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선거꾼’ 눈에는 ‘선거꾼’밖에 안 보인다
등록 2020.02.25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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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주 차, 나쁜 선거 보도

 

 

1. ‘선거꾼’ 눈에는 ‘선거꾼’밖에 안 보인다

지난 18일, TV조선 <신동욱 앵커의 시선/총선 블랙홀>(2/18 신동욱 앵커)에서는 현 정부의 모든 정책을 ‘선거 전략’으로 보고 매도하는 논평이 나왔습니다.

 

SBS에서 TV조선으로 이적한 신동욱 앵커가 진행하는 일종의 ‘논평 코너’인 ‘앵커의 시선’에서, 그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부동산을) 잡고야 말겠다”던 정부가, “총선을 걱정한 민주당 반대”로 수원-용인-성남 지역의 규제 조치를 “유보”했다고 전했습니다. “수원-용인-성남 지역구 열세 곳 중에 아홉 곳이 민주당 의원 지역구”이기 때문에 정부가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부동산 규제를 안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불과 이틀 뒤인 지난 20일 발표된 정부 정책은 △수원시 영통구‧권선구‧장안구 △안양시 만안구 △의왕시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신규 지정하기로 했으며, 조정대상지역을 그동안엔 3개 구간으로 나눠 전매제한 기간을 다르게 설정해뒀으나 앞으론 모든 조정대상지역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일까지 전매를 불허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정대상지역 2지역이던 성남 민간택지, 3지역이던 수원 팔달·용인 기흥·남양주·하남·고양 민간택지까지 전매제한이 강화됐습니다. 부동산 정책도 선거 전략으로만 보는 TV조선의 황당한 논리에 따르면, 정부는 민주당에 불리한 정책을 내놔도 너무 많이 내놓은 것입니다.

 

게다가 무슨 정책이든 다 포퓰리즘으로 몰아가는 태도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처에도 적용됐습니다. TV조선은 △우한 교민 격리장소를 갑자기 변경했다 △코로나19 관련 추경을 편성했다는 점도 포퓰리즘으로 몰았는데요. 우한 교민들의 격리장소는 진천과 아산이 다른 어떤 고려 대상들보다 수용하기 적절해 선택됐다는 점은 이미 알려졌고, 코로나19의 대응을 위해 추경이 필요하다는 건 여야에 이견이 없습니다. 오히려 TV조선만 재난 상황까지 ‘선거판’으로만 보는 게 아닐까요?

 

선정위원 한마디

* 아무리 총선 국면이라지만 의식주를 두고, 특히 부동산 정책을 두고 서민 생각하는 보도가 되길. 집값 안정화는 바라는 민심을 여야를 떠나 누구나 살펴야 할 때인데…. 정책의 적정성을 논하지 않는 답답함을 부추기는 보도.

 

 

2. 박근혜 불쾌감‧박근혜 메시지…MBN과 TV조선의 친박 띄우기

유독 MBN과 TV조선만 박근혜 전 대통령 측근들의 행보를 집중 보도하고 있습니다. ‘친박신당’ 창당 가능성과 맞물려 언론이 특정 정치세력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거 국면에서 군소정당도 다뤄줘야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총선과 연결 지어 보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총선과 무관한 인물, 심지어 선거법 위반 혐의를 포함한 국정농단으로 구속 수감 중인 인물이기 때문이죠. 수감 중인 인물의 행보를 보도하다 보니 MBN과 TV조선은 자연스럽게 그 측근들 발언에만 의존하거나 별다른 출처나 근거 없이 보도를 내고 있기도 합니다.

 

MBN은 지난 18일 <통합 하루 전 탈당박근혜 불쾌감표시?>(2/18 최형규 기자)에서 유영하 변호사의 자유한국당 탈당 소식을 전했습니다. 김주하 앵커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보수통합 하루 전날” 탈당했다며 “탄핵 문제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새보수당과의 통합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이는데 우리공화당과 친박신당은 내심 유 변호사가 자기네로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이어서 “자유한국당과 새로운보수당 등이 추진했던 보수통합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불쾌감을 대신 나타낸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놨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불쾌감’까지 보도한 겁니다. 그 근거는 △유영하 변호사가 통합의 한 축인 황교안 대표를 향해 ‘친박이 아니다’라고 비판한 적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승민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배신의 정치’라고 한 적이 있다는 겁니다. MBN이 근거로 든 유영하 변호사의 발언은 작년 2월 TV조선 인터뷰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발언은 2015년 6월 발언입니다. 물론 박 전 대통령이 황교안‧유승민 두 사람에게 불쾌감을 지금도 느끼고는 있을 수 있겠습니다만, 코앞으로 다가온 이번 총선 관련 보도에서 제시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오래된 이야기들입니다. MBN은 꼭 이렇게까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명하고 싶었을까요? 이 보도는 “유 변호사가 한국당을 전격 탈당하면서, 4·15 총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행보가 대구경북 민심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으로 마무리됩니다. 지역주의에 매몰된 시각까지 빼놓지 않은 보도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총선 메시지가 나오길 바라고 바라는 TV조선?

TV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TV조선은 <친박신당 곧 창당조원진-김문수는 합당>(2/20 이채림 기자)에서 친박신당 창당 소식을 전했습니다. 같은 날 친박신당 관련 기사를 낸 곳은 TV조선이 유일합니다. 모니터 기간에도 박근혜 대통령 측근 관련 기사를 낸 곳은 앞서 설명한 MBN과 TV조선이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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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박신당 창당 소식 전한 TV조선 <뉴스9>(2/20)

 

이날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친박신당 창당은 우리공화당을 탈당한 홍문종 의원이 주도”하며 홍 의원은 “대구와 경북에서 창당대회를 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정당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합니다. 홍문종 의원이 보수의 텃밭인 TK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 이미지 사용해 선거를 치르려 하는 것을 지적하지는 못할망정 TV조선이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주는 꼴입니다. 같은 기사 마지막엔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적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 메시지’를 언급하며 “메시지 내용에 따라 친박성향의 보수정당들이 하나로 합해 총선을 치를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노출시키며 ‘보수표심’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3. 선거가 ‘숫자 싸움’이라며 금배지 공략법 알려주는 채널A

채널A <5060 공약 있어야 금배지 단다>(2/18 김윤수 기자)는 인구 통계를 바탕으로 5060에서 표심을 얻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분석 기사였습니다. 동정민 앵커는 “선거는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이기는 숫자 싸움입니다. 이번 21대 총선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연령대는 어디일까요. 저희 채널A가 인구 통계를 분석해봤더니, 이번 총선의 유권자 구성은 4년 전과 크게 달랐습니다”라고 운을 띄웠습니다.

 

기사 내용은 행정안전부가 내놓은 연령별 인구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50대와 60대 이상 유권자 수가 4년 전보다 235만 명 증가”했고 “같은 기간 20대와 30대는 3만 명 증가에 그쳐” “정치권의 총선 공약도 달라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어 채널A는 5060을 대상으로 한 정치권의 공약을 소개했습니다. “5060세대를 겨냥해 스포츠 시설 이용권을 주겠다거나 어르신 일자리 사업을 확충하겠다는 약속”이 있었고 5060은 부동산 보유가 높기 때문에 부동산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는 게 채널A의 분석입니다.

 

이 보도는 문제점이 많습니다. 우선 보도를 시작하면서 앵커가 말한 “선거는 한 표라도 더 얻으면 이기는 숫자 싸움입니다”라는 말부터 부적절합니다. 선거는 사회의 다양한 현안에 대한 정책을 살펴보며 민주주의의 실현하는 유권자들의 축제여야 합니다. 채널A처럼 인구통계를 가지고 유권자 구성 살펴보는 선거 공학적 접근 보도는 후보자를 위한 컨설팅에는 전략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방송을 시청하는 대다수 유권자에게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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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는 숫자 싸움이라며 5060 공약을 내라는 채널A <뉴스A>(2/18)

 

또한 채널A는 예로 든 스포츠 시설 이용권 지급 공약이나 어르신 일자리 사업 확충 약속 등은 지금까지 채널A가 보도한 흐름과는 다른 내용입니다. 현 정부에서 추진해 온 어르신 일자리 사업의 경우, 채널A는 늘 비판해왔습니다. <‘일자리 정부’ 9년 만에 최악 성적표>(2019/1/9 김지환 기자)<3040 취업 한파…좋은 일자리는 감소>(2019/11/13 홍유라 기자) 등은 매달 발표되는 ‘취업자 수’ 통계를 가지고 현 정부의 일자리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중에는 취업자 수가 역대 최고라고 하지만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60세 이상 일자리만 많이 늘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습니다. 스포츠 시설 이용권 지급과 같은 공약 또한 마찬가집니다. <10만 원 상품권 2백만 장 지급 논란>(2015/7/22 조영민 기자) 기사는 20대 총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보건복지위원회 간사 의원이 차상위계층 이하 저소득층 200만 가구에게 가구당 10만 원의 온누리 상품권을 지급하겠다며 추경 예산안을 발표한 것을 두고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채널A의 이 보도에 따르면 5060을 위한 공약이 있어야 금배지를 달 수 있으므로 자사가 지금까지 비판해왔던 정책을 내놓으라고 주문하는 꼴입니다. 정작 이를 본 시민들은 5060을 위한 선심성 공약이나 부동산 공약 등 포퓰리즘으로 당선된 정치인이 우리 지역을 위해, 또 한국 정치를 위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듭니다.

 

이런 보도, 도대체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 보도일까요? 확실한 건 유권자는 아니라는 겁니다.

 

선정위원 한마디

* TMI. 이번 총선에서 언론 7개 현업단체가 약속한 보도제작준칙을 꼭 다시 봐 주시길.

 

 

 

2월 3주 차, 좋은 선거 보도

 

구태의연한 정치권 소식 벗어나 1020 이야기 들은 JTBC

모니터 기간 선거 보도 대부분은 구태의연한 정치권 소식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미래통합당 등 거대 양당 내의 공천 갈등 관련 소식이거나 이미 눈에 익을 대로 익은 기성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소식이었습니다. 이런 보도 흐름 속에서 선거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는 배제된 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 ‘1020 무당층 유권자’를 다룬 단 하나의 보도가 있었습니다. 바로 JTBC의 <적지 않은 ‘1020 무당층마음 못 정한 까닭은>(2/17 최재원 기자)이었습니다. JTBC는 한국갤럽의 여론조사를 인용하여, 전체 응답자 중 지지정당이 없다고 응답한 사람이 27%인데, 그중에서도 1020에서 43%가 마음에 둔 정당이 없다고 답한 데 집중했습니다. 이어 지난 17일까지의 총선 예비후보 2천여 명 중 20대는 17명(0.8%)뿐이라며 1,800명이 넘는 50대와 비교해 수가 적음을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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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에 대한 1020세대의 목소리 들은 JTBC <뉴스룸>(2/17)

 

최재원 기자는 “1020이 정치에 무관심한 게 아니라 정치가 1020에 무관심한 것도 같다”고 통계를 설명했습니다. 또한 대학생 두 명과 더불어민주당 청년대변인, 새로운보수당 청년당대표 등 네 명의 20대 유권자를 불러 기자가 ‘무당층이 왜 많은지’, ‘청년들에게 정치인 자리가 너무 높은 장벽은 아닌지’ 의견을 물었습니다. “득표율‧인원수가 적어 배제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청년들이) 행동을 했을 때 효능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1020 세대 청년의 생각을 직접 듣는 중에도 거대 양당의 청년대변인이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이들 또한 기성 정치인에 가려 마음껏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청년 세대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면, 어떤 정당의 청년대변인을 선택할지 고를 때에도 다양한 정당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어땠을까요.

 

선정위원 한마디

* 짝짝짝. 후보자 중심에서 유권자 중심으로!!!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2월 15~21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kr/YGT0noy4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38GjSQZ

 

<끝>

문의 조선희 활동가(02-392-0181) 정리 문미향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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