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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로 훈풍 분 ‘북미’, TV조선은 ‘찬물’
등록 2019.06.1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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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12일은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으로부터 지난 10일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고 연일 강조하면서 협상 재개를 낙관하는 동시에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12일, 노르웨이를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분쟁과 평화 문제를 다루는 오슬로 포럼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6월 말에 방한”하게 돼 있으며, “그 이전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습니다. 1년 전 북미회담 결렬 이후 냉각됐던 남북미 협상에 훈풍이 불자 북측도 화답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은 동생인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이희호 여사 빈소에 조의문과 조화를 보냈습니다.

 

이렇게 1년을 맞은 북미정상회담 관련 소식이 잇따르자 방송사들의 저녁종합뉴스도 보도를 냈습니다. 12일 하루에만 방송사마다 3~5건씩 보도를 냈습니다. MBC․JTBC․MBN․TV조선․YTN은 관련 소식을 모두 톱보도로 배치했습니다.

 

KBS

MBC

SBS

JTBC

MBN

채널A

TV조선

YTN

4.5

5

3

4

4

4

4

4

32.5

△ 6/12 방송사별 북미정상회담 1주년 관련 내용 저녁종합뉴스 보도량 *0.5건은 단신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정은 친서’에 모두 ‘북미대화 가능성’ 주목, TV조선만 ‘회의적’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미회담 1주년 즈음 친서를 보냈다는 사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거듭 강조하면서 “북한과 앞으로 매우 잘해갈 것”이라 낙관했다는 점은 북미관계 개선 및 3차 북미회담 가능성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서두를 게 없습니다. 제재는 계속되고 있습니다”라고도 밝혔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려우나 상황이기도 합니다. 방송사들도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주목하면서 그러한 전망을 내놨고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반면 8개 방송사 중 유독 TV조선만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습니다.

 

KBS <김정은 친서 공개…“긍정적 일 일어날 것”>(6/12 김웅규 특파원)에서 엄경철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받았다”면서 “북미 간에 친서 외교가 재개된 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김웅규 특파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한 거의 같은 시점에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3차 북미정상회담이 전적으로 가능하다, 북한이 일정을 잡으면 언제든 가능하다’”고 했다는 사실도 함께 전했습니다. 속도조절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엄경철 앵커는 “친서가 경색된 분위기를 반전하는 데, 계기는 만든 것 같은데 중요한 건 북미 간 입장 차”라 언급했고 김웅규 특파원은 “양측 입장이 바뀐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북미 관계 고비 때마다 정상의 친서 교환이 돌파구 역할을 해온 만큼 북미가 마주 앉을 계기는 마련될 수 있지 않냐는 조심스런 관측”을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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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 받은 사실 보도한 KBS <뉴스9>(6/12)

 

MBC <‘편지 외교’ 재시동‥“따뜻하고 멋진 친서 받아”>(6/12 여홍규 특파원)는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관련 발언의 핵심을 “김정은 위원장을 여전히 신뢰하고 있다는 것, 다만 3차 회담이 열리기 위해선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요약하면서 더 자세한 내용도 전했습니다. 여홍규 특파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CIA의 정보원이었다는 설에 대한 언급”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그의 이복형에 관한 CIA의 정보를 봤습니다. 나의 체제하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겁니다”라고 했다면서 “과거 정부의 일일 뿐이라며 선을 긋는 동시에, 김 위원장을 향해 ‘나는 당신 편’이라고 유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 분석했습니다.

 

이외에 SBS‧JTBC‧채널A‧MBN‧YTN도 12일 북미 간 대화 재개 가능성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TV조선은 달랐습니다. TV조선 <트럼프 “김정은 아름다운 친서 받았다”>(6/12 박소영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냈다는 것은) 북한이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뜻일 테지만 미국은 여전히 느긋한 분위기여서 이 편지가 당장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고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습니다.

 

하노이 결렬 후 첫 남북 고위급 회담이라 평가한 JTBC

12일 방송사들이 주목한 또 하나의 소식은 김정은 위원장이 김여정 제1부부장을 통해 고 이희호 여사 빈소에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한 사실입니다. 방송사들은 조의 전달의 의미를 짚어보고 향후 남북 관계에 대해서도 전망했는데요. 여기서는 JTBC가 타사와 다른 시각을 보였습니다. 타사가 보두 조의문‧조화만 보내고 조문단을 보내지 않았다는 점에 착안해 ‘북한이 남북 대화 재개의 여지를 남기면서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는데 JTBC는 좀 더 긍정적으로 본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KBS <조문단 없이 김여정이 전달…의미는?>(6/12 이효용 기자)은 “친여동생이자 국정 전반을 보좌하는 사실상 비서실장을 내보내 최대의 예우와 성의를 보였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도 북한이 조문단을 따로 보내지 않은 것에 대해선 “(북한이) 북미교착과 남북관계 소강 국면에서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해석했습니다. 타사들도 대동소이합니다.

 

이와 달리 JTBC는 ‘조문단이 오지 않았으나 그래도 괄목할 진전’으로 봤습니다. JTBC <“이희호 여사님을 추모하며” 김 위원장 명의 조화>(6/12 이희정 기자)는 조의문과 조화를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판문점에 와서 우리 측에 직접 전달”한 점을 “조문단을 파견한 것은 아니지만 조의문을 전달한 사람의 격을 올린 것”으로 봐야 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형식상 조의문을 전달하는 것이지만 만남의 격을 고위급으로 올린 것”,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남북 고위급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 등 ‘오지 않은 조문단’보다는 ‘조의문‧조화 전달자의 의미’에 더 큰 비중을 뒀습니다. 정부가 “김여정 제1부부장과 정의용 안보실장이 만나는 영상에서 말소리를 제거한 뒤 공개”했다며, “이 자리에서 남북관계에 대한 메시지가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JTBC 고위급 접촉.jpg

△ ‘김여정의 조의문 전달’에 더 큰 의미를 둔 JTBC(6/12)

 

이어진 <인터뷰/김여정 만나고 돌아온 박지원 의원…북의 메시지는?>(6/12 손석희 앵커)의 경우 앞선 보도와 비슷한 분석을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과 나누면서 ‘김여정 근신설’ 보도가 오보임을 지적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부부장이 판문점까지 내려와서 저희 정부와 또 저를 면담한 것은 굉장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평했습니다. 손석희 앵커가 “(북미의 하노이 협상 결렬 이후) 김여정 부부장 같은 경우에 보도에 따르면 근신을 했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그런 분위기는 전혀 없었던 모양이군요?”라고 묻자, 박지원 의원이 “그러한 보도도 있었고 여러 가지 의문이 있어서 자세히 봤습니다만 제가 만난 김여정 부부장의 모습은 오늘이 제일 건강했고 얼굴 표정도 아주 좋았습니다.”라고 답하면서, 그간 조선일보를 통해 나왔던 일명 ‘김여정 근신설’도 오보임을 확실히 했습니다.

 

북미정상회담 1주년에 ‘잔혹한 북한’ 띄운 TV조선

앞서 TV조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의 친서를 받았다고 공개한 사실을 보도할 때도 다른 방송사들과는 달리, 향후 북미 관계에 대해서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는데요. 같은 날 뉴스의 논평에 해당하는 코너인 ‘앵커의 시선’에서는 아예 북한의 ‘공개 처형’을 부각하며 ‘잔혹한 북한’ 이미지를 한껏 강조했습니다. 이 논평에 트럼프 대통령을 거론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발언’이 지닌 긍정적 의미를 희석시키려는 의도도 엿보였습니다. 이 역시 같은 날(12일) 타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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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공개처형 비판하는 TV조선 <뉴스9>(6/12)

 

TV조선 <앵커의 시선/아직 공개처형이 남아있는 땅>(6/12 신동욱 앵커)에서 신동욱 앵커는 2013년 12월 “김정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이 회의장에서 끌려 나가는 충격적 순간”이라며 당시 상황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면서 신동욱 앵커는 “지난 달 장성택 처형에 관한 새로운 비화”가 나왔는데, “발설한 사람은 다름 아닌 트럼프 대통령”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지모임에서 “‘김정은이 장성택의 머리를 다른 사람들이 보도록 전시했다’며 ‘그림처럼 상세하게’ 묘사”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를 두고 “왕조시대 역적의 머리를 저잣거리에 내거는 효시가 21세기에 벌어졌다는 얘기”라며 그 잔혹성을 한껏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신동욱 앵커는 “국제 인권단체 전환기 정의워킹그룹이 북한 공개처형 보고서”를 냈다면서 “탈북민 600여 명을 인터뷰해 처형장 323곳의 지도를 만들고 실태를 분석”했다고 한 뒤, 처형방식을 일일이 언급했습니다. 여기에 “보고서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탈북영화감독 정성산 씨의 아버지는 돌팔매질로 처형됐다”고 덧붙였습니다. 해당 보고서를 트럼프 대통령과 연관시키기도 했습니다. “보고서에 충격적 증언이 많”았고 이는 “시신을 누구나 볼 수 있게 서너 시간 전시해둔다는 증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과 닮았”다는 겁니다. 이후 TV조선 신동욱 앵커는 우리 정부도 겨냥했습니다. “(이러한 북한 공개처형 보고서에도 불구하고) 통일부 교육교재에서는 공개처형, 정치범수용소 같은 단어들이 사라졌”고, 송영무 전 국방장관이 지난 5월 국방연구원 세미나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자유민주사상에 접근한 상태”라고 했다는 겁니다. 여기서 송영무 전 장관을 “작년까지 국방장관을 지낸 사람”이라 지칭하기도 했죠.

 

부실한 근거로 ‘북미관계 개선’에 찬물 끼얹는 의도는?

그러나 신동욱 앵커가 말한 ‘트럼프 대통령이 발설한 장성택 처형에 관한 새로운 비화’는 외신이 전한 한 트럼프 지지자 모임 참석자의 전언일 뿐 공식적인 언론 보도나 보고서로 확인된 사실이 아닙니다. 연합뉴스 <WP “트럼프·김정은, 북미협상 과정에서 내부 강경파와 다툼 중”>(5/10 고미혜 기자)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는 “(북미의) 최근 긴장 국면 이전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강경파들과 내부 다툼을 이어왔다”는 내용을 중심으로 보도하면서 “최근 사적인 지지자 모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이 고모부인 장성택을 처형한 후 머리를 다른 이들이 보도록 전시했다’는 내용 등에 관한 상세한 이야기를 했다”는 지지자 모임 참석자의 전언을 언급했습니다. 여기서 연합뉴스는 “장성택 처형 방식은 아직 정확히 확인된 바 없으나, 총기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장성택의 시신이 “외부에 전시됐다는 보고나 언론 보도가 나온 적”도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즉 트럼프의 사적인 지지 모임의 한 참석자가 “김정은 위원장이 장성택을 처형한 후 머리를 다른 이들이 보도록 전시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다”라고 워싱턴포스트에 말한 것일 뿐, 공식적인 언론보도나 보고서로 확인된 내용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신동욱 앵커는 워싱턴포스트 기사에서 언급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모임의 참석자 발언 한 줄을 입증된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며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신동욱 앵커가 인용한 “국제 인권단체 전환기 정의워킹그룹이 북한 공개처형 보고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연합뉴스 <대북인권단체, 北 '처형지도' 작성…탈북민 증언으로 장소 식별>(6/11 김동현 기자)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지난 6월 11일 공개했으며, “지난 4년간 탈북민 610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위성사진 등을 통해 좌표를 확보한 323곳의 처형장소를 지목”했습니다. 그러나 전환기정의워킹그룹도 이 보고서에 대해 “탈북민 증언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조사의 한계가 있어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을 확정적 결론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도 신동욱 앵커는 이 보고서의 내용을 확정적 결론으로 간주하고 보도하여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강조했을 뿐만 아니라, 이를 근거로 통일부 교육교재와 전 국방장관의 발언까지 싸잡아 비판한 겁니다. 이처럼 TV조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발언’으로 가까스로 물꼬를 튼 북미회담 재개의 가능성을 부실한 근거로 축소하려 했습니다. 신동욱 앵커는 입증되지 않은 증언이나 추정을 입증된 사실인 것처럼 보도하여 북한 정권의 잔혹성을 강조하고 비판하는 것이 북미관계나 남북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일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6월 12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끝>

문의 박진솔 활동가 (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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