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4년 10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 (2014.11.11)
등록 2014.11.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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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환풍구사고 보상타결’ 보도는 

간교한 ‘악질 저널리즘’의 전형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4년 10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를 선정했다. 

 

 

 

나쁜 보도, 판교와 억지 비교해 세월호 유가족 비난한 TV조선 

 

사고 특성 무시한 채 ‘유가족의 태도‘에만 초점 맞춰 세월호 유가족 폄훼

 

10월 17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삼평동 판교테크노밸리 야외 공연장에서 열린 ‘2014년 제1회 판교테크노밸리축제’가 진행되던 중 인근 환풍구 덮개가 무너졌다. 공연을 잘 보기 위해 환풍구 위로 올라선 사람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환풍구 덮개가 무너진 것이다. 이 사고로 관람객 27명이 약 20미터 아래 바닥으로 추락해 16명이 사망하고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안전요원 한 명 배치하지 않은 주최 측의 문제, 늘 위험이 존재하는 환풍구 시설에 안전장치나 경고문구 하나 없었던 문제 등 여러 요인들이 차례로 밝혀졌다. 공연을 주최한 이데일리는 빠른 사과와 배‧보상안을 제시했고 성남시 등도 발 빠르게 대처했고, 유가족들은 사고발생 나흘 만에 보상안에 합의했다. 

 

 

 

환풍구 사고 유가족들의 선의를 모독한 악질 저널리즘

 

민언련이 2014년 10월 ‘이달의 나쁜 보도’로 선정한 TV조선 [뉴스쇼 판] <유족 ‘법 기준 따르자’…보상 타결>(10/20, 톱보도 김진호 기자)은 판교 사고 유가족이 보상안에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사고 발생 나흘 이후였지만, 세월호 이후 다시 발생한 대형 안전사고라는 점에서 이 내용은 톱보도가 되기에 충분한 아이템이다. 문제는 이 보도가 겉으로는 판교사고 보상합의를 전하는 내용이었지만, 정작 보도 전체가 세월호 유가족을 폄훼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앵커는 뉴스 시작부터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판교 환풍구 추락사고 보상안이 오늘 새벽에 전격적으로 타결됐습니다. 이렇게 신속한 합의가 가능했던 데는 유가족 측의 ‘양보’가 있었습니다. 물론 뭐 두 성격이 많이 다르기는 합니다만 사고 발생 6개월이 지나도 아직 보상 문제에 접근조차 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와는 대조적입니다”라며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기자 리포트는 한술 더 뜬다. 기자는 합의된 보상내용을 전한 뒤 “이처럼 신속한 합의가 이뤄진 건 유가족의 합리적 판단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라고 평가하고 성남시장의 “유가족 여러분의 결단으로…대타협의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라는 부분을 녹취 인용했다. 기자는 또한 “유가족 측도 통상적으로 합리적인 선에서 합의하는 좋은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라고 발언한 뒤, 판교 유가족 대표의 “저희가 뭐 큰 것들을 요구한 것들이 아니었기 때문에…”라는 발언의 일부를 담았다. 

 

기자는 “유가족들은 사고 직후에도 국가에 부담을 주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고 판교 유가족의 입장을 전한 뒤, “날벼락 같은 참사였지만 슬픔을 억누른 유가족의 합리적 대응은 대형사고 수습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마무리했다. 

 

 

단순히 나쁜 보도라고 하기엔 부적절한 악질적 보도

 

TV조선의 보도는 판교 사고 유가족들의 선의를 이용해 국가의 책임에 대한 논점을 흐리고 세월호 유가족들의 순수한 뜻을 깎아내리기 위한 간교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점에서 저급한 악질 저널리즘의 표본이다. 세월호 참사와 판교 환풍구 사고는 모두 억울한 인명피해를 가져온 참사지만 사고의 원인과 성격, 진상규명 등에서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세월호 문제의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보상 문제가 아니라 진상규명의 문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TV조선이 모를 리 없다. 그런데도 다른 종류의 참사의 다른 이슈를 억지로 동등 선상에 놓고 비교한 TV조선의 의도는 매우 간교하고 불순한, 악질 저널리즘의 표본이다.

 

세월호 참사는 사고 발생 7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침몰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고, 청와대와 국정원 등 국가 권력기관과의 연관성 의혹도 매우 짙은 사건이다. 또한 정부 재난관리시스템의 부재와 황금만능주의의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사건이기 때문에 국내‧국제 사회적 파장도 엄청났다. 

 

TV조선의 보도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명확한 원인규명과 이를 자성의 계기로 삼아 전 사회적으로 재정비할 것을 주장하는 이들을 폄훼한 것이다. 무엇보다 이 보도는 ‘세월호 유가족은 합리적이지 않고, 양보도 할 줄 모르며, 국가에 부담이나 주는 존재’라고 대놓고 비난한 것과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이처럼 몰상식하며 비인간적인 짓을 할 수 있는가. 우리는 어떤 언론에게도 가족을 잃은 단장의 고통 속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단식과 풍찬노숙을 하신 분들에게 이와 같은 잔인한 돌팔매질을 할 권리는 없다고 본다. 민언련은 보상이 아닌 진상규명을 요구해온 세월호 유가족을 판교와 억지비교해서 비난한 TV조선의 악질적 보도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유족 ‘법 기준 따르자’…보상 타결>(10/20, 톱보도, 김진호 기자)을 2014년 10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한심한 보도’, 채널A ‘대북전단 살포’ 관련 보도

 

‘10월 나쁜 방송보도’ 후보 중 채널A의 보수단체 회원들의 ‘대북전단 살포’ 관련 보도도 이 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주요하게 거론됐다. 채널A [종합뉴스] <‘굿아이디어’ 전단 반기는 외국 관광객들>(10/25, 3번째 보도, 최석호 기자)은 앵커와 기자가 모두 “외국인 관광객들은 대북 전단 살포를 반기는 모습이었습니다”라고 말한 뒤, 프랑스, 중국, 콩고에서 온 관광객 인터뷰를 차례로 보여줬다. 이들은 모두 북한 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 정도로 파악하고 좋은 일이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 실제 보도를 보면 인터뷰에 응한 외국인 관광객은 대북전단지의 구체적인 내용도, 남북관계 긴장도, 전단지 살포지역 주민들의 불안과 남남갈등도 제대로 모르는 분들임을 단번에 느낄 수 있다. 그런 외국인의 반응을 무슨 금과옥조라도 되는 양 담아 3번째 뉴스로 담은 채널A, 이런 조악한 취재로 대북전단 살포가 별 문제 없는 행위라고 에둘러 주장하는 채널A 보도는 보도 의도가 순수하지 못한 저급한 왜곡보도이다.  

 

 

 

좋은 방송보도, JTBC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집행’ 허점 추적보도 

 

박근혜 정부의 최대 치적인 ‘검찰의 추징금 집행‘ 속 허점 조목조목 밝혀내 

 

2013년 6월 3일 탐사보도 전문매체 <뉴스타파>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 씨가 조세피난처인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유령회사)를 설립한 사실을 폭로했고, 전두환 씨의 비자금을 은닉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박근혜 정부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을 집행하기로 결정했고, 2013년 6월 27일 일명 ‘전두환 추징법’(공부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같은 해 7월 16일 검찰은 국고 귀속을 목적으로 전두환 일가에 대한 압수수색과 재산 압류 절차에 착수했다.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집행’은 여야는 물론 대다수 국민들이 환영하는 조치였다.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환수 진행상황 유일하게 보도한 JTBC

 

 모든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던 추징금 집행 초기 때와는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보도량은 점점 줄어들었고, 국민들의 관심도 멀어졌다. 이런 와중에 JTBC가 전두환 일가의 미납 추징금에 대한 재산 환수 관련 후속보도를 내놨다. KBS는 <[간추린 단신] 정부,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최대 2년 추진 외>(10/23), SBS는 <전두환 장남 검찰 고발>(10/8), TV조선은 <전재용·이창석 항소심도 집행유예>(10/23)에서 전두환 일가 관련 후속보도를 한 차례씩 방송하기는 했다. 그러나 KBS와 TV조선은 전두환 전 대통령 차남 재용 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이 판결됐다는 내용을 단신 처리 했고, SBS는 국감현장에서 국세청의 해외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 혐의자 부실조사에 대한 추궁이 있었던 내용을 전달하면서 전 씨의 장남 재국 씨의 이름을 언급했을 뿐이었다. JTBC만이 유일하게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환수 진행상황을 보도했다. JTBC는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총 13꼭지에 걸쳐 국고 귀속을 목적으로 한 정부와 검찰의 전두환 일가 재산환수 진행상황을 심층 보도했다. 관련보도를 시작한 22일에는 [뉴스룸] 1부에서 해당내용을 단독보도한데 이어 [뉴스룸] 2부 <탐사플러스>에서는 관련내용을 7분 이상씩 총 3꼭지 보도했고, 23일에도 톱보도로 시작, 총 4꼭지를 연달아 보도했다. 

 

 

 

JTBC, 재산환수에 대한 정부와 검찰의 의뭉스러운 태도 지적

 

검찰이 환수한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재산은 1703억 원 상당이고 그 중 1270억 원은 부동산이다. 그러나 JTBC 취재 결과 부동산마다 거액의 선순위 채권자들이 존재해 실제 환수가 가능한 금액은 1270억 원의 3분의 1도 채 안 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JTBC에 따르면 검찰은 환수한 부동산이 사실상 빈껍데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2013년 9월 10일 발표한 보도 자료에서 “부동산 1270억 원 중 선순위 채권은 없다”고 명시하는 등 처음부터 전씨 일가의 재산 환수에 대한 의지가 없었고 관련 수사 역시 하는 시늉만 낸게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JTBC의 관련내용 보도 이후 검찰은 10월 23일 선순위 채권자 문제를 해결하고 국고 환수를 가능케 할 “합리적인 해결방안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한마디로 지난 해 9월 보도자료에서 선순위 채권 여부를 “굳이 밝히지 않은 것”일 뿐 “결론적으로 말하면 숨긴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이 제시한 선순위 채권 해결 방안은 제 3자의 대납, 선순위 채권이 없는 부동산 매매 이익금 환수, 전재국 씨가 가지고 있는 채권에 대한 검찰의 구상권 청구 등이다. JTBC는 <사돈이 43억 ‘대납’>(10/23, 임진택 기자)에서 전 씨 사돈인 이희상 동아원 회장이 선순위 채권액 일부인 43억 원을 대납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자 JTBC는 검찰이 제시한 해소 방안에 구체성과 현실성이 부족함을 거론하며 전 씨 일가 재산환수를 진행하는 검찰의 의뭉스러운 태도를 끊임없이 지적했다. <검찰, 이례적 압류 해제>(10/27, 정제윤 기자)에서는 “검찰이 전 씨 일가의 환수 대상 부동산에 대해 올 들어 두 번이나 압류를 풀어줬던 사실”을 보도했다. 검찰은 부동산 담보 대출금으로 선순위 채권의 원금을 갚게 하기 위해 압류해제 조치를 취했다고 해명했으나 JTBC 취재 결과 해당 부동산의 전체 대출이 오히려 늘어났고, 결과적으로 국고 환수금액이 줄어들게 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전 씨 일가 재산 환수 과정 의혹 낱낱이 보도한 JTBC, 저널리즘 정신 구현해

 

 1997년 4월 17일 대법원 확정판결을 통해 추징금 2205억 원을 선고 받은 이래 전 재산이 29만 원 뿐이라며 추징금 납부를 정면으로 거부하고 생떼를 쓰던 전두환 전 대통령. 뉴스타파의 해외은닉재산 폭로로 시작된 전 씨 일가의 재산 환수 과정을 언론은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한다. 또한 추징금 국고 환수의 당위성에 대해서도 상세히 짚고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을 포함한 다수의 방송언론은 이러한 의무를 외면했다. JTBC만이 박근혜 정부의 ‘전두환 일가 재산 환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유일하게 보도했다. 그리고 환수 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갖은 의혹들을 낱낱이 파헤쳐 국민에게 알렸다. 정부‧검찰의 전 씨 일가 재산 환수 의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민언련은 JTBC의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 재산 환수’ 후속 보도를 2014년 10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4년 11월 11일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