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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앙일보, 자사 출신 문창극 낯뜨거운 ‘칭송’(2014.6.11)
등록 2014.06.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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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society/media/641843.html



중앙일보, 자사 출신 문창극 낯뜨거운 ‘칭송’


이정국 기자



3개면에 걸쳐 ‘권력에 쓴소리’ ‘소신 뚜렷’ ‘원칙 중시’ 등등

‘극보수 성향’ 칼럼 해명도…언론단체 “지면의 사유화” 비판 


10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의 ‘극보수적’ 성향 등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중앙일보가 자사 출신 문 후보를 기사와 사설을 통해 적극 두둔하고 나섰다. 다른 보수신문인 <조선일보>·<동아일보>가 일부 우려를 표시한 것에 견줘 심각하게 객관성과 균형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일보는 11일, 1면 머릿기사를 비롯해 3, 4면 등 3개면에 걸쳐 문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두둔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특히, 중앙은 3면에 ‘“권력에 쓴소리 … 대통령에게 할 말 할 사람”’이라는 제목으로 문 후보자 평가를 실었다. 이 기사에선 ‘‘소신 뚜렷하고 원칙 중시’라는 작은 제목에서 보듯, 문 후보자가 총리에 적격이라면서 ‘칭송’을 아끼지 않았다. 


4면에는 논란을 빚고 있는 문 후보자의 과거 칼럼에 대한 방어에 나섰다. 극보수 성향이 아니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기사를 통해 “(문 후보자의 칼럼은)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 건강한 자유시장경제의 확립, 확고한 안보, 원칙론에 입각한 대북정책 등으로 정의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복지 확대를 비판하고, 햇볕정책에 반대한 것에 대해 하나하나 대신 ‘해명’에 나선 것이다. 


그러나 언론단체 쪽에선 문 후보자의 칼럼을 ‘나쁜 칼럼’으로 꼽아왔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날 “예전부터 ‘이달의 나쁜 칼럼·사설’을 선정해왔다. 문 후보자는 그 과정에서 ‘나쁜 칼럼’에 5번이나 뽑혔다”고 밝혔다. 민언련은 성명을 통해 “수구 냉전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문창극씨야말로 청산되어야 할 ‘적폐’ 1순위”라며 언론인으로서 이성적이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기는커녕 인간 존중도, 한반도 평화에 대한 인식도, 분배와 정의 실현에 대한 의지도 없는 사람이 어떻게 총리직을 수행할지 앞이 깜깜하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사설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에게 “총리에게 권력을 더 이양하라”고 주문했다. 사설은 ‘문창극 후보자 지명에 거는 기대’라는 제목으로 “박 대통령은 이번 인사를 계기로 과감하게 권력을 위임하고 그 앞에서 쓴소리가 나올 수 있는 수평적인 의사소통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총리에게 장관 임명 제청권을 부여하는 책임총리제의 헌법 정신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도 박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고민해야할 대목”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 후보자는 막상, 이날 오전 서울 창성동으로 출근하면서 책임총리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처음 들어보는 얘기다”고 말했다. 신문이 후보자의 생각보다 몇 걸음이나 더 나간 셈이다. 


중앙의 이런 보도 태도는 다른 보수신문에 견줘봐도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문 후보자는 행정 경혐이 전무하다”, “대독 총리, 받아쓰기 총리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도 역시 사설에서 “국정 경험이 전혀 없는 문 후보자가 중책을 감당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자칫하면 책임총리가 아니라 새로 등장할 사회부총리와 기존 경제부총리 사이에서 ‘낀 총리’가 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민언련 김언경 사무처장은 “중앙일보가 대놓고 자사 출신 인사에 대해 칭송에 나섰다. 평소 언론으로서 공적 지위를 강조하면서 ‘특권’을 누렸음에도, 이번엔 지면을 사유화해 사익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