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3차보고서③⑤] ‘선거개입 의혹’ 임종훈 靑비서관 사퇴, 단신 처리할 기사인가?(2014.3.18)
등록 2014.03.18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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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 3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동네북 된 김상곤의 ‘무상버스’


2) ‘안철수 때리기’, 언제까지 계속될까? 


3) [방송] ‘선거개입 의혹’ 임종훈 靑비서관 사퇴, 단신 처리할 기사인가? 


4) [신문] ‘1인당 후원금’도 종북 딱지의 연장선으로 이용하나? 


5) <금주의 朴비어천가> 

       -[신문] 중앙일보 15일자 <확 바뀐 박 대통령 경례 “군인 못잖다”>


6) 표로 읽는 선거보도

   -[종편] 시사프로그램 패널 분석 결과, TV조선은 압도적 친정부·여당 패널 일색

   -[방송] 방송4사 선거보도량 분석 결과, KBS 적어도 너무 적어




‘선거개입 의혹’ 임종훈 靑비서관 사퇴, 단신 처리할 기사인가? 



[방송] 사표를 왜 썼는지에 대해서도 언급조차 안한 언론들


지난 8일, 임종훈 청와대 민원비서관이 선거개입 논란으로 물의를 빚어 사표를 제출했다. 인수위 행정실장을 역임했으며 지난 해 3월 청와대 민원비서관에 기용된  임 비서관은 지난달 22일 수원시 영통구 경기도의원 및 수원시의원 선거에 출마할 신청자 15명과 함께 등산하고 점심을 먹은 뒤 새누리당 당협위원장 등과 함께 15명에 대한 면접에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임 비서관의 행위가 사실이라면 현행 공직선거법이 금지하고 있는 '공무원의 지위를 이용한 선거운동의 기획'에 해당하는 일이다. 따라서 이재오 의원 등 새누리당 인사들까지도 임 비서관의 부적절한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논란이 되자 7일 청와대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 쪽에서 임 비서관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고 8일 임 비서관이 사표를 제출한 것이다.


△KBS <간추린 단신 ‘지방선거 관여 의혹’ 청와대 비서관 사표 자료화면>(3/8)


방송 4사는 3월 8일 메인뉴스에서 입을 맞추기라도 한 듯이 천편일률적으로 이 내용을 단신처리했다. 이날 KBS는 <‘지방선거 관여 의혹’ 청와대 비서관 사표>,  MBC는 <‘면접 논란’ 임종훈 비서관 사표>, SBS는 <‘지방선거 관여 논란’ 청와대 비서관 사표>, YTN은 <청와대 임종훈 민원비서관 사표 제출>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일단 제목만 보면 일단 MBC와 YTN은 선거 관여 논란이라는 표현이 없어서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게 뽑았다. 반면 보도내용에서는 KBS와 SBS가 엉망이었다. MBC와 YTN는 그나마 “수원영통 지역구의 도의원과 시의원 출마 신청자 15명을 면접”했다는 내용을 언급했지만, KBS와 SBS에서는 의혹의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방송4사의 어떤 보도로도 청와대 비서관이 지방선거에 관여했다는 이번 사건의 의미와 파장은 전달되지 않았다. 후보자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받았다가 30배의 과태료를 부과 받은 서민은 비중 있게 보도하는 방송사들이 정권 차원의 선거 관여 논란에 대해서 이처럼 짧게 보도하는 것은 문제이다. 특히 전날 이 사건에 대해서 전혀 보도하지 않았으면서 사표를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부리나케 방송4사가 모두 보도한 것도 정부의 선거개입 논란이라는 악재를 조기수습하려는 보도태도로 비춰진다. 



<금주의 朴비어천가>



△ 중앙일보 15일자 14면 기사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전 골프 실력은 타이거 우즈가 감히 넘보질 못할 수준이었다. 일반인은 평생에 한번 할까 말까한다는 홀인원을 한 경기에서 11번이나 기록하는 등 38언더파가 북한이 말하는 김 전 위원장의 실력이다. 이에 대한 평가는 어땠을까. 김 전 위원장의 사망소식이 전해진 후 해외 네티즌들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골퍼가 영원히 잠에 들었다”고 말했다. 북한당국이 눈치껏 적당히 했으면 이런 비아냥거림까지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와 비교하기가 적확치는 않지만 15일 중앙일보는 설마 이런 내용까지 담아야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에 충분한 기사를 떡하니 실었다. 그동안 몇몇 언론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옷 스타일, 옷 색깔을 놓고 칭찬하는게 유행인 때가 있었다. 이런 ‘옷통령 찬양’이 잠잠해지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중앙일보가 급기야 ‘경례 모습’까지 찬양 대열에 올려놓았다. 당일 인터넷에 탑 기사로 걸어놓을 걸 보니 중앙일보 스스로도 뿌듯해하는 눈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또 뭐가 나올지 자못 궁금해지기까지 하다. 중앙일보는 15일자 종합 면에서 <확 바뀐 박 대통령 경례 “군인 못잖다”>란 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최근 경례 모습이 화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런 기사를 대문짝만하게 올린 것이 더 화제 아니었을까. 중앙일보의 기사는 대통령 취임 시 뭔가 어색했던 경례 동작이 점점 고쳐지더니 최근에는 완벽해졌다는 게 핵심 요지였다. 청와대사진기자단으로부터 받은 4장의 사진까지 순차적으로 넣었다. 지난 13일 경찰대학 졸업식에서의 경례 모습에 대해서는 아예 “이날 박 대통령은 완벽한 경례를 했다. 한 동작으로 손바닥은 보일 들 말 듯, 약간 구부린 손가락 끝, 쫙 편 손목, 어디 하나 흠잡을 곳이 없었다”라고 묘사했다. 한 네티즌은 기사에 ‘이제 북한사람들 욕할 명분이 없어졌다’고 까지 썼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대통령은 참모진들의 의견을 수렴해 경례 연습을 열심히 해서 지금의 경례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제 말마따나 경례 모습도 완벽해져 더 연습할 필요가 없어졌으니 그 시간에 지난 대선 때 무슨 공약을 내걸었는지부터 찬찬히 찾아서 일독했으면 좋겠다.    


<끝>



2014년 3월 18일

공정선거보도감시단(민언련/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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