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6차 보고서④⑤] <금주의 朴비어천가> 수첩본능, <금주의 황당 칼럼> 동아 송평인 칼럼(2014.4.8)
등록 2014.04.0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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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 6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사라진 선거보도 : 정몽준의 금권선거 논란, 김황식 캠프 간 청와대 행정관


2) 여론조사 놓고 ‘입맛대로’…당명 놓고 ‘말장난’


3) 종편, “너나 잘해” 막말에도 안철수 대표만 집중 비난


4)  <금주의 朴비어천가> 

   -‘수첩 본능’, ‘링거 맞고’, ‘현안 챙겨’


5) <금주의 황당 칼럼> 

- “송평인 논설위원님, 만우절 기사 잘봤습니다”


6) <금주의 황당 말․말․말> 


7) 표로 보는 선거 보도 

- 종편보다 부실한 KBS 선거보도(끝)



<금주의 朴비어천가>



조중동 속내 ‘아픈 몸을 이끄시고’

위인전기 같은 서사 구조의 기사들 

‘수첩 본능’부터 ‘링거 맞고’… ‘현안 챙겨’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가 박근혜 대통령의 위인전기를 미리 쓰기로 결심한 듯하다. 이들 언론은 지난달에 있었던 네덜란드, 독일 순방을 마친 박근혜 대통령의 건강 상태와 뒷이야기를 전했다. 만찬장에서 메모하는 박 대통령 모습과 몸을 아끼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이 부각됐다. 이들 기사는 첫 문장에서부터 ‘朴비어천가’임을 자처했다. 



△ 3월 31일자 조선일보 6면 기사



“박근혜 대통령은 29일 네덜란드 독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자마자 건강상태 점검을 위해 청와대 의무실부터 들른 것으로 알려졌다”(조선 3.31 6면 _ 네덜란드 만찬서 메뉴판에 메모한 박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일정을 비웠다. 대개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수석비서관 회의도 잡지 않았다…(중략) NLL 남쪽에 떨어진 상황은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실시간으로 보고 받았다”(중앙 4.1 6면 _ 청와대 “박 대통령 몸살 서서히 회복 중”)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메모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박근혜 대통령의 ‘수첩공주’ 본능이 또 다시 발휘됐다”(동아 3.31 6면 _전 여왕 “뭘 적나요”… 박대통령 “국왕 말씀 지혜로워”)


먼저 동아일보는 네덜란드 왕실 오찬 중 박 대통령이 식사 도중 메뉴가 적힌 종이에 메모를 했다는 청와대의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러면서 ‘수첩 공주’ 본능이 또 다시 발휘됐다는 미사어구를 사용하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물론 이를 쓴 기자는 오찬장에 있지도 않았다. 청와대가 불러 주는대로 충실한 ‘받아쓰기’를 한 것이다. 


단순히 에피소드를 넘어 위인전기에 등장할 법한 서사 구조도 나왔다. 조선일보 기사는 ‘귀국하자마자 의무실’ → 순방 초부터 감기 걸렸다 → 귀국 전용기에서의 박 대통령 발언 “감기가 어디 잘 떨어지나요” → 네덜란드 국왕 오찬 중 메모 → 다른 대통령들의 박 대통령의 건강 안부 물음 → 독일 방문 중 발언으로 마무리 된다. 참고로 이 기사 끝의 발언을 소개하자면, 박 대통령은 가우크 독일 대통령에게 “한국이 IMF 위기에 처했을 때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정치를 시작했다”라고 했다. 주옥같은 말이다. 


중앙일보 기사도 비슷한 흐름이다. ‘31일 일정을 비운 대통령’ → 대변인 “서서히 회복돼 가는 중” → 순방 중 링거 두 세 차례 맞았던 사실 드러남 → 만만치 않은 일정으로 전용기 안 회의 준비 → 찬바람으로 서늘했던 호텔 → 아프지만 포격 도발 보고 받고, 순방 후속조치 마련과 현안 점검했다는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이 같은 구조는 온갖 역경을 딛고 일어서거나, 아픈 상황에서도 국가를 위해 일하고, 희생을 감수한다는 위인전기의 서사구조와 똑같다. 조중동이 박 대통령의 위인전기 또는 자서전을 대필해 주고 있는 꼴이다.


한편, 지난 4월 3일 채널A <직언직설>에 출연한 강명도 경민대 교수는 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 1비서를 연산군에 비유하면서 “자기보다 30년 된 나이 많은 장군들을 엎드려서 총 쏘게 하고 담배 들고 지시봉 들고…도덕적 윤리는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그 뒤 강 교수는 돌연 “우리 박근혜 대통령 보십시오. 얼마나 리더십이 있고, 존경해 줍니까. 막말도 안 하지 않습니까. 모든 장관들이나 수석 회의 할 때 보시면, 참 존경(어)을 씁니다.”라고 덧붙였다. 깨알 같은 ‘박 대통령 띄우기’의 명장면 중 하나로 꼽을 만하다. 




<금주의 황당칼럼>


“東亞日報 송평인 논설위원님, 만우절 기사 잘 봤습니다”


4월 1일자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헌재가 좁쌀영감이 됐다>는 동아일보가 독자들에 대한 서비스 차원의 ‘숨겨놓은 만우절 기사’인 줄 알았다. 스스로 1등 신문이라고 자처하는 동아일보의 논설위원이 ‘한정위헌’의 취지도 제대로 모르고 글을 썼을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해당 칼럼을 ‘탑 기사’로 배치하고 다음날 ‘만우절 기사’였다는 社告가 없는 걸 보아하니 ‘만우절 기사’는 아니었나보다. 



△ 4월 1일자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


송 위원은 해당 칼럼에서 “헌법재판소의 야간 시위 금지 한정위헌 결정을 보면서 헌재의 월권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헌재는 헌법 정신의 큰 틀을 제시하는 곳이다. 좁쌀영감처럼 미주알 고주알 참견하는 것은 헌재가 취할 태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송 위원은 “야간 시위의 전면 금지가 위헌이어서 일부 허용하더라도 그 시간을 몇 시로 정해 허용할 지는 국회의 권한이다”라며 “고작 재판관 9명에 불과한 헌재가 입법의 세부적인 것까지 결정해 지도하려 하지 말고 대의기관인 국회에 맡겨야한다”고 주장했다. 송 위원은 대체 한정위헌의 취지는 제대로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정위헌은 헌재가 법률 및 법률 조항의 전부, 혹은 일부에 대해 위헌 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개념이 불확정적이거나 여러 가지 뜻으로 해석될 경우, 해석의 범위를 정하고 이를 확대하는 경우 위헌으로 보는 법률 조항의 위헌 여부에 대하여 내린 결정이다. 그래서 이번 결정도 헌재가 야간 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기에 밤 12시 이후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뿐이다. 솔직히 말해서 그냥 위헌이라고 결정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을 백번 양보해 ‘한정위헌 결정’ 했는데 이걸 송 위원이 “잘못됐다”고 악을 쓰니 칼럼을 읽는 사람의 말문만 막히는 형국이다. 사실 야간이라는 이유로 어떤 집회인지와 무관하게 그 자체를 전면금지하는 것은 헌법에서 집회에 대한 허가제를 금지하고 있는 취지에 반한다. 지금도 집시법은 이미 제8조에서 주택가와 학교, 군사시설 주변 집회는 금지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제12조에서는 주요도로 집회도 금지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제5조에서는 폭력 발생이 명백한 집회를 금지하고 있다. 그리고 제14조에서는 소음을 대통령령 이상으로 발생시켜서는 안 된다는 ‘소음’ 제한도 두고 있다. 그리고 제20조에서는 집회와 시위 도중에라도 해산시킬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규정들만으로도 야간에 벌어진 그 어떠한 집회라도 폭력, 소음, 교통방해 등 모든 발생 가능한 우려에 대한 규제감독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기자라면 양심이 있어야지 그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려고 논설위원이라는 자리에 앉아있는가. 상식을 가진 대한민국의 국민 대다수는 헌법재판관을 우리나라 법률 해석의 최고 권위자라고 인식하고 있다. 송 위원의 표현대로 ‘고작 재판관 9명에 불과한’ 이나 ‘좁쌀영감’은 일반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말이다.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인식공격성 표현을 마음대로 쓸 권리가 있는 것인가. 논설위원의 ‘월권’이 지나친 건 아닌가? 동아일보는 만우절에는 해괴망측한 칼럼도 아무런 데스크 없이 그냥 내보내는 전통이 있는 지 되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