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성폭력상담소장이 누굴 지지하던 성범죄와 무슨 상관?(4/28 일간 기고쓰)
등록 2020.04.28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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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폭력상담소장이 누굴 지지하던 성범죄와 무슨 상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는 23일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미래통합당과 일부 보수언론은 사건 직후부터 ‘청와대‧여당이 총선을 감안해 오 시장 사퇴 시점 조율에 개입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측이 ‘4월 말까지 사퇴’에 합의했고 “오히려 피해자가 정치적 계산이 될까봐 걱정을 해서 사퇴시기를 4월말로 정했다”고 밝혀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급기야 오거돈 시장 성추행 사건마저 ‘친문’으로 도배를 하는 정치적 보도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TV조선은 27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오거돈 시장 사건 공증을 문재인 대통령이 대표로 있던 법무법인 부산이 맡았다는 점, 피해자를 대리해 사건에 대응 중인 부산성폭력상담소 소장이 2012년에 문재인 대통령 지지 선언을 했다는 점을 묶어 ‘여권의 개입 의혹’으로 보도했습니다. 사건에 ‘친문’들이 많으니 청와대‧여권이 개입했을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신고를 하기 전에 상담소 소장이 8년 전에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었는지, 사건을 맡길 인권 전문 법률사무소를 찾을 때도 오래 전이라도 혹시 대통령이 활동을 한 사무소인지 다 알아봐야 한다는 말일까요? 정확한 근거도 없이 ‘친문’ 딱지를 갖다 붙이며 성범죄마저 정치적 공세에 이용하는 보도입니다. 피해자 측은 이러한 보도를 “명백한 2차 가해”라 비판한 바 있습니다.

 

- TV조선 <사퇴 공증 로펌, 문 대통령 재직한 곳>(4/27) https://muz.so/abhm

 

2. ‘이재용 재판’을 ‘이건희의 강아지 사랑’으로 덮은 TV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승계 작업을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서원 씨에게 회삿돈으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죠. 법원은 이 부회장에게 1심에서는 징역 5년을, 2심에서는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어요. 지난해 8월 대법원이 “더욱 엄정한 단죄가 필요”하다는 취지로 2심 판단을 뒤집어 재판은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이후 진행된 파기환송심 재판은 대법원의 취지와는 반대로 흘러가는 듯했습니다. 이에 시민 사회와 학계 일부 인사들은 파기환송심이 봐주기식으로 흐른다며 공정한 재판을 촉구했고, 사건을 맡은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2월 법원에 재판부 교체를 요구하는 기피 신청을 했습니다. 지난 4월 17일,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박영수 특검팀은 23일 재항고를 진행하며 법원의 재판단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4/24)은 <‘기피 신청’ 재항고>라는 제목으로 이 소식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TV조선 기자들은 엉뚱한 내용에 집중했습니다. 무슨 사건인지 알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법률용어만 2분간 늘어놓은 뒤 “그런데 삼성은 요즘 안내견 조이로 인해서 주목을 조금 받고 있습니다”라며 갑작스럽게 방향을 전환했기 때문이죠. 이재용 재판 관련 설명에는 그토록 불친절했던 TV조선 기자들은 삼성의 강아지 사랑을 전달하는 데에는 한없이 친절했습니다. 미래통합당 김예지 당선인의 안내견 조이가 국회로 들어갈 수 있었던 배경에 삼성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이건희 회장의 첫사랑은 반려견이었다는 고백까지 출연한 기자들 모두가 ‘애견인 이건희’ 소개에 나섰습니다. 급기야 같은 재벌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반려견 사랑도 소개했죠. 화면에는 이건희 회장의 어린 시절부터 시기별로 강아지와 찍은 사진이 연이어 등장했습니다.

이재용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은 여전히 진행 중인 국정농단 재판이라는 점, 재판부의 공정성 논란이 있었던 점 등에서 대담 거리가 많은 사건입니다. 그럼에도 TV조선은 5분간 진행된 대담에서 재판 이야기를 2분만 다뤘고, 이건희 회장 등 재벌의 반려견 사랑을 3분이나 설명했습니다. ‘이재용 파기환송심’을 ‘이건희 강아지 사랑’으로 덮은거죠.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4/24) : https://muz.so/abh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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