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조선일보는 뭘 보고 기사를 쓰나(4/24 일간기고쓰)
등록 2020.04.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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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해자가 “정치적 이유로 활용되지 않길”이라고 했는데도…

4월 23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시장직을 사퇴했습니다. 파장이 큰 사건인만큼 언론 보도는 피해자 보호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데요. 범행을 인정한 오거돈 시장부터 “불필요한 신체접촉”, “경중에 관계 없이”와 같은 표현을 써 피해자가 “제가 ‘유난스러운 사람’으로 비춰질까 두렵다”며 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피해자는 언론에도 선정적이거나 2차 가해를 유발할 수 있는 보도들을 자제해달라 요청했습니다. 더불어 이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정치인의 성범죄이므로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기 때문입니다. 가해자가 누구이든 간에, 합당한 처벌과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임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피해자의 요청을 외면한 방송사들이 있습니다. TV조선‧채널A‧MBN이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야당의 입장을 따로 리포트로 낸 겁니다. 물론 지상파 3사와 JTBC도 여야 입장을 전한 보도에서 비슷한 내용을 포함하기는 했는데요. 종편 3사의 경우 아예 별도의 리포트를 마련하는 것을 넘어 모순적이기도 했습니다. TV조선은 “피해자 역시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만, 야당은 이 과정에서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라며 야당 주장을 전했는데요. ‘피해자가 하지 말라고 했지만 이건 보도해야 겠다’는 식인데 이럴거면 피해자의 입장은 대체 왜 언급한 걸까요? 피해자가 하지 말라고 한 걸 그대로 따라하다니 스스로도 나쁜 보도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채널A 또한 미래통합당의 의혹 제기를 다 전해놓고 “반면 피해자 측은 ‘사건에만 집중했을 뿐, 시기를 맞춘 건 아니’라며,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박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아달라’는 피해자 요청을 ‘야당의 정치적 해석’의 반박으로 달다니, ‘기계적 중립’이 이런 데 쓰라고 있는 게 아닙니다.

 

-TV조선 <“4월 말 사퇴” 공증…“정치 활용 원치 않아”>(4/23) https://muz.so/abeN

-채널A <총선 끝난 뒤 사퇴…피해자 “정치적 이용 말라”>(4/23) https://muz.so/abeQ

-MBN <총선 전 사퇴서 작성하고 왜 지금 발표?>(4/23) https://muz.so/abeT

 

2. 여성단체 ‘오거돈 성추행 사건’ 23일자 성명서 있는데 조선일보 뭘 보고 기사 썼나

오거돈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에서 성폭력 방지보다 ‘잿밥’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는 언론들은 이 상황에서도 엉뚱한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24일 <여성단체들은 침묵 중>이라는 제목의 지면기사에서 “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민변) 여성인권위원회·참여연대 등 다수의 여성·인권 단체들은 23일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거나 성명을 내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여성단체연합 홈페이지에는 <‘사퇴’로 면피하려는 꼼수 안 된다>는 성명이 23일 자로 올라와 있습니다. 성명에서 여성단체연합은 오거돈 부산시장의 사퇴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 “명백한 범죄를 사소화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현직 시장의 성폭력 범죄 사실에 더해 전형적인 가해자의 모습을 목격하며 더욱 분노한다”고 비판했습니다.

또한 조선일보는 “여성 단체들은 그간 야당에 대해서만 ‘선택적 분노’를 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여성단체연합은 4월 21일자 다른 성명에서 가정폭력 혐의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비서관에 대해 “해당 의원실은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비서관을 사직 처리했다고만 밝힌 채 어떠한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해당 사건은 경향신문, 동아일보, 한국일보 등에서 보도했지만 조선일보는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애초에 오거돈 시장에게 성폭력 피해를 당한 피해자를 도와 오거돈 시장의 사퇴를 이끌어낸 것은 부산성폭력상담소이고,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여성민우회 등과 함께 여성단체연합의 28개 회원단체로 등록돼 있습니다.

이런 조선일보의 무책임하고도 이중적인 태도에 여성단체연합은 “조중동의 취재는 거부하고 있다”며, “어제 조선일보 측에서 전화가 오긴 했는데 대답한 내용을 왜곡해 보도한 것 같다”고 알려왔습니다. 조선일보의 어처구니없는 오보는 정치권과 극우언론들을 타고 확산되고 있습니다. 미래통합당 조수진 당선자는 24일 출처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조선일보 보도 내용을 그대로 언급하여 여성단체가 침묵한다고 주장했고, 한국경제, 기타 극우매체 등이 오보를 확산시키고 있습니다. 조선일보가 아무 시민단체나 붙잡고 정파적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만, 정작 가장 정파적인 것은 조선일보 자신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멀쩡히 제대로 일 하고 있는 시민단체에 트집을 잡을 것이 아니라, 성범죄 사건에 ‘몹쓸짓’이라는 낡은 표현을 쓰는 것부터 그만둬야 할 것입니다.

 

- 조선일보 <오거돈, 이달초 면담하자며 직원 호출…집무실서 5분 몹쓸짓>(https://muz.so/abe8)

- 조선일보 <여성단체들은 침묵 중>(https://muz.so/abe9)

 

3. 박근혜가 여기서 왜 나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위중설이 퍼지자 종편은 기다렸다는 듯 북한 후계 예측 대담을 시작했습니다. 아직 위독설의 진위여부도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후계자를 거론하며 호들갑을 떤 겁니다. 북한학 박사인 신석호 동아일보 부장은 채널A <정치데스크>(4/22)에 출연해 김여정 부부장이 수령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 예측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문제는 김여정이 굉장히 가부장적인 북한이라는 나라에 있고 여성이라는 거죠. 어제도 제가 채널A에서 말씀드렸지만은 어쨌든 대한민국은 미국도 해보지 못한, 여성 대통령을 뽑아본 나라입니다. 양성 평등이 그렇게 높이 수준이 올라온 건데”

우리나라의 성평등 수준의 기준이 왜 ‘박근혜 여자 대통령’인가요? 박근혜 씨가 대통령이었다는 것, 여성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여성 대통령 박근혜’가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박정희의 장녀, 영부인 육영수의 이미지를 이어받은 가부장적 상상력이 있습니다. 심지어 2015년 한국여성단체연합는 박근혜 정부의 3대 정책(성차별을 강화하는 학교 성교육 표준안, 여성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쉬운 해고를 가능토록 한 노동정책, 소수자를 차별하고 성평등 인식을 왜곡 후퇴시키는 양성평등 정책)을 성평등 걸림돌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이런데도 박근혜 씨가 여성 대통령이었다는 이유만으로 우리나라 성평등 수준이 높이 올라왔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세계경제포럼은 최근 전 세계 153개국의 성별에 따른 격차를 분석해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경제활동 참여 기회, 교육적 성취, 건강수명, 정치적 권한 등 4개 부문 통계를 이용해 만든 성별격차지수에서 우리나라는 108위를 차지했습니다. 표면에 드러난 일부 사실만 놓고 성평등이 이루어진 듯 호도하는 발언은 엄연히 존재하는 성차별을 지우는 행동임을 인지하기 바랍니다.

 

채널A <정치데스크>(4/22) : https://muz.so/ab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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