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모니터_
‘거짓정보’ 거론하며 신고리 공론화 흔드는 조선일보
등록 2017.10.12 16:06
조회 538

이번 주말,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이 합숙 형태의 종합토론을 진행할 예정인 가운데, 조선일보는 원전 관련 ‘팩트체크’를 들고 나왔습니다. 

 

원전 찬성론자 주장에 힘 실어주기 위한 편향된 ‘팩트체크’   

신고리 5․6호기의 공사 재개를 주장하고 있는 한국원자력학회 등은 “원전 건설 반대 측이 시민참여단 478명에게 제공한 동영상 자료 중 15곳에서 사실을 왜곡한 부분을 발견했다”면서 공론화위원회에 이를 바로잡아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조선일보 <“후쿠시마 원전 1368명 사망?… 건설중단측 자료에 거짓정보 15개”>(10/11 김승범․김성민 기자 https://bit.ly/2y9DfCJ)는 반대 측 주장을 그래픽 처리하여 매우 자세히 풀어 보도했습니다. 보도는 공사 재개 측이 주장한 ‘15가지 거짓정보’ 중 4가지 사안에 대해 더욱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조선 탈핵 팩트.jpg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측 자료가 거짓정보라 말하는 조선일보 (10/11)

 

① 후쿠시마 원전 사망자 수 1368명이 ‘거짓 정보’인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우선 공사재개를 주장하는 측에서 문제 삼은 15가지 왜곡 중 조선일보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가 1368명이라 표기한 부분에 대해 팩트체크를 했습니다. 조선일보는 “반원전 성향의 일본 도쿄신문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피난 생활을 하다가 병사한 고령자 등을 집계한 ‘원전 사고 관련사’로 원전 방사능 유출로 인한 사망과는 무관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해당 수치를 발언했다가 일본 정부로부터 “정확한 이해 없이 발언한 내용이라 매우 유감”이란 항의를 받기도 했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겨레 <“후쿠시마 원전사고 1368명 사망” 문 대통령 발언 사실은?>(9/27 이근영 선임기자 https://bit.ly/2guguzu)에서도 관련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바 있습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해당 수치가 도쿄신문에서 집계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는 유가족들이 재해 조의금을 받기 위해 신청하는 서류에 ‘핵발전소 재해 대피 중 사망’ 항목에 해당하는 경우를 매년 집계한 수치이기에 후쿠시마 핵발전소 관련 사망자 숫자라고 합니다. 따라서 이 수치에 대해서 최소한 ‘논란’이 되고 있다고는 말할 수 있을지언정, 거짓정보라고 볼 수 없는, 매우 사실에 가까운 수치라는 것이죠. 

 

② 원전산업 원천 기술 없다는 것이 ‘거짓정보’인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공사 재개를 주장하는 측에서 문제 삼은 또 다른 정보는 동영상에 “2009년 아랍에미리트 원전 수출 수익금 중 3조원을 원전 설계 업체 벡텔사에 지급했고 국내 원전 산업은 원천 기술이 없어 해외 부품과 기술력 없이는 원전 사업조차 유지하지 못한다”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원자력학회는 “UAE 수익금 중 3조원을 벡텔사에 지급했다는 부분은 명백한 거짓으로 100배 이상 부풀려진 금액” “실제 벡텔사에 지급한 금액은 약 300억원” “한국은 미국․러시아․캐나다․프랑스 등과 더불어 원전 핵심 기술을 모두 보유한 국가로 외국의 자원 지원 없이 원전을 운영하고 수출을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사안은 원전을 수주할 당시부터 제기된 문제였는데요. 심지어 조선일보조차 2009년  <원천기술 없어서… UAE 원전 수출 '속 빈 강정' 될라>(2009/7/4 배성규 기자 https://bit.ly/2zgi53M) 보도에서 “우리가 해외 원전 수주에 성공하더라도 원천기술 부족으로 인해 실속은 외국 업체에 넘겨주는 '속 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환경운동연합은 이때 당시 우리나라가 27억 9000만달러(약 2조 9000억원)을 원전건립을 위한 종합 설계와 기술 자문을 맡은 미국 벡텔사에게 지급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이 또한 거짓정보라고 볼 수 없습니다. 

 

③ 원전 주변 방사성 물질 위험 경고가 ‘거짓정보’인가? 그렇다고 보기 어렵다. 

조선일보는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이 건강에 위해를 끼쳤다는 점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동영상은 “원전 주변 5km 이내 갑상선암 발생률이 2.5배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원자력학회는 “지난 7월 월성 원전 1호기 운영 중단 가처분에 대한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주민 갑상선암 발생이 원전 운영과는 무관하다’고 판결했다”고 정리했습니다. 


그러나 월간중앙 <현장취재/원전 주변 덮친 갑상선암의 공포>(2015/6/17 유길용 기자 https://bit.ly/2yeUNgB)에서 “갑상선암은 방사능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정리했습니다. 대한직업환경의학회가 “갑상선 암의 가장 중요한 위험요인은 치료적 방사선 노출과 환경재해로 인한 방사선 노출”이라며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도 여성들에게서 갑상선암이 유의하게 증가했고, 방사선 노출과 갑상선암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변영철 변호사는 “국내외 여러 연구 결과가 갑상선암과 방사능의 직접 연관성을 확인하고 있다”며 “원전 주변 주민들 중 특히 해안가 거주자들에게서 갑상선암 발생 비율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원전에서 공기나 물을 통해 배출된 방사능이 축적된 해산물을 장기간 섭취해 내부 피폭이 이뤄졌기 때문임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는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④ 발전단가 논란도 ‘거짓 정보’라고 하기엔 무리

조선일보는 발전 단가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최근 5년간 원자력 발전 단가는 72%상승, 태양광은 55% 하락했다”는 설명에 대해 원자력학회가 “태양광은 정부 보조금을 빼고 계산한 것이며, 보조금을 포함하면 지난해 ㎾h당 발전단가가 216원으로 2015년보다 11% 올랐다”고 밝힌 것을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노컷뉴스 <미국 태양광 발전단가, 원자력의 38.5%수준>(10/9 김영태 기자 https://bit.ly/2gbNRKm)는 이미 영국과 미국 등지에선 태양광 발전단가가 급격히 하락하고 있고, 2023년 전후로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태양광 발전이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 되어 태양광 수요가 성장할 것으로 파악했습니다.

 

반박 주장 담았지만 찬핵론자 주장 함께 배치

해당 기사에 건설재개 측의 지적만이 실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조선일보는 기사 마지막 문단에 ‘중단 측 관계자’의 반박을 실었습니다. 중단 측 관계자는 “예전에 한 번씩 쟁점이 됐던 내용으로 재개 측 주장에 대한 재반박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반박 내용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문제 제기에 대해 반박을 하는 내용인 만큼, 양측의 반박을 같은 문단에서 다뤄 균일한 양을 보도해야 합니다.


게다가 해당 면의 다른 기사들은 찬핵 단체들의 주장만을 보도한 내용이기에 편향성이 더욱 두드러졌습니다. 위 기사가 실린 조선일보 3면에는 1면에서 이어진 <서울대 공대생들 “탈원전, 공학 전체에 대한 위협”>(10/11 김지연․김은중 기자 https://bit.ly/2zeZbdv)보도와 <서울대 성명 주도한 화학공학도 “원자핵공학만의 문제 아니다”>(10/11 김지연 기자 https://bit.ly/2ybfkk0)보도가 올라왔습니다. 두 보도 모두 10일 서울대 공대에서 진행된 ‘탈원전 반대 성명’을 보도하고, 동시에 찬핵론자인 마이클 셸렌버거 환경진보 대표와 케리 이매뉴얼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등이 탈원전 정책에 비판적인 성명을 발표한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같은 날 탈핵부산시민연대와 신고리 5․6호기 백지화 시민행동 등이 부산시청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고리 5․6호기 건설은 수도권 전력공급을 위해 부․울․경 주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비상식적 전력정책”이라 주장한 내용은 조선일보 지면에서 보이지 않았습니다.

 

편향적인 보도 내면서 공론화위의 공정성 트집 잡는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앞선 ‘거짓정보’ 보도에서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측 “동영상 자료 왜곡”… 공론화위 공정성 또 논란>이라고 소제목을 달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환경단체 가짜 정보 판치는데 이게 공론화인가>(10/12 https://bit.ly/2i3Jemq)에서도 앞선 기사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시민참여단에 반원전측 ‘건설 중단’ 단체들이 제공한 동영상 자료 가운데 상당 부분이 사실을 왜곡한 내용으로 확인되고 있다”고 표현했습니다. 


사설은 “광우병 사태 때 그대로다”라며 “시민참여단이 왜곡, 과장, 오류의 정보를 습득해 잘못된 판단을 갖고 국가 에너지 미래를 암담한 길로 이끌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져야 하나”고 마무리했습니다. 충분히 반박이 가능한 내용이고, 트집에 불과한 부분을 인용하면서 ‘왜곡, 과장, 오류의 정보를 습득’한다고 주장한 셈입니다. 


공론화 과정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하는 건 너무나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올바른 숙의 과정이 가능하게 하려면 공정한 보도를 통해 올바른 정보를 숙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찬핵 편향적’인 보도를 내는 조선일보야말로 ‘공정성’을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10월 11일 ~ 1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신문 지면에 한함)    

 

monitor_20171012_503.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