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김정은 헤어스타일’에 집중한 TV조선‧채널A, 토론인가 조롱인가
등록 2018.06.04 19:47
조회 736

북미 정상 간의 ‘기 싸움’으로 좌초 위기에 놓였던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정상궤도에 올랐습니다. 김영철 북한 조선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은 31일, 미국을 방문하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가졌고 두 사람은 “북미 양측 협의가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1일 김영철 통전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전달해 북미회담에 대한 기대감은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남북 양국 역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도정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6월 1일, 남북고위급회담이 열렸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등 남북 당국자들은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조속한 개설 △8.15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 개최 △장성급 군사회담 등 후속 회담 일정 등을 합의했습니다. 


이렇게 긴박하면서도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는 동안, 조선‧동아일보에서는 낯 뜨거운 보도가 나와 독자들을 당혹케 했고, 이런 보도들이 TV조선과 채널A를 통해 확대재생산 되었습니다. 종편이 북한에 대한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비정상적인 관심을 갖는 것은 국민 모두 알고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늘 발표하는 방송들은 정말 ‘해도 너무한 한심한 보도들’입니다. 

 

‘김정은, 내년에 생명 경각에 이른다’? 무속인 예언 보도한 동아일보 
동아일보 <‘김일성 사망’ 적중 역술·무속인들의 예언…“김정은, 내년 결정적 위기”>(5/30)는 역술인과 무속인을 인터뷰해, “음력으로 내년 2~3월, 늦으면 5~6월에 그의 생명은 경각에 이를 수 있다”, “(내년에)몸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아야 할지도 모른다” 등 김정은 위원장을 향한 악담에 가까운 점괘를 보도했습니다. 이 보도는 동아일보의 자매사인 월간지 <신동아> 6월호에 게재된 보도였는데 동아일보가 포털에 송고한 자신들의 기사 중 ‘중요기사’를 의미하는 ‘PICK’에 올려 또 한번 회자된 것입니다. 그러나 언론이 ‘점괘’에 의존해 보도를 내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쏟아졌고 동아일보는 결국 인터넷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했습니다. 신동아는 여전히 해당 보도를 게재하고 있습니다.(https://bit.ly/2xEO54G )

 

‘김정은 헤어스타일 조롱’의 시작은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김정은 헤어스타일을 조롱했습니다. 조선일보 <중력을 거스르는 사다리꼴 머리… ‘김정은 헤어스타일’>(5/31 https://bit.ly/2xxWqXP )은 김정은 위원장의 머리 모양을 집중 조명하면서 “서울 공덕동 한 미용실 원장”을 인용해 “집요하고 극단적인 성격”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정은의 헤어스타일은 ‘슬릭백 언더컷(Slick back undercut)’”, “언더컷 스타일은 과거 파시스트가 애용했던 역사 때문에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파시(fashy) 헤어’ ‘히틀러 유스(Hitler youth)’라고 한다”는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즈 등 외신도 덧붙였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머리 모양을 근거로 ‘파시스트’, ‘극단적 인물’ 등 부정적 평가를 내린 가십성 보도입니다.  


이런 보도들은 객관성을 상실한 채 저주를 퍼붓는 수준의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한반도에 모처럼 훈풍이 불고, 비핵화 및 종전 평화 체제까지 가시권에 들어온 상황에서, 조선‧동아가 훼방을 놓는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조선․동아가 쓰자 TV조선과 채널A가 확대재생산
신문이 이렇게 판을 깔자 그들의 종편도 응답했습니다. 특히 조선일보의 ‘김정은 헤어스타일’ 보도는 기사가 나온 그날(31일), TV조선‧채널A는 이를 적극적으로 확대재생산 했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5/31),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정치데스크>(5/31)은 조선일보의 ‘김정은 머리 모양’ 보도를 토대로 상당량의 대담을 나눴습니다. TV조선 <이것이 정치다>는 무려 8분, 채널A <돌직구쇼+>가 2분, <정치데스크>가 5분가량 관련된 대화를 나눴습니다.


31일에 김영철 통전부장의 방미 일정이 진행 중이었고 바로 다음날 남북 고위급회담이 예정된 상황이며, 전국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었던 시기였습니다. ‘김정은 머리 모양’이 비중있게 다뤄질 그 어떤 이유도 없는 시기라는 의미입니다.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헤어 스타일이 새롭게 바뀌지도 않았을뿐 아니라, TV조선‧채널A가 김 위원장 머리 모양을 긍정적으로 다룬 것도 아닙니다. 그저 김정은 위원장 및 북한을 비난하고 조롱하기 위한 단 하나의 목적만 엿보엿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냥 ‘아무말 대잔치’를 하는 와중에 조선일보‧TV조선‧채널A가 모두 출처를 지어냈다는 것입니다.

 

트위터를 출처로 한 조선일보, 그 출처가 맞을까? 
조선일보의 ‘김정은 머리모양’ 보도 내용 중 TV조선‧채널A의 3개 프로그램이 모두 다룬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미국에 있는 국제이발사협회(International barber association)는 ‘쉽게 따라 하는 김정은 헤어스타일’이란 설명서를 공개했다”는 것인데요. TV조선‧채널A는 <김정은 헤어스타일 연출하는 4단계 쉬운 방법>이라는 제목으로 ‘국제이발사협회’가 공개했다는 설명서 이미지를 인용했습니다. “1단계 귀 위까지 면도, 2단계 양 옆머리는 이발기로 정리, 3단계 윗머리는 4cm가량 여유, 4단계 강한 포마드 발라 뒤로 넘겨 고정”이라는 설명도 달았습니다. 이는 조선일보도 게재한 이미지입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이 이미지를 ‘국제이발사협회 트위터’에서 인용했다고 밝혔고 TV조선‧채널A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트위터에는 ‘국제 이발사협회’(International Barber Association) 계정(https://bit.ly/2H9PKyP )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계정에 올라온 3000여 개의 게시물을 모두 뒤져봐도 해당 이미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일보와 TV조선‧채널A는 도대체 이 이미지를 어디서 구한 것일까요? 포털 사이트 구글에서 조선일보가 보도한 이미지의 제목인 “how to cut your hair like kim jong un”을 검색하면 곧바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출처는 ‘국제 이발사협회’가 아닙니다. “토론토의 벨우드 바버샵의 피터 리크 (Source: Peter Leak from Bellwoods Barber Shop, Toronto), As it happens (cbc.ca/aih )”가 출처로 기재되어 있습니다. 즉 토론토에 사는 한 이발사 피터 리크 씨, 그리고 캐나다의 한 라디오 방송국이 해당 이미지의 출처라는 겁니다. 또한 cbc.ca/aih 라는 사이트에 접속해보면 바로 이 ‘김정은 헤어 스타일 연출하는 4단계 쉬운 방법’ 이미지가 무려 4년 전인 2014년 기사에서 등장한다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photo_2018-06-06_18-47-17.jpg

△ 조선‧TV조선‧채널A가 보도한 ‘김정은 헤어 연출 4단계’, 실제 출처는 달랐다

 

요컨대 조선일보, 그리고 조선일보 보도를 방송으로 유포한 TV조선‧채널A는 시민들에게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조선일보는 ‘트위터 계정의 이미지’를 출처로 했으나 실제로는 그 트위터 계정에 해당 이미지가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출처라고 한 ‘국제이발사협회’ 역시 해당 트위터 계정의 설명에 따르면 “미국 보스톤을 근거지로 하는 이용 전문가들의 온라인 커뮤니티”라고 스스로를 규정해, 공신력이 있는 공식 단체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또한 원래 출처를 찾아보니 해당 이미지는 2014년에도 존재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최근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를 통해 김정은의 옆모습과 뒤통수 등이 세세히 공개되면서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김정은 머리 모양’에 집착한 이유를 최근의 국제 정세로 들었으나 정작 그 근거로 제시한 이미지는 무려 4년 전 자료라는 의미입니다. 매우 선정적인 보도, 그것도 ‘아니면 말고’ 수준의 ‘막가파 보도’라 할 수 있습니다. 

 

8분이나 ‘김정은 머리’ 다루며 폭소 터뜨린 TV조선
이렇듯 이미 ‘출처’와 ‘근거’라는 보도의 기본부터 엇나간 조선일보 보도를 TV조선‧채널A는 그대로 방송하면서 유포, 과장했습니다. 조선일보 보도와 똑같은 내용을 방송하면서도 조선일보가 출처임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대담은 과연 이것이 보도‧시사 프로그램인지 의심케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김정은 머리 모양’에 열을 올린 것은 역시 조선일보의 자매사인 TV조선입니다. TV조선의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5/31)는 무려 8분 간 대담을 나눴습니다. 내용은 역시 조선일보를 그대로 따라갑니다. 윤정호 앵커는 “김정은 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면서 뒷모습을 아주 공개를 확실하게 했습니다. 그러면서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갑자기 높아졌다고 합니다”라고 운을 띄웠는데, 이는 “남북 정상회담 생중계를 통해 김정은의 옆모습과 뒤통수 등이 세세히 공개되면서 그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는 조선일보 기사의 첫 문단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후 TV조선의 대담 흐름은 △사다리꼴 김정은 머리는 파워컷, 야심적인 성격 △과거 김정은 머리 모양 비교 △‘국제이발사협회’가 공개한 ‘김정은 헤어스타일 만드는 4단계 쉬운 방법’ △베컴과의 비교로 이어집니다. 역시 조선일보와 판박이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TV조선이 조선일보가 보도한 취재원 한 명을 직접 인터뷰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는 보도 말미에 “문화이용원 지덕용 이발사는 얼마 전 한 어린 손님이 ‘김정은 머리처럼 해달라’기에 ‘따라 할 게 그렇게 없느냐’고 타일러 돌려보냈다고 말했다”면서 “그 소년이 데이비드 베컴처럼 해달라고 했다면 아마 원하던 것과 비슷한 모습으로 이발소를 나섰을 것”이라 비아냥댔는데요. TV조선은 바로 이 지덕용 이발사를 직접 인터뷰했습니다. 김미선 기자는 “혜화동 문화이용원이라고 서울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이용원 중의 한 곳입니다. 80 평생 이용원 외길을 가신 선생님이 말씀하신 건데요. 며칠 전에 젊은 친구가 찾아와서 김정은과 머리를 똑같이 해달라고 했는데 나는 그렇게 못 하겠다는 일화가 있습니다”라며 지덕용 씨와의 전화 통화 내용을 들려줬습니다. 


이어서 TV조선의 출연자들은 드디어 조선일보 보도에 없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보도‧시사 프로그램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내용입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이게 무슨 검정 전화기 머리라고”라며 김정은 위원장 머리 모양을 ‘검정 전화기’에 비유했고 출연자 일동이 폭소했습니다. 화면에는 김정은 위원장과 ‘검정 전화기’를 나란히 둔 사진도 떴습니다. 윤정호 앵커는 “이 모양입니까, 이 모양?”이라며 흥분했습니다. 바로 이런 대화가 8분 간 이어진 겁니다. 프로그램 이름이 <이것이 정치다>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민망한 지경입니다. 또한 한참 평화 분위기를 마련하려는 현실에서 북한 최고 지도자의 머리스타일을 두고 술자리에서도 나누기 민망한 이런 삽화를 방송에서 보여주면서 조롱하고 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K-010.jpg

△ 김정은 위원장을 ‘검정 전화기’에 비유한 TV조선(5/31)

 

‘김정은 머리 만들기’ 두고 논쟁 벌인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채널A도 TV조선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5/31)에서는 진행자 이남희 기자가 “딱 하나만 더 짚고 넘어가는데 오늘 제가 신문을 보다가 이제 이것까지 화제가 되나 했는데요”라며 조선일보 보도를 보여줬습니다. 이어 ‘아무말 대잔치’가 시작됐습니다. 


이두아 변호사가 “이 스타일이 옛날에는 갱스타일이라고 하거나 아니면 나치 거기 친위대 사람들이 이런 머리를 많이 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었다고 해요. 그런데 저희는 저 머리 보면 생각나는 게 스트리트 파이터의 가일컷이라고, 가일식으로 저 머리를 하고 있는. 중력을 거스르는 사다리꼴 머리라고도 하는데요. 그런데 사실 저 머리가 유명해진 것은 김정은 위원장보다는 데이비드 베컴이 저 스타일의 머리를 해서”라고 말하자 박민혁 기자가 발끈하여 말을 끊습니다.

 

K-007.jpg

머리 모양으로 ‘집요‧극단 성격’ 규정한 채널A(5/31)

 

박 기자는 “아니, 그렇지 않아요. 왜 그러냐면 저거 잘못 자른 거예요. 우리나라로 따지면 투블럭 컷이라고 해서 옆을 바짝 치는 건데 이 라인이 위까지 올라가요. 어중간하게 중간으로 내려왔기 때문에 여기만 허옇고 이렇게 뚜껑모자처럼 돼 있잖아요. 베컴하고 어떻게 비교를”이라며 베컴과의 비교를 거부했습니다. 박 기자는 “라인을 더 올려서 쳐야 되고 위만 머리가 남아야 되는데 여기까지 지금 3분의 1까지 내려왔기 때문에 투블럭 형태로 면도는 엄청나게 세게 했죠. 그건 비슷한 것 같은데 위에서 라인이 좀 차이가 나고. 저런 것을 미국에서는 언더컷이라고 하는데 저희는 투블럭이나 포마드를 발라서 넘기는 거예요”라며 매우 상세하게 ‘김정은 머리 모양 만들기’를 설명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논쟁을 촉발시킨 ‘베컴 비유’ 역시 조선일보 발이라는 겁니다. 조선일보는 김정은 위원장 머리 모양을 보도하면서 “데이비드 베컴의 헤어스타일 영향이 컸다. 동양인은 뻣뻣한 직모가 많고 두상도 서양인과 달라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지드래곤이나 빈지노 같은 연예인들이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면서 한국서도 인기를 끌게 됐다”고 전했습니다. 

 

조선일보의 ‘공덕동 미용실 원장의 분석’, 출처도 없이 가로챈 채널A
채널A <정치데스크>(5/31)의 경우, 오전에 방송된 자사의 <신문이야기 돌직구쇼+>보다 ‘더 깊이’ 들어갔습니다. 이용환 앵커는 “저희가 김정은 위원장의 헤어스타일을 분석을 해 봤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노은지 기자는 김정은 위원장의 과거 모습 사진을 나열한 화면과 함께 “앞머리가 그냥 살짝 내려와 있습니다”라며 과거 머리 모양을 장황하게 비교했습니다. 심지어 채널A <정치데스크>는 “전문가의 해석”까지 추가했는데 이는 조선일보가 “서울 공덕동 미용실 원장”을 인용해 “극단적인 성격”이라고 한 것과 같은 내용입니다. 


채널A는 “전문가들은 이렇게 해석합니다. 보시죠. 이게 김정은 위원장의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해서 이런 스타일을 한 거 아니냐. 또 하나, 이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집요하기도 하고 극단적인 성격을 반영한 거 아니냐. 이 사다리꼴 모양의 헤어스타일이”(이용환)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은 조선일보의 ‘공덕동 미용실 원장’과 너무도 같은 주장이었습니다. 채널A가 조선일보 인용 보도하면서, 소중한 취재원까지 은폐한 셈인데요. 이 어처구니없는 보도들이 2018년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TV조선과 채널A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시민 여러분들의 제보를 토대로 작성됐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5월 31일 채널A <신문이야기 돌직구쇼+>, <정치데스크>, TV조선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monitor_20180601_14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