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김용철 변호사 ‘양심고백’ 관련 주요 일간지와 경제지의 삼성 보도에 대한 모니터보고서(2007.12.5)
등록 2013.09.23 11:57
조회 628
삼성왕국 지킴이’ 자처하는 중앙·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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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대상 조선일보·중앙일보·동아일보·한겨레신문·경향신문·서울신문·매일경제·한국경제·머니투데이·헤럴드 경제
모니터 기간 2007. 11. 6 - 2007. 11. 27


우리 단체는 사제단의 1차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9개 종합일간지의 보도에 대해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헛되이 하지 말라”는 논평을 지난 10월 31일 발표(<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양심고백’ 관련 신문보도에 대한 민언련 논평> 참조)한 바 있다.
당시 한겨레신문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 신문들은 김 변호사와 사제단이 밝힌 사안의 중대성을 외면한 채 소극적인 보도와 면피성 보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사제단이 기자회견이 2-4차로 이어지면서 삼성비자금 문제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모아지고 삼성의 불법·탈법 행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자 ‘어쩔 수 없이’ 이 사안을 중요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많은 언론들은 사제단 측의 구체적이고 신빙성 있는 주장을, 삼성 측의 ‘둘러대기’ 식의 반박이나 김 변호사에 대한 인신공격과 함께 ‘공방’ 식으로 다루면서 실체규명이라는 언론 본분의 역할을 외면했다. 특히 중앙과 동아 및 경제지의 문제는 도저히 간과할 수 없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갔다.
1. 2차 기자회견부터 4차 기자회견 기간 동안의 신문보도 분석
우리 단체는 11월 5일 사제단의 2차 기자회견 이후 주요일간지의 삼성비자금 관련 보도를 분석했다. 대상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 6개 신문이고, 기간은 11월 6일부터 4차 기자회견이 있었던 11월 26일 다음날인 11월 27일까지다.

1) 19일 동안 총 544건, 한겨레가 경향이 절반 가량 차지
이 기간 동안 6개 신문에서 삼성비자금 및 삼성 관련 보도는 총 544건으로 평균 한 개 신문당 90.7건의 보도를 내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은 보도를 한 곳은 단연 한겨레신문으로 모두 135건(24.8%)의 삼성 관련 보도를 내보냈고, 하루 평균 7.1건의 보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많은 보도를 한 곳은 경향신문으로 총 118건(21.7%), 하루 평균 6.2건의 보도를 했다. 서울신문이 총 89건(16.4%)로 뒤를 이었고, 조선이 83건(15.3%)로 서울신문과 비슷한 수치를 보였다.
반면, 가장 적은 보도량은 보인 곳은 역시 중앙일보였다. 중앙은 이 기간 동안 단 50건(9.2%)의 보도를 내는 데 그쳤다. 하루 평균 2.6건에 불과했고, 가장 많은 보도량을 보인 한겨레와 비교할 경우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3 정도에 머물렀다. 6개 신문이 평균적으로 보도한 양에 비춰 봐도 중앙일보의 보도는 절대적으로 적었다. 삼성의 사돈신문인 동아일보는 69건(12.7%)으로 중앙일보보다 약간 더 많은 보도량을 보였다.
19일 동안(신문이 나오지 않는 일요일 제외) 6개 신문에서 544건이면 적지 않은 보도량이긴 하다. 하지만 분석 기간 동안 보도량 변화 추이를 살펴보면 절대적으로 보도가 부족했던 신문들의 경우 얼마나 면피용으로 보도하거나,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보도를 했는지 더욱 뚜렷하게 알 수 있다.
모니터 기간 동안, 11월 5일 사제단의 2차 기자회견이 열렸고, 12일 3차 기자회견, 26일 4차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그리고 19일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 법무비서관을 지낸 이용철 변호사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14일에는 각 당이 삼성 특검법을 국회에 제출, 22일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특검법을 통과시켰다.
[표2]에서 보듯 한겨레는 11월 12일 2건을 제외하고는 최소 4건 이상씩 꾸준하게 삼성과 관련한 보도를 내보냈다. 가장 많게 보도한 날은 사제단의 마지막 기자회견과 관련된 내용이 보도된 27일로 무려 23건을 보도했다. 한겨레는 20일 10건, 6일과 15일에 9건 등 모니터 기간 동안 관련 내용을 최대한 충실하게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경향신문 역시 13일과 20일 14건, 6일과 27일 13건 등 꾸준함과 집중력을 보였다. 조선일보는 8일 한 건도 보도하지 않았고, 9일과 10일 단 한 건에 그치는 등 1주차에는 13건으로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인 반면 2주차에 35건으로 집중적인 보도 빈도를 나타냈다.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였다.
중앙일보는 8-10일 동안 단 한 건도 보도하지 않는 등 1주차에 단 6건에 그쳤다. 이 같은 중앙일보의 보도태도는 1주차 6개 신문 전체 보도량 가운데 6%도 되지 않아 미흡함을 넘어 이번 사안을 애써 무시하려는 태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그 이후에도 다른 신문사에 비해 보도량이 절대적으로 적었고, 1~3건 등 면피용으로 언급하는 날도 많았다.
동아일보 또한 8일과 10일 관련사안을 한 건도 보도하지 않는 등 1주차에는 소극적인 보도태도를 보였고, 2주차 잠깐 반짝했다가, 3주차에 이르러 다시 면피용 보도로 일관했다. 동아의 경우 26일 5건의 보도로 한겨레보다 많은 보도량을 보인 적도 있었지만, 기사가 지면을 차지한 면적을 보면 4건의 한겨레보다 더 작았다. 연합뉴스 보도를 그대로 옮겨 온 1단도 되지 않는 단신 등 깊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단순 보도들이 주가 되었기 때문이다.
2) 사설·칼럼 보도량, 지면배치, 1면 헤드라인 분석
한편, 이 기간 동안 삼성과 관련한 ‘사설 및 칼럼’은 69건이 등장했다.
 

‘사설 및 칼럼’은 각 신문사들이 특정 의제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과 주장을 나타내는 공간으로, 이런 유형의 기사가 많다는 것은 곧 삼성과 관련해 단순하게 의혹이나 공방을 중계하거나 어쩔 수 없이 면피용으로 보도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진실 규명과 관계 기관·당국의 성의 있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다.
예상했던 대로 한겨레가 23건으로 다른 언론사와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가장 많은 사설·칼럼을 썼다. 다음으로 경향이 16건을 썼고, 조선이 11건, 서울이 10건으로 뒤를 이었다. 전체 보도량 추이와 마찬가지로 중앙은 단 3건에 그쳐 한겨레와 비교할 경우 1/8 정도의 수준을 보였고, 동아 또한 6건으로 극히 미미한 관심을 나타냈다.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단 3건, 6건에 불과한 중앙과 동아의 사설·칼럼은 그 내용 또한 천박함과 악의성으로 가득 차 있어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것들이었다.

 

이번 사안과 관련된 기사가 어느 지면에 배치되었는지를 분석함으로써 각 신문들이 이번 사안에 얼마나 큰 중요성을 부여했는지 살펴봤다. 1면은 각 신문의 ‘얼굴’이나 마찬가지로 매일 아침 각 신문이 어떤 사안을 가장 중요하게 부각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가 된다. 또한 첫째장을 넘긴 뒤 나오는 2, 3면과 그 다음의 4, 5면까지도 1면 못지않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1면에 배치된 기사의 양과 2~5면에 걸쳐 배치된 기사의 양을 살펴봄으로써 각 신문이 이번 사안을 얼마나 중요하게 다뤘는지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역시 1면에 배치된 수에 있어서도 한겨레가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중앙은 7건으로 가장 적었고, 나머지 신문들은 1면 배치 비중이 비슷하게 나타났다.
동아의 경우 의외라고 생각될 정도로 1면에 배치된 기사가 많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을 지경이다. 동아에서 1면에 배치된 10건 가운데, 1면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머리기사(헤드라인)로 나온 기사는 단 한 건에 그쳤다. 그 외 2건 정도가 이른바 ‘사이드 탑’이라고 이야기되는 머리기사 다음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을 뿐이었다. 1면에 배치될 경우 위치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제목을 살펴보면 더 어처구니가 없다.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동아의 11월 23일 기사의 제목은 <‘삼성 비자금의혹 특검’ 법사소위 통과/“수사폭 너무 넓어... 전체회의서 재론”>였다. 삼성특검법을 둘러싼 ‘공방’과 ‘논란’을 헤드라인으로 장식했던 것이다. 그나마 중요하게 배치됐던 ‘사이드탑’ 기사는 더욱 가관이다. 15일 <청 ‘삼성 특검법안’ 재검토 요구>, 17일 <청 “특검법안 거부권 검토”>가 바로 그것으로, 삼성특검에 대한 논란을 어떻게든 부추겨보려는 동아의 ‘의도’가 뻔히 드러난다.
중앙은 어떻게든 이번 사안을 조용히 넘기고 싶은 의중이 반영되었는지 1면 머리기사로 배치된 기사는 단 한 건도 없었고, 1면에 배치된 기사들의 제목을 대부분 ‘공방’으로 처리했다.
반면, 한겨레는 6, 9, 13, 14, 16, 20, 21, 24, 27일 등 모두 9일간 삼성 관련 사안을 머리기사로 다뤘고, 기사 제목도 제기된 의혹의 신뢰 정도에 비춰 가장 적극적으로 달았다.
1면과 머리기사뿐만 아니라 내지에서도 신문들의 차이는 뚜렷하게 드러난다.
한겨레는 2~5면에 46건의 기사를 배치해 삼성과 관련해 1면 기사와 합쳐 62건을 중요하게 보도했다. ‘사설·칼럼’을 제외한 112건 중 지면 앞부분에서 중요하게 다뤄진 기사가 전체의 절반을 넘은 것이다. 경향 또한 2~5면에서 61건을 다뤄 전체 102건 가운데 70% 이상을 중요하게 배치했고, 서울신문도 1~5면에서 49건을 다뤘다. 조선의 경우 1~5면의 기사가 절반을 넘긴 했지만 10면 이후에서 다룬 보도도 14건이나 돼 한겨레 등과 차이를 보였다.
반면, 중앙과 동아는 삼성을 6면 이후에 다룬 기사가 절반을 넘었다. 이번 사안에 대한 각 신문 편집진의 시각이 여실히 드러나는 지점이다.
3) 기사 제목 분석
마지막으로 기사 제목의 성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물론 기사의 제목이 기사의 전체 내용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대체로 기사의 주요 내용을 압축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특히 기사 내용에서는 상반되는 주장을 함께 다루면서도 기사 제목에서는 어느 일방의 목소리만 부각할 경우 각 신문이 의도하는 바가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점에서 이번 삼성비자금을 둘러싸고 매주 쏟아진 새로운 내용과 논란들을 각 신문들이 기사 제목에서 어떻게 반영했는지 살펴보는 것은 기사의 내용을 분석하는 것보다 각 신문들의 관점을 파악하는 데 훨씬 더 유의미하다고 판단된다.
 

전체 544건 가운데 ‘기타’를 제외한 나머지 분류 가운데 ‘삼성에 대한 문제 제기’형 제목을 단 기사가 128건으로 가장 많아 그나마 다행으로 보였지만, 실상은 역시 다르다. 이 가운데는 한겨레가 47건으로 약 1/3을 차지했고, 경향이 38건이었으며, 서울은 22건, 조선은 16건이었다. 반면 중앙은 단 한 건에 그쳤고, 동아는 4건에 불과했다. 중앙에 등장한 단 한 건은 이용철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았다가 돌려준 사실을 밝힌 것과 관련해 20일 10면에 등장한 <“삼성서 명절 때 현금 받았다”>였다.
‘삼성비판·진실규명 촉구’ 등을 담고 있는 제목은 모두 73건이었고, 이 가운데 절반 정도를 한겨레(36건)가 차지했고, 한겨레를 제외한 나머지의 대부분은 경향이 차지했다. 조선일보 또한 8건으로 적지 않은 보도량을 보였다.
조선은 성격이 불분명한 ‘기타’ 제목이 절반에 이르렀는데, 그 외 절반에서는 ‘삼성에 대한 문제 제기’형 기사가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삼성비판’의 내용을 담고 있는 제목이 많았다. 즉 이번 사안에 있어서만큼은 조선일보가 보도량에서도, 사안의 중요성에 대한 판단도, 사안에 대한 관점도 중앙·동아와 판이하게 다른 모습을 보였던 것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조선이 잘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 김용철 변호사가 밝힌 내용과 정황증거를 살펴본다면 이번 사안을 한겨레나 경향처럼 보도하는 것이 당연하다. 친재벌·친기업적 보도태도를 고수해 온 조선조차도 삼성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럼에도 조선이 중앙·동아와 차별적이라는 것은 그만큼 삼성과 친인척 관계에 놓여있는 중앙·동아의 보도태도가 비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과 다름없다.
[표6]의 수치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중앙과 동아에는 삼성을 비판하거나 진실규명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긴 제목의 기사가 단 한 건도 등장하지 않았다. 두 신문 합쳐 119건 가운데 단 한 건도 없었던 것이다.
대신 중앙과 동아는 삼성의 입장을 반영하는 데는 그 누구보다 앞장섰다. 중앙은 전체 기사 50건 가운데 9건이 삼성의 입장을 반영한 제목을 달고 있었고, 동아는 13건이 삼성의 입장을 대변했다. 또 이번 사안을 공방식으로 다룬 제목도 중앙이 8건, 동아가 14건으로 다른 신문에 비해 유별나게 많았다. 특히 적극적으로 삼성을 감싸고, 적반하장식으로 김용철 변호사를 비난한 제목의 기사도 중앙 6건, 동아 8건이나 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축하금’에 대한 논란을 부각시키는 등 교묘하게 논점을 흐리고 물타기를 하려는 기사제목 또한 중앙과 동아가 각각 8건과 10건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선에 등장한 4건씩의 ‘삼성감싸기’, ‘물타기’ 제목 역시 적지 않은 양이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중앙·동아와 차별적이긴 했지만 본성은 숨기지 못했던 것이다.
한겨레에는 ‘삼성감싸기’ 식의 제목은 단 한 건도 없었고, ‘물타기’식의 제목은 11월 23일 <홍준표 “노대통령 당선축하 ‘시디’ 번호 있다”> 한 건에 그쳤다. 경향에는 ‘삼성감싸기’ 제목이 한 건(<경영 손발 묶이나 속타는 삼성> 11/16)이 있었다.
중앙과 동아에 등장한 ‘삼성의 입장이 반영’된 제목과 ‘삼성감싸기·김용철 변호사 비판’ 기사제목은 다음과 같다.
<중앙일보>
"김 변호사 대우 끝나나 ··· 보복 철저히 합니다" 삼성, 김씨 부인이 보낸 모든 편지 공개 검토(11/7)
삼성, 김용철씨에 법적 대응 검토(11/12)
명예훼손 혐의 김용철 변호사 고소(11/14)
"삼성서 떡값 받았나" "김용철과 일면식도 없어"(11/14)
삼성 특검법 오늘 발의 "떡값 받은 사실 없다"(11/14)
경제 5단체 “삼성 특검 반대”(11/17)
삼성 "회사 차원서 돈 건넨 사실 없다"(11/20)
삼일회계 "매출 절반 분식회계 말 안 돼" 김&장 "정상 변론했을 뿐 ··· 거짓 주장"(11/27)
검찰 떡값 의혹, 증거 공개가 먼저다(11/4)
삼성과 김용철 변호사(11/14)
"지연·학연 문제삼기 시작하면 한국서 살아남을 사람 있겠나"(11/15)
"삼성 특검, 역차별 아닌가"(11/24)
중앙일보 관련 김용철씨 주장은 사실무근(11/27)
<동아일보>
부산지검-서울지검 특수부 근무 삼성서 7년동안 102억 원 받아(11/6)
“에버랜드 증거조작 있을수 없는일 분식회계 주장 회계업무 오인한 것”(11/6)
“경영역량 분산 안타깝지만 검찰 조사땐 성실히 임할것” 삼성그룹 밝혀(11/7)
이종왕 삼성 법무실장이 임직원들에게 보낸 e메일 요지(11/12)
“김용철 변호사 거짓폭로 보며 자괴감”(11/12)
“사제단이 제시한 李전무 재산관련 문건 2003년 검찰 요청으로 내가 정리한 것”(11/13)
“金변호사와 일면식도 없는 사이” “ 지금까지 전화통화한 적도 없어” “ 대학후배라는 사실 이번에야 알아”(11/13)
“근거없는 의혹만으로 그만둘 수 없다”(11/14)
“삼성, 경영 위축되지 않을지 해외거래처서 걱정 많이 해”(11/16)
경제5단체 “특검, 정치적 이용 우려… 기업 신인도에도 타격”(11/17)
“경영환경 나쁜데… 안타깝다”(11/23)
삼성 “글로벌 브랜드 가치 훼손”(11/24)
“불법 관여안해… 명예훼손 고소 방침” “삼성문제 한번도 원칙 안 벗어나” “검찰총장 시절 삼성측 만난적 없다”(11/27)
김용철 변호사, 떡값 명단 있으면 밝혀라(11/7)
‘이용호’-‘대북송금’ 땐 새 비리 밝혀 ‘대통령 측근’-‘유전의혹’은 유야무야(11/15)
“재판중 사건 포함 부적절 200일 수사도 유례없어”(11/15)
재판 중 사건까지... 수사범위 또 논란(11/23)
삼성 특검, 경제 위축 경계해야(11/24)
삼성 비자금 폭로, 진위 확인이 우선이다(11/27)
 
 
2. ‘삼성감싸기’ 넘어 ‘삼성왕국 지킴이’ 자처한 중앙·동아
이제 이 기간 동안 쓰인 각 신문의 ‘사설·칼럼’의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미 제목에서부터 각 신문이 이번 삼성비자금을 둘러싼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사설·칼럼’ 만으로도 이번 사안에 대한 태도에 있어 ‘한겨레-경향-서울-조선’과 ‘동아-중앙’ 사이에 뚜렷한 대척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1) 실체규명 앞장 선 한겨레
먼저 한겨레는 이번 사안의 발생 시작부터 가장 적극적으로 삼성에 대한 비판과 삼성비자금 실체규명을 위해 나섰다.
2차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 <삼성은 차명계좌 실체부터 밝혀야>라는 사설에서 “삼성은 회사 동료와 개인적 거래에 따른 차명계좌라고 주장하지만 재벌기업 최고위급 임원들이 서로 차명계좌를 빌려준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어떤 경위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먼저 밝히는 게 순서”라고 강조했다. 특히 삼성이 ‘반박자료’를 통해 김용철 변호사의 사생활 등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 “논란의 초점이 핵심을 벗어나선 안 된다”며 “삼성이 장문에 걸쳐 내놓은 해명은 김 변호사의 개인적 비리와 약점을 파헤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8일 <삼성 돈 안 받았다고 믿을 검사가 없단 말인가>라는 사설에서는 ‘뇌물검사의 명단을 내놓으라’는 검찰의 태도에 대해 “떡값 검사의 명단을 내놓으라는 조건을 달아 검찰이 사건 배당을 하지 않는 것은 스스로 법을 어기는 행위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검찰 자체 판단으로도 믿을 만한 검사가 그렇게 없다면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닌가”이라고 검찰의 소극적 태도를 질타했다.
14일 사설 <특검 도입 불가피해진 삼성 비자금 수사>에서는 김용철 변호사가 ‘뇌물검사 명단’을 발표한 이후 검찰이 이번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특수 2부에 배당한 것과 관련해 “사제단이 삼성의 검은돈을 받은 사람으로 지목한 이귀남 대검 중수부장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한 곳”이라며 “검찰이 사건 배당을 밀어붙인 것은 땅에 떨어진 명예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기회를 스스로 차버린 것”이라고 검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사설은 또 “이렇게 된 이상 특별검사 도입이 불가피해졌다”며 특검 도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특별검사 추천에서 변협을 배제할 것과 수사 대상과 기간을 지나치게 제한하지 말 것, 수사 내용과 진행 상황 공표 등을 요구함과 동시에 “검찰은 특별검사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일단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사설 <앞도 뒤도 없는 경제단체의 삼성특검 반대>에서는 특검 도입을 반대하는 경제5단체의 성명에 대해 “대형 기업비리 사건 때마다 경제단체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케케묵은 녹음테이프를 돌리는 듯했는데, 또 한번의 반복이다”며 “경제단체가 진정 한국 경제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기업 투명성을 한단계 높일 전기로 삼게 철저한 진실 규명을 요구해야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하나하나 귀담아 들어야 할 이야기가 수두룩한 한겨레의 사설 가운데서도 백미는 27일 <한국경제의 일그러진 영웅, 삼성>이었다. 김 변호사의 4차 기자회견 다음날 나온 이 사설은 “정의구현 전국사제단과 김용철 전 삼성 법무팀장의 폭로로 드러난 삼성의 일그러진 얼굴은 이른바 ‘선진경제’로 도약하지 못한 채 길을 잃고 헤매는 한국경제를 상징하는 듯하다”며 “그가 폭로한 삼성의 뒷모습은 ‘비리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설은 또 “삼성의 반칙이 국가기관까지 깊이 병들게 했다는 점은 더 큰 절망감을 안겨준다”며 “언론 또한 삼성 앞에서 맥을 못 추니, 그야말로 골수 깊이 병이 든 꼴”이라고 문제의 심각성의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야말로 기업의 반칙과, 그것이 공직 부패로 이어지는 사슬을 끊어야 한다”며 “큰병은 때를 놓치면 못 고친다. 이번이 가장 좋은 기회이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진실규명의 절박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밖에도 7일 <진실을 두려워하는 사회>라는 정석구 경제선임기자의 칼럼에서는 “삼성은 우리 사회 지도층에게 ‘푼돈’을 던져주며 부끄러운 삶을 살도록 조장하고 있다”며 “불법 비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삼성왕국’의 부패 구조를 청산하는 것이 기업으로서 삼성이 사는 길이고, 우리 사회가 바르게 가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21일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칼럼 <삼성제국의 양심>에서는 대한변협이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 운운한 것에 대해“국가권력과 사회적 불의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대변해야 할 변호사들이 개인의 양심보다 변호사의 의무를 더 우선시하는 것은 무지를 넘어 파렴치에 가깝다”며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이 진정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너무나 자명하며, 그 때문에 그의 양심은 변호사의 의무보다 더 고귀한 가치를 갖는 것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2) 중앙·동아와 차별성 뚜렷이 드러낸 조선
경향신문과 서울신문의 논조는 한겨레보다 강도가 조금 낮기는 하지만 거의 대동소이하다. 이에 비해 조선은 중앙·동아와는 뚜렷한 차별성을 드러내면서도 한겨레·경향과 ‘유사하다’고 하기에는 어려운 논조를 드러냈다.
조선은 6일 사설 <‘삼성 사태’의 공방을 지켜보며>에서 “국가기관에 대한 전방위 로비가 사실이라면 문제도 보통 문제가 아니다”며 삼성의 반박에 대해 “삼성 임원들의 비자금 차명 계좌 부분과 관련해 재무팀 임원이 회사와 관계없는 사람의 재산을 관리해 주려고 김 변호사 이름의 차명계좌를 만들었다는 설명도 상식으론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대응에 대해 “김 변호사의 개인적 약점을 들추는 식이 아닌, 좀 더 당당한 대응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설 제목에서 드러나듯 조선의 사설은 ‘관객’의 입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이날 회견에서 삼성의 돈을 받은 검사 명단은 밝히지 않았다”거나 “김 변호사는 이런 자기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자료를 내놓지는 않았다”고 지적하고, “문제의 성격이 중대한 만큼 김 변호사는 말로만 주장을 펼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갖고 있는 객관적 증거를 공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김 변호사에 대한 지적을 함께 한 부분에서 이 같은 조선의 입장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하지만 김 변호사의 의혹 제기가 더욱 구체화될수록 조선의 논조 또한 비판의 강도를 높여갔다. 조선은 13일 장문의 사설 <검찰총장 내정자 이름까지 나온‘삼성 로비’의혹>에서 ‘뇌물검사 명단 공개’와 관련해 “검찰 핵심 간부들이 기업에서 정기적으로 돈을 받았다면 그것은 최고 사정기관의 붕괴나 다름없다”며 “폭로가 사실인데도 검찰의 팔이 안으로 굽어 사실이 아닌 듯이 덮는다고 될 일도 아니다”, “검찰로선 차기 총수까지 수사해야 돼 수사의 공정성·객관성 시비가 부담이 된다면 시작부터 특별검사에게 수사를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특검 도입에 대해서도 적극성을 보였다.
20일에는 사설 <삼성 현금 다발, 청와대 반부패 비서관에게만 갔나>에서는 “이 정도로 구체적인 물증 앞에서 삼성이 돈을 보낸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순 없을 것”이라며 “삼성의 배포가 보통이 아니었던 것일까. 아니면 누가 삼성의 돈다발을 외면할 수 있겠느냐며 세상을 우습게 본 것일까”라고 대선자금 수사가 한참이던 때에 청와대 비서관에게 로비를 한 삼성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이 사태 앞에서 청와대는 삼성 비자금 관련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한다. 배포가 큰 것일까 아니면 세상을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일까”라고 특검 도입에 미적거리는 청와대를 겨냥해 비판하기도 했다.
특히 4차 기자회견 다음날 등장한 사설 <‘삼성사태’>의 어조는 더욱 강하다. 이 사설은 “김용철 변호사가 26일 ‘삼성 비자금문제’ 등과 관련해 추가로 밝힌 주장들은 한 마디로 국민의 머리를 망치로 내리치는 것처럼 충격적인 내용들이다”며 해외비자금 조성, 미술품 구입, 중앙일보 위장분리 등 김 변호사가 제기한 내용을 하나하나 상세히 언급했고, “국내 대기업 성장 과정에 적지 않은 흠이 있으리라는 사실은 누구나 짐작하고 있지만 이렇게까지 그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적은 없었다”며 “삼성이 오늘의 문제를 딛고 또 한번 도약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멍에를 스스로 벗어던지는 자기 혁신과 결단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물론 이 사설은 “한편으론 이번 ‘삼성사태’가 어떻게 어디까지 번지게 될지 걱정스럽기도 하다”며 “이번 일로 삼성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까지 흔들리게 되는 일이라도 벌어진다면 대한민국 경제도 무사할 수는 없다”고 일면 ‘경제위기론’에 부화뇌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양측이 일방적으로 자기 주장만 펴서는 이번 사태를 합리적으로 풀 수 없다”며 “검찰이 나서서 단기간에 사실관계를 명확히 밝혀내야 할 것”과 “부족하다면 특검이 하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해 여타 보수지들이 ‘경제위기론’을 들먹이며 이번 사안을 최대한 ‘덮어두자’는 식으로 나오는 것과는 다른 접근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조선에 이런 사설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14일 최보식 기획취재팀장의 칼럼 <김용철 변호사의 손가락>가 대표적이다. 이 칼럼은 김용철 변호사와 관련해 “그는 왜 한때 수억원대 연봉을 받았던 삼성에 등돌리고, 왜 지금 와서 공격하며, 무슨 의도가 숨어 있으며, 어떤 성향의 인간일까를 (세간에서는) 더 궁금해한다”며 ‘손가락이 아닌 달을 봐달라’는 김 변호사의 ‘요청’을 비비 꼬아 본질 흐리기에 나섰다. 이 칼럼은 “세상의 궁금증까지 막을 수는 없다”며 ‘그가 이런 폭로를 하는 동기와 진정성, 그가 어떤 인격의 소유자인지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 그런 절차 없이 그를 도구로 삼아 정의를 구현하려는 것에는 반대다’는 어느 기사의 독자 댓글을 장황하게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감추고 싶은 ‘사소한’ 욕망에 대해서도 함께 고백했다면 훨씬 많은 세상 사람들이 그의 편에 섰을 것”이라며 ‘은근히’ 김 변호사가 ‘사소한 욕망’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몰아붙이기도 했다. 본질을 흐리고, 심지어 김 변호사를 ‘술자리 안주거리’로 삼으려는 ‘흥미위주’의 의도까지 보이긴 하지만, 이 정도는 중앙, 동아에 비하면 양반이다.
3) ‘언론사’ 포기하고 ‘삼성사보’ 선언한 중앙·동아
중앙일보는 7일 사설 <검찰의 손에 넘겨진 삼성의 의혹>에서 “김씨가 폭로한 삼성의 비리 의혹 가운데 일부라도 사실로 드러난다면 참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면서도 “삼성 측은 해명 자료를 통해 김씨가 폭로한 모든 사안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하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며 “김씨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말로만 폭로를 거듭하고 있다는 점은 김씨의 진실성에 의문을 갖게 한다”고 김 변호사에게 의혹의 화살을 돌렸다. 특히 “그가 최근까지 삼성으로부터 받아온 거액의 고문료가 중단될 시점에 의혹을 폭로하겠다고 삼성 측에 알려 왔다는 것은 그가 제기한 의혹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하다”며 심지어 “이번 폭로가 김씨의 개인적인 반감에서 비롯된 돌출 행동으로 밝혀진다면 김씨와 폭로 회견을 주선한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은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사제단을 ‘협박’하기까지 했다. 이 사설 끄트머리에 쓰인 “삼성은 특히 이번 사건을 통해 앞으로 다시는 이와 같은 후진적 비리 의혹 자체가 불거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충고 아닌 충고’는 사설의 형식을 갖추기 위해 억지로 갖다붙인 삼성에 대한 중앙의 ‘애정표현’의 다른 말로 해석해도 충분할 것이다.
중앙은 14일에도 사설 <검찰 떡값 의혹, 증거 공개가 먼저다>에서 “가장 우선이 돼야 할 일은 김 변호사와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이 확보하고 있다는 모든 비리 내용과 증거를 전면 공개하는 것”이라며 “지금처럼 상황에 따라 찔끔찔끔 의혹을 꺼내 놓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김 변호사를 비판했다. 또 “그 다음 철저한 조사를 통해 조속히 진실을 규명하는 것은 검찰 몫”이고, “그러고도 의혹이 풀리지 않을 경우 특검을 도입해도 늦지 않다는 게 우리 판단이다”이라며 ‘특검 도입’에 반대하는 자신의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얼마 되지 않는 중앙의 사설과 칼럼 가운데에서도 단연 압권은 14일 김종혁 사회부문 부에디터가 쓴 칼럼 <삼성과 김용철 변호사>다. 여기서 김종혁 씨는 “욕을 먹어도 할 얘긴 해야겠다”며 마치 작정한 듯 삼성을 감싸고 김 변호사를 비난했다.
김 씨는 먼저 자신이 해외에서 삼성이 외국인들로부터 칭찬받았던 경험을 일일이 열거하며 “괜히 내가 기분이 우쭐했었다”고 삼성을 띄웠다. 또 그런 삼성에 대한 대우가 ‘국내에 오면 영 달라진다’며 “삼성 두들겨 패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지식인이 아닌 것 같은 분위기”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그는 특히 “진보 진영에선 삼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한 김용철 변호사를 정의감에 가득 찬 의인으로 묘사한다”며 이를 ‘이상하다’고 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이 매체, 저 매체와 시차를 두고 인터뷰하고, 조금씩 의혹을 증폭시키는 양태가 잘 계산된 언론 플레이 같은 느낌을 준다”는 것이고, “임채진 검찰총장의 청문회 하루 전날 그를 떡값검사로 지목한 대목에 이르면 그 절묘함에 놀라게 된다”며 “혹시 지금 정치게임 하고 있는 건 아닌가”라고 묻기도 했다.
특히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으로부터 몇 년간 받은 돈은 100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입맛 쓰다”며 “김 변호사는 삼성에서 일했던 게 매우 부끄러운 것 같다. 그럼 그 떳떳지 않다는 100억원부터 사회에 환원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받을 건 다 받고, 돈 더 안 주니 폭로하는 게 아니냐는 또 다른 비아냥도 있기 때문이다”고 한 대목에서는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동아 역시 7일 사설 <김용철 변호사, 떡값 명단 있으면 밝혀라>에서 “김 변호사는 떡값 명단을 갖고 있으면 보유한 증거와 함께 공개해야 할 것”이라며 “스스로 떡값을 배달했다고 고백하는 사람이 갑자기 후한 대접을 해준 기업을 공격하고 나서는 의도가 무엇인지도 궁금하다”고 했다. 14일 정연욱 사회부 차장은 칼럼 <‘떡값’의 진실>에서 재차 “김 변호사는 자료가 있으면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고, 27일 사설 <삼성 비자금 폭로, 진위 확인이 우선이다>에서는 “김 변호사가 하필이면 삼성 특검법이 통과된 시점에 단독으로 이런 사실을 추가폭로 했는지 그 배경도 의문이다”며 “잇단 폭로로 기업과 경제를 불안하게 하기보다는 이미 수사에 착수한 검찰에 협조하는 것이 더 당당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 사설은 “김 변호사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난다면 엄중한 민형사 책임이 따라야 할 것”이라며 은근한 ‘협박’까지 덧붙였다.
4) 쳐다보기조차 민망한 경제지
한편 우리 단체는 6개 종합일간지의 ‘삼성’ 관련 보도에 대한 모니터와 함께 ‘경제지’들의 보도도 살펴보았다. 이번 ‘삼성비자금’ 문제를 다루는 모든 경제지들이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 그 실상을 다시 한 번 고발하기 위해서다. 모든 기사를 분석하기보다 특히 문제가 된 몇 가지 ‘칼럼’과 ‘기사’를 대표적으로 제시했다.
- 매일경제 <불편한 진실, 불량한 폭로>(10월31일, 이동주 사회부장)
사제단의 1차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에 나온 매경의 이 칼럼은 사태 초반부터 경제지들의 정체를 백일하에 스스로 폭로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 부장은 여기서 “진실이 항상 모두를 위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점”을 전제하면서 “‘불편한 진실’은 우리 모두가 관음증 환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젊은 아가씨 치맛자락을 허락 없이 들춰보는 듯한 재미에 빠져 어느 것이 가치 있는 진실이고, 어느 것이 묻어 둘 진실인지를 혼동해선 안 된다”며 김 변호사의 ‘폭로’가 ‘묻어 둘 진실’임에도 ‘우리를 관음증 환자’로 만들고 있는 것처럼 궤변을 늘어놓았다.
 
이 부장은 특히 “하루가 멀다하고 꼬리를 무는 폭로와 해명 속에 한국사회는 온통 난장판이 됐다”며 “정권은 임기 말에 접어들어 휘청거리고, 대선은 코앞에 와 있고, 사회기강은 풀어질 대로 풀어져 있으니 폭로 전문가들에겐 이때다 싶을 것”이라고 김용철 변호사에 대한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김 변호사에 대해 “삼성에서 보통 사람은 엄두도 못낼 호사를 누리다 퇴직한 법조 출신 임원”이라고도 표현했다.
김 변호사의 ‘고백’한 내용을 ‘신정아 씨 누드사진 공개’에 빗대 “진실에는 공개할 가치가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며 “자기 침실과 욕실에 CCTV를 설치할 용기가 없다면 진실을 모조리 다 밝히라고 요구하길 삼가야 한다”거나, “때론 사회의 흠집처럼 보이더라도 불완전한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엔 ‘합리적 무시’가 필요하다. 도무지 양보와 인내를 모르는 폭로꾼들이야말로 사회를 위협하는 ‘한국판 탈레반’이라고 나는 폭로한다”는 주장에 이르면 실로 할 말을 잃게 된다.
- 머니투데이 <김용철 ‘폭로문건’ 속 눈에 띄는 ‘이건희식 경영’>(11월6일)
머니투데이의 이 기사는 재벌(삼성, 이건희)에 눈 먼 ‘언론인’(언론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지만)이 어느 정도까지 막나갈 수 있는 지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흥미롭기까지 하다.
이 기사를 쓴 머니투데이의 ‘최명용 기자’는 김 변호사가 공개한 ‘회장 지시사항’ 문건에 대해 “화제가 되고 있다”며 “로비의혹을 입증하는 자료라고 제시된 것인데 정작 로비를 입증하기보다 이 회장의 세심한 경영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애써 이건희 회장을 찬양하기 위해 온갖 해석을 다 갖다 붙였다.
지시사항을 통해 ‘로비 방법’까지 지침을 내려주는 이건희 회장의 ‘세심함’이 “현장을 중시하고, 작은 일까지 배려하는 모습이 새롭다. 또 인재 육성에 대한 관심과 먼 미래를 준비하는 태도, 한 가지 문제를 끝까지 확인할 만큼 철두철미한 모습 등도 인상적”이라는 것이다.
 

‘포크레인 기사에게 물어봐서 볼보, 대우, 현대 기계의 성능을 파악해볼 것’이라고 한 이 회장의 지시에 대해 “현장 밑바닥의 상황을 중시하는 관점이 엿보인다”고 했고, ‘우수 인력을 많이 뽑고, 기존 인력도 C급은 걸러내고 S급, A급을 중심으로 할 것’이라는 지시에 대해서는 “인재 육성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다거나 “몸 사리는 직원보다 실패를 무릅쓰는 인재를 선호했다”고 해석했다. 이밖에도 ‘회장 지시사항’에서 “10년, 20년을 내다보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라는 등 “‘은둔경영자’ 이회장 알고보니 철저한 ‘현장경영자’”라고 추켜세웠다. 물론 ‘돈을 안받는 사람에게는 와인을 줘라’는 식의 로비지침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 한국경제 <규제 천국, 비자금은 정당 방위다>(11월27일, 정규재 논설위원)
한국경제의 정규재 논설위원의 칼럼 <규제 천국, 비자금은 정당방위다> 또한 가관이다. 정 위원은 이 칼럼에서 저 먼 고대와 중세 시대 ‘권력’의 탈을 쓰고 민중을 수탈하고 착취한 ‘칼 든 자’들을 지금의 ‘정치권력’에 빗대 “세금이란 것도 실은 국가 폭력에 다름 아니었다”고 눈이 의심되는 주장을 펼쳤다.
 
 
“희생양을 만들어 내는 것도 정치 권력의 주특기”고, “대중의 광기를 등에 업기만 하면 이미지는 조작되고 어떤 마녀라도 쉬이 만들어 낼 수 있”으며, “경제를 살리고 국부를 살찌우는 것은 언제나 상인들이지만, 그들의 등을 치는 것 또한 언제나 권력”이라며 “삼성그룹 비자금 논란이나 그것을 밝히겠다는 특검법도 그런 결과”라고 ‘삼성특검’을 ‘광기의 산물’로 몰아 붙였다.
“피해갈 수 없게끔 규제의 법망을 거미줄처럼 깔아 놓고 어떤 기업인이든 기어이 범법자로 만들어내고야 마는 것이 한국의 악성 반(反)기업 법제이다. 그래서 검찰과 법정에 끌려가지 않은 기업인이 없을 정도”라며 지적되는 ‘규제’는, 이 칼럼에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대기업 경영권 상속세(65%)”와 “자기 주식을 갖고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만든 무려 10여 건이 넘는 의결권 규제”로 직결된다.
정 위원은 특히 “똥파리들이 끓는 것도 필연”이라며 김용철 변호사를 바로 ‘똥파리’에 비유했다. 또 “미국에서는 종종 사기꾼이라는 말과도 혼용된다는 ‘변호사’가 양심 고백이라는 말로 장난을 치고,때는 이 때다며 시민 단체가 나서고,하느님께 자신을 바쳤다는 천주교 사제들까지 앞다투어 마이크를 잡는 지경”이라고까지 쓰며 자신의 감정을 막무가내식으로 쏟아냈다..
이 모든 비하와 인격모독은 결국 삼성의 ‘비자금’이 “애써 키운 재산을 앉은 자리에서 강탈당할 수는 없는 것”이기 때문에 세워진 ‘대책’이고, 그렇기 때문에 “삼성 아니라 그 어떤 기업의 비자금도 이런 약탈적 규제 천국에서는 정당 방위”임을 소리 높여 외치기 위해 이뤄진 것이다.
앞에서 제시한 사례에 비하면,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의혹 제기에는 섬뜩함이 더해진다. 기업마다 인간으로서, 검찰 출신 변호사로서 이럴 수도 있는 거구나 하는 탄식을 자아내는 탓”이라고 한 헤럴드경제의 <산업스파이와 비자금 의혹 파장>(11월13일, 성항제 기자)나, “조직으로부터 챙길 것 다 챙기고 더 챙길 것이 없어지자 비로소 폭로를 한 것은 아무리 봐도 모양새가 나쁘다”며 “사회지도층 내지는 기득권층의 문제점을 부각시킴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집단의 숨겨진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고 한 한국경제의 칼럼 <휘슬 블로어, 도덕성이 핵심이다>(11월12일,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와, 김 변호사의 삼성 분식회계 폭로에 대해 “책상마다 컴퓨터가 놓여진지 언제인데 아직 장부를 적는 직원이 있다니, 그것도 진짜 장부는 따로 감춰두고 가짜 장부를 몰래 적고 있다니 정말 웃기는 상상”, “거래금액이 발생 즉시 회계시스템에 입력되고 내부통제시스템에 의해 재무제표가 실시간으로 작성되는데 이중장부가 어떻게 존재한다는 말인가”라며 ‘삼성이 그럴 리가 없다’는 식으로 “삼성에 대한 김용철 변호사의 무차별 폭로가 공들여 쌓아 올린 우리나라 회계 투명성에 대한 평가를 한꺼번에 무너뜨리는 재앙이 되게 놔둘 수는 없다”고 한 매일경제의 <삼성 분식회계 폭로 근거없다>(11월27일, 이만우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민망해서 ‘나쁘다’고 말도 하기 힘든 실정이다.
‘삼성왕국’의 ‘톱니바퀴’나 다름없는 언론
“정의와 공동선 실현에 솔선해야 할 언론과 검찰, 국세청과 금감원 같은 국가기관이 이러한 사회적 불의를 묵인, 방조하고 더 나아가 거대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는 이 엄연한 불법적 현실 속에서 참담함을 느낍니다. 거대한 불의를 애써 외면하고 계속 직무유기와 은폐를 기도하는 이 어이없는 현실을 지켜보면서 우리 모두 껍질을 깨는 아픔을 통해서만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십자가의 원리를 새삼 깨닫습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의 기자회견문 중 일부다. 사제단의 말처럼 ‘삼성비자금’ 관련 다수 언론들의 보도를 보면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그만큼 이번 ‘삼성 비자금’ 사건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다수 언론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낱낱이 폭로했다. 거대한 ‘삼성왕국’이 구축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우리 사회를 지배해나가는 과정에서 언론들은 스스로의 역할을 ‘삼성왕국’의 하나의 부속물인 ‘톱니바퀴’로 전락시켰다.
특히 ‘위장계열 분리’ 의혹이 제기된 중앙일보의 경우 실소유주가 누구냐는 실체와 무관하게 이미 보도에서 자신들이 삼성에 철저하게 종속된 ‘삼성사보’나 다름없음을 드러냈다. 대주주가 홍석현 씨든, 이건희 씨든 중앙일보의 편집진과 기자들에게 삼성은 사실상 ‘주인’과 마찬가지로, 사제단의 김인국 신부조차 “중앙의 보도는 대응할 가치도 없다. 같은 집안 일이니 형제의 도둑질도 눈감아주겠다는 태도 아니냐”고 말할 정도였다. 삼성일가의 ‘사돈’이 되는 동아일보 또한 마찬가지였다.
경제지들 또한 그들이 다루는 ‘경제’가 누구의 경제인지, 누구를 위한 경제인지 스스로 고백하고 나섰다. ‘삼성왕국 지킴이’를 자처한 이들은 삼성을 위해 ‘자발적으로 복종’했고, 삼성왕국에 대한 정당한 문제제기에 대해 제 몸을 던져 방탄막이로 나섰다.
그나마 한겨레나 경향 등 실체규명을 위한 언론의 본질적 사명을 지키려 한 일부 신문들과 MBC와 KBS 등 일부 방송사의 보도와 시사프로그램이 있어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과 사제단의 호소가 대중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다.
흔히 삼성을 둘러싼 우리 사회 각계의 카르텔을 ‘정-경-검-언 유착’이라고 부른다. 삼성을 정점으로 한 정치권력과 검찰권력, 그리고 언론권력이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할 것인데, 이번 삼성비자금을 둘러싼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을 본다면, 이들 권력 사이에는 이미 ‘유착’의 관계를 넘어 ‘지배와 종속’의 단계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삼성에 종속된 여러 권력기구들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는 것은 단연 ‘언론기관’들이라고 판단한다.
‘X-파일’ 등 그 동안 무수히 많은 삼성의 불법·탈법·편법 행위들이 터져 나왔지만 그때마다 삼성에 종속된 언론들은 ‘삼성감싸기’, ‘본질흐리기’로 여론의 분출을 막고, 삼성의 불법 행위에 대해 무감각해지도록 여론조작을 함으로써 몸통은 제대로 건드리지도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가기 일쑤였다.
삼성의 불법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는 검찰과 특검을 둘러싸고 지지부진한 논의를 벌인 정치권을 삼성의 영향력으로부터 끊어내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론 또한 그에 못지않게 삼성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고백’으로 드러난 ‘삼성비자금’ 문제는 자본권력, 특히 ‘삼성왕국’으로부터 우리 언론이 벗어날 수 있는 지를 가늠하는 심판대다. 언론들이 역사적 소명과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지 않길 촉구한다.
<끝>


2007년 12월 4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