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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꼼수’보다 야권 ‘촛불 독려’가 더 싫다는 동아․조선
2017년 2월 10일
등록 2017.02.13 09:50
조회 457

2월 10일 신문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야권의 탄핵 선고 지연 우려와 촛불 독려를 선동으로 규정하고, 헌재 판결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대선 주자는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헌재가 느낄 압박감을 걱정하면서도 조선일보는 정작 시간끌기로 헌재의 심리를 방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동아일보는 ‘청와대와 정치권이 모두 잘못했다’는 양비론으로 물타기를 시도했습니다. 

 

1. 오늘의 유감 보도, 박 대통령 대면조사 거부 ‘꼼수’보다 야권 ‘촛불 독려’가 거슬린다는 조중동 
야권이 정치적 목적으로 촛불을 선동해 헌재를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이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주장은 특검 수사에 협조 하겠다 공언했던 박근혜 대통령 측이 무더기 증인신청과 대면조사 거부로 헌재심판 지연을 유도하자, 야권이 헌재를 상대로 조속히 판결을 내려줄 것을 촉구하면서 본격적으로 등장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주요 공격 대상이 됐습니다. 문 전 대표가 기자간담회와 SNS 등을 통해, 탄핵 일정이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정치권은 탄핵 관철에 집중해야 하며, 촛불 시민은 촛불을 더 높이 들어야한다고 주장했다는 이유 때문입니다. 조중동의 논리는 헌재를 압박한다는 것은 헌재의 판결에 승복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니 결국 법치주의를 거부하는 것이며, 대권주자가 이런 주장을 펼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조선일보 ‘헌재 압박=헌재 판결 승복 거부=반 법치’
이 같은 주장을 가장 노골적으로 펼친 것은 조선일보입니다. 지난 9일 조선일보는 <사설/헌재 협박 세력 심각한 불복종 투쟁 직면할 것>(2/9, https://goo.gl/4Z9XQe)에서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에 각 정당이 자기들 지지층을 선동해 정치적 압력을 가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문 전 대표와 야3당 회동,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의원들의 탄핵 기각 주장 등을 정치권의 헌재 압박 사례로 소개했습니다. 특히 문 전 대표를 향해서는 “법치 수호를 사명으로 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이런 선동을 노골적으로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죠. 조선일보의 해당 사설은 “모든 대선 주자가 헌재 판결 승복을 공개 선언해야 한다. 하지 않는 주자는 반법치, 반민주로 국민이 정치권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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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판결에 승복하지 않을 대선 후보는 퇴출시켜야 한다 주장한 조선(2/9~2/10) 


‘헌재 판결을 승복하지 않는 후보는 퇴출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바로 다음날 <사설/‘헌재 결정 승복’ 공개 약속 않는 대선 주자 퇴출시켜야>(2/10, https://goo.gl/6u9RsK)에서도 반복합니다. 최근의 촛불 집회나 태극기 집회의 움직임은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해야 할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를 군중의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것과 다름없”는데 “야권의 주요 대선 주자가 이 충돌에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죠. ‘충돌에 앞장서는 대선 주자’의 사례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새누리당 이인제 의원 등이 제시됐습니다.

 

전날 사설과 마찬가지로 이 사설 역시 “헌재에서 헌법과 법률, 민주 절차에 따라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데 “정치인이 이것을 부정하고 불복을 시사한다는 것은 유리할 때만 헌법·법률·민주이고 불리하면 언제든 반민주, 반법치로 돌아설 수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하고,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겠다면 국민 전체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아 ‘지지율 정체되니 선동나선 것… 두 집회 모두 민폐’
야권의 탄핵 선고 지연 우려와 촛불 독려를 선동으로 규정하고, 헌재 심판 불복에 우려를 표한 것은 동아일보도 마찬가지입니다. 먼저 <헌재 흔들기 부추기는 정치권>(2/9, https://goo.gl/2d9gRv)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연전술에 대한 야권의 우려를 “탄핵 지연 음모론” “지지층 세몰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결정을 끌어내려는 압박 전략을 노골화한 것” 등으로 규정하고, 이 같은 행보가 국론 분열을 야기할 것이라는 우려를 소개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문재인의 촛불 선동…박의 헌재결정 지연작전이 빌미 줬다>(2/8, https://goo.gl/7RBNJY)에서도 “문 전 대표와 이 시장의 무리한 헌재 압박은 촛불의 동력이 떨어지면서 지지율이 정체되자 선동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헌재가 광장의 ‘촛불’과 ‘태극기’에 휘둘리지 말고 헌법과 법률, 법관의 양심에 따라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정치권도, 국민도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음날에도 <사설/박과 야의 조직적 헌재 압박, 심판결정 불복 신호탄인가>(2/9, https://goo.gl/G2yvNJ)에서 “야3당이 탄핵심판 결과를 ‘인용’으로 결론 내리고, 헌재에 그대로 결정하라고 요구한 것은 3권 분립과 법치주의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 지적하며 “특정 세력의 강압이나 여론에 의해 헌재가 흔들린다면 우리는 자식들에게 법도, 질서도 없는 불안한 나라를 물려주게 될 것”이라 지적했습니다. 


동아일보는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를 모두 ‘헌재를 흔드는 시끄러운 행태’로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실제 <막말-몸싸움 ‘난장판’ 헌재 앞… 직원들 “피하는게 상책”>(2/10, https://goo.gl/AoID0z)은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다”, “자기주장만 고래고래 떠드는 걸 보니 양쪽 다 똑같은 수준”이라는 시민의 평가를 소개하고, 주변 상인들의 피해를 부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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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재 앞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가 모두 ‘난장판’이라 지적한 동아(2/10) 


그러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이 같은 주장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회 시위를 통한 의견 표출을 ‘반법치’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 △국정농단 책임을 함께 져야 마땅할 ‘부역정당’인 새누리당의 주장을 국민의 탄핵 촉구와 같은 수준의 찬반으로 치부하며 △규모와 내용에서 차이가 있는 탄핵 찬성집회와 반대 집회를 모두 ‘정치 공방’으로 몰아가며, ‘난장판’ 등의 정치혐오를 조장하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박 대통령 꼼수, 조선은 침묵․동아는 양비론
이렇게 헌법·법률·민주를 강조한 조선일보는 정작 시간끌기로 헌재의 심리를 방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을 내놓지 않습니다. 박 대통령 측의 보이콧으로 9일 대면조사가 취소되자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각각 1면 머리기사로 <법 위의 피의자 박근혜, 대면조사마저 ‘보이콧’>, <대통령 조사 또 빗장… ‘청와대의 몽니’>, <박의 필리버스터, 진흙탕 싸움 노린다> 보도를 배치하고 박 대통령의 행태가 ‘트집’이자 ‘꼼수’임을 지적했습니다. 


반면 조선일보는 같은 날 10면에 <대통령 9일 조사 취소… 청 “일정 재협의”>(2/9, https://goo.gl/blmfi8)라는 2단 기사를 1건 배치했을 뿐입니다.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대면조사 일정은 특검보 중 한 명이 누설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소개하면서도 박 대통령 측의 행태에 대해서는 단 한 줄의 지적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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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일보 2월 9일자 1면(2/9) 


같은 시기 동아일보는 ‘박 대통령 측과 촛불 독려 나선 야권이 모두 잘못한 것’이라는 양비론을 펼쳤습니다. 동아일보는 9일자 1면에 야권을 비판한 <헌재 흔들기 부추기는 정치권>이란 제목의 보도를 머리기사로 배치하고, 그 바로 옆에 청와대의 행태를 ‘트집잡기’로 설명한 <특검 트집 잡은 청와대 오늘 대통령 조사 무산> 보도를 배치했습니다. 기계적 균형을 맞춘답시고 양측을 1면에 다뤘지만, 야권의 행보를 ‘헌재 흔들기’로 규정지으며 비판하는 것에 휠씬 비중을 둔 셈이지요. 

 

동아일보는 또한 <사설/문재인의 촛불 선동…박의 헌재결정 지연작전이 빌미 줬다>(2/8, https://goo.gl/7RBNJY)에서 박 대통령의 헌재결정 지연작전을 비판하면서도, 이를 빌미로 문 전 대표가 촛불 선동을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국정 농단 주범의 헌재 탄핵 심사 방해라는 심각한 행태와 이에 우려를 표하며 촛불 집회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을 같은 층위에 놓고 동시에 비판한 것이죠.  

 

2. 오늘의 추천 보도, 헌재 선고 앞두고 집회 총동원령 내놓은 우익단체
경향신문에 따르면 보수관변단체인 자유총연맹 본부가 전국 시·도지부에 “다음달 1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구국기도회에 자총 회원 10만 명을 동원할 예정”이라는 공문을 보냈다고 합니다. 헌법재판소의 선고를 앞두고 ‘100만 맞불 집회’를 열기 위해 총동원령을 내린 셈입니다. 관련 기사는 <자유총연맹 “3·1절 태극기집회 10만 동원”>(2/10, https://goo.gl/ZVmH2f)입니다. 


같은 소식은 한겨레에도 등장했는데요. 한겨레에 따르면 “자유총연맹, 고엽제전우회, 재향경우회 등 보수우익 단체들이 모인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최근 회의를 하고 ‘3·1절 태극기 국민운동 및 구국기도회’를 주최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애국단체총협의회는 전경련의 지원을 받았던 보수우익 단체 중 하나입니다. 관련 기사는 <청와대·전경련 지원받은 보수단체, ‘탄핵반대’ 총동원령>(2/10, 1면, https://goo.gl/vCj1H3)입니다. 

 

3. 오늘의 미보도 ① 방사성 폐기물 무단 방출. 동아․조선 미보도
한국수력원자력이 37년 동안 16기 원전의 원자로 용기와 제어봉 구동장치에서 안전성 검사를 해야 할 부분이 아닌 엉뚱한 곳을 검사했다고 합니다. 또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안전법을 어기고 방사성폐기물을 무단 폐기하기도 했다는데요. 이를 지면에 보도한 것은 경향신문과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입니다. 이 중 중앙일보는 방사성폐기물 무단 폐기 사실은 별도의 단신으로 처리했습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이와 관련한 그 어떤 이슈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4. 오늘의 미보도 ② 특검 ‘삼성 합병 특혜 의혹’, 삼성 입장만 받아쓴 동아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특혜를 줬고, 그 배경에 청와대가 있다는 정황을 포착했다고 합니다. 이에 삼성은 9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된 순환출자 해소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도 받은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10일 해당 사안을 지면에 보도한 것은 동아일보와 한겨레 뿐입니다. 그러나 한겨레가 두 건의 단독 보도를 통해 청와대의 외압 행사 정황과 삼성 직원들의 공정위 방문 및 로비 의혹을 보도한데 반해, 동아일보는 혐의를 부인하는 삼성그룹의 입장과 삼성을 ‘변호’하는 재계의 목소리만을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