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자유한국당의 ‘참여연대 때리기’ 선거전략 홍보나선 채널A
등록 2018.04.1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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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외유 출장 논란이 불거진 이후, 자유한국당은 이 사안을 김 원장이 몸담았던 시민단체인 참여연대 차원의 문제로 키우고 있습니다. 참여연대 활동 이력이 있는 문재인 정부 내 인사들을 나열한 뒤 ‘특정 세력이 청와대를 장악하고 있다’는 비난을 쏟아내 ‘문재인 정권 심판론’ 분위기를 만들어 보겠다는 겁니다. 지난 11일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참여연대 출신 인사들의 부도덕한 행위가 드러”났다고 선언한 뒤 “문재인 정권은 참여연대와 공동정부” “벌써부터 특정세력에게 포획당한 정권”이라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이처럼 참여연대를 ‘악’으로 몰아붙이는 자유한국당의 행태는 지방선거를 의식한 정치공세라는 평가가 많습니다. 실제로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로 추대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첫 행보도 김기식 금감원장에 대한 사퇴 촉구 일인시위였고, 특히 ‘참여연대 출신 인사’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이라는 점에서 김 전 지사의 행보는 ‘선거 전략’으로 보입니다.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현실 정치에 이런 저런 공세는 충분히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되지만, 흑색선전이나 가짜뉴스에 가까운 내용도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이 이런 행보나 공격를 무비판적으로 받아쓰거나 특정 정당의 홍보지처럼 그런 이슈를 부풀려서는 안됩니다. 각 정당이 목소리 높여 지적하고 비판하는 내용에 대해서 객관적으로 조명해야 하고,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이루어지는 정치 공세일 경우 이런 맥락을 짚어줘야 합니다. 또한 이런 주장을 철저히 평가하는 팩트체크 보도를 내놔야 합니다.

 
‘박원순 겨냥 선거전략’ 알면서도 한국당 공세 비판 없이 전한 채널A
그러나 채널A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을 비판없이 전달하는데 몰두했습니다. 채널A <참여연대 비판하고 박원순 견제>(4/12 송찬욱 기자 https://goo.gl/ZhcnEj)는 선거 전략으로 무리하게 특정 시민단체를 비판하는 한국당 행태의 부적절성을 짚는 대신, 김 전 지사의 행보나 익명의 자유한국당 핵심 관계자, 한국당 홍준표 대표 등의 관련 발언 및 행보를 상세히 소개하는데 방점을 찍었습니다.

앵커 멘트부터가 “문재인 정부 심판론을 앞세우겠다는 자유한국당은 오늘도 참여연대 비판에 주력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가 된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제1선에 섰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입니다. 한국당의 ‘참여연대 비판’이 선거전략이라는 것을 숨기지 않으면서, 오히려 ‘선거를 앞두고 해 볼 만한 공세’라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멘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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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참여연대 때리기’ 선거 전략 비판 없이 소개한 채널A(4/12) 

 

기자도 김 전 지사의 금감원 1인 시위 모습을 전하며 “김 원장과 장하성 대통령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이 모두 참여연대 출신이라는 점도 꼬집었습니다”라고 설명했고요. 이 뒤에는 “서로 짜고 서로 힘을 합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문제가 없다는데… 참여연대 지금 하고 있는 걸 보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라는 김 전 지사의 발언을 전했습니다.
 
기자는 김 전 지사의 이 발언의 의미를 시청자가 혹여 놓칠까봐 “참여연대를 비판한 이면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까지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박 시장은 참여연대 사무처장 출신입니다”라고 콕 찍어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이 뒤에는 익명의 ‘한국당 핵심 관계자’의 “정부와 청와대에서 참여연대 인맥의 핵심이 장하성 실장과 조국 수석, 김기식 원장이라면 여당에서는 박원순 시장”이라는 발언까지 덧붙였습니다.
 
또한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이 정권의 본질은 전교조, 민주노총, 참여연대, 주사파들의 연합 정권입니다”라는 황당한 발언을 소개한 뒤 “한국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김기식 금감원장의 외유성 출장 논란을 '참여연대 게이트' 의혹으로 확대시킬 계획도 검토 중입니다”라는 자유한국당 ‘선거 전략’만 강조했습니다.
 
1분 44초짜리 보도에서 ‘참여연대’ 언급은 보도 제목을 제외해도 무려 9번에 달합니다. 언론이 한국당 선거 전략을 사실상 홍보하고 나아가 함께 그 전략을 실행하고 나선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TV조선도 ‘참여연대 때리기’ 전략에 은근슬쩍 동조
채널A만큼 노골적으로 ‘선거전략’을 운운하지는 않았지만, TV조선 역시 한국당의 ‘참여연대 때리기’ 전략에 적극 동참하고 있습니다.
 
TV조선 <따져보니/기업 지원 해외연수 참여연대 ‘침묵’>(4/10 최현묵 기자 https://goo.gl/GGo6zP)의 앵커 멘트는 “다 아시는 것처럼 김 원장은 참여연대 출신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장하성 정책 실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조국 민정수석 등 현 정부의 실세들이 대부분 참여연대 출신들인데, 그래서 그런지 참여연대가 이번 일에는 침묵하고 있습니다”입니다. 출신을 빌미로 김 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을 한 카테고리로 묶어 지적하고, 인사검증 문제의 책임까지도 사실상 모두 ‘참여연대의 문제’로 돌린 셈입니다.
 
보도는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가 사명’이라 말해온 참여연대가 ‘침묵’하고 있다면서 “인사검증을 담당하는 조국 민정수석 역시 참여연대 출신이어서 검증을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데, 조 수석 말고도 현 정부에는 참여연대 출신들이 많지요?” “이 정도면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나올 법 한 것 같습니다”라고 비판했습니다.

이 외에도 TV조선은 <미 연수 비용 ‘기업 지원’ 의혹…묵묵부답>(4/10 조덕현 기자 https://goo.gl/RYHeh4)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을 <“김기식, 참여연대 시절 미 2년 연수”…무슨 돈으로?>라고 붙이기도 했습니다. 관련 보도에서 ‘참여연대’를 부각하며 한국당의 ‘참여연대 때리기’ 행보에 적극 동참한 것입니다.

반면 두 방송사를 제외한 방송사는 김기식 금감원장 외유 논란을 전하여 이를 ‘참여연대’의 문제로 확대 해석하거나, ‘참여연대 때리기’식 한국당 공세를 상세히 소개하며 ‘홍보’ 혹은 ‘동조’하는 태도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SBS <부메랑 돼 돌아온 강경 발언들>(4/11 조성현 기자)는 김 원장의 참여연대 시절 발언을 전하고 있지만, 초점은 어디까지나 김 원장 개인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다음날 SBS <‘친정’ 참여연대도 “비판받아 마땅”>(4/12 신정은 기자)도 TV조선과는 달리 김 원장 관련 참여연대 입장을 보도한 것이어서 자유한국당의 ‘참여연대 때리기’ 전략을 홍보하는 보도라 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11일~4월 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