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위원회_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보고서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MBC‧SBS‧JTBC‧TV조선의 ‘탐사 보도’, 이렇게 다르다
등록 2018.04.04 10:26
조회 1148

지난해 3월 종편 재승인 심사 당시 과도한 보도 프로그램 편성과 막말‧왜곡‧편파 방송으로 불합격 점수를 받았던 TV조선은 막말 패널 퇴출, 보도 프로그램 편성 축소 등 변화를 꾀했다. 특히 지난해 8월 30일부터 <탐사보도 세븐>(이하 <세븐>)을 선보이며 JTBC <이규연의 스포트라이트>(이하 <스포트라이트>)에 이어 종편에서는 두 번째로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편성했다. 


그러나 민언련은 이미 여러 차례 TV조선 <세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타사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이미 논란이 된 정치‧사회 문제부터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우리 사회의 부조리까지 다양하고 구체적인 문제의식을 보이는 반면, TV조선은 탐사보도 프로그램을 붙이기 민망한 수준의 방송이었다. 특히 민언련은 <‘몰카 방송’하는 TV조선, 이름뿐인 ‘탐사’를 멈춰라>(2017.11.15 https://bitly.kr/OugW)와 <‘투신 장면’과 ‘계부 인터뷰’가 전부? TV조선 탐사보도의 한계>(2017.11.7. https://bitly.kr/Kdue)에서 소재 자체도 부적절한 경우가 많았으며, 접근방식도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취재가 아니었고, 방송 내용은 철저하게 선정적 흥미위주의 내용을 담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것은 TV조선 <세븐>의 일부 방송을 중심으로 지적한 것이라서 타사 탐사보도 프로그램과의 객관적 비교는 아니었기에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는 각 방송사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주제와 방송 내용을 비교했다.


모니터 대상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 MBC <PD수첩>, JTBC <스포트라이트>, TV조선 <세븐>이 지난해 8월 30일부터 올해 3월 22일까지 방송한 내용이다. 지난해 8월 23일 이후 방송을 쉬다 3월 7일 재개한 KBS <추적60분>과 2월 4일 첫 방송 후 3월 4일부터 매주 방송되기 시작한 MBC <스트레이트>는 모니터 대상 분량이 적어 분석에서 제외했다. MBC 파업으로 지난해 7월부터 방송이 중단되었던 MBC <PD수첩>은 12월 12일부터 정상적으로 방송되었기에 모니터 대상에 포함했다. 

 

‘MB와 국정원’ 대신 ‘북한 이슈’만 탐사? TV조선 <세븐>의 ‘미스터리’
민언련은 우선 각사 대표적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방송 주제를 정치‧사회‧북한‧살인사건‧기타로 분류해 그 비중을 비교했다. ‘정치’는 권력형 비리, 정치인 관련 의혹이나 논란을 다룬 방송, ‘사회’는 과거사, 청년 실업이나 암호 화폐 광풍과 같은 특정 사회 현상‧문제점을 다룬 방송을 의미한다. ‘기타’에는 정치‧사회‧북한‧살인사건 이슈로 분류할 수 없는 연예인, 화제의 인물 등을 다룬 방송이 포함됐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스포트라이트 TV조선 탐사보도 세븐 MBC PD수첩
정치 5(20%) 8(32%)   5(38.5%)
사회 9(36%) 11(44%) 14(45.2%) 8(61.5%)
북한   1(4%) 7(22.6%)  
살인사건 8(32%) 4(16%) 2(6.4%)  
기타 3(12%) 1(4%) 8(25.8%)  
합계 25 25 31 13

모니터

기간

2017.8.30.~2018.3.22. 2017.12.12~2018.3.22.

△ SBS‧MBC‧JTBC‧TV조선 탐사 보도 프로그램의 주제 구성 비교
 

4개 프로그램 모두 사회 이슈의 비중이 가장 컸다. ‘사회 문제’를 구체적으로 분석한다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조사 기간 동안 꾸준히 매주 방송을 내보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JTBC <스포트라이트>, TV조선 <세븐>은 1월 공통적으로 암호 화폐 광풍을 다뤘다. 


가장 비중이 큰 사회 이슈를 제외하면 방송사 별 주제의 특성이 뚜렷하다. 특히 TV조선은 독보적이다. 먼저 SBS‧JTBC‧MBC가 모두 정치 이슈를 다뤘고 그 비중도 모두 20~30%로 높았던 것과 달리 TV조선은 정치 이슈를 단 한 차례도 다루지 않은 점이 눈에 띈다. 특히 조사 기간인 지난해 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는 자원외교 비리, 뇌물 수수 등 이명박 전 대통령 관련 의혹이 뜨거운 이슈였기 때문에 SBS(2회)‧JTBC(4회)‧MBC(1회)는 모두 다뤘다. 같은 시기 댓글 조작 등  정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국정원 역시 SBS‧MBC가 2회, JTBC가 1회 방송했다. 유독 TV조선만 이러한 ‘권력의 문제’를 외면한 것이다. 또한 TV조선 <세븐>이 북한이슈를 7회(22.6%)나 방송했고, 기타 이슈도 총 8회(25.8%)로 많았다는 점도 특이사항이다. 타사의 경우 SBS와 MBC는 아예 북한 이슈가 없었고 JTBC만 단 1회 북한 이슈를 다뤘음을 감안할 때 매우 큰 차이이다. 기타 이슈 역시 타사는 SBS 3회, JTBC 1회 방송에 그쳤다. 


특히 TV조선 <세븐>의 ‘기타 이슈’들의 경우 탐사보도에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면키 어렵다. 이건희 회장이 입원한 병실을 멀리서 지켜본 것만으로 방송을 채운 <이건희 회장 살아있다–삼성병원 20층 관찰보고>(2017.11.8.)는 무의미했고, <우리가 외면한 원로 스타들>(3/21)은 연예 뉴스에 가까웠으며, <순수익만 60억! 무당이 돈 버는 법>(1/24)은 평가조차 어려운 수준이다. 

 

‘무당이 돈 버는 법’, ‘임지현 카톡’…TV조선의 독특한 ‘탐사 보도’
이렇게 소재 구성에서 타사와 큰 차이를 보인 TV조선 <세븐>은 방송 내용에서도 뚜렷한 특징을 나타냈다. TV조선의 북한 소재 방송 비중은 7회, 22.6%에 이르는데, 대부분 그 의미를 납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9월 6일 방송된 <임지현 입북 미스터리 ‘남편 입을 열다’>의 경우 TV조선이 탐사하고자 한 취지조차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다. TV조선은 탈북민 방송인으로 활동하다 재입북한 임지현 씨의 ‘미스터리한 행적’을 추적한다면서 임지현 씨의 중국인 남편과 접촉해 ‘자진입북 가능성’을 조명했고 임지현 씨의 카카오톡 계정을 등록해 보이스톡(인터넷 통화)를 시도했다. TV조선은 임지현 씨와 보이스톡을 시도했고 신호음까지 갔다면서 긴장감을 높였으나 결론은 통화가 끊겼다는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 방송은 별다른 결론 없이 ‘임지현 재입북 미스터리’를 그대로 남기고 끝났다. 

 

3월 7일 방송된 <2018년 오늘, 대한민국에 숨어든 북한 암살조!>는 ‘말레이시아에서 김정남을 암살한 북한 암살조가 한국에도 있을 수 있다’는 메가톤급 의혹제기였다. 사실일 경우 파문이 매우 클 수밖에 없는 사안이었다. TV조선은 지난해 12월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30대 남성의 사망 사건을 조명했고 이를 ‘남한에 침투한 북한 암살조의 소행’이라 암시했다. 그 근거는 △사망자 곁에서 발견된 중국 위조 여권과 독극물 앰플 △해당 앰플이 ‘북한 공작원 앰플’이라 증언한 ‘북한 공작원 출신 인사’의 증언 △사망자의 출입국 기록과 부검 기록의 부재이다. 또한 북중 국경의 목사 피살 사건을 거론하며 역시 ‘북한 공작원의 남한 침투 가능성’을 조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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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암살조 남한 침투 가능성’ 제기한 TV조선 <세븐>(3/7)
 

나름 근거를 제시했으나 대부분 근거가 정황과 ‘북한 출신 인사의 증언’으로 이뤄져 있다는 점에서 ‘북 암살조 남한 침투’라는 결론에 이르기엔 무리이다. TV조선은 결국 결정적인 근거로 ‘김정남 암살 사례’에 기댔다. 1시간 여 방송 중 김정남 사망 사건만 무려 20여 분 간 다뤘다. 이런 개연성이 부족한 추론으로 “우리 곁에 다가온 암살자들”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인데 이는 탈북민에 대한 부당한 오해를 야기할 수 있다. 심지어 TV조선은 ‘간첩 수사’의 필요성을 강변하면서 “대공수사권 경찰 기반은 북한의 대남간첩공작 지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라는 자유민주연구원의 입장에 방점을 찍기도 했다. 그러나 대공수사권 경찰 이관이 어째서 부적절한지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빅데이터 활용해 ‘과거사 규명’한 JTBC
유별난 특징을 보인 TV조선 외에도 각 방송사 별로 주력한 이슈에서 개성이 드러난다. JTBC <스포트라이트>는 사회 이슈 중에서도 과거사에 집중한 부분이 특출하다. 지난해 9월 21일 <단독검증! 5·18 ‘최후의 비밀’>, 10월 12일 <폭로! 기무사 민간인 사찰과 조작의 실체>은 모두 JTBC에서만 볼 수 있는 과거사 규명 탐사보도이다. 이중에서도 권력에 순치된 사법부의 과거사를 파헤친 <긴급추적! 사법농단 40년>(2/8)은 단연 주목해야 할 방송이였다. JTBC는 1월 22일 대법원 추가조사위의 발표로 사실이 확인된 박근혜 정부 사법농단에 착안해 대표적인 사법 살인 사건인 ‘인민혁명당 재건위 사건’을 재조명했다. 1975년 4월 9일, 대법원 판결 18시간 만에 8명이 사형된 초유의 간첩 조작 사건, 바로 그 피해자들을 만나 증언을 직접 보여준 방송의 초반부부터 이목을 끈다. 사형을 피했으나 간첩으로 몰려 갖은 고문을 당한 전창일, 김종대 선생이 당시의 악몽을 풀어냈다. 이외에도 JTBC는 유가족, 함세웅 신부, 이용택 전 중정6국장, 김정남 전 청와대 수석 등 주요 인물들을 만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인혁당 사건을 직접 지시한 정황을 전했다. 이어서 유신정권 당시 벌어진 다른 사법부의 조작 사건을 들어 국가가 배상 의무마저 등한시하는 현실을 보여줬고 빅데이터를 이용해 정권에 따라, 판사의 정치성향에 따라 달라진 판결의 문제점까지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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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혁당 사건’ 피해자와 함께 ‘사법살인’ 조명한 JTBC <스포트라이트>(2/8)

 

‘일상 속 적폐 고발’ 앞장선 MBC <PD수첩>
12월 12일부터 정상적으로 방송된 MBC <PD수첩>은 조사 기간 총 방송횟수가 13회로 타사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존재감을 드러냈다. <PD수첩>은 우리가 일상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또 암묵적으로 방관해 온 부조리한 구조를 고발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김기덕 감독의 충격적인 성폭행 정황을 폭로한 <영화감독 김기덕, 거장의 민낯>(3/6), 성폭력 ‘2차 피해’의 심각성을 고발한 <미투 그 후, 피해자만 떠났다>(3/13)은 진행 중인 ‘미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괴롭히는 직장, 죽어가는 직장인!>(3/20)도 ‘직장 내 괴롭힘’의 사례를 보여주고, 이에 대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노동권과 인권의 문제를 이슈화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정치‧사회‧살인사건 3가지 이슈를 가장 골고루 다뤘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과거부터 정치‧사회적 문제 못지않게 ‘미제 살인사건 해결’ 및 ‘피해자 구제’에 큰 관심을 기울였고 이것이 SBS만의 특색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모니터 기간에도 <140억 원은 누구의 돈인가 – BBK 투자금>(2017.9.30)과 같은 정치 이슈, <세 번의 S.O.S 한샘 성폭행 사건>(2017.12.9) 등 주목할만한 사회 이슈를 빼놓지 않았다. SBS는 이와 동시에 미제 살인사건에도 집중했는데, <범인의 냄새-306호 투숙객은 누구인가>(2/24)에서는 2003년 부산에서 발생한 미제 살인사건을 다뤘다. 특히 이 소재는 ‘성매매에 이은 잔혹한 살인’이라는 충격적 소재를 다루면서 과거 미진했던 수사 내용, 아직 추적 가능한 범인의 여러 단서, 피해자의 억울한 사연에 초점을 맞췄다. 

 

암호 화폐 다룬 SBS‧JTBC‧TV조선, TV조선만 ‘부푼 기대감’
모니터 기간 중 같은 주제를 비슷한 시기 SBS <그것이 알고 싶다>, TV조선 <세븐>, JTBC <스포트라이트> 세 개 프로그램이 모두 다룬 사례가 있어 이는 따로 비교했다. 세 방송 모두 ‘암호화폐 열풍’이 화제였던 1월에 방영됐다. 암호화폐의 투기성, 관련 사기의 증가, 김치 프리미엄이 공통적으로 다뤄졌다. 그러나 기획 의도, 내용 구성, 인터뷰 대상, 결론에서 차이가 있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新 쩐의 전쟁 – 비트코인”(1/6)은 암호화폐 열풍으로 이익을 본 사람들과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차례로 보여준 후, 암호 화폐 거래소가 해킹된 사건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가상 거래소에 현존하는 허점과 암호화폐 투기 현상으로 발생하는 금융 범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세 방송 중 유일하게 암호화폐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한 점이 두드러졌고 JTBC와 함께 정부 규제의 필요성까지 짚었다. 


 “폭로! 암호화폐 ‘위험한 현장’”을 부제로 한 JTBC <스포트라이트>(1/25)는 암호화폐의 안전성 문제에 SBS보다 더 집중했다. 채굴 현장을 직접 취재해 암호화폐의 투기성에 초점을 맞췄고 조작 세력의 움직임도 포착했다. 가상거래소 작전 세력의 실체를 밝힌 것은 JTBC 뿐이다. 옥의 티가 있는데 진행자인 이규연 씨가 방송의 전체 맥락과 다르게 “개인적으로 가상화폐의 기대가치를 믿는다”는 식의 발언을 빈번하게 했다는 점이다. 시청자로서는 전반적 흐름을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었다.


 TV조선 <세븐>은 앞의 두 프로그램과는 애초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TV조선은 “가상화폐 광풍 혼란의 대한민국”(1/31)라는 제목으로 새로운 투자 및 시장의 대안으로서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암호화폐 투기 현상을 ‘2030세대의 새로운 현상’이라 해석하고 이를 생존 전략이라고 보는 관점, 투기로 비판하는 시각을 대조했다. 비록 비판적 시각을 담기는 했으나 양과 질에서 SBS‧JTBC보다 비중이 매우 적었다. 또한 SBS‧JTBC와 달리 미국, 중국, 일본의 사례를 들어 암호화폐가 새로운 시장인데도 정부가 불필요하게 규제를 한다는 입장만 보여준 대목에서 TV조선의 시각을 읽을 수 있었다. 

 

<끝> 
문의 이봉우 활동가(02-392-0181) 정리 민언련 방송모니터위원회 이정화 회원(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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