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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센터’와 ‘박정희 우표’가 비교대상? 음모론에 빠진 조선
등록 2017.07.16 09:13
조회 734

지난 12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발행 계획이 취소되었습니다. 우표 발행을 추진해온 구미시와 바른정당․자유한국당 등은 “역대 대통령을 기념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 및 공과의 판단과는 별개인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며 우정사업본부의 기념우표 발행 계획 취소를 비판했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주장은 어불성설입니다. 현행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 세칙 4조에 따르면 정치적, 종교적, 학술적 논쟁의 소지가 있는 소재로는 우표 발행을 할 수 없습니다. 독재자로, 역사적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은 애초 기념우표의 ‘주인공’이 될 자격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게다가 지난해 ‘박정희 우표’ 발행 결정에 참여한 우표발행심의위원 중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발행 결정을 내린 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지요.

 

박정희 우표’를 왜 ‘노무현센터’와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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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센터 건립과 박정희 우표 취소 사안을 대비시켜 보도한 조선(7/14)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이미 지난 13일 <9:0→3:8… 정권 바뀌자 취소된 ‘박정희 100주년 우표’>(7/13 https://goo.gl/btXQcX)와 14일 <만물상/영혼을 판 사람들>(7/14 정녹용 논설위원 https://goo.gl/jAaQib)에서 우정사업본부의 우표 발행 취소 결정에 대해 “정권과 코드 맞추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것으로도 성이 차질 않았는지 조선일보는 <노무현센터 건립 발표에… 야 “박정희 우표는 취소됐는데”>(7/14 엄보운 기자 https://goo.gl/9dDDrn)를 통해 ‘박정희 우표’와 ‘노무현센터’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기사를 내놓았는데요. 


기사는 첫 단락 첫 문장에서 “노무현재단은 13일 서울 창덕궁 인근에 2020년까지 ‘노무현센터’를 건립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한 뒤 바로 그 뒤에 “이에 대해 야권은 전날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우표’ 발행이 취소된 것과 비교하며 ‘정권이 바뀐 게 실감 난다. 노골적인 대비가 안타깝다’고 했다”는 문장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기사의 이후 구성도 비슷합니다. 두 번째 단락에서는 노무현재단의 노무현센터 건립 계획을 소개하며 “건축비는 200억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는데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정부 지원과 후원금 등으로 충당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바로 그 다음 단락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우표 발행을 취소한 다음 날 노무현 센터 건립을 발표한 것에 격세지감을 느낀다” “박정희 우표 발행 계획 취소에 (정권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인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정권이 바뀐 지 백일도 채 안 돼서 전임 정부가 결정한 사업이라는 이유만으로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백지화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 측 반발을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또 기사의 마지막 단락에서는 우정사업본부가 “전날 심의 회의에서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건에 대해 ‘재심의한 결과 우표를 발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음을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과 노무현센터 설립이 ‘일대일 비교’가 가능한 사안인 것일까요?

 

 

바른정당․자유한국당 주장 앞세워 ‘정권 탄압’ 논리 부각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제5조에 따르면 “민간단체 등이 전직대통령을 위한 기념사업을 추진하는 경우에는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때 구체적으로 지원이 가능한 기념사업이 무엇인지는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6조가 특정하고 있는데요. 기념사업 항목 중 첫 번째가 바로 ‘전직대통령 기념관 및 기념 도서관 건립 사업’입니다.

 

또한 관련 세칙에 따르면, 건물 건설이 포함된 사업의 경우 사업비의 30%를, 별도의 건물 건설이 필요치 않은 콘텐츠 위주의 사업과 관련해서는 사업비의 50%를 지원받을 수 있습니다. 실제 이 규정에 따라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은 박정희기념도서관을 건립하는 과정에서 총사업비 700여억원 중 208억원 가량의 국고보조금을 지원 받기도 했습니다. 노무현센터 역시 같은 이유로 사업비의 30%가량을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고요.


반면 우표 발행과 관련한 문제는, 앞서 설명했듯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과는 무관한 사업으로, 우표류 발행업무 처리 세칙에 근거하여 추진되어야 할 일입니다. 그런데도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은 애시당초 비교 대상도 아닌 ‘박정희 우표’와 ‘노무현센터’를 나란히 놓고 ‘정권의 보이지 않는 손’을 운운하며 ‘정권이 탄압을 가한다’는 음모론을 펼치고 있고, 조선일보는 또 신이 나서 이 대비구도를 ‘그대로 살린’ 보도를 내놓고 있는 것입니다.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우표 취소 탄식’ 광고도 게재
이렇게 기사만 내놓은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는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내놓은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취소 한탄’ 광고를 지면에 내놓기도 했는데요. 6개 일간지 중 이 광고를 게재한 곳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뿐이기도 합니다. 이쯤 되면 기사가 광고인지. 광고가 기사인지 헷갈릴 지경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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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의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취소 한탄 광고를 지면에 실어준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7월 14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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