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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교장의 ‘탄핵 반대 훈화’도 ‘국정교과서’ 방해한 전교조가 문제
2017년 2월 13일
등록 2017.02.16 18:32
조회 406

13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는 TV조선 <최희준의 왜>(2/13)에 출연해 일선학교 교장의 ‘탄핵 반대 훈화’에 대해 논하다 느닷없이 ‘전교조’를 비난합니다. 국정교과서 연구학교 선정을 조직적으로 방해했다는 게 그 이유입니다. 고영태 녹음파일에 대해서 ‘고영태 X파일’이라 칭하며, “검찰과 고영태가 흥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TV조선 <뉴스를 쏘다>(2/13)에 출연한 최진녕 변호사가 한 말입니다. 

 

1. 일선 교장의 ‘탄핵 반대 훈화’도 ‘국정교과서’ 방해한 전교조가 문제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교장의 훈화가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통령 탄핵 심판이 법치주의를 위반했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곽 교장은 ‘지난 정권엔 화이트리스트가 있었다’ 등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TV조선 <최희준의 왜>(2/13)에서도 이 내용에 대해 논의합니다. 출연진 다수는 곽 교장의 훈화가 문제였다는 입장입니다. 곽 교장의 발언 내용까지 비판하기 보단 ‘어쨌거나 교단은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이영작 서경대 석좌교수 역시 “저는 저런 얘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요”라 지긋이 훈수를 둡니다. 그런데 이후 발언은 황당하기 짝이 없습니다. 이영작 씨는 “(탄핵 찬반) 양쪽의 이야기를 했더라면 좋았을 뻔했겠고요. 그런데 만약에 다른 학교에서는 그럼 탄핵 찬성하는 연설은 없었겠느냐, 그것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고요”라는 것입니다. 확인된 바 없는 일을 ‘만약’이라 가정까지 해가며, 곽 교장의 탄핵 반대 훈화를 옹호하기 시작합니다.


이 과정에서 이영작 씨는 전혀 관계없는 ‘국정교과서’와 전교조를 들먹입니다. “최근에 와서 국정 교과서를 채택한 고등학교가 하나도 없다죠? 그것도 굉장히 심각한 문제예요. 전교조에서 조직적으로 가서 방해를 한다고 그러는데요”며 대화의 논점 자체를 바꿔 버립니다. 전교조가 국정 교과서 채택을 방해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님에도 말입니다. 재차 “이게 너무 전교조로 인해서 역사 교과서 문제가 너무 심각한 문제예요”라며, 국정교과서가 외면 받는 것을 전교조 탓으로 돌리기도 합니다. 이 씨는 “그런 상황이 됐다 보니까 아마 교장 연설을 들은 우파들은 '당연히 할 말을 했다'고 생각을 할 것이”다, “부적절하고 앞으로는 좀 더 평형된 감각을 가지고 얘기를 해야 되겠지만 그러나 '이런 의견도 학내에서 나올 수도 있다'라는 그런 시각으로 봐야 될 것 같”다는 것입니다. 논란의 본질은 편협한 가치관, 왜곡된 정보를 교장이 학생들에게 일방적으로 설파한 것입니다. 대담의 주제 역시 일선 학교 교장의 탄핵 반성 훈화입니다. 그럼에도 이 씨는 느닷없이 전교조까지 비난하며, 이 논란을 좌우 대립으로 몰고 갑니다. 


교육부는 마감일까지 늦춰가며 연구학교 신청을 받았지만, 지원학교는 세 곳에 불과했습니다. 국정교과서가 이처럼 외면 받은 건 왜곡, 오류 등 국정교과서 자체가 가진 문제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씨 뿐 아니라 조선일보 등의 보수 언론 그리고 정부 당국까지 국정교과서 실패 책임을 모두 전교조에게 돌리고 있습니다. 그동안 보수 집단은 전교조를 ‘편향된 정치사상을 학생들에게 주입시키는 집단’으로 규정하고 비난해 왔습니다. 이들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은 오류교과서 자체에 대한 논의를 피하고, ‘이념 논리’로 변질시키기 위해서입니다. 이 씨가 훈화 이야기를 하다말고 전교조를 꺼내든 것도 전교조에 대한 이런 전제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더욱이 관계없는 ‘국정교과서’ 이야기까지 들먹이며 전교조를 비난하기 보단 학생을 대상으로 편향된 정치관을 설파한 곽 교장 먼저 지탄해야 옳지 않을까요. 

 

2. 특검과 검찰 흠집내기 위해 상상의 나래 펴는 최진녕 변호사
TV조선 <뉴스를 쏘다>(2/13) 출연자 최진녕 변호사는 고 씨의 녹취 파일을 ‘고영태 X파일’이라며 “검찰과 고영태가 흥정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최 변호사의 주장은 최순실 고영태 불륜설에 이어 고영태 씨가 휴대전화에 녹음을 통해 고 씨가 사익을 취하려 한 것임을 부각하는 박근혜 대통령 대리인단과 최순실 변호인 측의 논리와 사실상 똑같습니다. 


검찰은 고영태 씨 휴대폰 녹취 내용을 간추려 29개의 녹취록 형태로 재판부에 제출했습니다. 그러자 최순실 씨의 이경재 변호사는 2,000여 개 녹음파일 전부를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이경재 변호사 주장을 설명하며 얼핏 들으면 설득력 있는 것 같지 않냐는 취지로 물었습니다. 그러자 최진녕 변호사는 “그렇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검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는 것이 바로 그 부분인데요”라고 단정적으로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최 씨가 제시한 근거는 “미국 같은 경우에는 ‘증거 개시제도’, ‘디스커버리 제도’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검찰에 있는 증거 내놓으세요’ 라고 하면 다 내놓아야 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쭉 본 다음에 그중에 공소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유리한 증거만 쭉 내는 것이죠”뿐입니다. 최 씨는 현재 시행하지 않는 ‘디스커버리’ 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인데요. ‘디스커버리’ 제도는 분명 장점이 있는 제도인만큼 적극적으로 도입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보입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서 시행되지 않는 제도를 놓고, 그것을 시행하지 않았으니 ‘특검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할 만한 중대한 결점이 있는 것처럼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확인해보니 실제 이 제도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시행되고 있고 재판이 시작되기 전에 사건 당사자 양측이 가진 증거와 서류를 서로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자는 취지라고 합니다. 참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원고가 피고에 대하여 소송물과 직접 관련이 없는 정보를 과도하게 요구함으로써 상대방을 괴롭혀 굴복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은 단점이 있다고 하네요. 이런 장단점을 이야기하며 이경재 변호사가 주장하는 내용의 맥락을 잘 정리해줬다면 좋았을텐데 최 변호사는 일방적으로 검찰과 특검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했고 그 표현도 너무 단정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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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영태 녹취록에 ‘고영태 X파일’이름을 붙여가며 검찰과 고영태 씨간 의혹 제기한 최진녕 변호사. TV조선<뉴스를 쏘다>(2/13) 갈무리

 

이어 최진녕 변호사는 “지금 이제 이른바 ‘고영태 X파일’이 열렸는데 고영태와 관련해서. (중략) X파일에 이 고영태 씨 친구들의 어떤 나름대로의 범죄를 기획했던 것이 추가적으로 나온다 라고 한다면, 결국 이것은 한마디로 유리한 것만 제출하고 불리한 건 싹 다 빼버린 그런 정황이 될 수 있는데”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고영태 씨가 최순실 씨 혐의의 4~5배가 넘는 돈을 빼먹으려고 했던 구체적 정황이 나왔는데 인지수사를 안 하는 것은 문제라면서 “한마디로 ‘이와 같은 최순실 씨와 관련해서 있는 것에 수사에 협조를 해 달라, 해라. 그렇다고 하면 다른 것은 불문에 부치겠다’ 이와 같이 흥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인데요. 그 부분을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 고영태가 뭐라고 했습니까? ‘이미 이거는 검찰과 특검에서 다 나왔는데 불문에 부치기로 이미 끝났는데 왜 얘기하냐’ 결국 그 부분에서도 보면 검찰과 고영태가 흥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특검 측은 “(녹음파일에는) 가족, 친구와의 통화나 영어 연습, 병원 진료 등 개인적인 내용이 대부분”이라 입장을 밝혔습니다. 탄핵심판 심리 중 녹음 파일을 전달받은 헌법재판소 역시 “2,000여 건 가운데 중국음식 주문한 것 등 불필요한 게 굉장히 많다”며 녹음파일을 공개 검증하자는 대통령 측 주장을 각하했습니다. 최진녕 변호사는 이런 내용은 조금도 말하지 않으면서 일방적으로 특검과 검찰이 “유리한 것만 제출하고 불리한 것 싹 다 빼버린 그런 정황”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할 만한” 상황이라고 강조한 것이죠. 최 씨는 대통령 대리인단의 주장처럼 헌재와 검찰 측 모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인가요? 녹취록에 대단한 내용이 들어있는 양 ‘고영태 X파일’이란 이름을 붙이면서까지 말이죠.


게다가 고영태 씨가 흥정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근거로 말한 ‘이미 이거는 검찰과 특검에서 다 나왔는데 불문에 부치기로 이미 끝났는데 왜 얘기하냐’라고 주장했다는 말은 정확한 표현이 아닙니다. 고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거에 대해선 검찰과 특검에서 설명을 다 했다. 내가 먹으려고 했다는데, 정황이 없어서 끝났다”라고 진술했습니다. 최 씨가 소개한 진술과 달리 의미가 확연히 다릅니다. 이는 검찰 역시 밝힌 내용입니다. 녹취록과 달리 대화 내용이 실제로 실현되지 않았다는 것이죠. 검찰 측이 고 씨를 사법처리하지 않은 이유를 밝히고 있는데도 최 씨는 녹취록만 가지고 ‘구체적인 정황이 나’와 있다며 검찰과 고 씨가 흥정을 했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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