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민언련 신문모니터보고서(2008.1.30)
등록 2013.09.23 11:58
조회 535
서해안 기름유출에 대한 ‘삼성책임’을 보도하라
.................................................................................................................................................
 
모니터 기간
2007년 12월 8일 - 2008년 1월 21일
모니터 대상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지난 12월 7일 ‘삼성중공업 예인선(T-5) 충돌 서해안 기름유출 사고’(이하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가 일어난 지 50여 일이 지났다.
어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급한 불은 껐다고 하지만 생태계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수십년이 걸릴 만큼 여전히 오염이 심각하다. 사고지역 인근 지역민들은 생계를 잃고 비관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지역민 세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작 이러한 국가적 재앙을 초래한 당사자인 삼성중공업은 사고 이후 45일이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도 내놓지 않다가 기껏 ‘업무상 과실’이라는 수사결과가 나오고서야 무책임한 ‘말뿐인’ 사과에 그치고 있다.
삼성과 입 맞추기라도 한 듯 대부분의 언론도 사건 발생 이후 피해규모나 상황, 자원봉사자들의 노력 위주로 보도하면서 정작사고 원인과 책임 규명에 대해서는 회피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또한 생태계 복원과 지역주민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보상 문제는 거의 언급하지 않더니 어민들이 잇달아 자살을 하고나서야 이 문제에 형식적인 관심을 나타낼 뿐이었다. 특히 삼성 측이 사고 이후 보인 후안무치하고 무책임한 태도에 대해 대다수 언론은 너나할 것 없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
사고를 일으킨 ‘삼성’은 없고, 자원봉사 보도만
이번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건’과 관련해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한 것은 한겨레였다. 한겨레는 107건, 경향신문은 82건, 조선일보는 81건, 중앙·동아는 각각 68건, 66건을 보도했다. 특히 중앙·동아일보는 ‘자원봉사’와 관련해 전체보도의 47.1%, 48.5%에 해당하는 많은 양을 할애했다. 하지만 사고원인과 책임규명을 다룬 기사는 한겨레가 18건, 경향과 조선이 각각 6건, 4건인 반면에 동아는 단 한 건밖에 없었고, 중앙은 아예 한건도 없었다. (<표1> 참고)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신문
경향신문
피해상황전달 위주 보도
45 (55.6%)
33 (48.5%)
27 (40.9%)
65 (60.7%)
48 (58.5%)
‘자원봉사’ 위주 보도
24 (29.6%)
32 (47.1%)
32 (48.5%)
17 (15.9%)
20 (24.4%)
‘기타’ 보도
8 (9.9%)
3 (4.4%)
6 (9.1%)
7 (6.5%)
8 (9.8%)
‘사고의 원인 및
책임 관련’ 지적한 보도
4 (4.9%)
0 (0%)
1 (1.5%)
18 (16.8%)
6 (7.3%)
소계
81 (100%)
68 (100%)
66 (100%)
107 (100%)
82 (100%)
‘삼성중공업’ 언급 보도
15 (18.5%)
5 (7.4%)
13 (19.7%)
25 (23.4%)
15 (18.3%)
<표 1>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 관련 신문보도 분석 (07.12.8-08.1.21, 각 신문사 PDF검색)

특히 언론들은 사고 직후 ‘사고 원인과 책임규명’을 다루는 데 미흡한 모습을 보였다. 한겨레가 <‘충돌위험’ 경보마저 무시…항로변경 · 감속도 안했다>(12/12), <예인선단 긴급교신 ‘먹통’ 미스테리>, <“삼성중공업 예인선단 무리한 운항탓 사고”>(12/15)에서, 경향은 <예인선·유조선 ‘충돌 위험’ 알고도 무시했다>(12/13), 조선일보는 <경고받은 유조선, 안 움직였나 못 움직였나>(12/11), <예인선 “충돌 1시간전 교신” >(12/14) 정도의 기사에서 그나마 사고원인을 다뤘을 뿐이었다.
한편, 대부분의 신문들은 사고를 낸 예인선 ‘삼성 T-5호’가 소속된 ‘삼성중공업’에 대해서는 책임추궁은커녕 이름조차 거의 거론하지 않고 대부분 그냥 ‘예인선’으로 언급하고 있어, ‘삼성중공업 감싸주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았다. 그나마 언급된 ‘삼성중공업’도 수사결과 등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거론된 것이 많았다.
한술 더 떠 중앙과 동아는 국가적 재앙을 일으킨 ‘삼성의 책임’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고 오로지 ‘봉사’ 부분만 유독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앙일보는 12월 17일 <직원들 조 나눠 복구작업…중장비 현장 긴급 지원도>(권호 기자) 기사를 통해 기업들의 자원봉사를 소개했다. 중앙은 특히 ‘삼성의 봉사’를 부각하며, “삼성그룹은 사고 다음날인 8일부터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삼성토탈 직원 1000여 명을 현지로 보내 복구를 지원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정밀유리, 삼성전기 등 충남 지역에 사업장을 둔 계열사들도 어민들의 고통을 분담했다. 이 회사 직원들은 새벽, 야간근무 시간을 제외하고 근무 시간별로 조를 나눠 복구 현장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상세히 보도했다. 동아일보도 12월 13일 <기업들 “태안으로… 태안으로”>(홍수용·배극인 기자)에서 삼성의 봉사를 강조했다. 정부와 삼성이 보상금 지급과 책임소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나왔을 때, 이런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와 삼성에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해야 할 언론이 그저 자원봉사에만 매달려 있었던 것뿐만 아니라 사고의 가장 큰 책임을 가진 삼성을 오히려 감싸고 돈 것이다.
어민 세 명이 목숨을 끊고서야 보상 문제 거론
사건 이후 꾸준히 사고원인을 분석하고, 책임과 보상문제에 대해 거론한 것은 한겨레가 단연 돋보였다.
12월 26일 한겨레 <삼성중공업 예인선 ‘항해일지 조작’>(송인걸 기자)을 통해 충남 태안해경 조사결과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의 항해일지가 조작된 것을 보도했고 27일 사설 <‘오염자 부담’ 원칙 철저히 지켜야>에서는 “삼성중공업 등의 책임을 가려내, 생태계 회생비용과 지역주민 보상책임을 모두 지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른 신문들은 ‘항해일지 조작’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는 또 1월 3일 <“삼성중공업, 잘못했단 말 그렇게 힘드나”>(송인걸·김회승 기자)에서 태안 주민들의 분노를 전하고, 같은 날 사설 <삼성은 오염책임 언제까지 회피할 건가>에서는 “사과 한마디 없이 구차한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가 옆에서 보기에도 낯뜨겁다”며 “글로벌 기업이면 글로벌 기업답게 처신해야 한다. 삼성은 더는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말고 오염 당사자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하기 바란다”고 삼성중공업 측을 강하게 비판했다.
10일에는 이번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어민들이 삼성중공업 본사를 항의방문해 삼성 쪽의 사과와 피해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아가 건의문을 전달했다. 하지만 이를 보도한 것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15일 삼성본관 앞에서 열린 주민대표들의 기자회견이나 16, 18일에 있은 환경단체 등의 삼성중공업 규탄 기자회견이나 퍼포먼스를 다룬 것 또한 한겨레의 보도사진이 유일했다. 삼성의 무책임을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한겨레를 제외한 신문들은 대부분 이 문제에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10일 태안어민 이 모씨가 기름유출 사고로 인한 생계를 비관하며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또 15일에도 기름유출사고로 피해를 입은 어민 김모씨가 비관 끝에 목숨을 끊었다. 피해보상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정부와 책임을 회피하는 삼성의 후안무치한 행태가 결국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지경에 이르렀지만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이를 짤막하게 단신으로 처리했다. 이에 비해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15일에 있은 영결식을 사진으로 보도하며 어민들의 분노를 전했고, 사설 등에서 태안 주민들의 분노를 대변하며 피해보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경향은 18일 사설 <절박한 태안, 정부가 나서야 한다>에서 “(정부가) 우선 공적자금으로 피해 복구와 배상을 해야 한다”고 요구함과 함께, 검찰에 대해서도 “기름유출 사고에 대해 철저하고도 엄정한 수사에 나서야한다”며 “과실을 입증한다면 선주들에게 무한 책임을 물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겨레도 같은 날 사설 <삶을 내던지는 태안 주민들의 절망감>에서 ‘정부와 삼성의 무책임’을 지적하며, “온국민이 한마음으로 태안을 지원하는 마당에 당사자인 삼성이 계산기를 두드리며 빠져나갈 구멍만 찾고 있다면 주민들의 절망과 분노는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삼성이 조금이라도 이들의 고통을 헤아린다면 책임있는 사과와 보상이 신속히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18일 세 번째로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정부 촉구대회에 참석했던 주민 지 모씨가 생계를 비관하며 연이어 목숨을 끊자 그때서야 신문들은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금 지원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조선일보는 19일 사설 <목숨 끊는 태안 주민들 언제까지 바라만 볼 건가>에서 지원금이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상황을 비판하며 조속한 지원과 유류 오염 피해보상도 신속히 이뤄지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고를 일으킨 크레인 예인선은 삼성중공업 소속이고 유조선이 싣고 있던 기름의 화주는 현대오일뱅크”라며 “법률적 보상 책임이 규명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덕적 책임까지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해 미약하지만 삼성의 책임을 언급했다. 또 1면 <“태안 유조선 충돌사고 세차례 피할 길 있었다”>(최원석 기자)에서 삼성중공업 예인선단의 판단 잘못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밝혀진 해양당국 조사 내용을 보도하고, 8면에서는 <“크레인선, 더 일찍 닻 내렸더라면 사고 안날 수 있었다”>(최원석·안준호 기자)에서 자체 취재한 내용을 보도했다.
중앙과 동아는 18일 열린 ‘특별법 제정을 위한 대정부 촉구대회’에 대한 보도에서도 삼성을 감싸주는 태도를 보였다. 중앙일보는 19일 지원금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만 했을 뿐, 삼성에 대한 비판 목소리나 책임문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고, 동아일보 역시 지원금 문제를 언급했지만 삼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전혀 다루지 않았다. 반면 한겨레는 19일 <자살 이어 분신…울부짖는 태안>(송인걸 기자)에서 “지 씨의 분신 장면을 지켜본 주민들은 “삼성이 사람 죽인다”며 사고를 낸 삼성에 대한 격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고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민들의 격련한 분노를 전했다.
‘삼성책임’ 외면해 죽음 부른 언론도 책임져야
21일, 삼성중공업 기름유출사고에 대한 검찰의 수사발표가 있었다. 검찰은 삼성중공업과 유조선 측 모두 책임이 있다며 ‘업무상과실’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풍랑주의보 속에서 무리하게 운행한 점, 항해일지를 조작한 점 등 ‘삼성중공업에 중과실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태안주민들과 시민사회로부터 강하게 제기됐음에도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운항과 지휘 책임, 항해시스템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해당 책임자를 소환하지도 않아 ‘부실수사’, ‘삼성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하지만 일부 언론들은 이러한 문제제기는 전하지 않은 채 ‘쌍방 과실’이라는 검찰의 보도만을 크게 부각했다.
22일 한겨레와 경향신문, 조선일보는 각각 <“삼성중 무리한 지시 조사안해” 부실수사 지적>(송인걸 기자), <사상 최악 ‘검은 재앙’ 피할 수 있는 人災였다>(정혁수 기자), <검찰, 중과실 판단 안내려…피해 어민들 ‘허탈’>(최원석 기자)을 통해서 부실한 수사에 대한 지적과 책임소재 등에 대해 분석했다. 특히 한겨레는 사설 <책임규명 미흡한 태안 기름오염 수사>를 통해서도 검찰수사의 부실함을 언급하며 의문점을 제기했다. 또한 “삼성중공업이 사고 발생 후 처음으로 사과문을 내놨지만 그 내용은 빈약하기 이를 데 없다. 주민 생활터전 회복과 생태계 복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일 뿐 구체적인 내용은 찾을 수 없다”며 “검찰은 미진한 대목에 대한 보강 수사를 통해 의혹 없이 책임 규명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동아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검, “태안 유조선 충돌은 쌍방 과실”>(지명훈 기자), <검찰 “태안기름 유출은 쌍방과실” 중간발표-‘책임 범위 결정’은 판단 유보>(서형식 기자)에서 검찰 수사내용만을 전달하고 말았다.
삼성중공업은 22일 이번 사고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그러나 유독 전 일간지에 사과문을 게재하면서, 지속적으로 삼성의 책임을 추궁했던 ‘한겨레’만 사과문 게재를 제외시킨 삼성의 졸렬한 행태를 보면 과연 사과할 마음이 있는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사과문에는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는 내용도, 책임지겠다는 내용도 없을 뿐더러 사고 책임을 ‘기상 악화’로 돌리는 뻔뻔스러움까지 보였다.
신문 역시 한겨레 정도를 제외하고는 사고원인과 책임소재를 외면해 언론의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시민들의 자원봉사도 중요하지만 생태계 복원과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보상금 문제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였다. 이를 위해서는 사고원인에 대한 규명과 책임소재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전제되어야 함에도 많은 언론들은 사실상 침묵했다. 서해안 주민들이 더 이상 목숨을 끊지 않고 피해복구와 생계터전 마련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지금이라도 모든 언론들은 피해보상 문제와 책임규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끝>


2008년 1월 30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