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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사 법인카드 감사, ‘방송 장악’이라는 동아일보
등록 2017.12.16 15:29
조회 427

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KBS 강규형 이사에 대해 감사원 감사 결과에 기초해 해임 건의를 사전 통지했습니다. 감사원이 KBS 이사진 업무추진비 부당집행 및 사적사용을 밝혀낸 이후 18일만에 이루어진 조치인데요. 준조세인 수신료로 운영되는 KBS의 이사들이 업무추진비 사용을 부당하게 한 점은 지탄받아 마땅할 행위입니다. 그러나 동아일보는 이번 감사에 대해 ‘미심쩍다’는 식으로 바라보았습니다.

 

법인카드는 감사 대상이 아니다?

동아일보 <오늘과내일/KBS 이사 법인카드의 내막>(12/14 최영해 논설위원 https://bit.ly/2ADTMkG)에선 감사원이 KBS에 대해 두 번이나 감사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시작했습니다. 이미 6월 26일부터 7월 21일까지 감사인원 23명이 기관운영 감사를 시행했고, 이어 10월 17일부터 보름간 7명이 KBS 이사의 업무추진비를 감사했다면서 “당초 KBS 이사 법인카드는 감사대상이 아니었지만 민노총 산하 언론노조 KBS본부가 요청하자 뒤늦게 받아들였다”라며 “두 번째 감사를 놓고 감사원 내에서 서로 손사래를 치자 ‘처음부터 감사를 제대로 못한 탓 아니냐’는 공직감찰본부의 지적을 받은 행정안전감사국이 다시 떠맡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마치 감사할 것이 없음에도 억지로 감사를 시행했다는 식으로 표현한 셈입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회사의 법인카드 사용은 당연히 감사원의 감사대상입니다.


그러나 최영해 논설위원은 ‘통상적 감사’에선 업무추진비를 문제 삼지 않는다며 이번 감사를 비판했습니다. 최 논설위원은 KBS 이사들이 사적 용도로 법인 카드를 쓴 657건, 1175만 원은 총 법인카드 사용액의 4.2%라면서 “이게 너무 적다고 생각했는지 사적 사용 ‘의심’ 항목으로 656건, 7419만 원이 감사보고서에 별도 표시돼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의심은 들지만 증거를 찾아내지 못한 돈이다”라며 “이런 경우 감사원은 발품을 팔아서라도 증거를 찾아 비리 여부를 철저히 따져야 한다. 하지만 이게 시간이 많이 들고 입증도 쉽지 않아 통상적 감사에선 업무추진비를 문제 삼지 않는 경우가 많다”라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4.2%라도 사적사용을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문제입니다. 게다가 사용 당사자가 제대로 소명하지 못한 금액 역시 언제라도 사적사용으로 판단할 수 있기에 감사원은 ‘사적사용 의심’ 항목을 따로 두었습니다. 감사원은 수사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사적사용이 의심되는 항목에 대해 당사자가 소명하지 않을 경우 추가 증거를 찾는 것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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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사원의 KBS 이사 업무추진비 감사 결과를 비판하는 동아일보(12/14)

 

하지만 최 논설위원은 “감사원은 증거를 못잡자 KBS 이사들이 직무 관련성을 소명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부당집행으로 처리했다. 검찰이 범죄 용의자를 붙잡아놓고 충분한 증거 없이 ‘범죄가 의심스럽다’며 구속영장을 치는 격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게다가 “그렇다고 감사원은 이들을 검찰에 고발하지도 않았다”라며 “그 대신 방송통신위원회에 비위 경중을 고려해 해임 건의 또는 연임 추천 배제를 요구했다. 감사원이 경중을 따져 문책할 일을 방통위 재량에 떠넘긴 것도 무책임하다”라고 비판했습니다.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하는 경우는 범죄혐의가 있다고 인정할 경우, 감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서 고발할 수 있는데요. 감사원은 “업무추진비를 사적용도에 사용하거나 사적사용으로 의심받을 수 있는 시간, 장소, 용도에 사용하고도 증빙자료 제출이나 소명을 하지 못해 회계질서를 문란하게 한”혐의로 이사들의 문책을 요구했습니다. 범죄혐의로 볼 소지는 부족하나 징계사유로는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감사원의 무리한 감사? 문제될 것 없다!

게다가 감사원은 14일 <동아일보에서 '17. 12. 14.(목) 「KBS 이사 법인카드의 내막」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내용 관련 보도참고자료>(https://bit.ly/2kw1vGj)을 발표해 최 논설위원의 칼럼을 반박했습니다. 감사원은 최 논설위원의 ‘업무추진비는 통상적으로 문제 삼지 않고, 무리한 감사를 했다’라는 주장에 대해 “KBS 이사진의 업무추진비 집행은 감사원법상 감사대상인 KBS의 회계에 관한 사항이고 감사요청 내용에 회계비리의 구체적 내용(233건의 집행내역)이 적시되어 있는 등 감사요건을 충족”하고 업무추진비 감사 역시 “최근 한국가스공사 직원이 법인카드로 골프채를 구매하는 등 656만원을 사적사용한 것에 대해 파면요구(‘17. 11월)하는 등 ’10년 이후 법인카드(업무추진비) 관련 45건 지적”했다고 반박했습니다.


감사원이 자체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방통위에 처분을 요구한 점 역시 “대상자의 신분이 공영방송사의 이사인 점, 이사 개개인의 비위 정도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며 “전체 이사진에 대해 인사추천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비위의 경중을 판다하여 조치하도록 통보”했다고 밝혔습니다. 해임 건의가 들어간 강규형 이사의 경우 ‘사적용도 등 집행금지 위반’에 해당하는 금액만 327만원에 달했지만 김서중 이사는 해당하는 금액은 없고, 직무관련성을 소명하지 못한 금액만 7만2천원이 나왔는데요. 이 역시 업무추진비를 사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사안이기 때문에 그 정도의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입니다.

 

강 이사의 억지 변명, 마치 설득된다는 듯이 표현한 최영해 논설위원

최영해 논설위원은 “11명 이사 중 방통위가 콕 집어 해임 절차를 밟고 있는 강규형 이사”라며 강 이사의 문제가 된 업무추진비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강 이사는 애견 동호인 회식비, 애견 카페, 해외여행, 자택 근처 식사비, 배달음식 주문비용을 업무추진비로 사용해 ‘사적용도 등 집행금지 위반’항목에 해당했는데요. 강 이사의 활동비 가운데 ‘애견’이나 ‘자택 근처’를 빼고 설명한 최 논설위원은 “강 이사는 동호인 모임에서 KBS 프로그램 발전방안을 논의했고, 카페에선 사람을 만나 KBS 관련 대화를 나눴으며, 5000~6000원의 커피 값은 혼자 신문을 읽거나 만난 사람과 각자 부담했다고 소명했다. 해외여행 때 식사․음료비는 일본 군함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란이 있어 이사의 자문 대상으로 판단했다고 주장했다”라며 강 이사의 변명을 전했습니다. 


강 이사의 이런 주장은 정말 ‘변명’ 수준에 그쳤는데요. 최 논설위원도 “감사원은 동호인들에게 자신이 KBS 이사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고, 카페 이용은 취미생활의 일환이며, 만난 상대방을 적시하지 못할 뿐 아니라 개인 여행은 공무로 보기 어렵다며 그의 주장을 일절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감사원은 애견 동호인 모임에서 프로그램 발전방안을 논의했다는 강 이사의 말에 “KBS에는 현재 애견 관련 정규프로그램이 없는 점”이라고 일축했으며 애견카페 역시 “정황상 애견카페에서 시사잡지 정독, KBS 관련 대화 진행이 쉽지 않은 점”이라 판단했습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사적유용 정황에 최 논설위원은 “진실은 카드를 긁은 강 이사만 알고 있을 것이다”라며 마치 논란이 되는 상황처럼 서술했습니다.

 

‘비리 이사 해임’을 방송장악이라 말하는 동아, 조선, 자유한국당

결국 최 논설위원은 강 이사의 감사결과가 석연치 않다고 강조했는데요. 최 논설위원은 “국민들이 낸 시청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 KBS의 이사가 업무추진비를 한 푼이라도 허투루 써서는 안 될 것이다”라면서도 “그러나 본인이 수긍하지 않는 327만 원 법인카드 ‘부당 집행’이 KBS 이사직 수행의 중대한 결격사유인지는 의문이다”라고 두둔했습니다. 법원은 업무추진비(법인카드)를 개인용도에 사용한 행위에 대해 ‘횡령’ 또는 ‘업무상 배임’으로 판결했는데요. 수신료로 운용되는 KBS의 예산을 사적으로 유용한 혐의는 징계 사유로 충분합니다.


최 논설위원은 “감사원은 1차 감사 때와 달리 보도자료 한 장 내지 않고 홈페이지에 감사보고서만 슬그머니 올려놨다. 강 이사를 쫓아내고 그 자리를 여당 몫 KBS 이사로 채워 정부가 KBS를 쥐락펴락하려는 데 감사원이 자락을 깔아준 셈이다”라며 칼럼을 마무리했는데요. 앞서 충분히 설명되었듯이 강 이사는 공금인 업무추진비를 개인 취미생활에 사용한 ‘자격 미달’의 이사입니다. 오히려 448만원을 유용한 차기환 이사나 사적유용이 의심되는 금액이 천만원을 넘는 이인호 이사장과 이원일 이사에 대한 징계를 함께 요구하지 않고 강 이사를 두둔한 것인데요. 사기업에서도 해서는 안 될 공금 유용을 준조세로 운영되는 KBS에서 한 사람들이 결격사유가 아닐 이유가 있는지 의문입니다.


감사원의 감사와 방통위의 해임 조치는 그동안 망가져온 KBS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데요.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11월 30일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조선일보 <감사원의 KBS 이사 감사, ‘정권 흥신소’로 나섰다>(11/27 https://bit.ly/2A9J2ZN)를 읽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 역시 이번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방송 장악에 국가 권력기관이 전부 개입됐다”라며 “역대 정권 모두가 방송을 손 아래 두려고 했지만 이처럼 노골적이지 않았다”라고 비난한 내용이었습니다. 비리 혐의가 드러난 이사를 해임하는게 ‘방송 장악’이라는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그리고 자유한국당은 지난 정권 청와대와 국정원을 통해 실제로 자행되었던 ‘언론 장악’은 전혀 보이지 않나 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2월 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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