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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5·18 관련 종편 시사토크쇼 모니터

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이 불편한 MBN의 패널들
등록 2017.08.29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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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7주년을 맞이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감춰졌던 비밀이 점점 드러나고 있습니다. 8월, 전두환의 신군부가 광주 시민들을 의도적으로 학살하고자 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속속 보도됐습니다. 21일, 노컷뉴스는 “당시 신군부가 광주 시민을 베트남 공산당, 그러니까 베트콩처럼 여기고 진압작전에 나섰다”고 적힌 미 국방정보국 기밀문서를 공개했고 JTBC는 21일부터 ‘5.18광주민주항쟁 당시 공군 전투기들이 공대지 폭탄을 장착한 채 광주로 출격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당시 조종사들의 증언을 잇따라 보도했죠. 28일, 경향신문은 무려 51만 발의 실탄 사용 현황이 담긴 당시 계엄군 작성 문건을 폭로했습니다. 


이 모든 참상의 장본인인 전두환 씨는 지난 4월 발간한 회고록으로 세간을 분노케 했습니다. 전 씨는 발포 명령 등 모든 학살 행위의 책임을 부인함은 물론, ‘북한군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까지 펼쳤습니다. 이에 법원은 8월, 회고록의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지금까지의 판매 수익을 국고로 환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동시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는 흥행 가도를 달리며 올해 첫 천만 관객 영화로 등극했습니다. 

 

5‧18 새로운 정황 나오자 종편도 적극 소개
이렇게 8월에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된 새로운 이슈가 연이어 화제가 되자 ‘5‧18 폄훼’의 대명사인 종편 시사 토크쇼도 5‧18을 많이 다뤘습니다. 특히 MBN은 총 6개의 프로그램에서 관련 이슈가 있던 날마다 빼놓지 않고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뤘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는 8월 2일, 3일, 12일, 16일, 24일, 25일, MBN <뉴스와이드>는 8월 8일, 13일, 20일, 22일, 23일, 24일, MBN <뉴스&이슈>는 8월 8일, 11일, 21일, MBN <뉴스BIG5>는 8월 8일, 16일, MBN <뉴스파이터>는 8월 11일, MBN <시사스페셜>은 8월 13일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대담 주제 중 하나로 정했습니다. 8월 한 달 간 MBN은 6개 프로그램에서 총 19번이나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겁니다.


채널A는 7개 프로그램에서 13번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 대담을 벌였습니다. 채널A <뉴스특급>이 8월 9일, 10일, 14일, 채널A <정치데스크>가 8월 9일, 10일, 23일, 25일, 채널A <뉴스TOP10>이 8월 9일, 11일, 채널A <토요랭킹쇼>가 8월 12일, 채널A <뉴스뱅크>가 8월 13일,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와 <이슈투데이>가 8월 16일에 다뤘습니다.


TV조선은 가장 무관심했습니다. TV조선은 3개의 프로그램이 각 1번, 총 3번밖에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지 않았습니다. TV조선 <이것이정치다>가 8월 9일, <김광일의 신통방통>이 8월 16일, <뉴스퍼레이드>가 8월 23일에 관련 방송을 내보냈습니다.

 

달라진 종편…전반적 분위기는 ‘전두환 비판’
분위기는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5월 18일을 전후로 TV조선과 채널A는 “광주사태하고 나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전두환 씨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강조하고 ‘임을 위한 행진곡’에 ‘종북’ 낙인을 찍었는데요. 전두환 씨가 광주 시민들과의 전쟁을 준비했다는 정황이 나온 이번 8월에는 무난한 방송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종편 3사가 다룬 주제는 시기별로 조금씩 다릅니다. 8월 초에는 영화 ‘택시운전사’의 개봉과 흥행, 전두환 씨 회고록의 왜곡, 전두환 회고록 판매 금지 조치가 주요 주제였고 8월 21일부터는 타 언론 보도에 따라 미 국방정보국 비밀문건, 신군부 전투기 광주 폭격 준비 증언 등 새로운 정황들이 다뤄졌습니다. 종편 패널들은 과거와 달리 전두환 씨의 날조를 강하게 비판하고 신군부의 학살 조치 정황을 상세히 전하는 등 상식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언론 보도 후 대통령의 특별조사 지시. ‘짜고 치는 모양새’ 라는 김용남
그러나 MBN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조금 불편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MBN <아침&매일경제>(8/24)에 출연한 김용남 전 자유한국당 의원은 쏟아지는 보도와 정부의 진상규명 지시를 ‘짜고 치는 모양새’로 폄훼했습니다. 김용남 씨는 “물론 역사적인 진실규명의 시효가 없는 건 맞습니다”라면서도 느닷없이 ‘북한의 위협’을 이유로 트집을 놓았습니다. “그런데 시기적으로 지금 우리가 앞에서도 다뤘습니다만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고 지금 이번 주 월요일부터 을지훈련 기간이잖아요. 그런데 지금 전쟁에 대비한 훈련을 하는 데에 있어서 그 과정에 지금 37년 전에 헬기 기총 사격이 있었느냐, 아니면 전투기가 대기를 했느냐, 그거를 대통령의 특별 지시로 이 시점에 지시가 내려왔다는 게 조금 시기적으로 다소 뜨악한 면이 있습니다”라는 겁니다. 한마디로 ‘안보가 불안한 이 시기에 5‧18 진상규명 지시는 부적절하다’는 주장입니다. 


이어서 김용남 씨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모양새가 이게 전투기 대기에 대한 소위 뭐 친여 성향의 언론 보도가 있은 지 만 하루 조금 지나서 바로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내려왔거든요”라고 말했고 진행자 이상훈 씨가 “공교롭게 그렇게 됐습니다. 시기가”라고 맞장구치자 쐐기를 박았습니다. 김 씨는 “모양새는 영 안 좋습니다. 이건 뭐 좀, 뭐랄까요?”라며 너털웃음을 짓더니 “짜고 친다라고 할까요?”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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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 ‘짜고 친다’고 주장한 김용남 씨
MBN <뉴스&매일경제>(8/24) 화면 갈무리

 

김용남 씨의 주장은 ‘북풍몰이’, ‘안보장사’를 한 데 섞은 조야한 음모론에 불과합니다. 김 씨는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가 발포를 지시하고 전투기까지 출격 대기하는 등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다는 증거가 나왔지만 이를 모조리 무시했습니다. 오히려 그 정황을 보도한 언론을 ‘친여성향’이라며 싸잡아 정치색을 덧씌웠고 ‘북한의 위협’을 빌미로 역사의 진실을 덮어야 한다고 주장했죠. 북한과 광주민주화운동은 전혀 관련이 없는 별개의 사안이며 광주민주화운동처럼 북한이 아닌 우리 정부가 자국 국민을 학살한 사건은 더욱 치밀한 진상 규명이 필요합니다. 또한 언론에서 역사적 증거를 공개함에 따라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면 정부는 당연히 이를 지시해야 합니다. 그것이 권력과 언론의 상식적인 관계라 할 수 있죠. 아무래도 김용남 씨에게 이런 상식마저도 모두 정치적 이념으로만 보이는 모양입니다. 

 

“5‧18 진상규명, 어차피 못 하니 덮고 가자”
MBN <뉴스와이드>(8/24)에서도 광주민주화운동과 새로운 증언들을 다뤘습니다. 패널 모두 정확한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일부 패널은 진상규명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면서도 광주민주화운동에 정치색을 덧씌웠습니다.  


전계완 매일신문 객원 논설위원은 “실제로 역사적 진실을 앞에 놓고 우리 정치권이 어떻게 이것을 활용해 왔느냐”라고 운을 띄우더니 “가해자 또는 가해 세력의 대변인 역할을 했던 보수 정치 세력은 이 문제가 북한과 막연하게 연계되어 있는 거 때문에 지역감정을 조장하고 선거 때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거론하는 것이 오히려 호남에는 유리하지만 전국적으로 보수 세력에 훨씬 더 유리하도록 만드는 그런 정치적인 액션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거꾸로 이야기하면 진보 정치 세력들은 광주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자신들에게 정치적 불리함이 있을 것 같으니까 역사적 진실을 규명해야 한다는 그 당위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오히려 그 반대쪽에 있는 세력과 정치적 타협을 해 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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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진상 규명하기 어렵다는 전계완 씨
MBN <뉴스와이드>(8/24) 화면 갈무리

 

이렇게 진보‧보수 모두가 광주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왔다며 양비론을 펼친 전계완 씨, 결국 의도는 ‘진실 은폐’였습니다. 그는 “그러면 지금 이 순간에 가장 중요한 것이 진상을 규명한다. 책임자 처벌을 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 수도 없이 조사를 해왔지만, 책임자 처벌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증거가 이번에는 그러면 나올 수 있느냐. 매우 어렵다는 거예요”라며 이번 진상조사에 회의를 드러냈습니다. 그러더니 “그러면 지금 이 순간에 이 문제가 나와서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고 있지만 이것이 정말 정치를 배제한 역사적 진실을 밝히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나온 것이냐. 아니면 이것 또한 정치적으로 활용되면서 뭔가 지금 과거에 대한 진실규명, 적폐 청산, 이런 것들과 연관되어서 하는 것”, “우리가 언제까지 이 과거 문제를 가지고 계속 다루고 언제까지 필요할 때 정치권에서 드러내면서 할 것인지 이 문제를 정말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이번에 정말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못 밝히면 덮고 가자. 미래로 향하자, 이런 자세로 가야지. 이것이 분위기로 보면 뭔가 의도가 있으면서 가는 것 아니냐는 이런 부분들을 좀 확실하게 제거하면서 진상규명을 해 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요컨대 전계완 씨의 주장은 ‘진보‧보수가 모두 광주민주화운동을 정치적으로 이용만 했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고 결국 미래를 위해 광주의 진실은 덮고 가자’는 겁니다. 일단 그의 모든 주장에는 근거가 하나도 없고 혼자만의 추측에 불과합니다. 도대체 진보 진영의 누가 어떻게 ‘정치적 타협’으로 광주의 진실을 숨겼는지, 이미 보도를 통해 새로운 증거가 나왔는데 어떻게 이번 조사의 성과가 없을 것으로 예단할 수 있는지, 전 씨는 해명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런 망상을 근거로 ‘덮고 가자’는 주장은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입니다. 

 

“현 여권 세력이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
함께 출연한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역시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현 여권이 5‧18을 정치적으로 이용했다는 겁니다. 황 씨는 “저는 가해자들이야 이 진실을 덮고 가는 게 그 사람들 입장에서 자기를 갖다 지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겠죠. 그러면 이 사실을 규명해야 될 문민정부가 있었고 그중에서도 현 여권 세력이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두 번 집권을 하지 않았습니까?”라며 현 여권 세력로 화살을 돌렸습니다. 이어서 “그러면 이 문제를 예를 들어서 아예 그냥 재심을 청구해서 전두환, 노태우 두 사람 사면을 받은 부분에 새로운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하면서 그걸 갖다가 재판으로 해서 가려서 사면을 무효화하고 어떤 진실까지도 법적으로 가려서 처벌하겠다. 이런 자세를 가졌어야 되는데요”,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는 그런 식으로 해서 계속 또 분열을 시켜가는 부분이 부담스럽고 어려우니까 이걸 갖다가 적당히 그냥 덮고 적당히 규명될 수 없는 정치적 위원회를 통해서 해 보려고 하는 척한 거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까 규명이 안 된 거죠”라고 주장했습니다. 전계완 씨와 마찬가지로 현 여권 세력이 5‧18의 진실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는 식의 근거 없는 비방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24일 MBN <아침&매일경제>, MBN <뉴스와이드>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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