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MBC 개표방송의 ‘전원책 선택’, 결과는?
등록 2018.06.15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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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지난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개표방송 선택 2018’(이하 ‘선택 2018’)에 유시민 작가와 함께 전원책 변호사를 패널로 초대했습니다. 두 패널은 ‘배철수의 선거캠프’ 코너와 2부 박성제 보도국 취재센터장·김수진 기자의 판세 분석․전망 토론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나 전원책 변호사를 공영방송 MBC가 정상화 이후 첫 선거방송, 그것도 생방송에 패널로 초청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을까요? 


김성환 MBC 선거 방송 기획단장은 오마이뉴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를 통해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망해 주는 콘텐츠”가 필요하다며,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깊이 있는 분석과 해설을 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섭외 취지를 밝혔습니다. 또한 김 기획단장은 “전원책 변호사는 생방송에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있다는 기자 질문에 “아니에요. 전 변호사도 생방송 잘하세요. 유시민 작가와 둘이 ‘톰과 제리’처럼 싸우는 모습을 보면서 누구 얘기가 맞는지 시청자가 판단하는 거죠”라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그렇다면 전원책 변호사는 MBC 측의 이러한 기대에 정말 부응했을까요?

 

 

전원책 변호사, 이미 종편에서 검증 완료한 ‘막말 인사’ 
일단 전원책 변호사가 대중적 인지도가 있고 방송을 많이 한 것은 사실입니다. JTBC ‘썰전’ 등의 인기 프로그램에 패널로 참여했고, 2017년 7월에는 TV조선 ‘종합뉴스9’ 앵커에 발탁되었죠. 
하지만 전 변호사는 방송을 통해 근거가 부족하거나 편파적인 주장을 쏟아내 온 인물로 알려져 있기도 합니다. 실제 TV조선의 앵커 직에서는 5개월 만에 하차했으며, 그가 방송에 임하는 ‘거침없는 태도’에 대한 일화도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2012년 KBS 생방송 심야토론에서는 “김정일·김정은을 ‘개새끼’라고 할 수 있으면 종북세력이 아니다”라는 발언을 내놓았으며, JTBC 2017년 신년토론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얼굴에 대한 주사바늘 자국 때문에 카메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전원책 변호사가 앵커로 활동하던 시기 TV조선 보도본부 취재기자 80명은 전 앵커의 ‘종합뉴스9’ 오프닝·클로징 멘트가 ‘팩트없이 일방의 주장을 담은 내용’이었다며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고 반발하기도 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취소’를 언급하며 ‘옹졸하다’ ‘송구스럽다’고 말한 문제의 앵커 멘트는 이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권고’ 처분을 받았습니다. 


전원책 변호사가 진행한 TV조선 <이것이 정치다> 역시 전원책 변호사의 문제 발언을 이유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권고’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2016년 12월 8일 방송에서 조윤선 장관이 “블랙리스트 명단 본 적도 없다”고 발언한 내용을 다루며 전 변호사는 “솔직히 말씀드리면, 시단, 문단뿐만 아니라 화단, 연극계 같은 대중예술계에서는 가령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는 그 앞의 반대진영과 가까웠던 연예인들은 거의 출연을 못 한다던가, 공연을 못 한다던가 하는 게 있었어요. 그래서 리스트라고 하는 것이 꼭 타이핑해서 존재한다기보다 배척하는 암묵적인 신호들이 있던 것 아니냐는 게 있었단 말이에요”라는 근거 없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또 같은 해 12월 29일 방송에서는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 자체는 범죄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솜방망이 처분으로 악명 높았던 3기 방통심의위 조차 제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문제 발언이었던 셈입니다.  

 

 

방송 도중 ‘야 이 어용아!’ 일갈
전원책 변호사가 출연한 MBC 개표방송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다소 무거운, 혹은 어려운 주제를 다루는 방송에서, 시청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출연진이 농담과 친근한 말투를 활용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막말이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절 윤리적 수준 제27조(품위 유지)는 “방송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시청자의 윤리적 감정이나 정서를 해치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표현을 하여서는 아니 되며, 프로그램의 특성이나 내용전개 또는 구성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과도한 고성·고함, 예의에 어긋나는 반말 또는 음주 출연자의 불쾌한 언행 등의 표현”을 가장 먼저 ‘품위 유지’를 해치는 표현으로 꼽았습니다. 또한 13조(대담․토론프로그램 등)  ⑤호에서는 “대담․토론프로그램 및 이와 유사한 형식을 사용한 시사프로그램에서의 진행자 또는 출연자는 타인(자연인과 법인, 기타 단체를 포함한다. 이하 같다)을 조롱 또는 희화화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전원책 변호사가 이런 방송심의규정을 체화하고 방송에 임했는지는 의문입니다. 배철수의 선거캠프 코너에서는 유시민 작가를 향해 “야. 이 어용아!”라고 일갈했으며, 박성제 보도국 취재센터장, 김수진 기자와 함께한 토론 자리에서는 ‘웃자고 드리는 얘기’라며 식당에서 본인이 사람들에게 ‘(오늘 선거 결과를 보고) 웃으면 다 좌파입니다’라고 말했던 사연을 언급했습니다. 
“야. 이 어용아!”라는 말을 방송에서 했을 때, 상대방이 문제 삼지 않고 가볍게 웃으며 넘어갔다고 해서 괜찮은 것일까요?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의 불쾌감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것일까요? 방송을 대하는 태도가 무례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1.

전원책 : 진짜 진보라면 북한의 김일성 김정은 체제. 이 독재체제에 대해서 항의를 하고, 인권문제를 거론해야 합니다. 북한 정치범수용소를 문제 삼아야 해요.
유시민 : 변호사님. 보수시니까 보수의 일을 똑바로 하시죠.
전원책 : 그럴까요?
유시민 : 남의 집 살림에 간섭하지 마시고.
전원책 : 알겠습니다. (목소리 높이며) 야. 이 어용아!
유시민 : 그 문제는 제가.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전원책 : 스스로 어용이라고 얘기하잖아요.

 

2.
전원책
: 저도 웃자고 드리는 얘기고. 아까 안 그래도 식당에 들어갈 때 손님들이 웃고 있기에 ‘웃으면 다 좌파입니다’ 그랬더니. 전부가 다 ‘나 안 웃었어요’ 
박성제 : 오늘밤에 웃으면 좌파입니까?
전원책 : 그런 분들이 많겠죠.

 

‘잘려도 내일 잘리겠지’ ‘심의 안 걸릴 자신 있는데’
무책임한 발언도 이어졌습니다. 배철수의 선거캠프에서 투표 종료 10여분을 남기고 최종 발언 시간을 제공하자, 전원책 변호사는 “이 방송이 생방송이니까. 감히 말하자면 정말 눈물겹습니다. 보수를 살려 주십시오”라고 호소하기도 했는데요. 이 돌발 발언에 대해 진행자 배철수씨가 ‘생방송이 아니면 어떻게 할 뻔했나’ ‘다른 방송에서 편집을 많이 당했느냐’라고 질문하자, 전 변호사는 녹화 방송에서는 방송사들이 자신의 발언을 모두 지워버린다고 말하며 “잘려도 뭐, 내일 잘리겠지”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에 더해 전 변호사는 “방송 심의에서 안 걸릴 자신이 있는데. 재판해도 내가 이기겠는데, 다 잘라버리더라고”라고 푸념하기도 했습니다. “전 변호사도 생방송 잘하세요”라고 ‘보증’했던 김성환 MBC 선거 방송 기획단장의 발언이 무색해지는, 무책임한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전원책 : 이 방송이 생방송이니까. 감히 말하자면 정말 눈물겹습니다. 보수를 살려주십시오.
배철수․유시민 : (웃음)
배철수 : 이거 생방송 아니면 어떻게 할 뻔했어요?
전원책 : 생방송 아니면 편집해버리니까. 다 편집해버리잖아. 
배철수 : 그동안 방송에서, 나가셔서 편집을 많이 당하셨나봐요.
전원책 : 잘려도 뭐. 내일 잘리겠지 이제.
배철수 : 편집 당하실만한 얘기만 하신 거 아니에요?
전원책 : 아니 무슨 말을 하면 편집이 돼요. 좀 심한 말을 하면. 근데 전혀 방송 심의에서 안 걸릴 자신이 있는데. 재판해도 내가 이기겠는데, 다 잘라버리더라고.

배철수 : “A라는 질문 던졌는데 B와 C를 넘어서 D까지…”


방송 취지나 맥락에 맞지 않는 전원책 변호사의 ‘막무가내 발언’에 진행자가 진땀을 빼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전원책 변호사는 배철수씨가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역에서 어느 지역에 제일 관심이 가십니까?”라고 질문했음에도 엉뚱하게 ‘남북문제에 들어갈 천문학적 재정’을 문제 삼으며 재원 걱정을 쏟아내기도 했는데요. 이에 배철수씨가 “A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A에 대한 대답은 안하시고 B와 C를 넘어서 D까지” 답변한다고 지적하자, 전 변호사는 “앵커 할 때는 다 그런 소리 합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니까. 이렇게 앉아 보라니까”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전원책 : 남북문제나 이런 곳에 우리가 재정을 엄청나게 투입해야 되잖아요. 몇 십조가 될지 몇 백조가 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유시민 : 근거 없는 말씀을.
전원책 : 아니죠. 우리가 지금 판문점선언에 들어가 있는 내용들을 문재인 대통령, 국회에서 추인해달라 이거 아니에요. 
유시민 : 근데 거기 돈 드는 게 어디 있어요.
전원책 : 14합의를 이행하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재원이 어디서 나오겠습니까.
배철수 : 잠깐만요. 제 얘기좀 우선 들어주세요. 저 방송 진행 오래하셨잖아요. 앵커도 하셨고. 사회자가 A라는 질문을 던졌을때, 단답형으로 네 아니오 이렇게 대답하는게 
전원책 : 앵커 할때는 다 그런 소리 합니다.
배철수 : A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A에 대한 대답은 안하시고 B와 C를 넘어서 D까지 막.. 
전원책 : 자리가 사람을 만드니까. 이렇게 앉아 보라니까.

 

‘남북문제에 몇 십조, 몇 백조 재정을 투입하게 될 것’이라는 발언처럼,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지 않는 태도도 문제입니다.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2절 객관성 제14조(객관성)는 “방송은 사실을 정확하고 객관적인 방법으로 다루어야 하며, 불명확한 내용을 사실인 것으로 방송하여 시청자를 혼동케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개표가 시작된 이후 토론 자리에서 전 변호사는 ‘국민들이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 아니냐’는 개표 결과 해설에 덧붙여 “트럼프의 행동은요. 우리가 도저히 납득 못하는 행동입니다. 한국 안보가 취약해 졌잖아요”라는 자신의 주장을 기정사실이라도 되는 양 강한 어조로 덧붙여 전했습니다. 이에 박성제 보도국 취재센터장과 김수진 기자, 유시민 작가는 한 목소리로 “갑자기 북미회담 분석으로” “트럼프의 심정을 저희가 알 수는 없고” “그거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라며 논의의 초점을 다시 선거 분석으로 돌리려 애를 쓰기도 했습니다. 이 직후에도 전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더 큰 책임은요. 민생파탄입니다. 중산층이 붕괴가 되어서 빈곤층이 엄청나게 늘어난 데다가 무엇보다도 자영업자 소상공인 빈민층 같은. 빈곤층들이 굉장히 어려워진 정도가 아니에요”라는 주장을 펼쳤는데요. 실제 문재인 정부가 민생파탄의 주범인 것인지, 자신의 느낌이 이러한 것인지는 구분하지 않았습니다.

 

 

북미정상회담에 ‘이상한 쇼’ ‘이상한 회담’ 지적 반복
전원책 변호사는 배철수의 선거캠프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지방선거에 미친 영향을 분석하며 “두 사람이 싱가포르에서 이상한 쇼를 벌이는 바람에” “두 사람이 싱가포르에 날아가서 이상한 회담을 하는 바람에”라는 발언을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전원책 : 두… 사람이 싱가포르에서 이상한 쇼를 벌이는 바람에, 투표장으로 향했을 분들이 많이 있을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유시민 : 그건 시장에 이미 반영된 거 아니에요?
배철수 : 오늘 유난히 민감하신 것 같아요. 
전원책 : 민감할 수밖에 없어요. 어느 두 사람이 싱가포르에 날아가서 이상한 회담을 하는 바람에. 굉장히 민감해져있습니다.
전원책 : 보수가 대북문제를 놓고 유연하지 못했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야당이 이슈로 만들어서 쓰나미가 된 것이 아니에요. 이 남북회담이라는 것은 타이밍이 절묘했고. 선거 하루 전에 싱가포르 회담이 있었잖아요.
박성제 : 그걸 여권이 정한 건 아니잖아요.
전원책 : 그걸 야당이 아젠다로 만들어가지고. 이건 아니에요. 그건 아주 잘못된 진단이고. 이게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싱가폴 회담을 통한 남북평화, 난 쇼라고 봅니다. 특히 트럼프의 쇼라고 봐요. 문재인 정권의 쇼라고 난 얘기 안합니다. 
박성제 : 문재인 정권 아니고 트럼프의 쇼다. 
전원책 : 트럼프의 지나친 상업적 쇼에요. 이 쇼에 대한민국의 선거가 엄청나게 영향을 받았다. 모든 아젠다가 다 사라져버리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서는 관점에 따라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에 끼친 영향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설명도 없이 해당 회담 자체를 ‘이상한 쇼’로 치부하는 모습이, MBC가 시청자들에게 제공하고 싶었던 ‘분석적이고 체계적으로 전망해 주는 콘텐츠’였던 것인지는 의문입니다. 전원책 변호사는 개표가 시작된 이후 토론 자리에서도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트럼프의 쇼” “트럼프의 지나친 상업적 쇼”라는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생방송 패널 선택, 기본부터 지켜야  
김성환 MBC 선거 방송 기획단장은 앞서 인터뷰를 통해 “과거 개표 방송은 그래픽이 과잉되어 있고 재미 위주로 가고 눈요깃거리만 주고 형식만 요란”하다며 콘텐츠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만 놓고 보자면 이번 MBC 선거 개표 방송에서 전원책 변호사의 역할이 ‘재미 위주의 눈요깃거리’ 그 이상이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전문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으려다가 심의규정 위반 소지가 있는 발언들은 무방비하게 생방송으로 내보내게 된 셈입니다. 이미 수 없이 문제를 일으킨 인물을 기용해 손쉽게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어보려 하기보다는, 방송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6월 14일 MBC 6.13 지방선거 개표방송 ‘선택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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