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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귀순병사 ‘신상털기’ 여전
등록 2017.12.04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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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순한 북한 병사는 현재 의식을 회복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실 귀순 병사의 회복 여부를 넘어, 구체적으로 그가 어떤 메뉴의 식사를 하고 있는지, 회복 이후 뭘 먹고 싶어 하는지를 현 시점 각종 추정과 익명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가면서까지 집요하게 전달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채널A는 여전히 해당 병사에 대한 ‘신상털기’ 혹은 ‘스토킹’에 가까운 보도를 ‘단독’을 붙여 쏟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이러한 보도에는 공통적으로 ‘한국에 비해 북한이 얼마나 열악한지’를 부각하는 구절이 꼭 포함되어 있는데요. 정보 당국이 귀순 병사의 몸 상태를 근거로 북한군의 실태를 파악하려 하는 것과 언론이 관련 정보를 그대로 받아 보도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런데도 채널A는 이 두 가치를 구분하지 않고 ‘북한군의 열악한 실태를 알려주겠다’는 명분을 들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가십성 보도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이지요.

 

‘B형간염’ 모른다고 흥분

구체적인 보도 내용을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단독보도인 <“오청성은 북 영관급 장교의 아들”>(11/29 https://goo.gl/gPPjAq)에서는 “귀순 병사 오청성이 북한군 고위 간부의 아들인 것으로 채널A 취재결과 확인”되었다며 “아버지가 현역 군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오청성이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볼때 괜찮은 집안 출신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는데요. 보도 말미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까지 암살하며 고위층 탈북을 막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민심은 이미 북한을 떠났습니다”라는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사실 이 말을 하고싶어서 보도를 내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또 다른 단독 보도인 <오청성 “B형간염이 뭐죠?”>(11/30 https://goo.gl/vEbc2P)는 더 노골적입니다. 앵커는 “북한 귀순병사 오청성의 몸 상태는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군의 실태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 군 당국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북한군의 열악한 보건 상태를 보여주는 것은 기생충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오청성은 자신이 감염된 'B형 간염'이 무엇인지조차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라며 ‘엄청난 정보’라도 되는양 귀순 병사의 ‘질병에 대한 무지’를 알렸습니다. 기자 역시 “정작 오청성은 B형 간염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했다며 “오청성에게 감염 사실을 알리자 오히려 ‘B형 간염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오청성은 ‘17살 군 입대 이후 간단한 채혈조차 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 등을 전했습니다. 보도의 결론은 역시 “이런 증언들이 무너진 북한의 의료시스템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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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귀순 병사를 통해 ‘북한의 열악한 실태’를 증명하려 애쓰는 채널A

 

‘계란찜 먹는다’ ‘초코파이 먹고 싶다’도 별도 보도로 전달

시시콜콜한 가십성 보도도 물론 빠지지 않았습니다. <“앉아서 TV시청…일반식 반찬도”>(11/29 https://goo.gl/q31BxD)에서는 귀순 병사가 “조금은 되직한 미음 단계에다가 물김치 국물에다가 조금 이제 계란찜 그런 거나 우유” 등을 먹고 있음을 전했고요. <“초코파이부터 먹고 싶어요”>(11/30 https://goo.gl/LbDeSg)에서는 귀순 병사가 “몸이 회복된 뒤 꼭 먹고 싶은 음식으로는 초코파이를 꼽았다”는 점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초코파이 보도’는 사실상 ‘늬 집엔 이런 거 없지?’라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일 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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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귀순 병사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전하고 있는 채널A

 

채널A는 앞서 <“소녀시대 좋아해”…손바닥은 ‘빨래판’>(11/22 https://goo.gl/LUPeKB) 등의 보도를 통해 이국종 교수의 브리핑 내용을 별다른 고민없이 확대재생산 한 바 있는데요. 이제는 무분별한 브리핑 받아쓰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발로 뛰어가며 병원과 정보당국의 입을 빈 가십성 신상털기 보도를 내놓고 있는 셈입니다. 

 

신문에선 동아일보가 귀순병사 관련 연성보도 지속

이런 식의 보도는 신문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신문 역시 동아일보에서 귀순 병사에 대해 지속해서 관심을 보였는데요. 동아일보는 귀순 병사가 의식을 회복한 것으로 알려진 11월 20일 이후로 1주일간 귀순 병사와 관련된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여기가 남쪽이 맞습네까? 남한 노래가 듣고싶습네다”>(11/21 손효주․조건희 기자 https://bit.ly/2AsavUK)에선 “귀순 북한 군인의 나이가 젊어 걸그룹 노래 등 한국 가요를 주로 틀어주는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듣고 귀순을 결심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지만 정확한 경위는 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며 귀순 병사가 “여기가 남쪽이 맞습네까?” “남한 노래가 듣고 싶습네다”라고 말했다는 정부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했습니다. <귀순병 “25세 오○○입네다”>(11/22 손효주․조건희 기자 https://bit.ly/2kiTxEf)에서도 1면에서 귀순 병사가 의식을 회복한 뒤 이름과 나이를 밝히고 간단한 의사소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빈 닮은 오씨, 소녀시대 Gee 좋아해”>(11/23 조건희 기자 https://bit.ly/2idx9aX)는 1면 보도는 아니었지만 귀순병이 소녀시대 노래를 좋아하고, 배우 현빈을 닮았다는 이국종 교수의 브리핑을 옮겼습니다. 


동아일보의 귀순 병사에 대한 관심은 이후에도 이어졌는데요. 동아일보는 <“북귀순병, 총참모부 직속 개성경무대 간부의 운전병인듯”>(11/24 주성하․최우열 기자 https://bit.ly/2AS20FE)에서 “개성경무대와 북한 판문점대표부 사정을 잘 아는, 최근 입국한 탈북 소식통”의 주장이라며 “어제 유엔사에서 공개한 영상을 보고 이 병사가 개성경무대의 대좌급 간부 3명인 참모장 보위부장 간부부장 중 한 명의 운전병임을 직감했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소식통의 증언대로 귀순 병사가 이들 중 한 명의 운전병이 맞을 경우 상당한 고급 정보를 갖고 남쪽에 넘어왔을 가능성이 유력하다”라며 관심을 이어갔습니다. <북 귀순병사 “초코파이 먹고 싶어요”>(12/1 권기범 기자 https://bit.ly/2igu3TI)에서도 귀순병이 초코파이를 먹고 싶어 하며, 자신이 B형 간염에 걸린 것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전했습니다. 


다른 신문들에서도 귀순 병사와 관련한 연성 보도들은 나왔습니다. 조선일보 <“귀순병, 현빈 닮았고 근육질 몸매… 소녀시대 노래 좋아해”>(11/23 권상은 기자․김철중 의학전문기자 https://bit.ly/2AsfDrY)보도나 중앙일보 <귀순 병사, 북한서 현대차 테라칸․갤로퍼 몰았다>(11/23 정용수․백수진 기자 https://bit.ly/2AKWnZm)보도 역시 귀순 병사의 상태와 관련한 개인 정보를 전달한 보도였습니다. 귀순 병사의 회복 여부보다 ‘초코파이’ ‘소녀시대’에 집중한 가십성 신상털기 보도들이 어떤 의미를 지닐지 고민해볼 지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9~30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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