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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전쟁․지역주의 표현 속에 유권자는 사라졌다
등록 2018.06.21 21:27
조회 280

선거보도에서 후보 간 우열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행태는 늘 단골 비판거리이다. 언론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사람 위주로만 보도하며 선거를 전쟁이나 게임처럼 묘사하거나, 지역주의 구도로 몰아갈수록 유권자는 정치적 염증만 쌓인다. 언론이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러나 막상 선거가 닥치면 언론인들은 마치 그 보도행태, 그 표현이 없으면 선거를 담을 수 없는 것처럼 관행적으로 같은 보도행태를 취한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는 2018 6․13 전국지방선거 관련 기사 중에서 후보자 간 대결이나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표현이 어느 정도 있었는지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모니터링 대상은 선거가 30일 남은 시점이었던 5월 14일부터 6월 12일까지 보도된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이다. 

 

선거는 후보자끼리 싸우는 전쟁이 아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OO전(戰)

10

7

2

11

1

53

84

격전지

17

2

8

5

2

23

57

수성

2

1

1

1

 

15

20

화력

1

 

1

1

1

7

11

열전

 

 

10

 

 

 

10

깃발(을 꽂다)

2

 

 

1

 

7

10

철옹성

2

 

 

 

1

4

7

출정식

 

 

5

 

 

 

5

혈투

 

 

 

 

 

4

4

고지

 

 

 

 

 

3

3

교두보

 

 

 

 

 

3

3

공략

 

 

 

 

3

 

3

야전사령관

 

 

1

1

 

1

3

지원사격

 

 

 

2

 

 

2

기타

 

3

3

7

2

4

19

합계

34

13

31

29

10

124

241

△ 6.13 지방선거 관련 보도 중 전쟁 용어 사용 횟수(5/14~6/12) ©민주언론시민연합
*기타는 1회 이상 사용되지 않은 표현을 모았다. 각 신문별로 외인부대, 사활, 전투 (이상 동아일보) 백의종군, 체제전쟁, 일전 (이상 조선일보) 반격, 강남상륙작전, 중원전쟁, 2선후퇴, 선거전쟁, 서부전선, 아성 (이상 중앙일보) 험지, 포문 (이상 한겨레) 함락, 춘추전국시대, 생환, 각개격파 (이상 한국일보)가 있었다.

 

먼저 선거를 전쟁이나 게임처럼 묘사한 사례를 찾아보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전쟁과의 동일시한 표현들이다. '선거=전쟁'이라는 등식 속에서 선거 관련 기사는 전쟁을 연상시키는 단어로 그야말로 ‘도배’됐다. 


기획기사 제목으로 '격전지'를 전면에 드러내는 곳도 있었다. 조선일보와 한국일보였다. 조선일보는 '교육감 선거 격전지'라는 이름으로 다섯 차례 기사를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6·13 지방선거 격전지를 가다' '격전지 민심 르포'라는 제목으로 기획기사가 각각 열 번씩 보도됐다.  


이는 언론이 선거를 ‘격전지’, 즉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는 곳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이 후보 중심의 선거 결과를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유권자를 위한 기사를 쓴다면 후보자 능력이나 자질 관련 정보가 중심 의제로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러나 언론은 선거를 전쟁에 비유하는 ‘경마식 보도’를 일삼았다.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간다/대구랑 강남도 ‘격전지’라고? … 한국당 “까딱없다”지만>(6/6 강민석 기자 https://bit.ly/2K4XgQS)는 선거를 전쟁에 비유한 가장 노골적인 기사였다. 기자는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 친노-친문 핵심인사를 일제히 공천해 ‘강남상륙작전’에 나섰다”라고 표현했다. 또 전현희 의원이 “2016년 총선 때 민주당 후보로 강남상륙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보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강남 지역구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당선되는 현상을 마치 인천상륙작전에 빗댄 것이다.

 

한국일보.jpg

△ ‘철옹성’등 전쟁 이미지를 심어준 용어를 사용한 한국일보 (6/1)

 

한국일보 <흔들리는 보수의 자존심... ‘한국당 철옹성’ 유지될까>(6/1 김청환 기자 https://bit.ly/2MxICAl) 도 선거를 전쟁의 장으로 그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이 난공불락의 요새이자 철옹성인 서초구 입성이 가능할지 여부가 6․13 지방선거 최대 관전 포인트로 떠오르고 있다”는 대목에서다. ‘난공불락’ ‘요새’ ‘철옹성’ ‘입성’은 유권자에게 전쟁 이미지를 심어준다. 또한 선거를 ‘관전 포인트’로 묘사하면서 게임으로 묘사했다. 

 

선거를 전쟁에 비유하는 보도행태는 그야말로 백해무익

선거는 유권자가 자신의 이익을 대표할 공직자를 선출하는 행위다. 반면 전쟁은 국가 간 싸움을 의미한다. 선거와 전쟁은 그 행위의 성격이 비교될 수 없을 만큼 다르다. 그럼에도 이런 표현이 자주 쓰이는 이유는 언론이 선거를 후보자 중심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를 후보자의 당락, 즉 누군가는 이기고 또 다른 누군가는 지는 게임 내지 전쟁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처럼 선거를 전쟁처럼 보도하면 그 과정에서 유권자라는 존재는 사라진다. 어느 후보 혹은 정당이 강세를 보이는지, 지난 선거에서 득표율이 어땠는지 등이 중심 내용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후보별 지지율과 같은 선거 판세가 주요 이슈로 부각됨으로써 정작 유권자가 알아야 할 정보는 심층적으로 전달되기 어렵다. 이는 선거 정보를 통해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 할 언론 역할에 소홀해지는 결과를 낳는다.


전쟁 표현은 정치적 냉소주의로 흐르기 쉽다. 선거는 죽음을 무릅쓰고 후보자들이 치열하게 싸우는 전쟁의 장이 아니다. 당선되면 살고 낙선하면 죽어야 하는 곳도 아니다. 그런데도 ‘혈투’ ‘생환’과 같은 단어가 여전히 쓰인다. 이런 표현은 사람들에게 선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줄 뿐이다. 투표에 반영할 정책과 공약은 없어 유권자로서는 정치에 무관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번 지방선거 보도에서는 공약 자체를 제대로 다룬 기사는 찾기 어려웠다. 선거보도는 ‘누가 뽑힐 것인가’에서 벗어나 ‘누구를 뽑을 것인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야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이번 지방선거보도는 낙제점이었다.

 

지역주의 보도도 심심치 않게 등장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보도도 눈에 띄었다. ‘보수 텃밭’ ‘보수의 아성’ ‘한국 보수의 심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같은 표현을 반복 사용하는 것은 표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마음을 정하지 못한 부동층일 경우 더욱 그렇다. 유권자가 공약이나 인물에 집중하기보다는 특정 정당이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검증 없이 표를 몰아주도록 유도할 수 있다. 


한국일보 <대구시장 불과 8%P차…한국당, 보수 텃밭 위기감>(5/24 김성환·손효숙 기자 https://bit.ly/2th63VI)은 리드문부터 “한국 보수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대구 민심이 갈수록 심상치 않다”였다. 보도는 계속 대구를 ‘보수의 본거지’ ‘한국당의 텃밭’이라고 반복했다. 대구에서 줄곧 보수당 출신 후보들이 강세를 보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한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줄곧 우세했다고 강조하는 것 역시 자제해야 할 태도이다. 중앙일보 <‘깃발만 꽂으면 당선’ 부산·울산 30년 보수 아성 무너지나>(5/16 송봉근·황선윤·최은경 기자 https://bit.ly/2t8rVmI)도 비슷한 보도였다. 제목에서부터 부산과 울산을 ‘보수 아성’으로 지목했다. 


중앙일보 <무주공산 된 강릉시장 보수의 아성 무너지나>(5/23 박진호 기자 https://bit.ly/2HWYBUI)는 강릉을 ‘보수의 아성'이자 '성지'로 지칭했다. 물론 이 보도에서는 마지막에 “정치 성향 변화 조짐은 역대 대통령 선거 표심의 흐름에서도 나타난다. 18대에선 박근혜 후보가 65.7%, 문재인 후보가 33.8%를 얻었다. 하지만 19대에선 문재인 후보가 31.5%, 홍준표 후보가 33.7%를 얻는 등 접전을 펼쳤다”고 전했다. 보도 내용대로 선거 결과는 인물, 공약,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에 특정 지역을 특정 정당의 소유물처럼 규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중앙일보.jpg

△ ‘보수의 아성’이라며 지역주의 용어를 사용한 중앙일보 (6/1)

 

중앙일보의 소지역주의 보도는 심각한 수준

특히 중앙일보 <“최문순 올림픽·KTX 잘해” “정창수 관광 강원 적임자”>(6/1 김준영 기자 https://bit.ly/2ld1J66)에서는 광역단위가 아닌 소지역주의를 강조하는 대목까지 등장했다. 군, 읍, 면과 같은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지역 간 경쟁을 심화시키는 경우였다. 쉽게 말해 ‘우리 고향 출신 인물을 찍어주자’는 식이다. 우리 지역 출신 후보자가 당선돼야 인접 지역보다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심리를 부추기는 것이다. 기사는 “이번 선거에도 영동 대 영서 구도가 형성됐다”면서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영서인 춘천 출신”이고 이번에 출마한 정창수 후보는 “영동인 강릉 출신”이라고 구구절절 설명했다. 이는 소지역주의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보도태도이다. 게다가 이번 선거를 4년 전과 비교하면서 당시에는 “영서가 이겼다”라고 표현했다. 영동과 영서 양쪽 모두를 대표하는 강원도지사를 뽑는 선거임에도 후보자의 출신지역에 따라 표심이 움직이도록 함으로써 지역 분열을 조장한 것이다. 
 

그 와중에 '보수의 텃밭'은 많은데 '진보의 텃밭'은 찾기 어려워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보수

진보

보수

진보

보수

진보

보수

진보

보수

진보

보수

진보

텃밭

4

4

5

0

3

1

9

4

9

0

30

0

8

5

4

13

9

30

△ 6.13 지방선거 관련 보도 중 ‘텃밭’ 용어가 보수와 진보로 나뉘어서 사용된 횟수 (5/14~6/12) ©민주언론시민연합

 

주목할 점은 유독 보수와 관련한 지역주의 표현이 많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텃밭’이란 표현은 어디서 많이 쓰였을까?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텃밭’이란 표현을 ‘보수’와 ‘진보’로 나눠 각각의 사용 비율을 살펴봤다. 비율이 동등했던 경향신문을 제외하면 5개 일간지 모두 보수 관련 표현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한국일보는 그 비율이 30:0으로 불균형이 가장 심했다. ‘보수 텃밭 PK’ ‘부동의 텃밭이던 TK’ ‘텃밭인 경북 김천’ 등의 표현을 통해 몇몇 지역의 보수 성향을 부각했다. 한겨레에서도 ‘보수 텃밭’ ‘자유한국당의 텃밭’ 등 보수 관련 표현은 9번 사용됐으나 진보는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민주당 텃밭’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횟수는 6개 일간지 통틀어 분석 기간 동안 4번에 그쳤다. ‘보수의 텃밭’ ‘한국당 텃밭’ ‘보수의 아성’ ‘보수 표밭인 부·울·경’등은 자주 쓰였지만 진보는 ‘진보의 텃밭’ ‘민주당 텃밭’과 같은 표현이 드물었다는 뜻이다.


‘아성’ ‘표밭’이라는 단어도 눈에 띄었다. 한국일보 경우 ‘보수의 아성인 영남권’ ‘보수의 아성인 대구’ ‘한국당의 아성’ 등은 많았지만 ‘진보의 아성’ ‘민주당의 아성’과 같은 표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영원한 ‘보수 텃밭’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23년 만에 더불어민주당 출신 후보자가 경북 도의원으로 당선됐다. 오중기 경북도지사 후보는 48만 표를 얻는 등 전통적으로 보수 우세 지역으로 분류되던 곳에서 민심의 변화가 일어났다. 따라서 언론이 관용적으로 쓰던 이 같은 표현을 재고해야 한다. 시민들이 지역주의를 내면화하도록 만들진 않는지, 더 나아가 이들의 합리적인 정치적 의사 결정을 방해하지 않는지 언론이 스스로 되돌아볼 때다.

 

<끝>
 정리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 김수향 회원 문의 김규명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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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비평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의 회원 모임인 신문모니터위원회에서 작성했습니다. 민언련 신문모니터위원회는 △신문을 읽고 미디어 비평을 직접 해 보고 싶으신 분 △뉴스를 보고 답답해진 마음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분 △참 언론인이 되고 싶으신 분들 모두에게 언제나 활짝 열려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 놓치지 마세요! 모임 참여 혹은 참관 문의는 02-392-0181로 해주시면 됩니다.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신문모니터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