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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교조 판결’ 진보편향 대법관 탓? 박근혜 정부 임명 대법관 4명 중 3명 동의했다
등록 2020.09.0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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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전원합의체는 9월 3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에게 내려진 ‘법외노조통보’를 취소하여 전교조는 다시 ‘공식적 노동조합’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3년 10월 박근혜 정부가 전교조에게 법외노조통보를 한 지 7년만입니다.

교원노조의 허용은 단순히 전교조가 있는지 없는지 문제가 아니라, 그 나라 노동3권이 보장되어 있는지 척도입니다. 1996년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할 당시 OECD는 ‘교원노조 설립 허용’을 조건으로 걸었고, 전교조가 법외노조화되자 박근혜 정부에게 항의서한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더 이상 진행되고 있지는 않지만, 전교조 법외노조화를 빌미로 EU(유럽연합)는 한국 정부를 상대로 무역분쟁을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전교조는 일부 언론과 정치세력의 집요한 이념공세에 시달려 왔습니다. ‘법외노조통보’가 실제로 처분된 경우는 역사상 두 번뿐이고 그 대상이 공무원노조와 전교조라는 점에서 전교조 법외노조화 사건도 본질은 이념공세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오래된 정의’가 실현된 날도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는 다르지 않았습니다.

 

‘전교조 판결’ 비중 있게 보도한 신문

방송의 경우 9월 3일 지상파3사와 종편4사의 저녁종합뉴스를, 신문의 경우 9월 4일 6개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일간지를 분석한 결과, 모니터 대상 모두 전교조 판결과 관련된 보도를 했습니다. 방송은 전반적으로 전교조 판결 소식을 자세하게 다루지는 않았습니다. KBS, MBC, SBS와 JTBC는 영남지방을 강타한 태풍 ‘마이삭’ 관련 뉴스에 대부분을 할애했고, MBN은 코로나 관련 보도에 집중했습니다. TV조선은 뉴스 후반부 대법원의 판결 내용만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채널A는 전교조 관련 보도를 저녁종합뉴스 1, 2번째 보도로 배치해 다른 방송사와 차이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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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전교조 판결 소식을 비중 있게 다뤘는데, 8개 신문 모두 3건 이상의 보도를 냈고 중앙일보를 제외한 7개 신문이 관련 사설을 실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에 대한 평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는 대법원 판결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대표적으로 한겨레는 <사설/전교조 재합법화, 노동기본권 강화 계기 되길>(9/4)에서 “전교조 법외노조 처분의 본질은 법리가 아니라 색깔론”이라고 지적하며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이 대법원 판결에 대해 ‘사법부가 독립성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취지로 낸 성명은 양승태 사법부의 잘못은 안중에도 없는 주장”이라며 국민의힘 성명을 비판했습니다.

반면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는 부정적이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사설/정권수호 대법원 이번엔 법 창조해 전교조 편들기>(9/4)에서 대법관 두 명의 소수의견에 언급된 ‘법 창조’라는 표현을 써서 “법률의 최종 해석기관인 대법원이 정치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부 언론 ‘진보 대법관 탓’, 어이없는 이유

물론 전교조 판결에 대한 평가는 언론사 자유입니다. 그러나 도저히 근거를 알 수 없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 판결을 ‘진보 대법관 탓’으로 돌린 사례입니다. 그러나 ‘전교조 판결’의 대법관 구성만 봐도 맞지 않는 주장입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대법관 14명 중 법원행정처장을 겸직하는 대법관 1명을 뺀 나머지 13명으로 구성되며, 전교조 재판은 김선수 대법관이 ‘변호사 시절 전교조를 대리한 적이 있음’을 이유로 빠져 12명으로 진행됐습니다. 대법관 12명 중 10명이 전교조 측에 손을 들어 주었습니다. 대법관 12명 중 8명은 다수의견을 냈고, 2명은 다수의견 입장보다 약간 더 나아간 별개의견을, 2명은 소수의견을 냈습니다. 다수의견을 낸 대법관 중 5명은 소수의견을 다시 반박하는 보충의견을 냈습니다. 정리하면 다음 표와 같은데 이번 판결 결과는 대법관을 누가 임명했는지 여부와 인과관계는커녕 상관관계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언론이 ‘편파 판결’ 사례로 함께 꼽은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건 판결 결과와 비교해 보면 더 명확합니다. 두 사건 모두 반대의견을 낸 건 이기택, 이동원 대법관 둘인데 이동원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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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동아일보 <사설/기울어진 대법원, 이번엔 전교조 법외노조 벗겨줬다>(9/4), 중앙일보 1면 <진보로 기운 사법부 전교조 손 들어줬다>(9/4, 박태인·남궁민 기자)와 3면으로 이어진 <대법, 1·2심과 헌재 결정까지 뒤집어…교총 “정치적 판결”>, 조선일보 <사설/정권 수호 대법원 이번엔 법 창조해 전교조 편들기>(9/4), 한국경제 <사설/전교조 합법화 길 터준 대법원, 헌재 판결도 부인하나>(9/4) 등은 이번 판결을 비판하며 ‘진보 대법관 탓’을 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위 표를 그래픽 자료로 만들어놓고도 “이날 판결은 수적 우위를 기반으로 한 대법원의 진보적 색채가 한층 뚜렷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14명의 현 대법관 중 10명이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됐고, 이중 불참자 2명과 이동원 대법관을 제외한 7명이 전교조 편에 섰다”고 했습니다. 바꿔 말하면, ‘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대법관 4명 중 3명도 전교조 편에 섰다’고 쓸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10대 2라는 압도적 다수로 평결된 사건에 ‘편향 프레임’을 씌우려는 게 무리수 아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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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일보가 대법원이 편파 판결을 했다며 제시한 그래픽 자료(9/4)

 

대법원이 헌재 결정 뒤집었다?

이처럼 무턱대고 ‘전교조 판결’을 편파적이라고 단정 지은 언론은 ‘대법원이 1·2심과 헌재 결정을 뒤집었다’는 논리도 같이 펼쳤습니다. 3심제도에서 대법원이 1·2심을 뒤집은 것을 두고 문제 삼는 것도 황당하지만, 헌재 결정문을 뒤집었다고 한 것은 언론이 이번 판결에 대해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전교조에 대한 부정적 선입관으로 기사를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언론이 말한 헌재 결정이란, 2015년 헌법재판소가 해직자의 교사노조 가입을 금지한 교원노조법에 대해 8대 1로 ‘합헌’ 결정을 내린 것(2013헌마671)을 말합니다. 그러나 단지 전교조에 대한 판결의 유·불리만 보아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혔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교조 사건을 이해한다면 나올 수 없는 주장입니다. 전교조 재판에서 쟁점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해직교사가 교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는지 △해고자가 노조에 가입한다고 해서 그를 이유로 노조를 법외노조로 만들 수 있는지 여부였습니다. 당시 헌법소원은 첫 번째 쟁점에 관한 헌법소원이었기 때문에 교원노조법이 합헌인지 아닌지만 따졌습니다. 이번 재판은 두 번째 쟁점에 관한 소송이기 때문에 두 재판은 애초 충돌할 수가 없습니다. 더군다나 헌법재판소 결정문에는 이런 문구도 있습니다.

“교원이 아닌 사람이 교원노조에 일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이미 설립신고를 마치고 활동 중인 노동조합을 법외노조로 할 것인지 여부는 법외노조통보 조항이 정하고 있고, 법원은 법외노조통보 조항에 따른 행정당국의 판단이 적법한 재량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인지 충분히 판단할 수 있으므로, 이미 설립신고를 마친 교원노조의 법상 지위를 박탈할 것인지 여부는 이 사건 법외노조통보 조항의 해석 내지 법 집행의 운용에 달린 문제라 할 것이다(2013헌마671)”

즉, 헌법재판소는 ‘법외노조통보’는 행정부의 ‘재량’에 달린 것이며, 법원은 ‘법외노조통보 조항의 해석 내지 법 집행의 운용’이 적법한 재량의 범위 안에 있는 것인지 판단할 수 있다고 했고 대법원은 그에 따라 ‘법외노조통보’가 적법한지 판단했을 뿐입니다. 2015년 헌법재판관이었던 김이수 전 헌법재판관은 위키리스크한국과 인터뷰 <5년 전 전교조 단결권 침해소수의견 김이수 법외노조 무효대법에 만시지탄”>(9/3)에서 “내부적으로는 (법외노조통보를) 법원에서 충분히 취소가 될 수 있는 처분이라고 봤다”고 말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대법, 사람·단체따라 법리 다르게 적용>(9/5, 조백건·류제민 기자)에서 심지어 “대법원의 이번 전교조 판결은 그동안 법외노조 처분 취소를 위해 각종 소송을 벌인 전교조도 생각하지 못한 법리였다”라고까지 썼습니다. 그러나 이는 완벽한 거짓입니다. 노동법 전문지 노동법률 <대법, 오늘 전교조 법외노조 사건 공개변론쟁점은?>(5/20)에 따르면, 전교조의 일관된 주장은 “노동조합법에는 시정명령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노조의 법적 지위를 상실하게 하는 규정이나 이와 관련된 절차를 위임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였습니다. 대법원 판결 논리와 같습니다.

 

경제계가 왜 거기서 나와?

정부와 교원노조간의 소송이 끝났는데, 난데없이 ‘경제계 우려’를 집중적으로 전한 언론도 있습니다. 동아일보는 <노동법 개정안 통과땐 해직자 노조가입 가능 재계 해고자 노조장악무리한 요구할 수도”>(9/4, 서동일·박재명 기자)에서 “산업계는 ‘강성 노조’ 출현을 특히 우려하고 있다”고 했고, 매일경제와 한국경제는 관련 기사 절반 이상이 ‘재계 우려’였습니다. 채널A는 <정권 따라 바뀐 판결재계 우려”>(9/3, 우현기 기자)에서 “최근 친노동계적인 사법부 판결이 잇따르고 있는 점을 매우 우려한다”는 한국경영자총협회 의견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지난해 ILO협약을 반영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이 나왔을 때와 완전히 같습니다. 민언련은 2019년 8월 8일 <언론 ILO협약 반영 법안 보도로 경총에 기울어진 운동장보여줘>에서 ILO협약을 다루는 언론의 사실왜곡과 편파성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언론은 해고자가 노동조합에 가입하면 복직에 힘을 쏟는 대신에 ‘강성 투쟁’을 지도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을 가진 듯합니다. 그러나 이번 전교조 판결에서 별개의견을 낸 안철상 대법관은 다음과 같이 지적합니다. 일부 언론의 근거 없는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노동조합의 단결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그 단체로서는 이 점에 대한 저항이 당면한 주요 목표가 되고, 이념에 충실한 투쟁적인 사람들이 단체의 주도권을 잡게 되며, 아울러 모든 정책 방향도 과격하게 될 수 있다. 눈앞에 강력한 장애물이 있으면 단체 구성원의 다양한 의견은 사라지고 오로지 그 장애물 제거에 온 힘을 쏟게 되는 것이다. 어떤 단체가 이념에 매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념 문제가 다툼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합리적 의견이 설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는 것은 다양성과 유연성으로 대화하고 토론하는 문화의 정착에도 도움이 된다.(2016두32992)”

*썸네일 : 전교조 법외노조통보처분취소 사건에 관한 공개변론 장면(대법원 홈페이지)

* 모니터 기간과 대상

2020/9/3 :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2020/9/4 :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경제, 한국경제(*지면보도에 한함)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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