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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의 ‘노동 이사’ 찬성에 ‘삼성 합병’ 거론하는 조선일보
등록 2017.11.22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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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KB금융지주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KB노동조합이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국내 주요 기업․은행들의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한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안건은 KB금융지주 9.68%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찬성했음에도 13.73%만 받아 부결되었는데요. 안건은 부결되었지만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선택이 바뀐 것이기에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 정부에서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를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에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에 변화가 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데요. 조중동과 한국일보는 ‘노치’ ‘노조 리스크’라며 불만을 표했습니다.

 

‘노조 리스크’라며 두려워하는 조중동과 한국일보

조선일보는 21일 1면 첫 보도로 <국민연금 앞세운 ‘노치의 그림자’>(11/21 최규민 기자 https://bit.ly/2AVXEJt)를 선정했습니다. 조선일보는 “국민연금을 등에 업고 이사회에 노조 추천 사외 이사를 앉히려던 KB금융 노조의 시도가 일단 무산됐”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민연금이 노조의 우군으로 등장하면서 기업 경영권에 중대한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소제목은 <문정부 들어 급격한 친노조 행보… 기업 경영권 큰 변수로>라고 달았습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B1면(경제 1면)에 관련 기사를 내놨습니다. 중앙일보는 <노동이사제 일단 제동… 불씨는 더 커질듯>(11/21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고란 기자 https://bit.ly/2zVclPT)보도에서 “노동이사제는 노동자를 경영에 참여시킨다는 취지다. 이는 현행 노사관계의 뿌리를 뒤흔드는 일”이라며 “사측의 고유 권한인 경영에 노조가 발을 담그게 된다”고 우려했습니다. 중앙은 이어 “기업이라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기업은 역으로 노조의 권한을 보호하기 위해 법에 정해놓은 규제, 즉 부당노동행위 처벌 조항을 없애고 파업 시 대체인력 투입을 허용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형평의 논리에 따라 반대할 명분이 없다. 노동이사제를 운영하는 외국에도 부당노동행위 금지나 대체인력 투입 금지제도가 없다”고 기업 측 인터뷰에 가까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노동이사제 막았지만… KB금융, 노조 리스크 가시화>(11/21 강유현 기자 https://bit.ly/2zT6N8T)에서 당시 주주총회 상황을 묘사하고 그 결과를 보도한 다음 “친노조적인 정부를 등에 업은 금융권 노조의 경영 개입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비록 이날은 노조가 제안한 안건은 모두 부결됐지만 앞으로도 노조의 경영 개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다른 금융회사도 이런 정권 및 노조 리스크에서 벗어날 순 없다.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국민연금이 국내 금융그룹의 주요 주주이기 때문이다”라고 정리했습니다. 


한국일보도 우려의 목소리를 더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주주제안권, 금융권에선 ‘노조제안권’ 되나>(11/21 강아름․허경주 기자 https://bit.ly/2zmxdjQ)에서 이번 하승수 변호사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과 노조가 제안하는 정관 변경 안건이 ‘주주제안권’을 활용해 주총에 제기했다고 보도했는데요. 한국일보는 “노조는 내년 주총에서도 주주제안을 시도할 뜻을 밝혔다. 대기업 총수의 절대 권력을 견제할 목적으로 도입된 주주제안권이 뚜렷한 주인이 없는 금융권에선 자칫 노조의 이익실현 수단으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라고 보도했습니다.

 

‘노동 이사’ 찬성이 ‘삼성 합병’과 닮은꼴이라는 조선일보의 억측

국민연금은 이번 결정에 대해 “내부에 마련한 의결 지침에 따라 KB임시주총 안건에 찬성 의견을 밝혔다. 지침에는 경영진 제안이든 주주 제안이든 구분 없이 추천된 사외이사가 법령상 결격 사유나 기업 가치 훼손 이력이 없으면 찬성하도록 돼 있다”라며 노동이사제 공약과 연결 짓는 시각에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만큼 대다수 언론이 관련해서 판단했는데요. 조선일보는 더 나아가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지난 ‘최순실 게이트’에 연결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과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삼성 합병’ 곤욕 치르고도… 그때 그 방식대로 노동이사 찬성>(11/21 김재곤․안준용 기자 https://bit.ly/2zW3w8w)보도에서 국민연금이 노조 추천 사외이사에 찬성표를 던진 사안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공공기관 노동 이사제’를 의식해 국민연금이 주주 이해에 반해 대통령 코드 맞추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또 국민연금은 이런 내용을 외부 자문을 거치지 않고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했다”고 지적한 것입니다. 조선은 이 사안을 놓고 “지난 정권 시절 외부 의견을 묻지 않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찬성했다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는 곤욕을 치른 국민연금이 정권이 바뀌자 과거와 같이 일을 처리하는 건 ‘내로남불’ 아니냐는 목소리도 높다”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노동 이사에 대한 찬반 같은 민감한 사안을 국민연금이 내부 기구인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 것은 수수께끼”라며 금융노조가 낸 다른 안건에 대해선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물어 ‘반대’ 했으나 노동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는 외부의견을 묻지 않았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이어 “국민연금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에 대해 외부 전문가 의견을 묻지 않고 내부 기구인 투자위원회에서 ‘찬성’ 결정을 했다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돼 탈이 났다”고 평했고요. “친노조 성향 정권에서 이런 결정이 나온 걸 보면 지난 정권에서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찬성해 문제가 된 사례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라는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했습니다. 


이 주장은 조선일보 사설에서도 나왔는데요. <사설/국민연금 ‘노동 이사’ 찬성, 삼성 합병과 뭐가 다른가>(11/21 https://bit.ly/2zo01s3)에서 “여권이 그토록 비판했던 삼성 계열사 합병 때의 의결권 행사와 무엇이 다르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여권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 국민연금이 찬성한 것이 국민연금의 목적을 벗어난 불법행위라고 비판해왔다. 대선 공약을 이행하려 국민연금이 노동 이사에 대해 찬성표를 던졌다면 이것 역시 정치적 행위이자 국민연금의 목적을 벗어난 것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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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연금의 찬성 의견이 ‘삼성 합병’과 닮았다는 조선일보(11/21)

 

그러나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 찬성한 것과 같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엔 삼성물산의 주가가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돼 고등법원에서 결정한 합병 비율보다 삼성그룹 총수 일가가 3700억 원 가량의 추가이익을 얻었지만, 국민연금은 581억 원 손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삼성 측의 주가 조작이 의심됐음에도 합병을 강행해 손해를 입었던 사례였습니다. 게다가 합병 당시 주주총회에서 표결 결과는 11%의 의결권을 가진 국민연금이 없었다면 결의가 불가능했던 상황이었습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맞물린 만큼 국민연금이 삼성의 의도에 맞게 움직였다고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외이사 찬성이 ‘삼성 합병’에 비교될 만큼 무리한 표결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노조가 추천한 하승수 변호사는 시민운동가 출신입니다. 그러나 노조 추천으로 과거 현대증권의 사외이사를 지낸 경력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노동이사제 자체가 ‘주가조작’과 비교될 선택일까요? 독일 등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노동이사제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로 발전적 노사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노사간 갈등이 줄고 ‘오너 리스크’도 쉽게 관리할 수 있는데요. 조선일보는 이런 맥락은 무시한 채 외부 전문가와 의견과 달랐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최순실 게이트’의 ‘삼성 합병’과 비교했습니다.

 

‘노동자의 경영 참여’ 촉구한 한겨레

반면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을 긍정적으로 바라본 곳은 한겨레였습니다. 한겨레는 <새정부 노사 상생모델 ‘노동이사제’ 급물살 탈까>(11/21 곽정수 선임기자․박수지 기자 https://bit.ly/2zWUU1i)보도에서 “노동자 경영 참여의 가장 큰 취지는 노사 갈등 해소가 꼽힌다” “재벌 총수의 독단적 경영에 대한 감시․견제 목적도 크다”와 같은 노동이사제의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했습니다. 사설에서도 이 주장은 이어졌는데요. 


한겨레는 <사설/‘노동자의 경영 참여’, 열린 시각으로 봐야>(11/21 https://bit.ly/2mLAq6J)에서 “이번 주총을 통해 민간 기업에서도 노동자의 경영 참여 문제가 공론화됐다는 점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라며 “노동자의 경영 참여는 무엇보다 노사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경영 현안에 함께 책임을 지게 되면 생산성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이어 “재계는 노동자의 경영 참여가 경영권을 침해하는 것일 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지만 “노동자를 대표하는 사외이사 한명이 다수의 이사로 구성되는 이사회에 참여하는 걸 두고 ‘경영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오히려 국내 기업들의 문제는 이사회가 독립성을 잃고 대주주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한다면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강화돼 경영 투명성이 높아지고 기업 가치가 올라갈 수 있다”라고 반박했습니다.


경향신문은 <KB금융 주총 ‘사외이사 노조 추천’ 부결>(11/21 이혜인 기자 https://bit.ly/2mPxRAw)에서 “대표이사에게 집중된 권한을 견제하고, 대표이사로부터 독립적인 의견을 내는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참여해 지배구조를 더 건전”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노조의 사외이사 추천 사유를 설명했습니다. “주주 제안으로 추천된 사외이사 선임은 이사회의 독립성과 경영의 투명성, 주주 이익 실현의 효과를 가져올 것” “이 안건은 노동자만을 위하는 ‘노동’이사제라기보다 기업 경영의 독재적 구조가 가져올 수 있는 리스크를 줄이는 제안”과 같은 찬성 사유들도 충분히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KB금융 이사회는 경영이나 회계, 재무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고 합리적 의사결정이 내려질 만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하승수 후보의 약력도 훌륭하나 지금 이사회의 전문성만으로도 충분하다”와 같은 부정적 반응 역시 소개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1월 21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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