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모니터_
‘삼성 분식회계’는 숨기더니 ‘삼성 자매 외모‧패션’ 극찬한 TV조선
등록 2018.12.13 19:06
조회 1341

삼성이 핫합니다. 11월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약 4조 5000억 원 규모의 분식 회계를 했다고 최종 판단했습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회계사기는 이재용 부회장의 기업 승계 과정과 연관되어 더 파문이 컸습니다. 이재용 씨는 제일모직의 최대주주였고, 제일 모직은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최대주주였으며,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자산 가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과정에서 제일모직에게 유리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기 때문입니다.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과징금 80억 원을 부과했습니다. 삼성 바이오로직스는 이에 행정소송을 내며 반발했습니다. 이후 한국거래소가 수 조원 규모의 분식회계에도 불구하고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유지’를 결정하자 여론은 더욱 들끓었습니다.

 

한편 6일에는 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장 사장이 경영에서 물러나 삼성복지재단과 리움미술관을 맡겠다고 밝혔는데요. 경영실적 부진에 따른 결정, 삼성물산 패션 부문 매각 수순, 이재용 씨 밀어주기 등 갖가지 해석이 나왔습니다.

 

논란의 ‘삼성 분식회계’, 고작 딱 1번 언급한 TV조선

이렇게 장기간 삼성의 불법 승계 정황이 계속 드러나고 논란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언론이 침묵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수언론은 삼성 바이오로직스의 수 조원 대 분식회계를 외면했으며 10일 상장 유지가 결정되자 ‘주가 상승’만 부각하기도 했죠. 이렇게 노골적으로 삼성 편에 선 태도는 TV조선에서도 반복됐습니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은 분식 회계가 사실로서 발표된 11월 14일부터 12월 7일까지, 놀랍게도 딱 한 번만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언급했습니다. 11월 21일 방송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자신의 여러 의혹을 다루려 취재경쟁에 나선 기자들에게 “삼바 사건이나 많이 관심 가져주세요. 국민들의 삶을 해치는 부정부패나 이런 데 대해서 이마큼 관심 가져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고 말한 일을 다룬 겁니다. 정확히는 삼성 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를 다룬 것이 아니죠. 분식회계나 승계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이재명 지사 발언을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앵커는 “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삼바, 이거 뭐 엄청 중요한 사건이기는 하죠. 그런데 삼바는 삼바이고 혜경궁 김씨 사건은 혜경궁 김씨 사건이잖아요. 이게 완전히 다른 문제인 것 같은데”라고 지적했습니다.

 

TV조선 ‘다둥이 엄마니까 복지사업에 제 격’

이후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은 삼성 바이오로직스 이슈를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러던 중 6일 이서현 씨의 삼성물산 경영 일선 퇴진 소식이 나오자 곧바로 다음날(7일) 이 이슈를 11분 간 상세히 다뤘습니다. 보도 및 대담 내용은 시청자가 보기에 민망한 수준입니다. 이서현 씨의 ‘인사 이동’을 TV조선이 앞장서서 선전 또는 정당화해주는 모양새입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2/7)은 <내 사업은 사회복지>라는 제목과 함께 이서현 씨의 얼굴을 크게 띄우며 대답을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엄성섭 앵커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딸이자 이재용 부회장의 여동생이죠.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경영 일선에서 이제 물러난다고 합니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그러면 이서현 사장이 가정주부가 되시는 거예요?”라고 첫 질문을 던졌습니다.

 

K-006.jpg

△ 이서현 전 사장 동향 팬심으로 전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2/7)

 

이에 최지원 기자는 삼성 측의 설명을 빌려 “1남 3녀의 다자녀 엄마인 이 전 사장이 애초부터 사회 복지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이렇게 전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진 대담에서 엄 앵커는 이서현 씨의 사회복지에 대한 관심을 강조하고 싶었는지 “이서현 사장, 잠깐 말씀하셨지만 겉보기에는 사실 차도녀 이미지,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복지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고 해요”라고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에 대한 이루라 기자의 답변은 이렇습니다. 

이루라 기자 : 그런데 제가 이서현 사장의 배경을 살펴보니까요. 아까 잠깐 언급이 됐었는데 다둥이 엄마입니다. 그러니까 한 기업의 수장으로서 어떻게 보면 워킹맘으로서 설마 이게 가능할까 싶었는데. 2000년에 결혼해서 딸 셋에 아들 하나, 1남 3녀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사장 같은 경우에는 학부모 행사도 직접 챙긴다고 하는데. 초등학생 딸이 다니는 학교를 찾아가서 다른 학부모들과 환경미화 활동도 한다고 전해지고 있죠.

  이쯤 되면 TV조선이 이서현 전 사장이 삼성복지재단을 맡게 되는 것을 삼성을 대신해 정당화해주려 애쓰는 수준입니다. 대체 사회 복지와 출산, 자녀 교육, 학부모 행사, ‘차도녀’ 이미지가 무슨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이서현 씨와 사회복지 재단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고 찾고 또 찾아서 발견한 게 겨우 이서현 씨가 자녀가 많고 학부모 행사를 직접 챙긴다는 것 정도인가요? 이쯤 되니 살짝 궁금해집니다. TV조선이 생각하는 ‘사회복지’란 대체 무엇일까요?

 

예술을 사랑하는 삼성가, 그러므로 미술관장 자격 있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2/7)은 이서현 씨가 리움미술관 관장을 맡는 것에도 정당성을 부여하려 노력했습니다. 물론 별로 설득력이 있지는 않습니다. 엄 앵커는 “아니, 그런데 이서현 전 사장이 리움미술관을 맡게 되는 거잖아요, 복지재단 외에도. 이것도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요?”라고 물었고 이루라 기자가 “왜냐하면 리움미술관장이 원래 누구였습니까?”라고 되묻자 엄 앵커는 “홍라희 여사, 홍라희 여사”라 외쳤습니다.

 

이루라 기자는 “그렇죠, 홍라희 여사 있잖아요. 그런데 홍라희 여사가 그만뒀죠. 당시에 그만둘 때 일신상의 이유라고 밝히기는 했지만 아마도 이제 뭐 이건희 회장의 와병, 아들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수감, 이런 게 지금 겹치면서 아마 좀 그만둔 것이 아니냐. 그게 지난해 3월이었거든요”라고 말했고 이서현 씨가 어째서 미술관장 후임으로 적합한지 설명했습니다. 

이루라 기자 : 이 사장 같은 경우에는 예원 학교 거쳐서 서울예고, 미국 파슨스 스쿨 출신인 점도 있기는 하지만, 삼성 자체가, 삼성 가문 자체가 워낙 미술품 수집하는 조부모 덕분에. 이 사장 같은 경우에도 어렸을 때부터 일상에서 예술 작품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이렇게 말한 적도 있는 만큼. 아마 좀 적합하다고 본 것 같고. 아무튼 이런 걸 봤을 때 문화, 예술계의 큰손인 삼성의 미술가 사업에 3세가 가세하는 그런 모양새가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히 애절한 애정공세입니다. 이서현 씨가 미술 관련 학력도 있고 ‘집안 자체’가 예술을 사랑하니 자격이 충분하다는 겁니다. 이 호소를 왜 언론이 하고 있는지, 시청자는 어리둥절할 뿐입니다.

 

‘삼성가 자매’의 외모와 패션을 분석한 TV조선

이게 끝이 아닙니다. ‘이서현 사장 인사이동의 정당성’을 홍보한 TV조선은 곧바로 ‘삼성가 자매들의 패션’을 칭찬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째서 <보도본부핫라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방송하는지 의문입니다.

 

엄성섭 앵커가 대뜸 “그런데 이서현 사장 하면 사실 이부진 사장과 함께 재벌가의 그 패션 리더로서 이게 엄청 유명했거든요”라고 주제를 전환하자 이번에도 이루라 기자가 “사실 이서현 사장, 이부진 사장. 이 두 분의 패션을 두고서 일각에서는 이렇게 평가를 하더라고요. 협찬이 없는 진정한 현실 재벌 패션이다. 이렇게 평가하는 네티즌들도 있기는 한데”라고 화답했습니다. 엄 앵커는 “오!”하고 감탄사를 내뱉었습니다.

 

K-007.jpg

△ 삼성가 여자 형제들의 패션에 집중한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2/7)

 

이어진 TV조선의 보도는 ‘패션 전문 채널’을 방불케 합니다. 

이루라 : 사실 이 두 분이 공식 석상에 등장할 때마다 패션이 화두가 되기도 했었죠. 그런데 이제 보시면 두 분의 취향이 굉장히 좀 많이 다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부진 사장 같은 경우에는 좀 단아하면서 보수적인 패션을 좀 추구한다고 하는데. 우리가 항간에서 말하는 소위 ‘부잣집 맏며느리 룩’. 약간 떠올리게 하는 그런 옷차림이라는 평가죠. 그러니까 스커트가 무릎까지 내려온다든지. 절대 뭐 좀 몸에 붙지 않는 그런 원피스를 착용한다든지. 그렇지만 전체적으로 단아하기는 한데 약간 털이라든지 가방, 이런 거로 좀 화려한 포인트를 하나씩 강조한다고 하네요.

 

최지원 기자 : 하지만 좀 반대되는 면모를 보인다는 이서현 사장의 패션스타일도 젊은 세대에서는 또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이 이서현 전 사장 같은 경우에는 굉장히 시크한 센 언니 스타일이다, 이런 평가가 좀 나오는데요. 이서현 사장 같은 경우에 정말 네 아이의 엄마라는 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보시는 것처럼 몸매도 아주 늘씬하고 그렇습니다. 살짝 또 차가워보이는 도시형 미인이기도 한데. 패션 역시 몸매의 장점을 아주 극대화한 슈트 차림을 하고요. 또 단정하면서 시크한 매력을 잘 살리고 있습니다.

  이런 방송을 하면서 감탄사를 뱉은 TV조선을 보며 시청자는 한숨만 뱉게 됩니다. 자본시장을 교란시킨 삼성의 고의 분식회계는 철저히 은폐하더니, 삼성 일가의 ‘예술 취향’과 ‘패션’을 운운하며 사실상 재벌가를 미화한 이 방송은 더 이상 보도도, 시사 프로그램도 아닙니다. 또한, 아무리 삼성이 좋다고 해도, ‘몸매 늘씬’, ‘차가운 도시형 미인’, ‘시크한 매력’ 등 외모를 품평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측면에서 저급한 황색 저널리즘의 전형입니다.

 

에피소드에 에피소드로 이어진 삼성가 미담들

아직도 부끄러운 보도 내용은 더 남아있습니다. 문승진 기자는 이서현 씨를 향해 느닷없이 “남편하고 금슬이 굉장히 좋다”고 소개하더니 남편 김재열 사장에 대해 “딱 봐도 굉장히 훈훈한 외모, 키도 굉장히 크고, 스펙도 굉장히 만만치가 않습니다. 거의 완벽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라며 그의 스펙을 줄줄이 나열했습니다. 최지원 기자는 김재열 사장과 이서현 씨의 러브스토리도 장황하게 설명하고 이건희 회장의 ‘김재열 총애’도 거론했습니다.

 

마치 TV조선 기자들이 삼성 일가 관련 미담을 누가 더 많이 아는지, 경쟁이라도 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동훈 조선일보 기자는 엄성섭 앵커가 “이부진 사장은 겉모습은 좀 부드러운 듯한 모습인데 그런데 굉장히 또 대장부 스타일이라는데요?”라고 묻자 “제가 개인적으로 이렇게 한 번 몇 번 볼 일이 있었는데”라며 ‘실물 알현 경험담’을 늘어놨습니다. “재벌가 자제 답지 않은 분위기”라 운을 뗀 이동훈 기자는 이부선 씨가 2015년 극기 훈련에서 다른 여자들을 모두 제치고 완주한 이야기, 2007년 아이 출산 후 3일 만에 다시 출근한 이야기 등을 늘어놨습니다. 문승진 기자가 질 수 없다는 듯 “이건희 회장이 가장 많이 챙긴 딸이 바로 이부진 사장”이라며 2001년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 부장으로 입사했을 때 “이건희 회장이 집을 두고 나와서 호텔 신라에서 두 달 가까이 직접 숙박하면서 딸에게 힘을 실어준” 일화를 꺼내들었습니다. 대체 시청자들이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듣고 있어야 하는지 회의를 느끼며 지칠 때 쯤,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12/7)은 이부진 씨의 이혼 소송을 전하며 대담을 끝냈습니다.

 

우리 언론의 슬픈 초상이 압축된 TV조선

TV조선의 이러한 방송은 삼성이라는 거대 권력 앞에 바짝 엎드려 모든 치부를 숨겨주고 미담만 유포하는 우리 언론의 슬픈 자화상을 압축한 겁니다. 이런 보도가 무려 11분간 이어졌고 이는 전체 73분 방송 시간 중 무려 15%에 이릅니다. ‘보도’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삼성TV’로 바꿔도 무방한 수준이죠. 대체 TV조선이 생각하는 ‘보도 가치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패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11/14~12/7)

 

<끝>

문의 이봉우 모니터팀장(02-392-0181)

 

monitor_20181213_371.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