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보도_

2017 대선미디어감시연대 방송 토론‧시사 프로그램 모니터보고서

선관위 토론에서도 문제 드러낸 ‘시간총량제 자유토론’
등록 2017.05.07 22:04
조회 693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3차례에 걸쳐 방송된 1차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회>(4/23), 2차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회>(4/28), 3차 <19대 대통령선거 후보자 TV토론회>(5/2)를 비교분석했습니다. 평가항목은 후보 간 발언기회의 공평함을 나타내는 ‘공정성’과 시청자가 기대하는 정보제공 여부를 뜻하는 ‘유익성’으로 설정했습니다. 분석 대상은 사회자의 공통질문을 제외한 ‘후보 간’ 질의응답으로 한정했습니다. 
분석대상인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19대선 후보자 토론회’는 선관위가 주최한 공식적인 토론입니다.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는 토론을 주관·진행하여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합니다. 또한 대선후보토론의 본질은 유권자로 하여금 후보자를 판단할 수 있는 보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후보자에게 공평한 발언기회가 돌아가도록 규칙을 세세하게 짰는지, 정책토론이 네거티브공방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토론영역을 나누거나 견제장치를 마련했는지 등의 고민을 통해 토론의 공정성‧유익성을 모두 보장해야 합니다. 과연 이들 토론회가 그런 효과를 주었을까요?

 

■ 유익성‧공정성 두드러진 2차 토론회, 비결은 '정책발표'
3차에 걸친 선관위 주최 토론회는 방송 3사 토론회와 비교했을 때 형식이나 사회자 역할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특히 1차와 3차 선관위 토론은 공통질문에 각 후보가 답변을 하고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을 구성해 많은 문제점이 지적됐던 KBS 토론과 유사한 방식이었습니다.

 
2차 토론회는 달랐습니다. 1‧3차 토론회에 없었던 ‘정책발표’ 시간을 갖고 이후 1:1 자유토론으로 모든 후보가 서로 질문-답변을 나누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각 후보는 준비해온 경제정책을 설명하면서 공평하게 자기어필을 할 수 있었고, 유권자는 후보의 주요 경제정책을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판단의 근거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후보별로 자신의 공약을 전달하는 시간이 토론을 주최하는 곳에서 결정한 ‘공통질문’에 답하는 시간보다 토론의 효율성과 생산성, 유익성 면에서 모두 더 나았던 겁니다. 

 

포맷 분석.jpg

△ <표1> 선관위 주최 대선 후보자 토론 ‘포맷’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 ‘발언 쏠림 현상’ 가장 극심했던 선관위 3차 토론
민언련은 각 토론의 후보 간 ‘총 발언 횟수 편차’ 및 ‘질문-답변 횟수 차이’, ‘사회자 개입 횟수’로 토론이 후보들에게 얼마나 공평한 발언 기회를 제공했는지 살펴봤고 ‘주제에서 이탈한 질문 수’로 토론의 유익성을 비교했습니다.

 

총발언 선관위.jpg

△ <표2> 선관위 주최 대선 후보자 토론 발언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먼저 3차까지 이어진 선관위 토론의 각 후보별 발언 횟수를 질문과 답변으로 나눠 보면 2차 토론이 총 발언 횟수나 질문과 답변 차이에서 모두 고른 수준을 보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로 한정해서 질문‧답변 횟수를 보면 2차에서는 질문이 28회, 답변이 19회로 그 차이가 9회이지만 1차는 답변이 12회 더 많고 3차는 답변이 무려 34회나 많았습니다. 


후보 별 질문과 답변 횟수를 합한 총 발언 횟수의 편차를 보면 1~3차 토론에서 후보들의 발언 기회가 얼마나 차이가 있었는지 더 잘 드러납니다. 총 발언 횟수들의 표준편차를 비교해보면 3차 토론은 무려 27회로서 1차 9.4회, 2차 7.1회와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는 3차 토론에서 후보 간의 총 발언횟수가 균등하지 않고 후보별로 큰 차이가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일례로 3차에서 가장 발언이 많았던 문재인 후보는 94번이나 질문과 답변을 했지만 가정 적은 심상정 후보는 27회에 불과했습니다. 두 후보 간 차이는 67회에 이릅니다. 반면 1차의 경우 가장 발언이 많은 문재인 후보와 가장 적은 홍준표 후보의 차이는 23회이며, 2차는 이 차이가 17로 더 줄어듭니다. 2차 토론에서 각 후보에게 가장 고른 발언기회가 주어졌고 3차에서는 그렇지 못했다는 방증입니다.

 

총발언횟수 편차 선관위.jpg

△ <표3> 선관위 주최 대선 후보자 토론 후보 간 ‘총 발언횟수 편차’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 심상정 후보는 질문만 하다 끝난 선관위 3차 토론
발언 기회의 공평함을 보다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선 각 후보들의 ‘질문-답변 횟수 차이’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대선 토론에서는 유력 주자에게 질문이 쏠리기 마련이고 이로 인해 총 발언횟수의 쏠림 현상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토론의 방식에 따라 후보들의 질문 횟수 및 질문 대상을 공평하게 하도록 강제할 수 있으므로 토론의 질은 ‘질문-답변 횟수 차이’로 따져볼 수 있습니다.

 

질문답변차이 선관위.jpg

△ <표4> 선관위 주최 대선 후보자 토론 후보별 ‘질문-답변 횟수 차이’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질문-답변 횟수 차이’의 평균값 역시 3차 토론회가 가장 컸습니다. 3차 토론의 질문-답변 격차는 후보 당 평균 18.6회에 이르렀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대답횟수는 64회로 질문횟수보다 2배 많았습니다. 반면 유승민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질문 횟수가 과도합니다. 두 후보는 각각 34회, 24회의 질문을 했지만 대답은 11회, 3회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는 3차 토론이 공평한 질문이 돌아가도록 유도하지 못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2차 토론은 ‘질문-답변 횟수 차이’의 평균이 7.8회로 가장 작습니다. 이는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으로 후보들이 질문 대상과 주제를 마음대로 정하게 하는 대신, 1:1토론을 2분간 모두와 갖게 함으로써 발생한 차이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은 1차 토론회의 ‘질문-답변 횟수 차이’ 평균이 9.4회로 2차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입니다. 1차 토론은 3차 토론과 방식이 유사했음에도 불구하고 총 발언 횟수 편차와 질문-답변 횟수 차이에서 3차 토론보다 훨씬 양호해했습니다. 이는 토론의 기본적인 포맷 외에 토론의 질을 좌우하는 요소, 바로 사회자 역할에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습니다. 

 

■ 사회자 개입 너무 적었던 3차, 포맷 비슷한 1차보다 못할 수밖에
1차 토론과 3차 토론이 포맷이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3차 토론의 후보 간 총 발언횟수 편차가 크고 후보별 질문-답변 횟수 차이도 컸던 이유는 사회자 개입 횟수에 있습니다. 사회자는 토론이 주제에서 벗어나거나 한 후보에게 지나치게 발언이 쏠릴 경우 이를 제지해야 합니다. 이 부분에서 3차는 3차 토론은 1‧2차 토론과 현격한 차이를 보였습니다. 3차 토론은 12회에 불과했지만 1차는 39회, 2차는 32회에 달했습니다. 특히 1차는 2차 토론보다도 사회자의 개입 횟수가 많았습니다. 이는 1:1 자유토론 기회 부여가 없이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을 도입했음에도 1차 토론의 발언 횟수 격차가 크지 않았던 원인으로 보입니다.

 

사회자 분석 선관위.jpg

△ <표5> 선관위 주최 대선 후보자 토론 ‘사회자 개입 횟수’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 주제 이탈 질문이 50%가 넘은 1차 토론회 
유익성은 전체 질문 중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 수의 비율로 판단했습니다. 주제이탈 질문은 그 자체로 시청자의 기대수준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할 시간 빼앗는다는 점에서 토론의 질을 낮춥니다. 타 후보 비방 및 인물 검증성 질문을 던지는 경우, 모두 유익성을 저해하는 발언으로 간주했습니다.


여러 모로 포맷이 비슷한 3차에 비해 양호했던 1차는 이 항목에서 낙제점에 가까웠습니다. 1차 토론회의 주제 이탈 질문 비율이 가장 컸기 때문입니다. 전체 85개 질문 중 절반에 달하는 44개가 주제이탈 질문이었습니다. 특히 안철수 후보와 유승민 후보의 주제이탈 질문 비율이 높았습니다. 안 후보는 19개의 질문 중 16개가, 유 후보는 14개의 질문 중 13개 모두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이었습니다. 1차 토론에서 사회자의 제지와 개입이 가장 많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후보들이 유독 1차 토론에서 주제 이탈 질문을 쏟아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제이탈 선관위.jpg

△ <표6> 선관위 주최 대선 후보자 토론 ‘주제 이탈 질문 비율’ 분석  ⓒ민주언론시민연합

 

안 후보의 경우 2부 ‘권력기관 및 정치개혁 방안’을 논하는 시간에 문 후보의 ‘아들 채용 논란’을 문제 삼았습니다.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제가 MB의 아바타입니까”와 같이 주제에서 벗어난 질문을 반복해 문 후보를 당황케 했습니다. 유 후보의 경우 지난 방송사 토론회에서 수차례 논의된 ‘북한 인권 결의안'을 다시 꺼내 논의를 한정시켰습니다.


2차 토론회와 3차 토론회의 주제이탈 비율은 각각 28.6%, 25.8%로 비슷한 수준입니다. 후보들의 질문 4개 중 1개는 주제에서 벗어났다는 의미로서 2‧3차 토론도 결코 이 비율이 낮은 건 아닙니다. 2차 토론회에서 이탈 질문이 가장 많았던 후보는 홍준표 후보였습니다. 27개의 질문 중 절반에 가까운 14개의 질문이 주제와 어긋났습니다. 홍 후보는 '경제정책'을 논하는 시간에 다시금 '북한 인권 결의안'과 '북핵문제'를 이야기해 논지를 흐렸습니다. 3차 토론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홍 후보의 38개 질문 중 22개가 주제와 관련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반면 2차 토론회와 3차 토론회에서 홍 후보를 제외한 후보자별 주제 이탈 질문은 10회 이하였습니다.  


특히 KBS와 비슷하게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을 도입했고 사회자 개입이 적었던 선관위 3차 토론은 발언 기회의 공정함과 토론 내용의 유익성에서 모두 실망스러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과연 한국의 정치 지형과 선거 제도에서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이 실효성이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4월 23일부터 5월 2일까지 중앙선관위주최 1~3차 대선후보 토론

 

 

vote_monitor_164.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