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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갈등만 남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보도
등록 2020.07.10 10:48
조회 397

인천국제공항공사는 6월 21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과정에서 보안검색요원 1,902명을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자 불공정한 방식으로 일부에게만 특혜를 준다며 일각에서 직접 고용이 ‘역차별’이라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논란의 시작은 ‘알바천국에서 보안으로 들어와서 190 벌다가 이번에 인국공 정규직으로 간다’, ‘연봉 5000 소리질러’, ‘서연고 나와서 뭐하냐’, ‘니들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 등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담긴 SNS 대화내용이었습니다. 뉴스1 <“알바 하다 연봉 5000, 소리질러”…공항 정규직전환, 힘빠지는 취준생>(6월 23일 정진욱 기자)이 SNS 대화내용을 보도했고, 같은 날 청와대 국민청원 <공기업 비정규직의 정규화 그만해주십오>가 올라와 8일 기준 30만 명 넘는 동의를 받았습니다.

 

물론 해당 SNS 대화내용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하지만 이번 논란의 시작을 허위사실이 담긴 SNS 대화내용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청년노동의 현실과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우리 사회 노동문제가 배경에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발표 직후인 6월 22일부터 논란이 확산된 6월 26일까지 언론보도를 분석했습니다.

 

언론은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을 어떻게 보도했나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 논란은 사회 공정성 이슈로 다뤄지며 신문,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모두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문제해결보다는 분노와 갈등을 전달하거나 유발하는 내용이 다수였습니다.

 

조선일보-TV조선 가장 많이 보도

매체별 보도량에서는 신문 기사와 방송 저녁종합뉴스에서 조선미디어그룹 매체들이 가장 많이 보도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신문에서는 조선일보가 13건을, 방송 저녁종합뉴스에서는 TV조선이 7건을 각각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TV조선의 보도량은 같은 기간 다른 매체에 비해 3~4건 이상 많았습니다. 조선미디어그룹 매체들이 이번 이슈에 가장 적극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반면 동아일보와 MBC는 소극적인 양상을 보였습니다. 동아일보는 3건으로 8개 신문사 중 가장 적었고, MBC는 5일간 단 1건의 보도에 그쳤습니다. 이번 논란은 다양한 노동문제가 결합되어 있어 언론이 문제해결을 위해 다각도에서 접근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동아일보와 MBC는 보도량 자체가 적어 다각적인 접근을 기대하기 힘들었습니다.

 

신문사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보도건수

7건

3건

13건

9건

8건

8건

6건

5건

방송사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YTN

보도건수

3건

1건

4건

4건

7건

4건

3건

4건

△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관련 내용을 다룬 신문・방송 보도량(6/22~26). 신문은 지면보도 기준이며 방송은 저녁종합뉴스 기준

©민주언론시민연합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6월 23일부터 본격적으로 다루기 시작해 25일 가장 많은 대담이 이뤄졌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처럼 5일 내내 다루지 않은 프로그램, 채널A <뉴스TOP10>처럼 4일 내내 다룬 프로그램 등 양상이 다양했습니다.

 

 

22일

23일

24일

25일

26일

합계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0분

0분

0분

0분

0분

0분

신통방통

0분

0분

0분

27분

22분

49분

이것이 정치다

0분

0분

0분

0분

5분

5분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

0분

0분

0분

12분

22분

34분

뉴스TOP10

0분

3분

16분

14분

15분

48분

뉴스A 라이브

0분

7분

11분

8분

0분

26분

MBN

뉴스와이드

0분

0분

16분

13분

8분

37분

아침&매일경제

0분

0분

16분

10분

0분

26분

총 방송시간(분)

0분

10분

59분

84분

72분

225분

△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관련 종합편성채널 시사대담 프로그램 날짜별 방송시간(단위:분)(6/22~26) ©민주언론시민연합

 

명백한 허위정보 SNS 내용, 검증없이 보도

가장 큰 문제는 명백한 허위정보가 검증 없이 보도됐다는 사실입니다. 대표적으로 채용과정, 급여 등 허위정보가 담긴 카카오톡 대화방 메시지를 6월 23일 뉴스1을 시작으로 다수 언론이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뉴스1 <“알바 하다 연봉 5000, 소리질러”…공항 정규직전환, 힘빠지는 취준생> 이후 TV조선 <정규직 전환 후폭풍...“시험 준비 억울”>(6월 23일 권용민 기자), MBN <“역차별·불공정” 인천공항 정규직화 후폭풍>(6월 23일 박유영 기자)가 잇따라 카카오톡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두 방송도 메시지 내용을 자료화면으로 보여줬지만 검증은 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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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위정보가 담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대화내용을 검증없이 보도한 TV조선 <뉴스9>(6/23)

 

다음날 6월 24일 신문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조선일보 <“운 좋으면 정규직, 이게 K직고용”>(6월 24일 박상현‧원우식‧남지현 기자), 동아일보 <취준생들 “인천공항 정규직화로 채용 축소 우려” 반발>(6월 24일 조건희‧황금천 기자), 중앙일보 <“알바하다 인천공항 정규직”…취준생 “공부하기 싫어진다”>(6월 24일 곽재민‧채혜선‧김지아 기자)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보도된 지 하루가 지났는데도 검증을 거치지 않은 채 일제히 보도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같은 내용은 6월 24일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으로 이어졌습니다. 채널A <뉴스A 라이브>, <뉴스TOP10>은 앞선 보도와 마찬가지로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고, MBN <아침&매일경제>는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담은 중앙일보 등 보수신문 기사를 그대로 인용했습니다. 결국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그대로 받아쓰는 악습이 통신사 뉴스1을 비롯해 신문, 방송,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까지 반복된 것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입장만 확인해도 ‘나올 수 없는’ 오보

논란의 중심에 있던 카카오톡 메시지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다수 보도로 확인됐습니다. JTBC <연봉이 5천? 알바가 정규직?…쟁점 ‘팩트체크’>(6월 24일 송지혜 기자)는 “보안검색요원의 평균 임금수준은 약 3850만 원”, “청원경찰로 직접 고용해도 같은 수준의 임금으로 운영하겠다는 게 공사 입장”, “혼자 근무하는 보안검색요원이 되려면 두 달 이상 교육받고 국토부 인증평가도 받는 등 1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며 사실관계를 바로잡았습니다. 이런 확인보도는 이례적으로 여러 매체에서 보도됐습니다. 확인과정이 매우 단순했기 때문입니다. JTBC와 같이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문의하거나 보안검색요원의 자격취득 요건을 한 번만 찾아봐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뉴스1을 포함해 앞서 보도한 언론은 이렇게 간단한 사실검증조차 하지 않고 카카오톡 메시지를 그대로 보도한 것입니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 퍼뜨리고 ‘분노유발’ 초점

카카오톡 메시지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청년세대의 불공정 비판’을 화두에 올린 보도가 늘어났고, 분노와 갈등으로 초점이 옮겨졌습니다. TV조선 <청와대 나섰지만…노-노-취준생 갈등 증폭>(6월 25일 황선영 기자)는 제목부터 ‘노-노-취준생 갈등 증폭’을 사용했습니다. 이어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정규직 전환 사실을 예고하지 않고 응시기회를 박탈한 것도 역차별이란 지적이 나왔고, 노노갈등도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라며 대립구도를 부각했습니다.

 

채널A <청 해명에도…취준생들 '부글부글'>(6월 25일 김철중 기자)도 비슷하게 취업준비생들의 분노에 초점을 맞춘 제목으로 시작해 “비정규직인 사람이 알바를 하다 정규직으로 고용이 되는 게 문제점” 등의 인터뷰를 보도했습니다. 채널A 역시 원인 분석 없이 미래통합당의 “조국 사태 당시 아빠 찬스에 좌절한 젊은이들이 이번에는 대통령 찬스에 절망을 느끼고 있다”는 입장만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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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과 원인 분석도 없이 분노와 갈등에 초점 맞춘 채널A <뉴스A>(6/25)

 

더 무성의한 보도도 있습니다. 조선일보 <“운 좋으면 정규직, 이게 K직고용”>(6월 24일 박상현‧원우식‧남지현 기자)는 포털사이트 댓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부하지 마세요. 떼쓰면 됩니다”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고 전달했습니다. SBS <“더 배웠다고 임금 2배 불공정”…비판 댓글 ‘와글’>(6월 26일 박상진 기자)도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 발언이 비판받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댓글 내용을 소개하고 미래통합당 입장을 전달하는 것에 그쳤습니다. 보도 중심을 여론으로 잡았다면 최소한 ‘분노한’ 여론의 배경은 무엇인지, 어떻게 문제해결로 이끌 것인지 모색해야 합니다. 그러나 분석 보도는 없었고, ‘분노가 터져나왔다’는 갈등상황만 전달되었습니다.

 

‘노동문제’ 아닌 ‘정치쟁점’으로 보도

분노 여론이 식지 않고, 일부 정치인들의 논평이 나오자 정치쟁점화 하는 보도도 등장했습니다. 채널A는 정치인 발언 위주로 구성하는 ‘여랑야랑’에서 <인천국제공항 사태 '뭣이 중헌디'>(6월 26일 이동은 기자)를 통해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김두관 의원이 비판 받고 있다고 소개한 뒤 대통령 지지율에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습니다. 논란 자체를 정치적 유불리 요소로 바라본 것입니다. TV조선 <"'더 배워서 월급 2배 정규직'이 불공정">(6월 26일 최원희 기자)도 이해찬 대표 비판 여론을 전달하고, 대통령 지지율 하락에 관해 “공정성 시비가 일었던 2018년 평창올림픽 남북 단일팀 논란 당시 낙폭의 두 배”라고 하더니 김두관 의원 비판 여론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결국 채널A와 TV조선은 이번 논란을 ‘노동문제’가 아닌 ‘여당 악재’ 혹은 ‘정치쟁점’ 정도로 보도한 것입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반대까지 나선 TV조선

TV조선은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자체를 흔들기도 했습니다. TV조선 <따져보니/내분 격화 배경보니 모두가 "불공정" 불만>(6월 24일 윤슬기 기자)은 일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공개채용 절차를 걸쳐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을 가능성, 공사 직고용과 자회사 고용으로 인한 갈등, 기존 정규직 노동조합의 반대 여론을 소개했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비정규직 제로라는 구호를 너무 크게 외치다 보니 이런 부작용이 또 생기는 군요”라며 보도를 마쳤는데,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는 “불가능하다”는 앵커의 속마음이 엿보였습니다.

 

신 앵커는 같은 날 ‘앵커의 시선’ <정의가 이런 것입니까>(6월 24일)에서 노골적으로 정부 정책을 문제 삼았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제로’라는 정치적 구호에 누구나 혹하기 쉽습니다”, “현실을 외면한 ‘비정규직 제로’는 어떻게든 탈이 나기 마련”이라며 정규직화 정책 자체를 힐난했습니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불안정한 고용과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을 근거도 없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정치적 구호’로 폄훼한 것입니다.

 

‘인천공항 정규직 전환’ 보도가 담았어야 하는 것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관련한 보도에서는 본질적 문제가 사라지고 갈등을 유발하는 보도가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이번 논란에 담겨 있는 우리 사회 다양한 노동문제 대신 분노와 갈등에만 초점을 맞춘 보도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무엇을 보도했어야 했는지, 이를 반영한 일부 보도를 정리하였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 전형

이번 논란을 제대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노동문제를 동시에 이해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먼저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비정규직 문제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노동자는 정규직으로 고용한다’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공기업인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7년 기준 정규직 노동자가 약 1천 명인데 비해 비정규직 노동자는 약 1만 명에 달했습니다. 비정규직 중에는 보안검색요원, 소방대원처럼 지속적으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노동자들도 있었습니다. 마땅히 정규직으로 고용되어야 할 노동자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입니다.

 

이렇게 늘어난 비정규직은 쉽게 고용하고 쉽게 해고할 수 있어 임금, 대우, 고용 안정성에서 차별대우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동시에 제도적으로 비정규직을 보호하지 못한 결과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 차이가 마치 신분과 계급의 차이로 인식되는 사회편견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번 정규직 전환 대상이 된 보안검색요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보안검색요원들은 외주업체 소속으로 고용되어 입찰을 통해 업체가 변경될 때마다 소속이 바뀌는 불안정한 환경에 놓여 있었습니다. 하루 13시간을 서서 일하는 혹독한 노동환경에도 신입사원 기본급은 최저임금 수준이고, 야간·연장노동 수당을 합쳐야 3,240만 원 정도 연봉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사무직 정규직 노동자 초봉 4,589만 원과 비교했을 때 큰 격차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의 전형과도 같습니다. 보안검색요원 등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를 진행하는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었고, 정규직과 달리 고용안정과 임금 등에서 차별요소가 존재했습니다. 비단 인천국제공항공사만의 문제가 아닌 만큼 언론은 보안검색요원을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짚어야 했습니다.

 

법적 제도 미비 짚어낸 KBS, 계급화 문제 꺼낸 SBS

미약하나마 비정규직 문제에 목소리를 낸 보도도 있습니다. KBS <'비정규직' 문제 방치...갈등만 키운 정치권>(6월 26일 손은혜 기자)는 정치 쟁점화에 나선 미래통합당 등 정치권이 비정규직 문제를 방치했다고 비판했습니다. KBS는 “정치권이 좀 더 진정성을 가졌다면 이번 논란은 없을 수도 있었다”며 “20대 국회에서 철도와 항공 등 생명과 안전에 해당하는 업무는 기간제, 파견직을 금지한다는 법안부터 특히 공항 보안검색 업무에 파견직을 제한하는 법안까지 정규직화를 위한 법안들이 연이어 발의됐지만, 해당 상임위인 환노위에 상정조차 못 되고 모두 폐기됐다”고 지적했습니다.

 

KBS는 익명의 더불어민주당 보좌관이 당시 법안에 대한 분위기를 전한 발언도 보도했습니다. 익명의 보좌관은 “(논의하기) 약간 부담스러워 하시죠. 기업들에서는 규제가 너무 심하다, 뭐 이런 이런 식의 문제제기들이 많아서”라며 더불어민주당도 비정규직 정규직화 법안에 소극적이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KBS는 “민주당 안에서조차 논의하기 껄끄럽다는 인식이 있다 보니 차일피일 미뤄온 것”이라며 정치권의 책임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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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도적 해결책 외면했던 정치권 문제 지적한 KBS <뉴스9>(6/26)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화 문제는 SBS <“공정이냐” vs “오해다”... 왜 '인국공 사태'가 됐나>(6월 24일 정성진 기자)에서 짧게 등장했습니다.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의 사실관계 확인 등 쟁점을 정리한 SBS는 하종강 성공회대 교수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의 배경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계급화 문제를 꺼냈습니다. 하 교수는 “정규직, 비정규직이 사회적으로 ‘계급화’된 겁니다. ‘나는 정규직, 비정규직과 다른 존재’ 이런 인식이 청년층에 스며들게 된 거죠”라고 분석했습니다. 비록 인터뷰이의 발언이었지만 SBS는 논란의 배경에 있는 근본 원인을 짚으려 노력한 것입니다.

 

정책의 문제점 정확히 짚고, ‘직접 고용’ 정당성 설명해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일환으로 등장한 방법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입니다. 정부 주도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해 노동시장 전반에 비정규직 차별을 완화하고, 고용이 안정된 일자리 비중을 늘려나가는 ‘비정상의 정상화’를 시도한 것입니다. 하지만 정부 정책 취지와는 별개로 세심한 접근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대표 사례가 이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공사 ‘직접 고용’ 여부입니다.

 

2017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국민의 생명‧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는 “직접 고용이 원칙”이라고 명시했습니다. 그러나 “생명‧안전업무의 구체적 범위는 기관별 노사 및 전문가 협의, 다른 기관의 사례, 업무 특성 등을 참조하여 기관에서 결정”하도록 하면서 직접 고용 원칙이 깨질 우려가 생겼습니다.

 

이런 우려는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현실이 됐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경비업법을 이유로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 반대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결국 두 차례 합의안에서 명시된 보안검색요원의 공사 직접 고용 원칙은 올해 2월 3차 합의안에서 임시편제인 자회사 소속 고용으로 변경됐습니다. 법적 문제 해결시 공사가 직접 고용에 나선다는 조항조차 없어 ‘사실상 기존 용역업체 입찰 방식과 다를 바 없다’는 반발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6월 21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청원경찰 신분으로 직접 고용을 결정하면서 문제는 일단락된 듯했습니다. 그러나 섬세하지 못한 정부 가이드라인으로 인해 국민의 안전, 생명을 지키는 노동자들조차 자회사에 고용될 수 있는 문제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공사에 필요한 노동자가 자회사에 고용될 수 있는 구조적 문제가 남아 있다는 사실도 언론이 마땅히 지적해야 할 내용입니다. 언론이 직접 고용 여부를 더 깊게 취재하여 고민했다면, 보안검색요원 직접 고용의 정당성을 설명하면서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었어야 합니다.

 

한겨레와 한국일보, 본질 파고들다

하지만 대다수 언론은 직접 고용에 분노하는 목소리만 전달하느라 바빴습니다. 보안검색요원 직접 고용이 정당하다는 점을 짚는 보도는 소수였고,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는 보도도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그나마 한겨레 <‘인천공항 파열음’…비정규직 ‘남용’ 바로잡는 과정서 진통>(6월 25일 김양진 기자)가 문제의 본질에 접근한 보도로 볼 수 있습니다.

 

한겨레는 “직고용 여부를 두고 갈등이 크게 벌어진 기관은 대체로 ‘본사 정규직’보다 ‘용역‧파견업체 소속 비정규직’의 수가 많은 곳”이었다며 인천국제공항공사도 같은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유사 사례였던 한국도로공사의 정규직 전환 과정을 통해 내부 반발 원인을 짚었습니다. 한국도로공사 정규직 전환 과정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새로 대거 사람이 들어오면 기존 정규직들이 누리던 사내복지기금 같은 한정된 기업복지를 나눠야 해 대폭 줄고, 노조 처지에서도 다수노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직고용에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한겨레는 “문제는 이런 갈등이 예상되는데도 정부가 ‘기관별로 노사전문가협의회를 거쳐 결정하라’는 큰 틀의 지침만 줬을 뿐 세심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세심하지 못한 정책수행 방식이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모두에게 상처를 줬다고 지적했습니다. 더 나아가 “‘정규직화=직고용’이 통상적인 인식인데, 정부가 정규직 전환의 구체적인 방식을 정하면서 자회사나 사회적기업 등을 통한 고용까지 허용한 것도 혼란을 불렀다”고 비판했습니다.

 

한국일보 <공공기관 정규직화, 대부분 무기계약직 되거나 자회사 고용…“로또 취업 억울”>(6월 25일 신혜정‧박소영 기자)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깊게 분석한 보도입니다. 한국일보는 정부 정책으로 정규직이 된 노동자들의 현실을 살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정부가 집계한 전환인원은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을 합친 숫자”인데 “사실상 비정규직 10명 중 8명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는 점입니다. 또한 2018년 한국노동연구원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정책 평가 및 향후 과제’를 인용해 “공공부문 853개 기관 중 430곳은 공공기관 내 기존 무기계약직 직제로 전환(70.4%)을 하거나, 새로운 무기계약직 직제를 신설해 전환(13.8%)을 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 정책의 취지와 달리 비정규직 차별이 완벽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을 짚은 것입니다.

 

이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 제작에 참여한 오민규 한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정책위원이 “청원경찰 1,900여명도 생명안전업무라는 이유로 직고용 대상이 됐는데 테러 발생 위험 등이 상존하는 인천공항에서 특정 업무만 생명안전업무라는 기준은 모호하다”고 지적한 내용을 인용했습니다. “국민의 생명‧안전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는 “직접 고용이 원칙”이라고 명시한 정부 가이드라인이 섬세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반대 여론’ 왜 나왔는가 살펴봐야

비정규직 현실, 정부 정책의 문제점뿐 아니라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왜 나왔는지도 언론이 살펴봐야 할 요소입니다. 반대 여론에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노동조합의 ‘공사 직접 고용 반대, 자회사 고용 찬성’ 주장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에서 나온 ‘정규직화 반대’ 주장이 섞여 있습니다. 반대 여론이 사실에 근거한 것도, 전체 청년세대 입장도 아니었지만 적지 않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반대 논리’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왜 ‘반대 여론’이 만들어졌는지를 짚어야 합니다. 그중 하나는 청년노동의 현실입니다.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고용이 안정되고, 노동이 과도하지 않으며, 적절한 수준의 임금이 갖춰진 이른바 ‘좋은 일자리’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 등 시도에도 좋은 일자리는 크게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이를 반증하듯 ‘안정된 고용 및 임금’을 대표하는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해마다 늘어나고, 공기업 경쟁률은 100대 1을 넘습니다. 공무원 시험은 응시생 증가로 난이도가 높아지고, 공기업 역시 높은 경쟁률로 불합격 인원이 늘고 있습니다. 굳이 공무원 시험 등이 아니더라도 취업준비생들은 치열한 경쟁과 수차례 낙방을 마주하는 것이 일상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좋은 일자리’로 표현되는 공공기관 정규직이 늘게 되면 신규채용 인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일부 취업준비생들의 분노와 정규직화 반대 여론에 영향을 끼쳤을 것입니다.

 

동시에 반대 여론의 중심에는 공정함에 대한 왜곡된 인식, 특정 노동에 대한 혐오 시각도 담겨 있습니다. 예컨대 ‘기존 공채형식 채용과정을 거칠 기회를 주지 않았으니 불공정하다’, ‘나는 채용을 위해 공부와 시험에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런 노력도 없었던 이들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불공정하다’ 등의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은 ‘공개채용 등의 시험은 절대적으로 공정하다’, ‘학력과 지식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노동은 가치가 낮다’와 같은 편견의 결과입니다. 이런 편견에서 보안검색요원들이 높은 지식과 학력을 필요로 하는 채용과정을 거치지 않자 ‘정규직 전환은 불공정하다’는 주장이 나온 것입니다.

 

취업준비생 불안감 해소를 위한 사실관계 확인 중요

반대 여론이 만들어진 배경에는 단순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도 있지만 학력 차별 등 뿌리 깊은 혐오 정서가 담긴 만큼 세심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인건비 상승으로 신규채용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인천국제공항공사 지출비용을 전반적으로 따져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현재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용역업체 입찰을 통해 보안검색요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공항운영관리사업 명목으로 일종의 용역비 차원에서 보안검색요원들의 임금을 지출해왔습니다. 따라서 직접 고용으로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이 이뤄질 경우 인건비가 늘어나는 만큼 용역비용도 줄어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정규직 전환과 함께 임금 인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그 폭이 크지 않아 인건비가 대규모로 늘어난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 보안검색요원들의 임금체계가 유지될 경우 기본급이 최저임금 수준으로 현저히 낮고, 업무강도가 높아 장기적으로는 인건비 상승이 불가피할 수 있습니다. 보안검색요원의 높은 업무강도를 낮추기 위해 신규채용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론은 현재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이후에도 신규채용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혐오와 차별 비판하고, 공감과 이해 공론화해야

언론은 사실관계 확인과 함께 혐오 및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보도에 적극 나서야 했습니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격언처럼 노동의 종류에 따른 차별은 사라져야 합니다. 보안검색요원에 대한 차별을 넘어 혐오 대상으로 몰아가는 주장은 언론이 철저히 비판해야 합니다. ‘아르바이트 구직 사이트로 쉽게 취업하고, 정규직에 걸맞은 노력도 하지 않았는데 전환이 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닐 뿐더러 강도 높은 노동환경에서 공항과 국민을 지켜온 보안검색요원들의 노동을 폄훼한 것이기도 합니다. 이런 주장은 현장노동에 대한 혐오를 조장할 뿐입니다.

 

혐오정서 기반에 있는 ‘학력과 스펙이 채용기준이 되는 사회구조’를 다시 바라보는 시도도 필요합니다. 실무능력이 아닌 무의미한 시험과 학력으로 채용해온 관습이 노동에 대한 혐오를 만든 배경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곡된 공정성 인식도 언론이 다뤄야 했습니다. 대다수 언론은 SNS에서 시작된 ‘부러진 펜 운동’을 다루며 이번 정규직 전환이 ‘노력한 사람들의 기회를 빼앗는 불공정한 결정’인 듯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정말 불공정한 일에서 논란이 비롯되었는지는 제대로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누가 청년을 무시하는가>(7월 7일)는 “채용이 공정하지 못하다는 건 부적격자들이 자리에 앉게 된다는 뜻일 텐데 몇 년의 시간 동안 보안검색 노동을 하며 능력을 입증해온 사람이 정규직이 되는 것은 반대로 아주 정당함과 동시에 경영자의 입장에서도 이익이 되는 일이 아닌가. 오히려 ‘스펙’과 시험으로 업무능력을 가늠하는 채용절차보다도 훨씬 근거가 명확하기도 하다”고 공정함을 논평했습니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은 막중합니다. 언론은 사건의 원인과 배경을 분석하고, 쟁점을 공론장으로 이끌어내 건강한 토론을 유도해야 합니다. 해결책은 분노와 갈등이 아닌 공감과 이해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언론은 분노와 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이번 논란을 깊게 파고들어 분석하기보다 표면적으로 나타난 싸움만 부각했습니다. 특정 매체는 정치 쟁점으로 바라보거나 노골적으로 정부 비판에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보안검색요원, 기존 정규직 노동자, 취업준비생 모두 상처를 입었습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논란의 배경에 있는 다양한 노동문제, 잘못된 편견이 해소되기 위해선 언론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 모니터 대상 : 2020년 6월 22~26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보도,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YTN <뉴스나이트>,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뉴스A 라이브>, MBN <뉴스와이드><아침&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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