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대통령도 번복했는데…최병묵 “세월호 7시간 기억 안 날 수도 있어”
2016년 12월 30일~2017년 1월 1일
등록 2017.01.04 19:51
조회 620

12월 30일~1월 1일 종편 시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지난 12월 30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리인단 이중환 변호사는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기억을 잘 못 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국장은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전후에 뭘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날수도 있다”며 박 대통령을 옹호하는데요. 정작 대통령 대리인단은 논란이 커지자 발언을 번복해 버렸습니다. JTBC가 태블릿 PC 보도를 한 지 두 달이 지났습니다. 종편 출연진들은 여전히 JTBC의 태블릿 입수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제공한 게) 고영태 아니면 정윤회 쪽이다”, “그(태블릿)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려줬을 것이다” 등입니다. 국정농단의 결정적 근거인 태블릿 PC를 흔들어 본질을 희석하려는 일부 여당 의원들의 목소리와 꼭 닮아있습니다.

 

1. 대통령도 번복했는데…최병묵 “세월호 7시간 기억 안 날 수도 있어”
지난 12월 30일, 박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인 이중환 변호사는 기자들과 질의응답 중 “대통령이 여러 가지 사건 결재를 많이 하셨고 바쁘셨기 때문에 정확하게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기억을 지금 잘 못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간 “(참사 당일)굿 한 적 없다”, “정상 업무를 봤다” 등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온 박 대통령 측이 별안간 대통령이 무슨 일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며 말을 바꾼 것입니다. 지난 22일 1차 준비절차기일 당시 헌법재판소 측이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일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봤는지 시각별로 밝혀달라는 요구하자 대통령 측이 3차 준비기일 직후 변호인단을 통해 이야기한 것인데요. 책임을 면피하기 위해 기억이 안 나는 척 변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국장은 ‘기억이 안 난다’라는 대통령 측의 변명조차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최 씨는 채널A <정연욱의 쾌도난마>(12/30), 채널A <토요랭킹쇼)(12/31)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비슷한 주장을 펼치며 박 대통령의 입장을 변호했습니다. <정연욱의 쾌도난마>에서는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좀 추론을 해보면”이라며 말을 꺼냅니다. 최 씨는 “2014년 4월 16일 날 세월호가 침몰한 것 이런 것들은 기억을 당연히 하죠. 그거 못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기억을 하는데 문제는 그 중간 중간에 만약에 대통령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중략) 세월호가 빠지는 것을 보고 그냥 평상시대로 안보실장하고도 통화해서 보고도 받고 그다음에 사회복지 수석하고도 통화했다는 것 아닙니까? 통화해서 일상적인 다른 보고도 받고 이렇게 했다면 특별히 기억이, 세월호가 침몰하는 것은 기억이 나는데 그 전후에 뭘 했는지는 기억이 안 날수도 있다 그런 것이죠”라고 주장합니다.

20170104_111133.jpg

△박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을 정말 기억 못할 수 있다며 옹호한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국장. 채널A <정연욱의 쾌도난마>(12/30) 갈무리

 

최 씨의 주장은 한마디로 “기억이 안 날수도 있다”입니다. 참사 당일 대통령이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이 안 난다는 것이죠. 국가비상사태에 총 책임이 있는 국가 원수가 참사 당일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추측하는 것은 이상합니다. 대통령이 참사 당일 기억이 안 날 만큼 사소한 일만 하셨다면 국가 원수로서 직무유기 논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최 씨의 주장은 “결재를 많이 하셨고 바쁘셨기 때문에” 기억 못 한다는 박 대통령 측 입장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어떤 결재를 했다면 구체적인 기록이 존재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기억하지 못한다 해도 대통령을 보좌했던 비서진이나 경호실에서는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대통령 측은 7시간 의혹에 대해 구체적인 자료를 준비하려면 얼마든지 준비할 수 있는 것이죠. 더군다나 박 대통령 측은 “(참사 당일)굿한 적 없다”며 세월호 관련 각종 의혹을 하나하나 반박한 적도 있죠. 


그런 대통령이 참사 당일 세월호 관련 내용을 보고받으면서도 구체적인 행적에 대한 기억은 전혀 나지 않는다고 하니 황당한 것입니다. 2년간 답변을 거부하면서 버텨오다가 재판부가 진술을 요구하자 내놓은 답변이 고작 ‘기억 안 나서’라뇨. 진실을 밝히면 곤란하기 때문에, 탄핵소추재판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므로 기억이 안 난다고 변명하는 것은 아닐까요? 최 씨는 이런 지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체 대통령이 기억 안 난다 하셨으니 ‘정말 기억이 안 날 수도 있다’며 억지 주장을 펼칩니다.


‘기억이 안 난다’는 대통령 입장이 모순이라는 것은 대통령 측도 파악한 것 같습니다. ‘기억이 안 난다’는 발언을 했던 대통령 대리인단의 이 변호사는 논란이 커지자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대통령이 기억을 잘 못 하는 부분은 세월호 7시간이 아닌 다른 탄핵소추 사실”이라고 발언을 정정했습니다. 실컷 대통령을 변호한 최 씨만 머쓱해졌네요.

 

2. 두 달이 지나도 끈질기게 ‘JTBC 태블릿 입수 경위’ 의문 제기
JTBC가 태블릿 PC 보도를 한 지 두 달이 넘었습니다. JTBC의 보도 이후 지금까지 보수 성향의 커뮤니티, 그리고 여당 일부 의원들은 태블릿 PC 입수 경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윤회, 고영태 씨가 넘겨준 것이다, 관계자로부터 제보 받았다 등이 그 내용입니다. 12월 8일, <뉴스룸>은 <단독공개/‘태블릿’ 어떻게 입수했나>(12/8, https://bit.ly/2gj3tLe)에서 태블릿 PC 입수 경위 및 취재 과정을 공개했습니다. 제보 등으로 얻은 게 아니다, 비덱 스포츠를 취재하다 더블루K와 주소가 같다는 점을 알게 되어 찾아가 발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공개 이유를 “일부 세력과 일부 정치권이 난데없이 태블릿 PC를 등장시키는 이유가 온 나라를 어지럽힌 최순실의 국정 농단이라는 이번 사건의 실체를 가리고 희석하려 하는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 밝혔습니다. 


몇몇 친박 의원들은 여전히 입수 경위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국정농단의 결정적 근거인 태블릿PC가 오염, 조작되었다는 주장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꾸준히 각종 의혹을 보도하고 있는 JTBC를 흔들고자 하는 의도도 보입니다. 종편 출연진들의 견해도 비슷합니다.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 (12/30)에 출연한 여러 출연진은 JTBC가 밝힌 입수 경위는 사실이 아닐 것이라 단정했습니다. 


이날 방송엔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이 출연했습니다. 정 전 의원의 ‘태블릿PC가 기자 손에 들어간 건 ***의 기획일 것’이란 발언에 관해 이야기하던 중이었습니다.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은 “고영태와 관련된 누군가가 기자한테 제보를 했을 가능성이 높다”라 주장했습니다. “정윤회까지 가는 건 저는 조금 과학적으로 볼 때는 증거가 없”기 때문이란 겁니다. “(기자들은) 훔쳤든지 받았든지 간에 말을 안 하거든요”라며, JTBC 역시 관행상 말하지 못했다고 추정하기도 합니다. 아예 입수 경위를 훔치거나 받은 것으로 단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JTBC의 입수 경위가 위법하단 주장도 서슴지 않습니다. “지금 와서 볼 때 기자가 훔치는 거 저는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모든 정황을 보면 어쨌든 JTBC가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서 뭔가 정상적인 방법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면 이건 주와 종이 바뀐 거죠. 비판받을 소지는 있지만, 법적으로 그렇게 중한 죄는 받을 것 같지 않습니다”라는 것입니다. JTBC를 옹호하는 발언 같지만, 결국 JTBC의 입수 경위는 비정상적, 위법한 방법이란 내용입니다. 


최병묵 전 월간조선 편집장 역시, JTBC가 밝힌 입수 경위는 “안 믿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유는 “다 치워져 있는데 태블릿 PC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런 상황은 있을 수 없거든요, 보통에. 왜냐하면 거기를 정리를 하는데”라는 것입니다. 최소한 “누군가가 적어도 누군가가 어디에 가면 태블릿 PC가 있을 것이다라고 해서 기자가 갔을 거예요”라며 끝까지 JTBC의 취재 경위를 부정합니다. 진행자 박종진 씨는 최 씨의 발언에 “그 안에 뭐 뭐가 있는지 다 알려줬다”며 자신의 추정을 사실마냥 이야기합니다. 심지어 “고영태 아니면 정윤회 쪽이다 그렇게 결론 내릴 수 있겠다”며 JTBC가 밝힌 입수 경위는 모두 거짓이라고 결론까지 내립니다.


JTBC는 <단독공개/‘태블릿’ 어떻게 입수했나>(12/8)에서 당시는 ‘임대 전이라 부동산 중개인 등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 ‘책상엔 태블릿 PC와 각종 문서가 남아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건물 관리인을 조사해 JTBC의 입수 경위 설명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는 사실도 전했습니다. 그리고 “쓰레기 수거하는 거치대, 철판, 책상 하나를 놔두고 간 거예요. 원목 책상도 비어있는 줄 알았는데 기자님이 아무래도 기자 정신이 있으니까 저랑 같이 가서 본 것 아닙니까”란 건물 관리인의 인터뷰까지 보도했습니다. 외에도 입수 경위를 둘러싼 각종 의혹을 하나씩 짚어가며 사실관계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종편 출연진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있습니다. JTBC의 의혹 해명은 모두 ‘상식적으로 그럴 수가 없다’, ‘취재 경험상 그럴 리가 없다’라며 일갈합니다. 모두 감정적 근거에 불과합니다. JTBC는 현장 사진, 관계자 증언 무엇보다 검찰 조사결과까지 근거로 입수 경위를 증명했습니다. 종편 출연진들의 입수 경위 왜곡 발언은 JTBC의 보도 내용과 검찰의 조사 결과를 모두 부정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객관적 근거 하나 없이 사견을 사실로 단정해 시청자를 호도하고 있습니다. 

 

* 민언련 종편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끝>

monitor_20170104_03_수정.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