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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김장겸 영장 발부, 고비마다 ‘사측 성명 낭독회’ 여는 MBC
등록 2017.09.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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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MBC 양대 공영방송의 노동자들이 4일 오전 0시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습니다. 파업에 참가한 인원은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1800여명,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2000여명에 달합니다. 이번 총파업의 목적은 MBC 김장겸 사장, KBS 고대영 사장 등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임명한 경영진 사퇴와 공영방송 정상화입니다. KBS·MBC 구성원들은 총파업에 앞서 이미 지난 7월 대대적인 제작거부에 돌입한 바 있습니다.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 훼손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입니다.


현재 KBS와 MBC 경영진은 이번 파업이 근로조건과 관련한 파업이 아닌 경영진 퇴진을 목적으로 하는 ‘불법 파업’이라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MBC노조 조합원들의 해고·징계무효소송에서 1·2심 법원은 이미 언론 노동자들의 공정보도를 위한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한편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혐의 조사에 불응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종적을 감췄던 김장겸 MBC 사장은 4일 TV․라디오 주조정실과 보도국 뉴스센터 등을 방문해 ‘파업에 참가하지 않은 근무자’를 격려하는 황당한 행태를 보였습니다. 김 사장은 이날 체포 영장 집행을 위해 MBC 본사를 찾은 고용노동청 직원 측에 “강압적인 출석 요구는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훼손하는 것”이라는 궤변을 펼치며 5일 자진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 와중 자유한국당은 김 사장을 ‘언론탄압의 희생양’으로 떠받들며 정기국회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보도량, MBC 4일간 10건으로 가장 많아
우선 보도량을 살펴보겠습니다.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1일부터 총파업이 시작된 4일까지, 총 4일간 KBS․MBC 파업 및 공영방송 정상화와 관련해 가장 많은 보도를 내놓은 방송사는 MBC(10건)입니다. JTBC와 TV조선은 9건의 보도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가장 적은 보도를 내놓은 방송사는 MBN(3건)입니다. 이번 파업의 당사자인 KBS가 채널A와 함께 각각 4건의 보도만을 내놓았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KBS

MBC

SBS

JTBC

TV조선

채널A

MBN

9/1

1건

4건

2건

2건

4건

0건

0건

9/2

1건

3건

2건

2건

3건

2건

2건

9/3

0건

0건

0건

1건

1건

1건

0건

9/4

2건

3건

2건

4건

1건

1건

1건

총 보도량

4건

10건

6건

9건

9건

4건

3건

△ KBS․MBC 파업 및 공영방송 정상화 관련 이슈 보도량(9/1~9/4)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측 성명서 낭독하고 한국당 반발 받아쓴 MBC
그럼 보도 내용은 어땠을까요? MBC의 관련 보도 양상은 ‘철저한 사측 입장 대변’으로 요약됩니다. 총 10건의 관련 보도 중 제목에 MBC 사측 입장과 자유한국당 측 입장을 큰 따옴표로 인용한 보도만 7건에 달합니다.

 

보도 제목에 큰 따옴표 인용이 없었던 남은 3건의 보도 중 2건의 보도는 노조(<방송의 날 기념식… 언론노조 진입 소동>)와 고용노동부(<‘오락가락’ 판단…‘표적 조사’ 논란>)를 비판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남은 한 건의 보도는 사실관계를 적시한 <검찰,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입니다. 노조의 목소리를 제목을 통해 부각한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의미입니다. 


보도 내용에서의 문제점도 상당합니다. MBC는 관련 보도에서 △정권은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아무런 죄도 없는 MBC 김장겸 사장을 억지로 소환 조사하려 하고 있으며 △MBC 노조는 시청자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명분 없는 파업을 하고 있다는 논리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있습니다. 

 

보도 제목

발언 주체

검찰,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

“강력규탄… 억압에도 방송 독립 지킬 것”

MBC

“언론탄압이자 정권의 폭거”

자유한국당

방송의 날 기념식… 언론노조 진입 소동

(노조 비판)

한국당 “정기국회 보이콧” 정국 급랭

자유한국당

MBC “고용노동부 조사 성실히 임해왔다”

MBC

‘오락가락’ 판단…‘표적 조사’ 논란

(고용노동부 비판)

“공권력 이용한 몰아내기”… 내일 출석

MBC

언론 노조 MBC본부 총파업… “업부 복귀 촉구”

MBC

“언론 장악 규탄”… 잇단 항의 방문

자유한국당

△ KBS․MBC 파업 및 공영방송 정상화 관련 이슈에 대한 MBC 보도 제목(9/1~9/4) ⓒ민주언론시민연합


사측 입장 대신 읽어주기
특히 심각한 것은 ‘MBC 사측의 성명 낭독형 보도’입니다. 방송심의규정 제9조(공정성)는 “방송은 당해 사업자 또는 그 종사자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되는 사안에 대하여 일방의 주장을 전달함으로써 시청자를 오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MBC <“강력규탄… 억압에도 방송 독립 지킬 것”>(9/1 https://goo.gl/brq8hY)은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는 방송장악을 위한 현 정권의 만행이라며, 강력히 규탄한다”는 MBC 사측의 성명을 1분 41초간 그대로 ‘읽고’ 있습니다. 시청자들이 알아보기 쉽게, 핵심 주장을 자막을 통해 상세히 전하는 노력도 빼먹지 않았습니다. 

 

mbc01.jpg

△ 사측 성명을 낭독하며 화면에 성명 요지를 정리한 자막까지 띄운 MBC 보도(9/1) 화면 갈무리

 

MBC는 다음날에도 <MBC “고용노동부 조사 성실히 임해왔다”>(9/2 https://goo.gl/kBq8Zu)에서 2분 38초에 걸쳐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에 대한 MBC 경영진의 입장을 소개했는데요.

 

이경미 기자는 “고용노동부 서부지청이 지난 6월29일부터 MBC에 대해 전격적으로 실시한 특별근로감독은 시작부터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권력의 음모라는 의혹을 받아왔습니다. 문화방송은 그러나 국가기관의 법 집행을 존중해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습니다”라는 완전 왜곡된 주장을 늘어놨습니다.

 

수차례 소환 조사에 불응하고, 체포영장 발부 이후엔 ‘잠적’까지 한 김 사장의 행태를 두고, 도대체 무슨 근거로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다’는 리포터를 낼 수 있는 것일까요? MBC의 논리는 “현직 언론사 사장이라는 입장을 고려해 소환조사 대신 서면 답변으로 대신해달라는 입장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는데 고용노동부가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이건 다 “언론사로서의 MBC 위상을 무너뜨리고 현직 언론사 사장 망신주기”라는 것입니다. 노골적인 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기 위한 정당한 법 집행 과정에서 ‘특권’을 누리게 해 주지 않았으니 억울하다는 주장인 것이지요.


4일 <“공권력 이용한 몰아내기”…내일 출석>(9/4 https://goo.gl/XgBBjV)에서는 고용노동부 측의 체포영장 신청 발부 사유를 MBC 경영진 입장에서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보도에서 MBC는 최저임금법 위반과 시간외근무, 퇴직금 미지급 등의 경미한 혐의와 핵심 혐의인 부당노동행위를 적당히 뒤섞어 나열하는 ‘물타기’ 수법을 사용했습니다. 총 보도시간 2분 49초 중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한 언급은 고작 30초 정도인데요. 그나마 “노동부는 또 김 사장이 노조원들에게 신사업개발센터와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로 발령 내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MBC 측은 위 조직은 ‘김 사장 취임 전인 2014년 경영환경 변화에 따라 신설된 곳으로 조직설립에 관여한 바 없다’고 밝혔”고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 사장일 때도 전혀 관여하지도 않는 사안을 두고 사장을 체포하겠다고 하는 것은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설명이 전부였습니다.

 

이 보도만 보면 김 사장은 무고한 희생양 같이 느껴지지만, 김 사장은 취임 이후 대표적인 ‘유배지’인 구로동의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에 기자와 PD들을 무더기로 부당 전보한 인물입니다. 무엇보다 지난달 노동조합과 MBC 영상기자회가 폭로한 ‘영상기자 블랙리스트’는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으로 취임한 직후 작성된 것이기도 합니다. 궁색하다 못해 뻔뻔스러운 이 성명을, 기자와 앵커가 입을 모아 저녁종합뉴스에서 읽어주고 있다는 사실이 참담할 뿐입니다.  

 

자유한국당 행보 받아쓰기
MBC 사측의 입장과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소개된 것은 자유한국당의 입장입니다.

 

1일 <“언론탄압이자 정권의 폭거”>(9/1 https://goo.gl/vmoLkg)와 2일 <한국당 “정기국회 보이콧” 정국 급랭>(9/2 https://goo.gl/jjH7DU), 4일 <“언론 장악 규탄”… 잇단 항의 방문>(9/4 https://goo.gl/bXpZep) 등은 모두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가 ‘언론탄압’이라는 자유한국당 측 반발을 전면에 내세운 보도들입니다. 


위 보도들에서 MBC는 김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자체를 “초유의 사태” “유례없는 현직 공영방송사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등으로 표현하며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입을 빌어 “정부의 언론장악, 언론 파괴 행태”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국회 일정 보이콧을 다룬 <“언론 장악 규탄”… 잇단 항의 방문>(9/4 https://goo.gl/bXpZep)에서 MBC는 일정 보이콧에 대한 평가나 반대의견 소개 없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주장과 행보만을 상세히 전달하는 모양새를 보였는데요. 국회 보이콧 철회를 요구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주장은 보도 말미 9초 가량의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 철회를 거듭 촉구했습니다”라는 설명으로 ‘요약 전달’ 되었습니다. 
 
노조 주장․행보는 ‘간략’하게 ‘부정적으로’
반면 노조 측의 주장이나 행보는 지극히 간략하게, 부정적으로 소개되었습니다.

 

우선 1일 23초짜리 <방송의 날 기념식… 언론노조 진입 소동>(9/1 https://goo.gl/MMEDc2) 보도의 전체 내용은 “방송통신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제54회 방송의 날’ 행사가 문화방송 김장겸 사장 등 지상파 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렸습니다. 그런데 행사장 앞에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 조합원 2백여 명이 몰려와 행사장 진입을 시도하며 몸싸움을 벌이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가 전부입니다. 대체 왜 이들이 행사장 진입을 시도해야만 했는지는 설명하지 않고, ‘몸싸움’ 등의 표현을 통해 부정적 이미지만을 전달하려 한 겁니다.


총파업 소식을 전한 4일 <언론 노조 MBC본부 총파업… “업부 복귀 촉구”>(9/4 https://goo.gl/FZQygG) 역시 26초짜리 보도인데요. 전체 내용은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 2천여 명과 KBS본부 조합원 1천8백여 명이 ‘공정방송 회복과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며, 오늘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습니다. MBC는 ‘시청자와의 소중한 약속인 정규방송에 차질이 생기고, 주조정실과 편성을 맡은 방송필수인력까지 파업에 동참해 정파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의 업무 복귀를 촉구했습니다”입니다. 이 짧은 보도 안에서도 노조의 주장은 ‘공정방송 회복과 경영진 퇴진’이 전부이고 MBC 사측의 주장은 그 몇 배에 달하는 분량으로 전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 외 2일의 <‘오락가락’ 판단…‘표적 조사’ 논란>(9/2 https://goo.gl/Qe4QQq)에서도 MBC는 “조사에 참여한 노동부 근로감독관은 언론노조 MBC본부의 집회현장에 참석해 노조의 구호에 맞춰 고개를 끄덕이고 손을 흔들며 지지를 보내는 모습까지 보였”다 “노동부가 한쪽에 치우친 편향적인 자세로 공정성을 상실해 표적 조사라는 논란을 낳고 있”다며 특별근로감독 착수 자체의 중립성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김장겸 사장이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시절부터 이미 ‘노동조합을 탈퇴해야 보직을 줄 수 있다’며 회유와 협박을 병행했다는 숱한 증언과 피해 신고가 접수된 상황에서, 부당노동행위 여부를 소환해 따져보겠다는 노동부의 결정을 무작정 ‘표적 조사’로 치부하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지요. 

 

 

파업 이유도 부당노동행위 내용도 없이 ‘공방’만 강조한 KBS
KBS 역시 수준 미달 보도를 내놓은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MBC가 노골적으로 사측 편향적 보도를 쏟아냈다면, KBS는 ‘공정한 척’하며 사안의 본질을 흐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파업 관련 보도에서 파업 명분은 최대한 ‘추상적’으로 전달
이를테면 파업 관련 소식을 다룬 유일한 보도 <KBS MBC 언론노조 파업… 일부 방송 차질>(9/4 https://goo.gl/Hiy6Uw)에서 KBS는 “언론노조 산하 KBS본부가 언론적폐 청산을 주장하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며 KBS 성재호 위원장의 “언론적폐 청산” 발언을 먼저 소개한 뒤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일부 뉴스 프로그램이 단축되는 등 방송차질도 빚어졌”다는 정보와 KBS 사측의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한반도 안보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며 공영방송인으로서 책무수행을 위해 조속한 업무복귀 촉구” 목소리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런 구성 때문에 얼핏 ‘모두의 의견’을 다 전한 것 같지만, 보도는 실제 노조 측이 대체 왜 고대영 사장과 이인호 이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설명도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언론적폐 청산’이라는 구호만 반복하여 보여주는 이 보도를 보고 시청자들이 과연 이번 파업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MBC 총파업에 대해서도 KBS는 “언론노조 산하 MBC 본부도 김장겸 사장 퇴진과 MBC 정상화를 촉구하며 총파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언급한 뒤, MBC 사측이 “노동부가 언론노조파업 출정식에 맞춰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것은 정권차원의 공영방송 장악을 위해 파업에 들어간 언론노조를 지원하기 위한 음모라고 반발”했다는 사실을 덧붙여 전달하고 있습니다. 앞서 KBS 파업을 설명할 때와 마찬가지로, 파업의 명분은 지극히 추상적으로, 파업에 대한 비판은 구체적으로 소개한 것이지요. 무엇보다 KBS는 보도의 제목을 통해 파업의 당위가 아닌 ‘방송 차질’이라는 결과를 부각하고 있기도 합니다. 

 

김장겸 체포영장 발부 보도에서는 ‘정치권 공방’으로 본질 가려
김장겸 체포영장 발부 관련 문제를 다룬 보도에서도 KBS는 특별근로감독이 이뤄지게 된 배경이 아닌 ‘정치권의 공방’ 혹은 ‘사측의 반발’을 나열하고 있을 뿐입니다. 


1일의 <MBC 사장 체포영장…“언론 탄압” 반발>(9/1 https://goo.gl/xUECax)에서는 “노동 당국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받아 강제 수사”에 돌입한 것에 대한 MBC 사측의 “언론 탄압”이라는 주장을 부각하여 전하고, 기사 말미에는 ‘엇갈린 정치권의 반응’따위를 붙여놓고 있습니다.

 

2일 <“정기국회 거부”…“범죄자 비호”>(9/2 https://goo.gl/zeMvWX)는 아예 기사 내내 MBC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둘러싼 정치권 공방만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언론 장악 의도를 드러냈다’ ‘정당한 법 집행이다’라는 다툼으로 정말 다뤄야 할 ‘어떤 부당노동행위를 했는지’는 얼버무리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4일 <자유한국당, 방통위 대검찰청 항의 방문>(9/4 https://goo.gl/JPYHL5)에서는 ‘공방 전달’ 조차 포기하고 그냥 자유한국당의 방통위와 대검찰청 항의 방문 모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피상적 설명으로 일관하기는 SBS도 마찬가지
KBS와 MBC보다 편향성은 덜했으나, SBS의 보도 역시 미흡했습니다. SBS 보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역시 ‘구호 이상의, 파업의 구체적 명분’이나 ‘부당노동행위 그 자체’에 대한 설명이 크게 부족했다는 점에 있습니다.

 

실제 김장겸 사장의 ‘문제 행태’를 그나마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할 수 있는 부분은 <MBC 사장 행방묘연…체포영장 집행은?>(9/2 https://goo.gl/oom4jz)에서 노동청이 김장겸 사장에 대해 “사내 부당징계와 전보 조치 등에 대한 지시 여부”를 확인할 것이라 말한 부분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부당노동행위를 했다는 노조와 정치권의 지적만을 반복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양사 노조의 파업 이유와 관련해서도 ‘사장은 즉각 물러나라’ ‘공영방송 복원’ 등의 피상적 설명이 전부입니다. 

 

파업 보도에서는 ‘방송 차질’ 부각
그 외에도 SBS는 ‘파업으로 인한 방송 차질’을 부각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는데요. 실제 4일 양사 노조 총파업 돌입 이후 SBS가 내놓은 관련 보도의 제목은 <KBS․MBC 5년 만에 총파업… 방송 차질>(9/4 https://goo.gl/j1x33K)입니다.

 

방송의 날 행사를 다룬 <“사장 퇴진” 구호 속 방송의 날 행사>(9/1 https://goo.gl/scmjos)에서도 SBS는 “언론노조 KBS 본부와 MBC 본부는 오는 4일부터 동시 총파업에 들어갑니다. 프로그램 차질도 현실화되고 있습니다. KBS는 9시 뉴스를 20분 단축하기로 했고 송출 인력까지 파업에 참여하는 MBC는 사상 초유의 방송 중단 사태까지 우려하는 상황이 됐습니다”라고 강조하여 전달한 바 있습니다.  

 

 

김장겸 혐의와 파업 이유 구체적으로 설명한 JTBC
JTBC는 어땠을까요? 제목을 먼저 본다면 JTBC는 총 9건의 보도 중 단 한 건의 보도에서도 큰 따옴표 인용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대체로 사실관계를 전달하는데 집중한 가운데, 노조의 요구사항을 부각한 <체포영장 집행 ‘미지수’…노조, 사퇴 거듭요구> 등의 보도 제목도 눈에 띕니다. 

 

보도 제목

방송의 날 기념식, 국회의장․총리 등 대거 불참

‘노동부 소환 불응’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

체포영장 집행 ‘미지수’…노조, 사퇴 거듭요구

MBC 부당노동행위 조사 정치권 공방으로

KBS․MBC 노조, 내일부터 총파업

KBS․MBC 동시 파업

KBS․MBC 동시 총파업

‘국회 보이콧’ 한국당…막말 충돌

비하인드 뉴스/‘중대함’의 기준

△ KBS․MBC 파업 및 공영방송 정상화 관련 이슈에 대한 JTBC 보도 제목(9/1~9/4) ⓒ민주언론시민연합

 

보도 내에서는 ‘김장겸 사장의 구체적 혐의’나 ‘파업의 이유’를 타사 대비 분명하게 짚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 <‘노동부 소환 불응’ 김장겸 MBC 사장 체포영장>(9/1 https://goo.gl/Uf2CEh)에서 JTBC는 “김 사장은 지난 5년 동안 MBC 보도국 간부와 임원을 맡으며 노조원들을 상대로 징계나 전보 조치를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아주 간단해보이지만, 공영방송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수준의 설명입니다.

 

또 <KBS․MBC 동시 파업>(9/4 https://goo.gl/MMb81P)에서도 JTBC는 김 사장이 자진 출석하기로 한 사실을 전하며 “고용노동부는 김 사장을 상대로 직원들에 대한 부당 전보와 징계 등 부당노동행위를 지시했는지 추궁할 방침”이라 전했습니다. 

 

구호 대신 파업 주체의 생생한 목소리 전달
파업의 명분 역시 상대적으로 상세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KBS․MBC 동시 총파업>(9/4 https://goo.gl/bUJX5n)에서는 MBC 파업 소식을 전하면서는 김경락 MBC 기자의 “취재 현장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MBC 로고 달린 카메라 들고 다니면서 시민들에게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라는 발언을, KBS 파업을 전하면서는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와 PD, 아나운서들은 사측의 부당한 지시가 수년 간 이어졌다고 주장”했다며 박성주 KBS PD의 “어떤 문제에 대해 자의적으로 판단하고 한쪽에만 유리하게 방송하도록 압력을 가한 것이 비일비재합니다”라는 발언을 덧붙이는 식입니다. 추상적인 구호 대신 왜 파업에 나설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파업 주체의 심경을 전달한 셈입니다.

 

반면 양사 경영진의 반응은 보도 말미 10여초간 “방송 중단 사태가 우려되고 한반도 안보 위기도 고조되는 상황이라며 기자 등 조합원들에게 복귀하라고 했습니다”라고 전하는 수준입니다. 

 

한국당 ‘이중잣대’ ‘부당노동행위 무시’ 행태도 지적
자유한국당에 대한 태도도 다릅니다. 이는 <비하인드 뉴스/‘중대함’의 기준>(9/4 https://goo.gl/QzWU7v)에서 뚜렷하게 드러나는데요.

 

자유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을 두고 국회를 보이콧한 것에 대해 박성태 기자는 “홍준표 대표가 언론사 사장에 대한 다른 기준을 두고 있어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며 홍 대표가 “지난 1일에는 MBC 사장 체포영장을 두고 언론 탄압”이라 했지만 “2008년 7월에 당시 홍준표 대표가 여당일 때는 KBS 사장 정연주 사장을 두고 소환장을 두세 번 발부하고 다음 절차는 체포영장이다, 이렇게 얘기”했다며 홍 대표의 ‘이중잣대’를 꼬집었습니다. 


또한 박 기자는 “기본적으로 자유한국당에서는 김장겸 사장의 혐의인 부당 노동행위에 관해서 가볍게 보는 경향”이 있다며 “부당노동행위로 MBC에서는 MBC만 16명이 해고되고 153건의 부당징계, 75건의 부당전보가 있었고 오늘부터 KBS, MBC는 3800명이 총파업에 들어갔”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언론 탄압’ 논리 강조한 TV조선, ‘최소한의 보도’로 본질 외면한 채널A․MBN
TV조선의 경우 양사의 구체적인 파업 사유나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이유 등은 보도를 통해 어느 정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보도에서는 ‘공영방송 경영진 강제 수사=정권의 언론 자유 침해’라는 논리를 부각하기도 했는데요.

 

이를테면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 문제를 다룬 <체포영장 발부 적절?…실제 집행?>(9/1 https://goo.gl/hcaCLJ)에서는 “김장겸 MBC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떨어진 건, 김 사장이 노동청 소환 조사에 계속 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도 “정권 바뀔 때마다 반복됐던 공영방송 사장 반강제 교체의 기억이 새삼 떠오를 수밖에 없”다며 “공영방송 경영진 강제 수사는 역풍을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익명의 법조계 관계자 발언을 전했습니다.  

 

이명박 방송장악 ‘정권 교체 시기 연례행사’로 물타기
또 양사 파업 원인을 다룬 <KBS․MBC 파업 왜?>(9/1 https://goo.gl/Vq4gk3)에서는 “(MBC)김 사장이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고, 불법 노동행위를 하고 있다” “기자들을 업무 외 분야로 인사를 냈다” “KBS노조도 고대영 사장이 조직 개편을 무리하게 했고, 편파방송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며 노조 측의 주장을 비교적 상세히 전달했는데요.

 

그 뒤에는 “공영방송 사장 거취문제”가 “매 정권마다 반복”된다며 “일명 ‘낙하산 사장’ 논란은 공영방송 사장 자리를 ‘대선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정치권의 인식 때문이라는 지적”을 덧붙였습니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된 노골적인 공영방송 파괴행태를 ‘정권 교체 이후의 연례행사’ 정도로 물타기 하려 한 것이지요.

 

 

‘방송차질’ ‘정기국회 파행’에만 주목한 채널A 
채널A는 총 4건의 보도를 내놓았는데요. 이 중 2건의 보도는 총파업 소식과 파업 사유를 ‘간략하게’ 전하고 방송 차질에 대한 우려를 덧붙이는 구조입니다. 


실제 <KBS․MBC 자정부터 총파업>(9/3 https://goo.gl/Uahq55)은 “경영진 퇴진과 공영방송 개혁을 요구하며 사측과 갈등해 온 전국언론노조 KBS와 MBC본부가 오늘 밤 12시부터 총파업에 들어갑니다”라고 전한 뒤 “파업 여파로 KBS 9시 뉴스 방송 시간이 20분 정도 단축되고, 프로그램 상당수가 결방되는 등 방송 차질이 예상됩니다. MBC도 간판 예능 프로그램이 줄줄이 결방될 전망입니다. MBC 라디오는 이미 PD들의 제작거부로 정규 프로그램 대부분이 음악 송출로 대체돼 파행을 빚어 왔습니다”라는 우려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음날 <내일 출석…총파업 돌입>(9/4 https://goo.gl/uxtYTe) 역시 파업의 요구사항에 대한 설명은 사실상 “KBS와 MBC 노조는 경영진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강력히 요구했습니다”가 전부인데요. 이 뒤에는 “파업 참여 인원이 적지 않은데다 장기화 가능성도 있어 당분간 방송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라며 방송 차질에 대한 우려를 빼놓지 않았습니다. 


다른 두 건의 보도 <“정기국회 거부”…여 “적폐 자인”>(9/2 https://goo.gl/m7AHKT), <한국당, 보이콧 결정>(9/2 https://goo.gl/rv1vAR)에서는 한국당 보이콧으로 인한 정기국회 파행 소식과 이에 따른 여야 공방을 주요하게 다뤘습니다. 실질적으로 김장겸 사장이 어떤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는지에 대한 설명이나 노조원들을 파업으로 이끈 구체적 상황을 다룬 보도는 단 한 건도 없었던 셈입니다.

 

MBN도 파업․부당노동행위보다 정기국회 파행에 주목
MBN도 다르지 않습니다. 총 3건의 관련 보도 중 두 건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나 파업 그 자체가 아닌 ‘정기국회 파행’에 초점을 맞춘 보도거든요.

 

실제 <정기국회 일정 거부>(9/2 https://goo.gl/Qegzq9)에서 앵커는 “자유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의 체포영장 발부를 두고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습니다. 민주당은 적폐세력을 비호하자는 거냐며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정국이 급격히 경색되고 있습니다”라며 ‘정국 경색’을 가장 크게 문제 삼았습니다.

 

<막말에 삿대질…안보 위기에도 ‘파행’>(9/4 https://goo.gl/N6nk9L)에서도 MBN은 “오늘 국회는 그야말로 우리 정치의 현주소를 보여줬습니다”라며 이를 ‘정쟁’이라 규정지은 뒤 그 사례 중 하나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본회의장에 발도 들이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은 이런 한국당의 모습을 SNS로 중계하며 신경전을 벌였”다는 것을 소개했습니다. 


남은 보도 <종적 감춘 MBC 사장>(9/2 https://goo.gl/tAjPFU) 역시 “김 사장은 현재 종적을 감춘 채 행방이 묘연”하다는 사실만을 반복적으로 전달하고 있을 뿐입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7년 9월 1일~4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 채널A <종합뉴스>, MBN <뉴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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