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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자극적 소재로만 취급한 YTN의 부적절한 보도
등록 2018.07.04 14:25
조회 701

지난 20일, 중국에서 한 여성이 투신했는데, 군중들이 당시 상황을 촬영해 SNS로 생중계하고, 자살을 부추기는 발언과 댓글을 쓰는 등 비윤리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전한 YTN 보도가 충격적입니다. 문제의 보도는 YTN ‘뉴스나이트’에서 6월 26일 내놓은 <"빨리 뛰어내려!" 자살 부추긴 비정한 중국>(6/26 박희천 베이징특파원 https://bit.ly/2tFZFZ1)입니다.  

 

자살보도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38조의2(자살묘사) ⓛ항은 “방송은 자살 장면을 직접적으로 묘사하거나 자살의 수단·방법을 구체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 되며,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도 그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013년 9월 한국기자협회·보건복지부·중앙자살예방센터가 함께 만든 자살보도 권고기준 2.0은 보다 상세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자살을 다룰 때 실천해야 하는 세부 내용으로 크게 “1장. 자살보도는 기본적으로 최소화한다, 제2장. 최소한의 자살 보도에서도 이것만은 절대 하지 않는다. 제3장. 자살 보도의 사회적·거시적 영향을 인식한다. 제4장. 자살을 예방하는 보도를 한다. 제5장. 인터넷 환경의 특성에 유의한다”로 나눴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상세한 실천사항을 나열했습니다. 그중 기자들이 꼭 유의해야 할 것은 아래의 2개 조항들입니다. 

 

제2조 자살이라는 단어는 자제하고 선정적 표현을 피해야 합니다.
  1. 제목에는 ‘자살’을 포함하지 않아야 합니다.
  2. 자살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자살이라는 단어를 써서는 안 됩니다.
  3. 자살 보도는 주요 지면을 피해야 합니다.
  4. 자살과 관련된 언어 표현은 신중하게 선정해야 합니다.


제3조 자살과 관련된 상세 내용은 최소화해야 합니다.
  1. 자살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는 절대 피해야 합니다.
  2. 자살 보도에서 자살 장소를 포함시켜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3. 자살과 관련된 사진이나 동영상은 자살 보도의 폐해를 극대화시킵니다.
  4. 자살 동기를 단순화한 보도는 대부분 오보이므로 삼가야 합니다.
  5. 자살 동기에 대한 자의적 해석과 표현은 자살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킵니다.

 

기본적인 준칙조차 지키지 않은 YTN보도

이런 준칙을 감안해 YTN의 보도를 살펴보면 이 보도는 권고기준 대부분을 어겼습니다. 우선 이번 사안을 저녁종합뉴스에서 보도한 방송사는 YTN뿐입니다. YTN은 제목부터 <"빨리 뛰어내려!" 자살 부추긴 비정한 중국>이라고 뽑아 ‘자살’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데다가 자살을 부추긴 자극적인 발언을 따옴표로 처리했습니다.  


화면 구성 역시 부적절했습니다. YTN은 투신하기 전 상황부터 투신 장면까지 담긴 영상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이때 기자는 “결국, 이 여성은 자신을 붙잡고 있던 소방대원의 팔을 뿌리쳐 뛰어내렸고, 구경꾼들 사이에서는 환호성과 함께 박수 소리가 들렸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블러 처리를 해 영상을 흐릿하게 만들었지만, 투신 장면을 그대로 노출한 것입니다. 


지나치게 많은 재연 그래픽을 사용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YTN은 투신 직전의 모습을 생동감 있게 보여주고 싶었는지 소방관이 여성을 붙잡고 있는 모습을 재연화면으로 담았습니다. 

 

YTN 자살 1.jpg

△ 투신 장면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좌) 이미지로 재현한 (우) YTN <뉴스나이트>(6/26)

 

더 충격적인 것은 기자가 “19살 이 여성은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2년 전 담임교사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한 뒤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검찰이 담임교사를 처벌하지 않자 여러 차례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라고 배경을 전하며 재차 부적절한 재연 영상을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이번에는 피해자가 침대에 누워있어 성폭행을 암시하는 이미지와 피해자 주변으로 끈과 약, 블러 처리된 흉기 등을 늘어놓고 자살을 고민하는 듯한 재연 이미지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사건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상황을 취재할 수는 없지만, 여성의 자살동기를 ‘성폭행, 우울증, 자살 시도’로 단순화하여 표현한 것 자체도 문제입니다. 그런데 게다가 이런 설명을 하면서 재연 이미지를 만들어 삽입한 것은 대단히 부적절합니다. 이 이미지가 YTN이 자체적으로 만든 것인지 중국에서 보도된 것을 이용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이는 우리의 방송심의규정과 자살보도 권고기준에서 모두 사용을 금지한 화면들입니다. 

 

YTN 자살 2.jpg

△ 성폭행 장면을 이미지로 재현하고 (좌) 자살 방법을 암시한 (우) YTN <뉴스나이트>(6/26)

 

영상으로 이 사안을 보도한 곳은 채널A와 OBS인데요. 채널A는 정식 뉴스가 아닌 <숏토리/“빨리 뛰어내려!” 자살 부추긴 구경꾼들>(6/27 https://bit.ly/2tSW6hA)라는 영상 클립의 형식으로 보도였습니다. 채널A는 투신 전 상황은 영상으로 보여줬지만 투신하는 장면은 화면을 검게 처리하며 노출하지 않았습니다. 성폭행당할 뻔했다는 설명을 할 때도 자막으로만 설명했습니다. OBS <中 자살 시도 여고생에 '빨리 뛰어내려!'>(6/26 https://bit.ly/2KshdBp)도 투신장면을 보여주지 않았고, 성폭행당할 뻔했다는 내용 역시 검찰의 불기소 처분 문서를 보여 특별히 재현하는 이미지를 삽입하지 않았습니다.

 

YTN만큼은 아니지만…대다수 매체가 ‘흥미 위주’로 다뤄

다른 언론사들도 이 사안을 보도했지만, YTN과 같은 재현 그래픽은 삽입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자극적인 제목의 문제는 다른 언론사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채널A와 OBS 역시 제목에서 ‘자살’을 사용한 점은 준칙을 위반한 사항입니다. 영상보도의 형식을 띄진 않았지만 국민일보의 보도 역시 부적절했습니다. 국민일보는 <영상/“겁먹었니? 왜 안 뛰어내려” 여고생 투신 자살 부추긴 중국 시민들>(6/27 https://bit.ly/2tE54jc)에서 “甘肃19岁女生遭班主任性侵 投诉无门后自杀(간쑤성 19세 여성 담임에게 성범죄 당해, 고소 후 자살)”이라는 이름의 유튜브 영상을 보도 안에 삽입했습니다. 해당 영상은 투신하는 장면이 그대로 노출된 SNS 영상이었습니다. 자살보도 권고기준에서는 제9조 “인터넷에서 자살 보도는 더욱 신중해야 합니다”라고 규정했습니다. 이는 비교적 정제된 방송에 비해서 인터넷 언론이나 유튜브 등의 동영상은 보다 많은 문제점이 노출될 수 있기에 별도로 강조한 것입니다. 그런데 언론사에서 자살 장면이 담긴 유튜브 동영상을 굳이 언론사 홈페이지에 삽입까지 해서 보여주는 것은 부적절한 태도입니다.

 

<끝> 
문의 김규명 활동가(02-392-0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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