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088

TV조선은 ‘청와대 대변인’ MBC는 ‘고영태 흠집내기’ KBS는 ‘북풍몰이’
2017년 2월 10~12일
등록 2017.02.13 18:48
조회 950

10~12일 방송 저녁뉴스는 올해 들어 최다 인원이 모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고 있는 헌법재판소 등 숨 가쁘게 흘러가는 탄핵정국을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특히 고영태 씨가 최순실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 한 정황이라는 ‘고영태 녹음파일’이 새로운 박 대통령 측 ‘지연작전’으로 등장했는데요. SBS‧JTBC를 제외한 5개 방송사가 이를 부각했고 심지어 TV조선은 박 대통령 측이 유리해진 것처럼 보도했습니다. KBS는 이 와중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자 외신 오역까지 감수하면서 ‘북한의 위협’을 부각했네요. 

 

1. “박근혜 대통령이 유리해졌다”…TV조선의 여론전
지난해 10월 25일 ‘최순실 의상실 영상’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국정파탄 사태 관련 단독보도를 많이 내면서도 유독 박근혜 대통령은 옹호했던 TV조선. 박 대통령 측의 갖가지 지연 전략으로 탄핵심판 일정이 늦춰지자 조금씩 본색을 드러내는 모양새입니다. 


10일, TV조선 <“싸움 해볼만 하다” 헌재 출석도 검토>(2/10 https://bit.ly/2lrhE32)은 박근혜 대통령 측의 ‘지연전략’에 불과한 ‘박 대통령 헌재 출석 카드’와 ‘고영태 녹음파일’, 여기에 근거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원로 법조인들의 탄핵반대 광고’까지 더해 ‘박 대통령이 유리해졌다’고 보도했습니다.

 

K-006.jpg

△ '박 대통령이 유리해졌다'는 청와대 자화자찬 조명한 TV조선(2/10)


먼저 윤정호 앵커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과 관련해서도 청와대가 상당히 분위기가 좋아졌”다면서 “최근 정치권에서 번진 ‘탄핵 기각설’ 탓도 있겠습니다만, 법리 싸움을 한 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붙은 듯” 이라고 운을 뗐습니다. 이채현 기자는 “박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출석 가능성”을 언급하더니 “박 대통령이 직접 탄핵의 부당함을 밝히는 게 헌재 결정에 큰 영향을 주고 지지층 결집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대통령의 헌재 출석이 지연 전략이라는 비판은 부당하다”, “대통령의 헌재 출석이 지연 전략이라는 비판은 부당하다” 등 청와대 측 입장도 장황하게 늘어놨습니다. 이어 “박 대통령 측은 어제 원로 법조인들이 탄핵 반대 광고를 낸 데 대해 ‘여론이 달라지고 있다’ ‘법리 싸움도 해볼만 하다’고 했습니다. 고영태가 K스포츠재단을 장악하려 했다는 의혹이 담긴 녹취록에도 주목하고 있습니다”라며 청와대의 판단과 꼼수를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홍보만 해줬습니다.

 

2. MBC는 4일 내내 ‘고영태 녹음파일’ 보도 행렬, 다른 방송사들도 주목
대통령 측은 ‘고영태 녹음파일’에 고영태 씨가 문체부 차관 인사에 개입하려 하는 등 사익 추구 정황이 담겨있으니 더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BC는 지난 8일 MBC <고영태의 영향력?…녹음 파일 공개>(2/8 https://bit.ly/2lnhxBo)를 시작으로 11일까지 4일 연속으로 매일 1건씩 ‘고영태 녹음파일’을 집중 조명했습니다. 10일 MBC <고영태의 욕심?…“인사 관여 시도”>(2/10 https://bit.ly/2lr7Q9a)는 “고영태 씨와 그의 측근들이 문체부 차관을 교체하려던 정황이 포착됐”다면서 “류상영 부장이 ‘알아서 판을 짜라’고 하자, 고영태 씨는 ‘문체부 1차관을 없애려면 대체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는 ‘고영태 녹음파일’을 상세 보도했습니다. “틀을 몇 개 짜놓은 다음에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 그 그림을 짜고 있다”는 고 씨 음성, “고영태가 차은택을 최순실에 소개했는데 차은택이 승승장구하며 고영태가 배제되자 적대적인 감정을 수시로 드러냈다”는 고 씨 측근 최 모 씨의 검찰 진술도 전했습니다. 11일 MBC <녹음파일 제출…탄핵심판 영향은?>(2/11 https://bit.ly/2kVxVtH)는 “검찰이 고영태 씨와 주변 인물들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면서 “녹취를 확인하는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변론 일정과 증거 신청을 미룰 가능성도 큽니다”라고 아예 못을 박았습니다.

 

K-011.jpg

△ 4일 내내 ‘고영태 녹음파일’ 보도하며 대통령 측 ‘지연전략’ 홍보하는 MBC(2/8~2/11)

 

9일까지 조용하던 다른 방송사들도 10일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것”이라는 고 씨 음성 녹음과 11일 검찰의 녹취파일 헌재 제출을 일제히 조명했습니다. 10일부터 12일까지 KBS‧TV조선 3건, SBS 1건, 채널A 4건, MBN 3건을 보도했는데요. TV조선은 <차은택 훈장 명단 고영태가 뺐다>(2/12 https://bit.ly/2lCzps9)에서 ‘고영태 녹음파일’에서 나온 것으로 이미 알려진 ‘고영태-차은택 알력다툼’을 “차은택 씨가 대통령 훈장을 받게 된 것을 알게 된 고 씨가 최순실 씨를 통해 이를 취소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새로운 사실인양 부각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MBN은 “최순실을 이용해 정부 돈을 타내겠다는 생각은 없었다”는 고 씨 해명과 함께 “최순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서 고 씨가 생각했던 계획은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고 짚었습니다. 채널A도 “헌법재판소의 ‘3월 초 선고 방침’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지적했습니다. KBS와 MBC는 “녹취가 탄핵심판의 본질과 직접 관련이 없다는 점을 부각시킬 것”이라는 국회 측 입장만 딱 한 마디 언급했을 뿐 기본적인 반론들을 누락했습니다. 

 

3. ‘고영태 녹음파일’은 또 다른 ‘지연전략’, MBC는 자사 보도 언급한 고 씨 반박도 누락
고영태 씨와 그 측근들이 최순실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다 일이 틀어지자 최순실의 전횡을 폭로했다는 ‘고영태 녹음파일’은 ‘고영태-최순실 불륜설’로 이후 두 번째로 나타난 ‘고영태 흠집내기’ 행태입니다. 검찰은 아직 고 씨를 수사 대상에 놓지 않으면서 고 씨가 해당 발언에 담긴 의도를 실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고영태 씨는 10일, 시사인과의 인터뷰(https://bit.ly/2kSTpaB)에서 “검찰과 특검에서 설명을 다 했다. 내가 먹으려고 했다는데, 정황이 없어서 끝났다. 한 탕 해먹으려고 했다면 김종 차관이나 차은택 감독처럼 거기서 버텼겠지.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을 잘라야 한다는 최순실의 이야기를 듣고 사적으로 통화한 내용”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녹취 파일 2000개 중 대부분은 지인의 영어 공부 등 사적 통화내용이고 자신과 관련된 것은 3개뿐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죠. MBC 보도를 직접 거론하면서 “그중 하나가 MBC 보도에 나온 대화다. 녹취에 나왔던 일을 추진한 적도 없다. 검찰과 특검에서도 다 끝난 일이다. 내가 돈이나 회사를 빼앗으려고 했다면 최순실과 함께 수갑을 차고 있겠지”라고 항변했습니다. MBC는 고 씨가 이렇게 자사 보도까지 언급하며 유력 주간지와 인터뷰를 했는데도 이 반박을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4. SBS는 ‘고영태 녹음파일’을 ‘지연 전략’으로 보도, JTBC는 ‘최순실 국정농단 증거’
SBS는 ‘고영태 녹음파일’을 아예 대통령 측의 ‘지연전략’으로 규정했습니다. SBS <대통령 대리인단, 그래도 “시간 더 필요”>(2/10 https://bit.ly/2kbDWRe)는 “기일이 너무 급하게 진행돼 기록 검토만도 바빴다면서 추가로 증인을 신청할 가능성을 제시”, “막판 대리인단 사퇴 등으로 절차 진행에 협조하지 않거나,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헌재 심판정에 나오겠다고 밝히는 것도 대통령 측이 심판 선고를 늦출 수 있는 남은 카드” 등, 대통령 측 ‘지연전략’을 나열한 보도인데요. “최순실 씨 밑에서 일한 고영태 씨 등 직원들끼리의 통화나 회의를 한 내용인데, 이를 모두 확인해야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알 수 있다는 게 대통령 측 주장”이라며 ‘고영태 녹음파일’도 ‘지연전략’의 하나로 설명했습니다. MBC 등 다른 방송사들처럼 ‘고영태 녹음파일’ 내용 자체에 집착하지 않고 ‘대통령의 지연전략’으로만 취급한 겁니다. SBS의 10일 탄핵심판 관련 보도는 3건인데 모두 같은 태도로 ‘지연전략’에 집중했습니다. 


JTBC는 검찰이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헌재에 제출한 11일과 12일에 걸쳐 7건의 보도를 냈는데요. 7건 모두 대통령 측의 무리한 ‘지연 전략’이라는 점과 녹음파일이 고영태 씨가 아닌 최순실의 사익추구를 뒷받침한다는 반박을 전했습니다. JTBC <단독/대통령 측 ‘고영태 파일’ 돌발 카드>(2/11 https://bit.ly/2l2yyUJ)는 녹음 내용 중 “박 씨(박헌영 더블루K과장)가 최순실 회장은 당장 기업을 재촉해 스포츠팀을 만들라고 한다고 토로하자, 김수현 씨는 ‘독일로 돈을 빼돌리려는 준비인 것 같다’고 했고, 이어 박 씨도 ‘독일로 돈 빼는 데 마음이 급한 것 같다’고 응수”와 같은 “최순실 씨의 사익 추구와 관련”된 내용이 대부분이라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JTBC <단독/문체부 장관 보좌관 “최씨 위 아무도 없다”>(2/12 https://bit.ly/2kms1A7)는 녹음파일에서 최철 문체부장관 보좌관이 “K 입장에서 잘 봐. 여기 위에 아주 위에 회장님이 있지. 제일 꼭대기에”라며 최순실이 권력의 꼭대기임을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JTBC는 이런 사실들을 묶어 분석하면서 “대통령 측이 들고 나온 녹음파일이라는 것이 대부분이 최순실 국정농단을 더욱 분명하게 확인해주는 증거물”인데도 대통령 측이 “국정농단 주범이 최순실이 아닌 고영태가 될 것이라는 주장”하고 있다면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 “녹음파일을 쟁점으로 하려는 것은 탄핵 심판 기각을 위한 여론전”, “녹음파일 검증을 이유로 탄핵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라고 비판했습니다.

 

5. 대통령의 지연작전 지적하지 않는 타사의 ‘탄핵심판 보도’도 문제
JTBC는 10일, ‘고영태 녹음파일’과 관련 없이 대통령 측 ‘탄핵 지연 전략’만 5건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JTBC <‘대통령 헌재 출석 카드’ 낼까 말까>(2/10 https://bit.ly/2kbYeK9)는 다른 방송사들이 단순히 가능성만 언급한 ‘대통령 헌재 출석’에 대해 대통령 측이 “이전까지 논의조차 하지 않았다던 대통령 대리인단은 어제(9일) 갑자기 ‘출석여부를 대통령과 상의하겠다’고 말”했다면서 “박 대통령이 실제 헌재에 출석할 뜻은 없으면서 가능성만 비춰서 일정만 연기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 “시간끌기라고 판단해 대통령 출석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이를 여론전에 이용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SBS도 ‘지연전략’을 3건 보도했고 11일에는 채널A도 1건, MBN이 2건을 헌재의 조속한 심판 의지와 대통령 측 지연 전략에 할애했습니다. 12일에는 탄핵심판만을 조명한 보도가 7개사 모두 없습니다. 


‘고영태 녹음파일’을 집중조명하면서 대통령 측의 ‘고영태 흠집내기’를 사실상 홍보해준 KBS‧MBC‧TV조선은 과연 대통령의 ‘지연전략’을 짚어줬을까요? 그렇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들은 ‘고영태 녹음파일’을 모두 2~3건 보도했지만 탄핵심판의 추이와 대통령 측 지연 전략은 따로 짚어주지 않았습니다. KBS‧MBC‧TV조선은 10일부터 12일까지 헌재가 국회와 대통령 측에 23일까지 최종 입장문을 제출하라고 전한 보도 1건 외에 탄핵심판 관련 보도가 아예 없습니다. 

 

6. 가짜뉴스‧관제데모 의혹에 휩싸인 ‘탄핵반대 집회’ 대신 문재인 비난한 TV조선
11일,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15차 범국민행동이 거행됐습니다.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과 자유총연맹이 주도하는 탄핵 반대 집회도 맞불 집회를 열어 세를 과시했죠. 그러나 자유총연맹은 관제데모 의혹의 당사자입니다. 그동안 청와대가 정부 지원금을 볼모로 요구한 관제데모를 해왔다는 내부 고발이 있었습니다. 탄핵 반대 집회 측에서 나오는 ‘탄핵기각설’ ‘박영수 특검 성추행’ ‘세월호 참사 북한 기획설’ 등 황당한 가짜뉴스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TV조선은 이런 문제들을 제쳐놓고 엉뚱하게 문재인 전 대표를 비난했습니다. TV조선 <“나는 승복, 국민 용납 안 해”>(2/11 https://bit.ly/2kGa2b2)에서 이상목 앵커는 “문재인 전 대표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승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혁명 밖에 없다’고 했던 것에서 한발 물러선 겁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탄핵기각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말인지. 헌재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말과 다르지 않냐”고 날을 세웠습니다. 최지원 기자도 문 전 대표의 ‘말 바꾸기’를 비판하면서 “말로는 승복한다고 했지만, 메시지가 오락가락한다는 지적”을 전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4․19 혁명 그리고 87년도 6월 항쟁 그때 우리 잘 경험했죠. 이번에야말로 세상을 완전히 바꾸는 그런 시민혁명을 완성해야 한다”는 문 전 대표 연설 장면을 보여줬는데 화면에 띄운 자막에서는 “세상을 완전히 바꾸는 시민혁명”을 “기필코 정권교체 해서 촛불 혁명, 시민 혁명을 완성해야 한다”는 말로 바꿔버렸습니다. 단순한 실수일까요? 아니면 ‘정권교체’에만 집착하는 문 전 대표가 ‘오락가락’한다는 이미지를 주기 위한 악의적 왜곡일까요? 그 무엇이든 TV조선 이런 ‘자막 왜곡’이 너무 잦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TV조선이 비난의 대상으로 삼은 문재인 전 대표의 ‘탄핵 기각 시 혁명 밖에 없다’는 발언은 지난해 12월 14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나온 발언으로서 무려 2달 여 전의 발언입니다. TV조선은 이 발언을 마치 ‘헌재 심판 불복’을 의미하는 것처럼 묘사하면서 이번엔 ‘승복하겠다’는 것으로 말을 바꿨다고 비난했는데요. 당시 발언은 전혀 그런 맥락이 아니었습니다. 해당 인터뷰에서 질문자 도올은 “탄핵 사유를 일일이 따로 심사하지 말고 총체적으로 묶어 심의해도 될 것이다. 박한철 소장 임기 만료가 1월 31일이니까, 그전에 이루어지는 것이 정도일 것이다. 조기 판결의 방향으로 잘 진행된다면 박근혜 대통령의 사임도 촉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만약 헌재가 탄핵 기각을 결정하면 어쩌나?”라고 물어, 질문 자체가 조속한 탄핵 인용의 정당성을 전제했고 혹여 발생할 기각 결정을 우려했습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국민들의 헌법의식이 곧 헌법이다. 상상하기 어렵지만 그런 판결을 내린다면 다음은 혁명밖에는 없다”고 호응했습니다. 11일 집회에서 ‘승복하겠다’는 발언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문 전 대표는 “저는 헌법재판소가 민심과 동 떨어진 다른 결정을 하리라 믿지 않는다. 민심이 바로 헌법”이라며 똑같은 주장을 했고 만약 기각시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승복한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문 전 대표의 일관적인 주장을 요약하자면 ‘헌재 결정에는 승복하겠지만 헌재가 헌법이나 다름없는 민심을 외면할 것이라 보지 않는다’는 것인데요. 도대체 어느 부분이 비난받을 대목인지, TV조선의 관점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7. ‘이재용 재소환’보다 ‘북한 미사일’…오랜만에 보는 ‘북풍의 왕’ KBS
북한이 12일 오전 평안북도 방현 비행장 부근에서 무수단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 한 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습니다. 한반도 사드 배치 및 트럼프 행정부의 연이은 ‘선제타격론’ 등 한‧미 양국의 대북 강경책에 대한 맞대응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한‧미‧일 3국은 곧바로 대북 규탄 성명을 냈습니다.


늘 그렇듯이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KBS는 톱보도 포함 총 6건의 보도를 북한 미사일에 할애했습니다. 이날 KBS의 국정파탄 관련 보도가 고작 3건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비중을 둔 겁니다. SBS‧JTBC‧TV조선가 톱으로 타전한 ‘특검 이재용 재소환’은 KBS에서 7번째 뉴스로 밀려났습니다. 보도량은 적지만 MBC도 북한 미사일을 톱으로 내면서 2건을 보도한 반면 국정농단 사태는 단 1건만 보도했죠. 이렇게 북한 미사일에 더 큰 비중을 둔 방송사는 두 공영방송뿐입니다. 타사의 북 미사일과 국정파탄 사태 보도량 비율은 SBS 2건 : 4건, JTBC 2건 : 8건, TV조선 4건 : 6건, 채널A 3건(톱) : 5건, MBN 3건(톱) : 8건입니다. 


보도 내용에서도 KBS는 타사를 압도합니다. KBS는 6건 중 4건에서 ‘추가 도발 가능성’을 타진하거나 ‘북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임박’을 강조했습니다. 


KBS <“고체연료 가능성…북 최종목표는 ICBM”>(2/12 https://bit.ly/2kyZkAF)은 “활주로와 비행 시설, 항공기 공장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무인기 300여 대도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컴퓨터 그래픽과 함께 평안북도 방현 비행장을 재현하더니 이번에 발사된 무수단 개량형의 재원을 상세히 설명했습니다. 이 보도의 결론은 “북한의 최종 목표가 ICBM 개발”이라는 것과 “조만간 유사한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이어진 <김관진-플린 통화…북 도발 대응책 논의>(2/12 https://bit.ly/2l7CCmx)는 보도 시작 전에 북한의 인공기와 미사일 발사 장면을 배경으로 한 “한‧미‧일 북 도발 강력 규탄”이라는 자막을 띄워 한껏 공포심을 자극하면서 마이클 플린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의 “긴급 전화 통화”를 전했습니다. 


또한, <미·일 정상 “강력 규탄”…중국도 긴급 보도> (2/12 https://bit.ly/2kWkABC)는 “CNN은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ICBM을 발사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고 열을 올리기도 했는데요. 이는 오역인 것으로 보입니다. CNN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떠있는 <North Korea calls ballistic missile test-fire a success>(https://cnn.it/2kFwcKx)를 보면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한국의 관계자들은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ICBM 2발을 시험 발사하기 위해 준비 중일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몇몇 분석가들은 북한이 실제로 ICBM에 얼마나 근접했는지 여부에 대해 논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CNN이 “북한이 가까운 미래에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전망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한국 관계자들의 전망을 CNN이 전달했을 뿐입니다. 이날 TV조선도 CNN 보도를 언급했지만 “미 CNN도 북한 미사일 발사가 명백한 도발이라고 긴급 타전하며, 이 뉴스를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올렸”다고만 전했습니다.

 

K-013.jpg

△ 북한 미사일 한 발에 한껏 공포심 자극한 KBS(2/12)

 

오역까지 불사한 KBS의 강경한 태도는 타사와 대조적입니다. SBS는 “사거리 3~4천km의 무수단이 아직 불안정하기 때문에 ICBM까지는 갈 길이 좀 멀다고 볼 수 있”다고 진단해 ‘ICBM 임박’을 외친 KBS의 결을 달리했습니다. JTBC는 미‧일 정상의 규탄을 전하면서 “트럼프가 북한, 미사일 등의 표현을 전혀 쓰지 않고 일본 지지만 간략히 밝힌 것은 이번 미사일이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은 아닌 만큼 일단 수위를 조절하며 대응하려는 의도”라 해석해, 당장 전쟁이라도 날 것처럼 “한‧미‧일 북 도발 강력 규탄”을 조명한 KBS와 대조됐습니다. 채널A도 이번 도발을 “강경 정책을 예고한 트럼프 행정부를 의식해 수위를 낮췄다”고 분석했습니다. MBC‧TV조선‧MBN의 경우 별다른 자체적 분석 없이 발사 사실 및 도발 의도, 한‧미‧일 3국의 대응을 단순 전달했습니다.

 

 

monitor_20170213_088.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