진이나 모습이 나온다고 채널A의 태도가 달라질까요? ‘김정은 위원장 사진도 이상하다. 그러니 의심스럽다’고 주장하지는 않을까요?

 

- 채널A <정치데스크>(4/27) : https://muz.so/abjz, https://muz.so/abj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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