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오보․의혹 부풀리기 난무하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보도
등록 2018.04.26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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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루킹 보도로 인해 TV조선을 재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명이 넘어섰습니다. 도대체 왜일까요? TV조선의 보도가 어땠는지, 다른 방송사들은 달랐는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TV조선은 드루킹 일당이 검거된 날, 단독보도인 <포털 여론 조작 “민주당 현역 의원 개입”>(4/13 홍영재 기자 https://goo.gl/Z7ipJS) 등을 통해 “댓글공작에 민주당 현역 국회의원이 개입한 정황이 확인”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에는 <김경수 의원과 문자 수백 건 주고받아>(4/14 홍혜영 기자 https://goo.gl/B5aERU)등으로 “‘댓글 공작팀’의 주범과 수백 건의 문자를 주고받은 여권 인사가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의원”이라 폭로했습니다. 


TV조선은 첫 단독 보도를 내놓은 13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드루킹 관련 보도를 97건이나 내놓았습니다. 그중 6일간은 톱보도로 드루킹 보도를 배치했습니다. 앵커는 13일부터 15일까지 3일 연속으로 뉴스 클로징에서 댓글 조작 범죄의 심각성을 언급했습니다. 16일과 17일, 20일에는 <신동욱 앵커의 시선>에서 이 사안을 짚었습니다.

 

반면 민주당과 김경수 의원은 민주당이 의뢰한 수사 결과가 나온 것’이며 피해자 역시 ‘민주당인 상황’에서, TV조선과 조선일보 등이 사실관계가 확인되지도 않은 ‘민주당 의원 배후설’을 유포하고 있다며, 강력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댓글 조작은 건전한 여론 형성을 방해하는 범죄 행위이며, 권력 기관 및 권력자의 지시로 이러한 조작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죄질이 더욱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언론은 권력을 감시ㆍ비판ㆍ견제해야 할 의무가 있는 만큼, 합리적 근거를 확보했다면 관련 보도로 의혹을 제기하고 사안을 공론화 시켜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최근 언론이 쏟아낸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관련 보도가 정말 모두 ‘권력 감시’와 ‘국민 알권리 충족’을 위한 보도였는지는 의문입니다. 

 

 

TV조선 열흘간 보도량, KBS ‘3배’ 수준
13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해당 이슈를 가장 많이 보도한 방송사는 TV조선입니다. 이 기간 TV조선은 97건의 보도를 내놓았으며, 관련 보도를 톱보도로 배치한 날도 6일이나 됩니다. ‘후발주자’인 채널A(75건)와 MBN(65건) 역시 각각 50건 이상의 보도를 내놓으며 해당 이슈에 집중했습니다. 반면 같은 기간 KBS는 27건, MBC는 32.5건 보도하는데 그쳤고, SBS(43건)와 JTBC(44건)도 TV조선의 절반 수준의 보도량을 기록했습니다. 열흘간 이 이슈를 톱보도로 배치한 횟수도 KBS가 1건으로 가장 적었고, MBC, JTBC는 2건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4/13

1건(16)

1건(19)

1건(15)

1건(20)

6건(톱)

2건(7)

-

4/14

3건(4)

1.5건(3)

3건(4)

4건(7)

7건(톱)

6건(5)

3건(6)

4/15

3건(톱)

3건(톱)

3건(톱)

5건(톱)

15건(톱)

6건(5)

4건(2)

4/16

2건(12)

5건(17)

6건(6)

5건(3)

12건(톱)

10건(톱)

12건(톱)

4/17

2건(4)

4건(톱)

6건(톱)

5건(4)

12건(톱)

11건(톱)

11건(톱)

4/18

4건(5)

5건(6)

5건(7)

5건(8)토

8건(5)

13건(3)

6건(6)

4/19

4건(6)

4건(7)

6건(톱)

6건(12)

12건(5)

9건(톱)

8건(7)

4/20

4건(3)

5건(3)

8건(톱)

7건(톱)

12건(톱)

15건(톱)

14건(톱)

4/21

2건(5)

2건(9)

3건(7)

2건(14)

7건(9)

3건(7)

3건(8)

4/22

2건(6)

2건(8)

2건(8)

4건(11)

6건(7)클

6건(톱)오

5건(7)

합계

27건

32.5건

43건

44건

97건

75건

65건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량

(4/17~4/24)

36건

40건

33건

47건

37건

32건

39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관련 보도량. 괄호 안은 보도 순서(4/13~4/22) ©민주언론시민연합

 

중요한 이슈이니 당연히 많은 보도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는 반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보도량(10일간)과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량(8일간)을 비교해보면 어떨까요?

 

이 시기 청와대는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필요할 경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나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북한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고(17일), 북한은 핵개발 중지 선언(20일)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17일부터 24일까지 8일간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량을 살펴보니, TV조선‧채널A‧MBN 이 종편 3사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보도를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보다 2배가량 많이 쏟아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특히 TV조선은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보도를 남북정상회담 보도보다 60건이나 더 내놓았습니다. 반면 KBS, MBC는 남북정상회담 관련 보도를 더 많이 내놓았습니다. SBS와 JTBC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보도를 더 내놓긴 했지만 보도량 차이는 10건 내외에 불과합니다. 


TV조선을 필두로 7개 방송사가 열흘간 380건이 넘는 관련 보도를 쏟아내면서 다양한 문제 보도도 속출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대표적 문제보도 양상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검증 없는 ‘일단 던지기 식’ 보도
현재 가장 우려되는 것은 언론이 충분히 취재하지 않고 ‘일단 던지고 보는’ 식의 보도를 내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YTN이 아침 뉴스시간대 <뉴스타워>(4/19)에서 <수사당국, 민주당 김경수 의원실 압수수색>이라는 자막 속보를 내놓은 뒤 이를 전제로 20분 간 대담까지 진행했다가 당일 정정 및 사과 보도를 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이런 오보는 YTN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채널A는 <드루킹 “잘 받으셨나요”>(4/22 황수현 기자, 기사링크 삭제)에서 “드루킹 김모 씨가 자신의 보좌관에게 돈을 건넨 것에 대해서 어제 김경수 의원은 ‘보좌관이 경찰에서 해명할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채널A 취재 결과, 드루킹이 보좌관에게 돈을 건넨 이후 김경수 의원에게 ‘잘 받으셨나요’라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낸 사실이 확인”되었다며 마치 드루킹이 500만원을 건넨 뒤 김 의원에게 곧바로 이를 알린 것처럼 전했습니다.

 

특히 채널A는 보도 말미에 “이 메시지를 보낸 시점이 금전 거래 뒤 어느 시점인지, 또 김 의원이 회신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습니다”라고 덧붙였으면서 정작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드루킹 “돈 잘 받으셨나요” 김경수에 연락>으로 뽑았습니다. 악의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행태입니다. 

 

이후 채널A의 대처 방식도 무책임했습니다. 채널A는 당일 앵커의 <클로징>(4/22 https://han.gl/1t49) 멘트로 “서울경찰청 측은 드루킹이 문자를 보낸 시점은 김 의원 측을 협박한 3월 이후라고 알려왔습니다. 또 김 의원은 해당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로 바로잡았습니다.

 

게다가 이후 홈페이지 다시보기 페이지에서는 영상 뿐 아니라 아예 기사 자체를 지워버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행세했습니다. 그나마 뉴스가 끝나기 전에 문제점을 인식해서 바로잡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런 식으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퉁치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뿐 아니라, 잘못된 기사로 인해 피해를 입을 김경수 의원에 대한 제대로 된 조치도 아닙니다. 


TV조선은 이에 앞서 <드루킹 ‘경인선’도 주도…“경인선으로 가자”>(4/17 김태훈 기자 https://han.gl/1t45)에서 “지난해 3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광주 경선현장. 김정숙 지지자들과 인사를 나눕니다. 김 여사는 가야 한다는 만류에도 한 단체는 직접 언급하며 찾습니다”라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이 또한 오보였습니다. 결국 이틀 뒤 TV조선은 홈페이지에서 보도 영상을 내리고 <김정숙 여사와 경인선 관련 정정 보도>(4/19 https://han.gl/1t47)로 사실관계를 바로잡았습니다. 

 

 

둘. 의혹 부풀리기 과장 보도
오보라고까지 할 수는 없으나, 의혹 부풀리기 식 과장보도들도 눈에 띕니다. ‘텔레그램을 사용했다’ ‘대화 목록이 몇 건이다’ 등의 정황 증거를 제시하고는 이것으로 마치 어떤 불법적 혐의가 입증이라도 된 듯 단정적으로 표현하는 식입니다.

 

그러나 선거방송심의에 관한 특별규정 제12조(사실보도)는 “①방송은 선거방송에서 유권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실을 과장·부각 또는 축소·은폐하는 등으로 왜곡하여 보도하여서는 아니된다” “③방송은 선거와 관련한 보도에서 감정 또는 편견이 개입된 용어를 사용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TV조선은 <김경수 의원과 문자 수백 건 주고 받아>(4/14 홍혜영 기자 https://han.gl/1svh) 보도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을 <‘댓글 공작팀’, 더민주 김경수 의원과 수백차례 비밀문자>라 달았는데요. 텔레그램을 이용했는지, 단순히 ‘주고받은’ 대화의 양이 얼마인지로는 김 의원이 불법 댓글 조작 행위에 개입했는지 알 수 없음에도, 이런 정황근거를 소개하며 사실상 김 의원의 댓글조작 개입을 강하게 암시하는 표현을 사용한 것입니다.

 

<대선 전 ‘시그널’ 메신저로 비밀대화 55회>(4/20 김태훈 기자 https://han.gl/1t3u)도 같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텔레그램보다도 보안성이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 ‘시그널’이라는 메신저”로 “55차례 문자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로는 여전히 김 의원이 불법 댓글 조작을 지시했는지를 증명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TV조선은 “해커와 정부는 물론 ISP서비스 업체도 대화 내용을 볼 수 없도록 보호해 줍니다. 모든 대화내용이 암호화돼 서버를 거치기 때문에 휴대전화에서 대화내용을 삭제하면 복원할 방법이 없습니다”라며 이 메신저를 사용해 대화를 주고받은 것만으로도 혐의가 입증된 것 마냥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TV조선 <김경수 문자 지웠나, 남아 있나>(4/15 최승현 기자 https://goo.gl/ufG8nn)처럼 그저 ‘의심을 위한 의심’을 반복하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이 보도는 김 의원의 “실제로 텔레그램이나 그쪽에서 보내온 문자들이나 문자 메시지들이 다 남아 있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라는 발언을 소개한 뒤 “‘일부 메시지라도 공개해 달라’고 취재진이 거듭 요구하자, 옆에 있던 민주당 의원들이 가로막습니다”라며 민주당 의원들이 취재를 방해해가며 김 의원을 감쌌다는 뉘앙스로 보도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미리 설정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화 내용이 자동으로 삭제되는 텔레그램의 ‘비밀대화’ 기능을 활용했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왜 비밀대화가 필요했냐’는 의문이 따릅니다. 김 의원이나 드루킹이 나중에 메시지를 삭제했을 수도 있습니다. 텔레그램에는 자신의 전화기는 물론 상대 전화기에 남은 대화도 삭제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이 경우 ‘왜 삭제가 필요했냐’는 의문이 붙습니다. 수사당국은 김 의원이 드루킹과 주고받은 메시지 상당량을 이미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드루킹이 삭제 이전에 따로 대화 내용을 보관했거나, 김 의원의 주장이 사실과 다를 가능성도 있습니다”라는 추정을 덧붙였습니다.

 

근거를 기반으로 추정하는 것이 아니라, 추정을 기반으로 다시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꼴입니다. 이 보도에도 등장한 ‘비밀대화 서비스 사용’에 대한 집착은 익명성이 보장되는 G메일을 이용했다고 간첩으로 몰아갔던 과거 공안당국 및 보수 단체의 억지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TV조선 이외 방송사들도 비슷한 유형의 보도로 의혹 부풀리기에 동참했습니다.

 

채널A는 <체포 직전까지 김경수에 ‘메시지’>(4/16 이서현 기자 https://han.gl/1t3v), <‘비밀 대화방’ 또 있었다>(4/20 신아람 기자 https://han.gl/1t3w)등의 보도로 김 의원과 드루킹 일당의 ‘긴밀한 관계’를 부각했습니다. 근거는 “주작을 주도한 '드루킹' 김모 씨와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또다른 메신저 프로그램으로 문자를 긴밀히 주고 받았”고 “이 메신저 역시 수사하기 힘든 해외에 서버를 둔 것” 등 입니다.

 

MBN <드루킹-김경수, 55차례 대화>(4/20 안병욱 기자 https://han.gl/1t41)도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주범인 드루킹 김 모 씨가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또 다른 비밀 메신저로 수십 차례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났죠. 김 의원은 그동안 의례적인 감사 인사만 했을 뿐이라고 했었기에 정치적 파장이 만만치 않습니다” “두 사람이 예상보다는 돈독했던 관계임이 드러나면서 앞으로의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드루킹 사건’의 파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MBC <‘댓글기사’ 3천 개 보내 “읽지 않았다”>(4/16 이문현 기자 https://han.gl/1t3y)는 보도 제목과 앵커 멘트 등을 통해 김 의원의 입장을 함께 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도 온라인 송고용 제목은 <드루킹, 김경수에 ‘댓글기사’ 3천 개 넘게 보내>입니다. 


KBS나 JTBC의 경우 보안성이 강한 해외 메신저를 사용해 대화를 주고받았다는 점을 전하면서도, 동시에 ‘수사의 핵심 쟁점’과 ‘현재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안’을 짚어주었습니다. KBS <기사 10건 주소 보내고 홍보 요청>(4/20 윤봄이 기자 https://han.gl/1t43)에서는 “‘시그널’로 수십 건의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에 주목하고 대화 내용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이에 앞서 “수사 초점은 드루킹이 조직적인 여론 조작 행위를 한다는 사실을 김 의원이 알고 있었는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JTBC <‘일방적 연락’ 뒤집힌 경찰 발표…수사 상황은?>(4/20 김민관 기자 https://han.gl/1t44)에서는 “매크로 작업, 그러니까 댓글 조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가 수사 핵심” “경찰은 이 부분에 대한 수사와 함께 대선 기간이나 그 이전에 불법적인 댓글 조작이 있었는지, 만약 있었다면 김 의원이 그 사실을 알았는지, 또는 조작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계속 추적” “수사의 또 다른 포인트는 김 씨가 댓글 활동을 지속한 자금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추적하는 부분” “아직까지는 거액의 자금이 입금된 정황은 확인되지 못했다”라며 반복적으로 ‘수사 핵심’과 ‘확인된 지점’을 정리했습니다. 

 

 

셋. 부실한 정치공세도 검증 없이 ‘논란․공방’으로 받아
정치권의 주장을 검증 없이 ‘논란․공방’으로 받아 처리하는 행태도 이어졌습니다. 언론이 논란을 확산시키는 ‘메신저’ 역할만을 수행한 꼴입니다.

 

지난 18일 바른미래당은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대선 기간 발생한 고소·고발 건을 쌍방 취소하기로 합의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이 드루킹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에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보내온 고소·고발 현황에는 피고발인이 ‘문팬’으로 돼 있어, 민주당 법률위원회는 고발당한 문팬 14명 중 드루킹이 포함돼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반박했습니다. 즉 추가 물증 혹은 반박이 없다면 이미 공방이라 전하기엔 부적절한 상황이었던 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개 방송사는 모두 이 사건을 ‘논란’ ‘진실공방’으로 몰아갔습니다. KBS, JTBC, MBN은 ‘논란’이라는 표현을 제목에 사용했고, MBC와 TV조선은 아예 의혹을 제기한 바른미래당 측 목소리만 제목에 부각했습니다. 


채널A는 <“민주당-‘드루킹’ 연관”…진실 공방>이라며 바른미래당 입장에 ‘진실 공방’이라는 설명까지 덧붙였습니다. 보도 제목에 양측 목소리를 모두 전한 곳은 SBS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콕 찍어 고발 취하 요구”…“존재 몰랐다”> 역시 전형적인 ‘VS 구도 부각’ 보도 제목으로, 상황을 ‘진실 공방’으로 몰아간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KBS

<대선 과정 고발 취하 논란>

MBC

<“민주당도 드루킹 알았다” 추가 의혹 제기>

SBS

<“콕 찍어 고발 취하 요구”…“존재 몰랐다”>

JTBC

<대선 후 고소고발 취하…‘드루킹’ 포함 논란>

TV조선

<“민주당이 ‘드루킹’ 고발 취하 요구”>

채널A

<“민주당-‘드루킹’ 연관”…진실 공방>

MBN

<‘드루킹 고발’ 취하 논란>

△ ‘민주당-국민의당 드루킹 고발 취하’ 관련 보도 제목(4/18) ©민주언론시민연합

 

보도 내용을 살펴보면 그나마 KBS가 객관성을 유지하려 노력한 모양새입니다. KBS는 앵커 멘트에서 “야당은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했고, 여당은 드루킹이 누군지 몰랐다고 맞섰습니다”라고 말한 뒤 바른미래당, 한국당 측 입장과 비슷한 비중으로 민주당 측 입장을 전했습니다. 


반대로 최악의 편파 보도를 내놓은 곳은 TV조선이었습니다. <“민주당이 ‘드루킹’ 고발 취하 요구”>(4/18 조덕현 기자 https://han.gl/1t4e)는 앵커 멘트부터가 “지금와서 보니 민주당이 가져 온 명단 속에 드루킹이 포함된 사실이 확인됐다고 국민의 당이 주장했습니다. 드루킹을 잘 알지도 못한다던 민주당이 어떻게 콕 집어 드루킹의 고발 취하를 요구했는지 의심스럽다는 겁니다”입니다.

 

기자 설명도 부실하기 짝이 없습니다. 기자는 바른미래당 입장을 먼저 상세히 풀어 설명한 뒤, 민주당 입장은 “민주당은 국민의당이 먼저 취하 대상 명단을 가져왔다고 주장합니다”라고 ‘어설프게 요약’했습니다. 그리고는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의 “국민의당이 보내온 고소고발 현황 11건에는 피고발인이 문팬으로 돼 있어 실제 법률위원회 지원단은 고발당한 14명에 드루킹 포함 알 수 없었습니다”라는 발언을 그냥 보여주었지요. 백 대변인 말언 뒤 TV조선은 다시 “바른미래당은 당시 함께 고발된 13명도 드루킹과 비슷한 댓글활동을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습니다”라는 멘트를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채널A <“민주당-‘드루킹’ 연관”…진실 공방>(4/18 김철웅 기자 https://han.gl/1t4f) 역시 앵커 멘트로 “민주당이 고발을 없던 일로 해 달라면서 전달한 명단에 드루킹이 포함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드루킹을 모른다’는 민주당의 해명이 흔들리게 된 것”이라며 일방적으로 민주당을 의심하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MBC <“민주당도 드루킹 알았다” 추가 의혹 제기>(4/18 김민욱 기자 https://han.gl/1t4a) 앵커 멘트도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여러 건의 고소고발 사건이 있었는데, 대선 이후 서로 고소를 취하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때 민주당이 국민의당에게 고소취하를 요청한 명단 가운데 드루킹 김 모 씨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였습니다. 민주당이 드루킹을 지정해 고소 취하를 요구한 것처럼 보이게 정리한 것이죠.


SBS <“콕 찍어 고발 취하 요구”…“존재 몰랐다”>(4/18 이한석 기자 https://han.gl/1t4c)와 JTBC <대선 후 고소고발 취하…‘드루킹’ 포함 논란>(4/18 류정화 기자 https://han.gl/1t4d)도 모두 앵커 멘트로 야당의 공세만을 부각하여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와중에 MBN은 또 스크립트를 조작 했습니다. <‘드루킹 고발’ 취하 논란>(4/18 오태윤 기자 https://han.gl/1t4g)의 실제 앵커멘트는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서 정당들은 정국관계 개선을 위해 쌍방의 고소·고발을 취하하곤 하는데요. 민주당이 지난해 국민의당과 협의한 고소·고발 취하사건 가운데 드루킹 사건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 보도의 다시보기 페이지에는 “하지만, 민주당은 당시 고발 건에 '드루킹'이 포함됐는지 알 수 없었다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라고 덧붙여 말한 것처럼 앵커멘트 스크립트를 바꿔놓았습니다. 

 

 

넷. ‘시민 의사표현’, ‘여론 조작 범죄’로 치부한 TV조선
TV조선은 자사 보도를 비판하는 시민의 목소리를 모두 ‘여론 조작 범죄’인양 치부하기도 했습니다. 


먼저 <TV조선 허가 취소 청원에 야 “언론에 재갈”>(4/15 신정훈 기자 https://goo.gl/aoMZSG)은 TV조선 보도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TV조선의 허가를 취소하라는 요구가 올라왔”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 청원은 만 하루도 안돼 참여자가 5만명을 넘었습니다. 한달 시한을 두고 진행 중인 청원 가운데 8번째로 많습니다. 주말임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라는 해설을 덧붙였는데요. ‘빠른 속도로 청원 참여자가 늘었다’는 이유만으로 ‘수많은 시민이 자사 보도에 분노해 자발적으로 청원을 넣었을 가능성’을 일방적으로 배제한 채, 아무 근거 없이 ‘여론 조작’ 가능성을 부각한 셈입니다.

 

기자는 이런 설명 뒤에 해당 청원을 이미 여론 조작으로 규정지은 자유한국당과 바른 정당 측 공세를 나열하여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TV조선 기사에 ‘악플’ 쇄도>(4/16 윤우리 기자 https://goo.gl/kPfpvr)도 비슷한 유형의 문제보도입니다.

 

먼저 앵커는 “김경수 의원이 댓글조작단과 문자를 주고받았다는 TV조선의 특종 보도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는데, 유독 많은 추천을 받는 댓글이 눈에 띄었습니다. 김경수 의원의 팬클럽 운영자의 아이디와 동일한 사람이 쓴 댓글”이라는 멘트로 보도를 시작했습니다.

 

윤우리 기자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TV조선 허가 취소 청원’이 올라와 9만 6천 명의 동의를 얻었습니다”라고 말한 뒤에 “바른미래당 안철수 전 대표는 ‘지금도 활동 중인 제2, 제3의 드루킹들의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앞서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는 TV조선 허가 취소 청원은 ‘또다른 여론조작’이라고 말했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1시간 만에 ‘악플’ 도배…댓글 지령 의심>(4/18 정운섭 기자 https://han.gl/1t4h)도 “기사에 댓글을 다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여론 가공은, 여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진행중일지 모릅니다. 어제 TV조선 기사에 댓글이 달리는 양상을 전문가와 함께 분석했더니, 그런 합리적 추정이 가능했습니다”라는 자신만만한 앵커 멘트로 시작되는데요.

 

정작 내용을 살펴보면 자사 보도에 처음엔 “여론조작과 정부지지율에 대한 부정적인 댓글”이 달려 있었지만 “불과 20여분만에 인기댓글이 모두 바뀌었고” “1시간도 안돼 1,000여 개의 댓글이 밀려들며, 1,000개 가까운 공감을 얻은 비방댓글이 베스트댓글 자리를 꿰”찼다는 이유 등으로 의심하고 있을 뿐입니다. 불법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고 ‘좌표’를 공유하여 기사에 대한 입장을 표현하는 시민 활동을 ‘댓글 조작’이라 별다른 고민 없이 단정 지은 것입니다. 이런 태도는 시민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억압하고 무시할 논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유해합니다. 


또한 TV조선 폐지 청원이나 TV조선 보도에 달린 ‘악플’ 등은 TV조선 자사 이해관계가 달린 사안이기도 한데요. 이를 스스로 전달하면서 특정 세력의 주장만을 일방적으로 부각했다는 측면에서 위 보도들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중 공정성 조항을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9조(공정성)는 “②방송은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된 사안을 다룰 때에는 공정성과 균형성을 유지하여야 하고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있게 반영하여야 한다” “③방송은 제작기술 또는 편집기술 등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대립되고 있는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여서는 아니된다” “④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라디오방송의 청취자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한편, MBC와 SBS는 TV조선처럼 ‘몰려다니며 댓글을 달거나 추천을 누르면 다 여론조작’이라 단정지어 비난하는 대신 이와 관련한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화두를 던졌습니다.

 

MBC <‘선플’도 처벌? 프로그램 사용 여부가 관건>(4/21 이문현 기자 https://han.gl/1t4m)은 먼저 “선플이든 악플이든, 댓글 순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면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처벌”된다는 점을 설명했는데요. 그 뒤에는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은 선플”의 경우 “개인적인 온라인 활동과 정치적 의사표명은 선거법상 문제는 없다는 견해”와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정도가 강하다면 형법상 업무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해석”이 모두 나오고 있다는 점을 덧붙여 소개해주었습니다.

 

SBS 역시 <‘조직적 활동’ 어떻게 판단할지가 관건>(4/19 남승모 기자 https://han.gl/1t4k)로 ‘어디까지를 건전한 여론의 조성’으로 볼 수 있을지 고민하는 선관위 측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전했습니다. KBS와 채널A는 이와 관련해 다른 방송사 대비 뚜렷한 입장을 드러내지는 않았습니다.

 

 

다섯. ‘국정원 댓글 조작’과 물타기 시도도
국가기관을 동원해서 조직적으로 댓글을 왜곡한 행위와 이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며 물타기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 역시 TV조선이 앞장섰는데요. 주로 야당의 발언을 아무 비판 없이 받아쓰고 부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TV조선 <안 “고문보다 지독”…여 ‘부실 수사’ 비판>(4/19 정수양 기자 https://han.gl/1t4n)에서는 민주평화당의 “국정원 댓글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드루킹 사건'도 한 치의 의혹도 없이 진상을 밝혀내야 한다”는 발언을 아무 반박 없이 그대로 소개했고요.

 

TV조선 <야 “문 대통령, 댓글에 대해 답할 차례”>(4/21 정수양 기자 https://han.gl/1t4o)에서는 “문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국민의 의사표시’라며 악성댓글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말”했지만 “2012년 대선 패배 후 국정원 댓글 사건이 불거지자 ‘불공정한 대선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국가 기관의 여론 조작과 시민의 ‘댓글 공세’를 같은 선상에 놓고 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마치 ‘문 대통령이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뒤집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셈입니다. 


MBN 김주하 앵커도 비슷한 주장을 펼쳤습니다. <김주하의 뉴스초점/댓글의 정치학>(4/19 https://han.gl/1t4j)에서 앵커는 “유신 시대, 체제 보전을 위해 누군가 희생양을 만들고 이를 언론에 흘려 정국 전환을 시도했던 거 기억하시죠? 지금의 드루킹 사태는 그 주체가 정부냐 민간이냐의 차이만 있을 뿐 과거 공작정치의 행태와 너무도 많이 닮아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반면 JTBC는 <‘댓글’ 십알단과 드루킹의 차이는?>(4/17 류정화 기자 https://han.gl/1t4s)에서 “야권에서는 이번 댓글조작 사건을 지난 2012년 대선 때 있었던 국정원의 댓글공작, 또는 십알단 사건과 닮은꼴이라면서 여권을 비판하고 있”지만 “이번 사건을 2012년 대선 당시 사건들과 비교하려면 드루킹의 ‘경공모’에도 캠프 차원의 조직적 관여가 있었는지 등이 먼저 밝혀져야 한단 지적”이 있다며 야권의 공세를 사실상 반박했습니다.

 

또 이에 앞서 <‘댓글 조작’ 공방 격화…여야 주장 살펴보니>(4/15 이희정 기자 https://han.gl/1t4r)에서도 JTBC는 “2012년 대선 당시 댓글공작 사건은 국정원장이 나서서 직접 주도했습니다. 국가정보기관이 조직적으로 당시 야권의 문재인 후보를 흠집내고 반대로 여권의 박근혜 후보 띄우기에 나섰던 건데요. 반면 지금까지의 수사 상황으로 놓고 보면, 이번 건은 민주당원 몇몇이 온라인상에서 여론 조작을 벌이고 있는 사건”이라 선을 그은 바 있습니다.  

 

 

여섯. 자사 보도 문제점 지적하면 ‘언론 탄압’ 외치며 이중잣대
TV조선이 최근 자사 보도나 취재 행태의 문제점을 지적받을 때마다 ‘언론 탄압’을 외치고 있다는 점도 놀라운 일입니다.

 

그간 TV조선은 동료 언론인들이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으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되고 있는 상황’에 맞서 투쟁할 때마다, 노골적으로 언론 자유를 침해한 세력의 편에 서서 편파 보도를 내놓아 왔습니다.

 

당장 올 초 KBS이사회가 임시이사회를 열어 고대영 KBS 사장 해임제청안을 의결했을때만 해도 신동욱 앵커는 <신동욱 앵커의 시선/공영방송 사장>(1/23 https://goo.gl/dBtYiR)에서 정연주 사장 해임과 고대영 사장 및 이인호 이사장 사퇴 건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영방송 사장을 교체하려는 힘겨루기”라며 ‘같은 상황’인양 비교한 바 있습니다. 고대영 사장과 적폐 이사 그 당사자들의 문제점을 은근슬쩍 정권의 문제점으로 전가한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TV조선 드루킹 관련 보도에 대해 민주당이 반발하고 나서자 TV조선 신동욱 앵커는 <신동욱 앵커의 시선/여론 조작과 언론 자유>(4/16 https://goo.gl/9UrF2H)에서 “수사와 언론의 정당한 취재 활동을 위축 시킬 수 있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 뒤에는 “무엇이 중한데… ‘달은 보지 않고 달을 가르키는 손가락만 쳐다보는 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 기관 역시 이번 일이 얼마나 민감한 사인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언론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권력의 부당한 개입으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됐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 지, 우리는 이미 충분한 교훈을 갖고 있지 않습니까?”라는 주장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언론자유’의 가치를 자사 이해관계 수호를 위해서만 선택적으로 꺼내들고 있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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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을 언론 탄압으로 치부한 TV조선

 

TV조선은 자사 기자가 압수수색 현장에서 절도를 저지른 이후에도 이 ‘언론 탄압’ 논리를 꺼내들었습니다. 경찰이 TV조선 압수수색에 나서자 TV조선은 당일 곧바로 <“TV조선 압수수색 시도는 언론 탄압”>(4/25 김보건 기자 https://han.gl/1t4t)에서 “TV조선 기자협회는 이번 압수수색을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부당한 시도로 규정하고 저지했습니다”라고 앵커멘트를 했습니다.

 

리포트에서는 자사 기사의 저항 모습을 보여주더니 “동아일보와 MBC, SBS와 세계일보 기자들도 과거 언론자유 수호를 위해 압수수색을 막아낸 적이 있습니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압수수색 현장을 찾아 ‘어떠한 상황에서도 언론자유 탄압은 안된다’고 말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신동욱 앵커는 클로징에서 “언론도 법 앞에 성역일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번 건이 저희 수습기자의 취재욕심에서 비롯된 일임을 분명히 인정, 사과한 바 있습니다. 아울러 어제 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당사자가 경찰에 출두해 충실히 수사에 협조했고 일체의 관련 증거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도 경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영장을 발부받아 사건 현장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언론사를 압수수색하겠다고 나선 데는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TV조선의 취재활동을 정치적 쟁점으로 몰아가려는 시도와 부당한 압박에 굴하지 않고, 인터넷 여론조작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취재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TV조선의 선택적 언론자유 수호 행태와는 별개로,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과 언론인 체포 등의 문제는 분명 신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나 단순 의혹이 제기된 것이 아니라, 명백하게 범죄가 발생한 상황에서 무조건 ‘압수수색=언론탄압’이라는 주장을 펼치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과거 언론인들의 싸움과 TV조선의 이번 절도 사건을 둘러싼 반발을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역시 무리수로 보입니다.

 

대표적으로 TV조선이 말하는 동아일보 언론인들의 ‘언론자유 수호 싸움’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의 언론 탄압에 저항하던 ‘동아자유언론수호 투쟁위원회’(동아투위) 소속 기자들의 싸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1974년 1월, 박정희 정권은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언론에 대해 영장 없이 체포나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의 대통령 긴급조치 1호를 시행했습니다. 이에 동아일보 소속 언론인들이 거세게 저항에 나서자 박정희 정권은 동아일보에 타격을 주기 위해 동아일보 광고주들을 불러 압박을 가해 광고를 중단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를 빌미로 동아일보 경영진은 정권에 저항하던 기자들을 사전 통고 없이 해임했고, 이에 맞서 제작 거부 농성을 시작한 동아투위 구성원들 역시 무더기 해고했습니다.

 

즉 TV조선은 독재정권 하에서 무책임한 보도로 국민을 오도하고 있다는 사실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싸움에 나섰던 언론인들과 자사 기자들의 저항을 동일 선상에 놓고 비교한 것인데요. TV조선이 최근 쏟아낸 드루킹 관련 보도 양상을 보면, 외부 투쟁 이전에 내부 반성이 먼저 필요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 외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검찰이 MBC PD수첩 광우병 편의 원본 테이프 압수를 위해 서울 MBC 본사 압수수색을 시도 했던 사건과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세계일보가 최순실 씨 전 남편 정윤회씨가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보도한 이후 ‘문건유출자 색출’에만 집중했던 검찰의 세계일보 압수수색 시도 사건 등은 모두 ‘보도의 내용’에 대한 탄압을 목적으로 압수수색을 시도한 사건입니다. 반면 이번 TV조선의 사례는 기자의 ‘명백한 범죄 행각’에 대한 진상 조사를 위한 압수수색입니다. 당연히 이 사례들을 같은 선상에 놓고 볼 수는 없습니다. 

 

 

기타. 특정 정체성 부각하며 부정적 시각 유도하거나 가십성 보도 내놓거나
그 외 사안의 본질과 무관한 특정 정체성을 ‘드루킹 일당의 범죄 혐의’와 엮어 부각하려는 듯한 보도도 있었습니다.


TV조선은 <파주 출판서서 조작…UBS 증거인멸 시도>(4/13 유혜림 기자 https://goo.gl/NpC5hh)의 온라인 송고용 제목을 <파주 출판사에서 댓글 조작…반재벌 카페 운영도>로 꼽으며 댓글조작 일당의 ‘반재벌’ 성향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이 보도의 앵커 멘트 역시 “그런데 이번에 구속된 민주당원 3명은 같은 출판사에서 근무했고, 반재벌 성향의 인터넷 카페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입니다. 일당이 재벌에 대해 비판적 태도를 입장을 지녔기에 이러한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님에도, ‘반재벌’ 주장과 ‘댓글 조작’이라는 범죄가 마치 연관이 있는 것처럼 전한 것인데요. 낙인 효과를 유발하는 부적절한 보도 행태라 할 수 있습니다. 


MBN <“정치예언 130점”>(4/19 이병주 기자 https://han.gl/1t4v)도 온라인 송고용 제목을 <“드루킹 정치예언은 130점”…소액주주 운동에 특히 관심>으로 뽑았는데요. 이 역시 ‘소액주주 운동’ 자체가 문제인 것처럼 오해를 유발하는 제목입니다. 다만 MBN은 기사 내에 “참여연대 등 기존의 소액주주 운동이 공개적으로 진행된 데 반해, 김 씨는 경공모를 ‘노아의 방주’에 비유하며 비공개로 활동했고, 나아가 '쓸모없는 포인트'와 같은 주주의결권을 달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정치인들과 접촉하며 세력을 확장한 드루킹, 그 배경이 개인의 이익을 취하려 했던 건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입니다”라며 기존 소액주주 운동과 드루킹의 소액주주 운동을 분리하여 설명했습니다. 


한편, MBN은 노골적인 가십성 보도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문제의 보도는 <드루킹 부인 “체포 사실 몰랐다”>(4/17 손기준 기자 https://han.gl/1t5f)인데요. 제목 그대로 “드루킹 김 모 씨의 부인을 단독”으로 만나 드루킹 부인의 “(남편의) 여론 조작 활동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체포 사실도 뒤늦게 알았다”는 발언을 소개한 보도입니다. 취재했으나 별 내용을 건지지 못했음에도 일단 ‘사람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주제’이니 내용이 없더라도 보도로 만들어 내보내보자는 장삿속이 엿보입니다.

 

보도 말미 “당 차원에서 이번 사건의 진상을 조사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김영우 의원도 김 씨의 부인을 찾아왔”다는 점을 전하고 김 의원의 “드루킹 이 분이 어떻게 여태까지 경제활동을 해오셨나, 평상시에 좀 정치권에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궁금해서 왔어요”라는 발언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는 한국당 행보를 홍보해 줄 목적으로 보도를 만들어낸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듭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4월 13일~4월 25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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