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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주민들, 겁나서 전자파 측정 거부?’ 조선의 거짓말
등록 2017.08.1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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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로 예정되었던 경북 성주 사드 기지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관계 전문가 합동 현장 확인 계획이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들의 반발로 연기되었습니다. 그간 국방부는 이번에 실시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는 사드 배치 여부 결정과는 무관하며, 사드 장비에서 나오는 전자파와 소음 등의 측정 결과도 현장에서 바로 공개하겠다는 이유를 들어 주민 협조를 요청해왔습니다. 


그러나 성주․김천 주민과 사드 반대 단체들은 국방부의 이 같은 요청이 ‘사드 배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기만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저항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의견 충돌이 발생한 것일까요? 관련 보도의 문제점을 짚기 이전에,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습니다.

 

 

‘부지 쪼개기 꼼수’ 밝혀졌는데 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우선, 환경영향평가법은 부지 33만㎡ 미만의 부지에 대해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박근혜 정부 당시 국방부는 ‘주민 의견을 수렴해야 해서 절차가 번거롭고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해, 미군에 제공하기로 했던 전체 부지 70만㎡ 중 32만㎡의 부지를 먼저 공여한 뒤 나머지 부지를 추후에 넘기는, 이른바 ‘부지 쪼개기 꼼수’를 부렸습니다. 그리고는 시설공사를 하기 전에 이미 했어야 했을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건너뛰고,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용역에 대한 입찰공고를 내놓았지요.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되자 문재인 대통령은 “법령에 따른 적정한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진행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러나 해결방안을 찾겠다며 TF를 꾸린 국방부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먼저 실시하고, 사드 배치 여부는 일반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온 뒤 결정하겠다’는 지극히 황당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문 대통령의 ‘법령에 따른 적정한 절차 진행’ 지시를 환경영향평가 우회를 위한 편법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시로 받아들였다면, 국방부는 ‘쪼개진 부지’를 기준으로 해야 적용할 수 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먼저건 나중이건 실시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국방부는 굳이 ‘주민 의견수렴 없이도 시행할 수 있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꼭 한 번 해보겠다고 고집하고 있는 것인데요. 그러다보니 사드 배치에 대한 명분을 조금이라도 더 쌓기 위한 행보 아니냐는 지역 주민들과 사드 배치 반대 단체들, 야당인 정의당 등의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지요.

 

 

일반․소규모 평가는 사업 추진을 전제로 실시…“전략환경영향평가 하라”
국방부가 전략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일반 환경영향평가를 약속하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의심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국방부가 사드 배치 결정 이전에 추진하겠다는 일반 환경영향평가는 사업을 ‘진행’하는 단계에서 해로운 영향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실시하는 제도인데요. 말 그대로 ‘어떤 결과가 나오건 간에 사업은 추진할 것’임을 전제로, ‘나름의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반면 현재 주민들이 요구하고 있는 전략 환경영향평가는 계획 자체의 적정성을 따져보기 위해 실시되는 것입니다. 사업의 적정성과 입지의 타당성, 각종 손실 등을 모두 따져본 뒤 평가 결과 ‘타당하지 않다’는 결론이 나오면, 사업을 진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남겨져 있는 셈입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박근혜 정부는 꼼수를 이용해 당연히 추진했어야 할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하던 문재인 정부 하에서도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이 상태로 소규모․일반 환경영향평가만을 거쳐 결국 사드가 배치된다면 그 과정은 과연 ‘적정한 절차를 따른 것’이라 할 수 있을까요?
 


‘전자파 제로 입증되는 게 두렵냐’며 황당한 시비 
이런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끊임없이 지역 주민들이 ‘사드 반대 명분이 없어질까봐 전자파 검사를 막고 있다’는 거짓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관계 전문가 합동 현장 일정이 잡혀있던 당일인 10일에는, 1면에만 두건의 관련 보도를 배치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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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반대 목소리를 전자파 측정 거부로 호도한 조선(8/10)

 

먼저 1면 하단의 <전자파 때문에 사드 반대한다더니… “측정 막겠다”는 사람들>(8/10 권광순 기자 https://goo.gl/rKypZt)에서는 “환경부의 현장 검증을 통해 전자파가 검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전자파 때문에 사드를 반대한다’던 이들의 논리는 잘못으로 판명된다”며 “사드 반대 단체들이 이를 우려하기 때문에 측정을 막으려 한다”는 경찰 측 주장을 기사 본문과 부제 등을 통해 전달했습니다. 


또 같은 1면의 <팔면봉>에서는 “전자파가 사람 잡는다던 사드 반대자들 정부 검증 저지 선언. ‘전자파 제로’ 입증되는 게 두려운가”라며 비아냥대기도 했습니다. 


 
‘반미 단체가 불법 시위 주도했다’며 진영논리로 물타기 
조선일보 12면 머리기사 <대학생들 버스타고 성주 집결… 야산 올라 “사드 갖고 떠나라”>(8/10 권광순 기자 https://goo.gl/cJ4aCn)는 사드 배치 반대 ‘불법’ 시위를 진행하는 단체의 ‘성향’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먼저 “대학생 수백 명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은 처음” “사드 반대 단체가 기지 바로 앞까지 진출해 시위를 하기는 처음”이라며 이것이 불법 시위였음을 강조한 뒤, 집회에 참가한 대학생들이 한대련 소속이라며 한대련이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나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의 계보를 잇는 진보 성향의 대학생 단체”로 “등록금 인하 같은 학생운동과 함께 한·미 동맹 폐기 등 정치적 이슈에도 목소리”를 내고 “성주 사드 기지를 비롯해 경기 평택 미군기지, 용산 미군기지, 부산항 미 8부두 등 주한 미군 관련 시설을 돌며 반미 활동”을 하는 단체임을 강조했습니다.

 

시위에 참여한 이들이 왜 사드 배치를 거부하고,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고 있는지를 제대로 설명하는 대신,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들=반미 세력’이라는 도식을 부각해 ‘늘 하던 억지를 부린다’는 이미지를 전달하려 하고 있는 겁니다. 


이날 중앙일보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반대 행태를 전하는 기사를 내놓았는데요. <사드 전자파 현장 측정 하루 전, 한대련 300명 성주 집결>(8/10 김정석 기자 https://goo.gl/QiqUbd)에서는 지역주민들과 반대 단체들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반대하고 있다는 정보는 담겨 있지만, 이들이 단순히 ‘전자파 측정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 환경영향평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은 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 이 기사는 1700자가 넘지만, 정작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및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은 한대련 관계자의 “정부가 실시하는 현장 확인은 사드 배치 절차를 완성시키기 위한 요식행위일 뿐”이라는 발언이 전부입니다. 기사의 나머지 구절은 모두 한대련의 시위 참여 모습과 이들의 과거 행보 및 ‘정체’를 소개하는데 할애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외부 단체가 성주에 집결해 사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다는 식의 이미지를 부각하고 있는 셈이지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8월 10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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