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17차보고서⑤⑥

‘체액 묻은 휴지’와 ‘널브러진 침대’…이게 보도에 나올만한 내용인가 외 1건
등록 2014.06.02 19:46
조회 2925

민주언론시민연합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지난 2월 24일 지방선거 D-100일을 맞아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을 출범했습니다.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매주 화요일 KBS·MBC·SBS·YTN 등 방송4사의 종합저녁뉴스와 종편4사의 메인뉴스 및 시사토크프로그램, 조선·중앙·동아·문화일보 등 신문에 대한 주간 모니터 보고서를 발행합니다. 


5월 셋째주부터는 지방선거 전까지 주 2회(월, 목) 발행할 예정입니다. 

 

■ 17차 보고서 주요 내용

1) 누가 대한민국의 ‘분열’을 획책하는가

2) ‘선거가 낼모레’인데…선거보도 여전히 적고, 교육감선거도 ‘깜깜이’

3) 캠프보다 더 캠프 같은 종편 시사프로그램

4) 최악의 왜곡 프레임 ‘농약급식’에 방송도 동조

5) 동아일보는 ‘채널A’부터 돌아보고 ‘KBS’를 비판하라

6) ‘체액 묻은 휴지’와 ‘널브러진 침대’…이게 보도에 나올만한 내용인가

 

 

동아일보는 ‘채널A’부터 돌아보고 ‘KBS’를 비판하라

 

 

‘막말 편파 방송’의 대명사격인 ‘채널A’를 소유한 동아일보가 공영방송의 역할을 묻는 기획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일보가 공영방송의 공정성, 선정성, 방만 경영을 지적할 수야 있겠지만 우선 채널A의 편파성과 선정성 그리고 설립 과정의 의혹에 대한 반성이 우선해야한다. 한마디로 똥묻은 개가 겨묻은 개를 나무라는 격이다. 

 

동아일보가 5월 28일~30일까지 연재한 ‘재난의 KBS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KBS 기자들이 길환영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KBS 구성원들이 파업을 앞둔 상황에서 나왔다.

 

△ 5월 29일자 동아일보 23면 기사

 

동아일보는 <사장 임명에 정치적 입김…임기 내내 공정성 시비 휘말려>(5.28)를 시작으로 <불륜-막말 판치는 ‘공영방송’ … 심의제재 건수 상업방송 능가>(5.29), <1급 이상 10명 중 6명꼴 무보직…고액연봉 5년새 10%P 급증>(5.30)이란 제목의 비판성 기사들을 쏟아냈다.  

 

28일 동아일보는 KBS의 경우, <새 사장 선임→편파 논란→‘야-노조 저항’>이 연례행사라며  낙하산 인사 관행에 보도국이 줄을 섰고 결국 KBS 조직의 정치화가 저널리즘의 질을 하락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날 동아일보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지면에 싣기도 했다. 

 

동아일보는 이번 사태를 ‘KBS 공식’이라 도식화하면서도 정작 핵심인 ‘청와대와 길환영 사장의 보도 개입’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애써 모른체 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약속은 마치 국회 방송공정성특별위원회 구성으로 역할이 끝났고, 정치권의 미온적 대처로 처리 되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줬다.

 

박근혜 대통령 뉴스는 무조건 20분 안에 배치, 국정원 대선 개입 문제는 축소, 세월호 관련 해경 비판은 금지 등의 심각한 보도 개입 문제는 동아일보 기사에서 언급조차 되지 않았다. 또 KBS 구성원들이 길환영 사장 퇴진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도 빠졌다. 

 

아울러 방송공정성특위에서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과 특별다수제 도입 문제를 끝까지 반대한 것은 새누리당이었고, 여야가 합의한 내용조차 ‘위헌’이라고 발목을 잡았던 것이 조중동과 종편이었다는 사실도 누락됐다. 그러면서 동아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을 감싸고, 정치권만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누차 얘기하지만 동아일보는 KBS의 대수술을 지적하기에 앞서 자사가 소유한 채널A부터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채널A의 경우 방송을 빙자한 여당의 선거운동을 대신하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5.18 폄훼 등 막말 보도 등으로 역사를 왜곡하고 설립시 우회 출자 등 방송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한 채널A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방송이다. ‘귀태’가 누굴 훈계하려 드는 것인가.

 

 

‘체액 묻은 휴지’와 ‘널브러진 침대’…이게 보도에 나올만한 내용?

 

공정선거보도감시단은 언론의 유병언 관련 보도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우려하며 이같은 일이 정부의 책임을 반감시키는 ‘물타기 보도’일 수 있다고 수차례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사정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유병언 씨에 대한 마녀사냥식 보도태도가 도를 넘어서서 이제는 선정적이고 반인권적인 행태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검찰의 부적절한 수사방식과 정보 흘리기에 날뛴 TV조선과 채널A

 

 

△ 5월 28일 채널A <종합뉴스> 화면 갈무리

 

 

가장 심각한 문제는 TV조선이 유병언 씨의 체액이 묻은 휴지와 신 모 여인에게 ‘모발검사와 소변검사, 여성으로 견디기 어려운 검사’를 받았다는 내용을 보도한 것이다. ‘체액 묻은 휴지’ 운운한 보도는 채널A가 가장 먼저 내놨다. 난형난제답다. 채널A는 <은신처에 체액 묻은 의문의 휴지>(5월 28일, 박준회 기자)에서 앵커가 “유병언씨가 나흘간 숨어있다 달아난 순천의 통나무집에서 체액이 묻은 휴지가 발견됐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는 '체액'과 관련된 특별한 내용이 없었지만, 제목을 이처럼 선정적으로 뽑았다. 

 

 

 

△ 5월 29일 TV조선 <뉴스쇼 판> 화면 갈무리

 

TV조선은 채널A보다 선정적으로 보도했다. TV조선은 <30대 여인…‘교주와 신도 이상의 관계’>(5월 29일, 전병남 기자)에서 신도 신 씨의 변호인이 법정에서 말한 내용이라며 "신 씨가 체포된 후 모발검사와 소변검사를 받았다"며 "여성으로서 견디기 어려운 검사에도 임했다"고 보도했다. 기자는 “유 씨와 성관계가 있었는지, 이 과정에서 약물을 복용했는지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지난 25일 유 씨와 신 씨가 숨어있던 순천 송치재 인근 별장을 급습해 체액이 묻은 휴지를 확보했습니다. 또 검찰이 압수한 신 씨의 일기장에도 유 씨와의 특별한 관계를 언급한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라고 언급했다. 

보도에서는 검찰 관계자가 "DNA 검사 결과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하면서도 "하지만 두 사람은 교주와 신도 이상의 관계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고 전하는가 하면 “DNA 검사 등을 통해 두 사람의 특수한 관계가 입증되면, 유 씨에게 실망한 신도들이 결정적인 제보를 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고 기자멘트했다. 

 

TV조선은 다음날에도 <검찰 ‘매우 특별한 관계’>(30일, 전병남)에서 “신 모씨의 모발과, 순천 별장에서 가져온 체액이 묻은 휴지의 DNA 검사 결과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입증할 결정적인 증거로 매우 특별한 관계가 확인됐다는 말도 나옵니다”라고 앵커멘트한 뒤, “검찰은 최근 검사 결과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생활과 관련된 일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하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이 사안은 유병언 씨에 대한 부정적 정보를 흘려서 실망한 신도들이 수사에 협조하게 하겠다는 목적으로 소위 검찰의 ‘흘리기’와 언론의 ‘받아쓰기’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런 경우 언론이 부적절한 수사방식을 지적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언론이 검찰의 정보를 이용해 선정적으로 보도하면서 ‘언론으로 인한 2차 성희롱’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고 있다.  

 

용의자의 성추행 호소는 묵살

 

이밖에 신 모 씨에 대한 관음증적 보도태도와 성추행 호소를 묵살하는 보도태도도 문제이다. TV조선은 (5월 28일, 이채현 기자)에서 신 모씨가 수감복을 입은 모습을 단독 촬영했다면서 ‘몰래카메라’화면으로 보도했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화면 상태였지만 기자는 “호리호리한 몸매의 신씨는 미국 시민권자로”라고 말하고, “오랜 비서 생활을 했는데, 검찰은 두 사람이 단순한 관계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신 모 씨와 여성성에 대한 부분을 은근히 강조했다. 

YTN은 <묵비권에 성추행 시비까지…“조직적 방해”>(5월 29일, 조임정 기자)에서 “유 회장의 측근으로 함께 도주 생활을 하다 잡힌 30대 여신도 신 모 씨는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하며 검찰을 난감하게 하고 있습니다”라고 보도했다. TV조선은 다음날에도 <검찰 ‘매우 특별한 관계’>(5월 30일, 전병남)에서 “신 씨는 검거 당시에도 30여분간 수사팀과 실랑이를 벌이며 유 씨가 도주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줬고, 체포된 이후엔 검거팀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검찰에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런 방송들은 용의자가 성추행을 주장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서는 전혀 묵살하고, 검찰에 비협조적인 태도였다는 점만 부각시켜 보도했다. 또한 언론사들은 자신들이 하는 이 같은 보도들이 한 여성에 대한 성희롱이라는 점은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끝>

 

 

2014년 6월 2일

공정선거보도감시단(민언련/언론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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