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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공작’을 ‘문준용 특혜 의혹’으로 바꾼 MBC
등록 2017.06.28 18:25
조회 598

국민의당의 ‘문준용 의혹 녹취 조작’ 파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당원 이유미 씨의 단독 범행이라고 주장했지만 검찰 조사 중인 이 씨는 ‘당이 기획했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5월 5일 녹취록 공개의 핵심 실무자였던 이용주 의원은 당시엔 “당연히 가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조작 사실이 공개되자 “녹음 파일을 들은 바 없다”고 주장했는데요. 공당이 대선을 나흘 남겨둔 상황에서 최소한의 검증도 하지 않고서 폭로를 남발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당 차원의 개입이 있었을 것이라는 의심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이상돈 국민의당 의원은 “(안철수 前 대표) 본인도 책임을 면할 수 없죠”라며 ‘안철수 책임론’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7일, 국민의당은 제보 조작과 함께 문준용 씨 특혜 채용도 모두 특검을 통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사상 초유의 선거 공작을 덮으려는 ‘물타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으로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다만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문준용 특검’에 동의했습니다. 


초유의 ‘선거 공작’…방송사들 초점은 ‘제각기’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검찰 조사 1 1 1 2 1 1 1

안철수

책임론

1 1 1 1 1 1 1
특검 주장(비판 여부)

1

(O)

1

(X)

1

(O)

1

(O)

1

(X)

   
사건 정리   1          
이유미-국민의당 공방     2 1     1

국민의당

비판

      5      
과거 선거 공작 사례   1       1  

국민의당

인터뷰

      1      
총 보도량 3 5 5 11 3 3 3

△ 7개 방송사 국민의당 선거 공작 관련 보도량 상세 비교(6/27)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런 상황을 보도하는 방송사들의 초점은 제각기 달랐습니다. SBS‧JTBC는 녹취 폭로 당시의 부실 정황과 당사자들의 엇갈리는 주장, 특검 주장에 대한 비판 등 구체적인 보도를 냈습니다. 반면 MBC‧TV조선‧채널A‧MBN은 검찰 조사 상황과 각 당의 반응만 간단히 전했고 특검 주장에 대한 비판은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의 경우 유일하게 이 사안을 톱보도로 내지 않고 6번째 보도로 배치하기도 했습니다. 당 차원의 개입을 놓고 이유미 씨와 이용주 의원 등 당사자들의 입장이 갈리고 있지만 SBS‧JTBC‧MBN을 제외한 4개사 모두 구체적으로 비교해주지 않았습니다. 특히 MBC는 2002년 대선 당시 ‘병풍 사건’과 이번 사건을 비교하며 ‘문준용 씨 특혜 의혹이 남았으니 특검을 해야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27일 논평과 매우 흡사합니다. 

 

‘선거 공작’을 ‘문준용 특혜 의혹’으로 바꾼 MBC, 국민의당 내부 비판도 은폐
MBC <“이참에 규명”…‘취업 특혜’ 특검 요구>(6/27 https://bit.ly/2ugFiPP)는 보도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일부 야권의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 특검’ 주장을 강력히 옹호한 보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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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 공작‘을 ’문준용 특혜 의혹 특검‘으로 바꾼 MBC(6/27)

 

이상현 앵커는 “야권에서는 국민의당 녹취 조작은 분명히 잘못됐지만 그렇다고 취업 특혜 의혹이 해소된 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고 전했는데요. MBC는 특검 주장을 ‘물타기’라 비판한 정의당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당 일각의 특검 주장은 국민들에게 국민의당이 이 문제를 구태의연한 정치공방으로 물타기 하려는 것”이라 비판한 김태일 국민의당 혁신위원장의 ‘당내 비판’도 외면했죠. 대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문준용 특검’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 현재근 기자는 자유한국당의 “더불어민주당이 부끄러울 게 없다면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진실을 밝히자는 입장”으로 리포트를 시작했고, “특혜 의혹 사건에 관련된 진실도 규명이 돼야 한다”는 이혜훈 바른정당 대표의 발언도 화면으로 보여줬습니다. ‘문준용 취업 특혜’를 아예 이 사건 전체의 “본질”이라고 규정하기도 했습니다. “조작 사건에 대한 규명과 사과는 하더라도 이번 일로 '취업 특혜' 의혹 자체에 면죄부를 줘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당 주장까지 덧붙인 MBC는 ‘물타기’라는 비판은 민주당의 입장으로만 갈음했습니다. 국민의당 내부의 비판과 정의당의 비판은 누락한 겁니다. 보도 말미에는 “'취업 특혜' 의혹에 대한 진실 공방이 재점화”된다고 강조했는데요. MBC가 선거 공작이라는 사태의 본질을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으로 ‘프레이밍’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병풍 사건의 의혹은 거짓이지만 국민의당이 조작한 의혹은 사실’? MBC의 ‘무논리’
MBC는 ‘물타기’라 비판 받는 일부 야권의 ‘문준용 특검’을 띄워주면서 ‘물타기 보도’를 선보였는데요. 이러한 본질 왜곡은 다음 보도에서도 이어졌습니다. MBC <15년 만에 재연된 대국민 사기극>(6/27 https://bit.ly/2sPNUPM)은 2002년 병풍 사건을 이번 선거 공작과 비교하며 ‘문준용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재차 주장한 보도입니다. 보도를 톺아보면 어떻게 해서든 이번 선거 공작 파문을 ‘문준용 특혜 채용 의혹’으로 바꾸려는 MBC의 의지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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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 병풍’ 거론하면서 ‘문준용 특혜 의혹’ 강조한 MBC(6/27)

 

MBC 이상현 앵커는 보도를 시작하면서 “이번 파문은 지난 2002년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를 겨냥했던 이른바 '병풍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육덕수 기자는 먼저 병풍 사건을 설명했습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몇 달 앞두고, 군 검찰의 병역 비리 수사에 참여했었다는 의정 하사관 출신 김대업 씨가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 두 아들의 병역 비리 은폐 의혹을 제기”해, “대선에서 이회창 후보가 패배”했지만 “대선 후 이 후보 아들의 병역 면탈 의혹은 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는 겁니다. “김 씨는 명예훼손과 무고 등으로 1년10월 형을 확정받아 복역”했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육 기자는 “대선 후보의 아들을 상대로 한 네거티브 의혹에 허위 증거를 조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파문과는 '닮은꼴'”이라면서 “다만 이번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으로 '실패한 공작'이 됐”다고 차이점을 열거했습니다. MBC가 만든 ‘기적의 논리’는 바로 여기서 나옵니다. 육 기자는 “2002년 당시에는 김대업 씨의 주장이 모든 의혹의 발단”이었지만 이번 파문에서는 “이미 '특혜 취업' 의혹이 커져 있는 상황에서 의혹의 파괴력을 키우기 위한 악의적 조작”이었기 때문에, “'특혜 취업'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결국 국민의당의 이번 선거 공작은 선거에서 패했다는 점이고,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이 MBC의 주장입니다. 

 

MBC 보도는 자유한국당 논평과 ‘판박이’…억지로 가득한 ‘기적의 논리’
MBC의 이런 주장은 놀랍게도 자유한국당의 27일 논평을 빼다 박은 수준입니다. 자유한국당은 27일 논평을 내고 “2002년 김대업 병풍조작 사건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선거에서 패배했다는 사실 뿐”이라면서, “국민의당 녹음파일이 조작이라고 문준용 씨의 취업특혜 의혹 자체가 조작인 것은 아니다”, “문 대통령이나 민주당도 관련 의혹에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특검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조속한 특검수사로 모든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수 있길 바란다”라고 주장했습니다. MBC는 이 논리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동시에 더 발전시키기도 했습니다. 병풍 사건과 달리 이번 사태는 “이미 '특혜 취업' 의혹이 커져 있는 상황에서 의혹의 파괴력을 키우기 위한 악의적 조작”이었다면서, ‘문준용 특혜 의혹 자체는 국민의당이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있었다’는 논리를 편 겁니다. 


이는 억지에 불과합니다. ‘2002년 병풍 사건에서 조작된 이회창 후보 관련 의혹은 거짓이 맞지만 이번에 국민의당이 조작한 문준용 씨 의혹은 사실일 수도 있다’는 MBC의 주장에는 아무런 근거가 없습니다. MBC의 바람이 담긴 아전인수 격 해석일뿐입니다. 굳이 사실관계를 따져 보면 문준용 씨 특혜 의혹이 ‘원래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문준용 씨 특혜 채용 의혹은 가깝게는 3월 17일 국민의당, 멀게는 2012년 대선 당시에 구 새누리당 등 민주당의 경쟁 정당들이 먼저 제기해 시작됐습니다. 2012년 대선 당시에는 노동부 감사를 통해 ‘특혜로 볼 만 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이 났습니다. 이를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당이 다시 꺼내든 것인데요. 이에 민주당이 4월 7일,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해명을 모아 ‘Q&A’로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죠. 4월 중순을 거치면서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국민의당은 5월 5일, 초유의 선거 공작까지 벌이게 된 것입니다. MBC는 “이미 특혜 의혹이 커져 있는 상황에서 악의적 조작”이라고 했지만 사실관계를 따져 보면 ‘이미 특혜 의혹을 국민의당이 키워 놓은 상황에서 조작까지 감행’이라 해야 정확합니다. 


또한 이번 사태를 2002년 병풍과 단순 비교하는 것도 무리입니다. 2002년 김대업 씨가 녹취를 조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와 비슷한 요소가 있지만 당시 김 씨의 공작에도 불구하고 의혹 공세의 대상인 이회창 후보는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렸습니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녹취 조작’을 단행한 국민의당과는 상황이 다릅니다. 병풍 조작의 당사자인 김대업 씨는 대선 이전에 허위사실 유포로 구속되었으나 국민의당은 대선이 끝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조작 사실을 실토했다는 것도 다릅니다. 무엇보다 두 사건 모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선거 공작’이라는 점이 본질입니다. 똑같이 근절되어야 할 선거 공작인데 MBC는 ‘병풍 사건이 만든 의혹은 거짓이 확실하고 국민의당이 만든 의혹은 사실일 수 있다’며 엉뚱한 주장을 폈습니다. 

 

똑같이 ‘병풍’ 거론한 채널A, 결론은 MBC의 정반대
채널A는 MBC처럼 ‘병풍’을 언급하면서도 전혀 다른 시각을 보였습니다. 채널A <총풍‧병풍 이어 음풍 까지>(6/27 https://bit.ly/2s0P5c0)는 “대선 승리를 위한 거짓 공작이 드러난 건 이번 뿐 만이 아니”라면서 2002년 병풍과 1997년 총풍을 모두 설명했습니다. 2002년 병풍에 대해서는 “대선 승리를 위한 거짓 공작이 드러난 건 이번 뿐 만이 아닙니다”라고만 설명했고 1997년 총풍에도 초점을 맞췄습니다. “당시 야당인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를 누르기 위해 여권 관계자 3명이 북한 측에 휴전선 무력시위를 요청”했다는 겁니다. 채널A는 여기다 국민의당의 녹취 조작을 덧붙여 “대선 때마다 되풀이되는 음해성 폭로는 철저히 엄단”해야 한다는 지적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문준용 의혹은 남아 있다’는 MBC의 결론과는 달리 ‘선거 공작’이라는 본질만 조명한 겁니다.

 

TV조선‧채널A‧MBN도 ‘문준용 특검’ 받아쓰기, TV조선은 ‘안철수 책임론’도 외면
전반적으로는 다른 방송사들의 보도도 부실했습니다. TV조선‧채널A‧MBN은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의 ‘문준용 특검’ 주장을 아무런 비판 의식 없이 받아썼습니다. MBC처럼 국민의당 내부의 비판도 외면했습니다. 세 방송사 모두 ‘안철수 책임론’과 ‘문준용 특검 주장’을 1건의 보도에 우겨 넣은 것이 눈에 띕니다. 민감한 내용을 대단히 소극적으로 처리한 겁니다. 특히 TV조선 <“몰랐다…특검서 모두 수사”>(6/27 https://bit.ly/2s0x39V)는 “지도부가 사전에 알았는지, 또는 조작을 지시했는지가 철저히 드러나야 할 텐데, 안철수 당시 후보와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은 몰랐다고 합니다”라고 하면서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제기된 ‘안철수 책임론’마저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TV조선은 여기다 “박 전 대표와 김동철 원내대표는 특검으로 증거 조작 사건과 문준용 씨 취업 특혜 의혹을 모두 수사하자고 했”다면서 “어불성설이자 물타기 시도”라는 민주당의 반박만 덧붙였습니다. ‘안철수 책임론’까지 외면한 것은 TV조선뿐입니다. 채널A와 MBN은 ‘안철수 책임론’은 언급했으나 ‘문준용 특검’에 대한 비판 여론은 전하지 않았습니다. 

 

국민의당 비판에 목소리 높인 JTBC, 타사와 대조적
‘문준용 특검’에 대한 비판 여론을 보도한 KBS‧SBS‧JTBC 중에서는 JTBC가 단연 돋보입니다. JTBC는 보도량도 11건으로 독보적인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국민의당을 비판한 보도가 5건으로 이런 보도는 JTBC에서만 나왔습니다. JTBC <엉성했던 ‘2분 44초 대화’>(6/27 https://bit.ly/2tiXT1a)는 조작된 녹취를 들려주면서 “대화 내용이 엉성하고 대화의 진행이 어설프다”고 지적하는 한편 “당 지도부가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조작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게 아니냐”는 비판을 덧붙였습니다. JTBC <석연치 않았던 폭로…5월 5일 그날>(6/27 https://bit.ly/2sZFSCd)은 국민의당이 녹취를 공개했던 5월 5일 당시로 돌아가 “국민의당은 문준용 씨 채용 특혜 의혹을 제기하며 제보자에 관한 어떤 정보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제보자와 직접 연락을 하며 관련 내용을 확인한 사람조차 밝히지 않았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기자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국민의당에서는 기자 한 명과 제보자의 언론 이메일 인터뷰를 중재하겠다고 했”지만 이마저도 흐지부지됐다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JTBC는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의당은 “의혹을 키우는 데만 집중”했다며 문제의식을 드러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보도는 <앵커브리핑>(6/27 https://bit.ly/2sPXlP1)입니다. 손석희 앵커는 2012년 대선 당시, 시장에서 “파 한 단을 번쩍 들어달라는 기자들의 요구”에 “판매하는 건데 뜯어도 될까요?”라며 반문했던 안철수 전 의원 일화를 먼저 소개했습니다. 이어서 “폼 나는 사진 한 컷 보다 상인의 처지를 더 우려했던” 정치 신인이 지금은 ‘선거 공작’ 사건으로 인해 책임론에 직면했다고 짚었습니다. “선거전 막판 지지도가 떨어져 가던 후보를 위한 참모들의 빗나간 충성이라고만 보기에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토록 무거운 것은 왜인가”라고 반문하는가 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은 치밀한 공모나 조작이 아닌 이러한 작은 마음 한 조각, 한 조각”이라면서 ‘안철수 책임론’에 무게를 두기도 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6월 27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판>,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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