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4년 11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 (2014.12.16)
등록 2014.12.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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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수 부족이 무상급식 탓? 정부 논리 홍보에 앞장 선 조선일보



2014년 6월부터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나쁜 방송보도’ 선정해온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4년 11월부터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도 함께 선정 발표한다. 2014년 11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 선정결과는 다음과 같다. 





나쁜 신문보도, 울산 유상급식 정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한 조선일보


박근혜 정부의 ‘증세 없는 복지정책’의 말로…‘무상급식 흔들기’

박근혜 정부와 여당의 무상급식 흔들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 9일 정부는 “누리과정은 지자체나 지방교육청의 의무”이고 “무상급식은 법적 근거 없이 지자체와 교육청 재량 사업이다. 무상급식은 지자체와 교육청이 과다하게 집행했다. 무상급식은 (대선)공약이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 홍준표 경남도지사는 ‘무상급식=무상파티’로 규정하며 정부 발언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무상급식은 우리사회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매우 큰 정책이다. 2010년 지방선거 이후 시민‧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행중이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직을 걸고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단행했다가 결국 사퇴한 사건은 보편적 복지에 향한 시민적 합의와 열망을 엿볼 수 있는 주요 사례이다.


조선, “세금 잡아먹는 무상급식 대안은 ‘유상급식’”이라 주장

그러나 정부‧여당이 무상급식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자, 보수언론은 무상급식 정책을 지방재정 악화 초래는 물론, 지방정부와 지방교육청간 갈등에 불을 지핀 원인으로 지목했다. 또한 무상급식보다 유상급식이 더 효율‧효과적이라는 논리를 펴기 시작했다. 이는 내년 예산안 배정을 둘러싼 단순 정책공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복지 vs 선별적 복지 논쟁으로의 회귀’를 도모하기 위한 수순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25일 울산시의 ‘유상급식’ 정책을 ‘맞춤형 복지, 맞춤형 급식’정책으로 찬사를 보내는 내용의 기사를 무려 5건이나 실었다. 조선일보는 관련기사 1면에 부각해서 싣고 관련 사설까지 동원해 ‘유상급식’을 ‘무상급식’의 대안으로 제시했다. 





‘무상급식 꼴찌’ 울산시 ‘유상급식 정책’에 보내는 무조건적인 찬사

기사에 등장한 울산시의 유상급식 정책인 ‘원스톱 서비스’는 저소득층 가정의 부모가 주민센터에 가서 급식지원을 신청하는 과정을 말한다. 조선일보는 원스톱 서비스를 통해 저소득층 아이들이 자신이 급식지원 대상자라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알리지 않고도 급식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해당 정책의 장점으로 꼽는다. 또한 급식비를 납부하는 가정 덕분에 학생들의 양질의 식사가 가능해졌다고 치켜세웠다. 조선일보는 이어 울산시가 다른 시·도에 비해 무상급식 부담이 낮은 만큼 ‘교육사업비’ 에 전체 예산 중 16.6%나 투자하고 있으며 이는 전국 시·도 중 제주에 이어 2위라고 전했다. 교육사업비는 외국어교육, 특수교육, 특성화고 교육, 교육과정 운영지원, 초등 돌봄교실, 방과후 학교 예산 등을 합한 것을 말한다. 


조선일보의 유상급식 칭송은 <‘無償급식 꼴찌’ 비난이 이젠 박수로>(11/25, 1면, 김연주‧김정환 기자)에서 9월까지 ‘무상급식 꼴찌’라고 비난 받던 울산시를 “복지 모범생”이라고 명명한 것에서 정점을 찍는다. 




울산 ‘유상급식’정책, 이미 비판의 대상…근거多

그러나 울산시의 유상급식 정책의 실상은 보도 내용과 다르다. 우선 조선일보가 중점적으로 칭찬한 ’원스톱 서비스‘는 사실 급식과 관련해 아이들에게 공개적으로 낙인찍는 것을 감추기 위한 행정적 개선책일 뿐이다. 또한 울산시가 교육사업비에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 있다는 내용에도 이견이 있다. 


한겨레 <칼럼/맞춤형 선별 무상급식이라니?>(12/4, 김형근 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울산연대 공동대표>를 보면 울산시의 교육사업비 예산은 결코 많은 편이 아니다. 해당 기사에서 김 대표는 울산시를 “도시 규모나 재정이 비슷한 대전과 비교해도 교육복지 지원은 대전2%, 울산 1.5%이고, 학교재정 지원도 대전 21.5%, 울산 18%로 울산이 훨씬 낮다. 무상급식 하위권인 대구와 비교해도 울산은 교육복지 지원과 학교재정 지원, 학교 교육여건 개선 사업 모두에서 꼴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무상급식과 다른 교육 지원 사업 모두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울산시가 전체 예산의 58.4%를 ‘인적자원운용’예산으로 낭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인적자원운용 예산은 인건비가 대부분인데 울산이 대구(50.2%), 대전(55%), 서울(53.1%) 보다 5∼8%포인트 많다는 사실을 해당 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한겨레는 울산시가 “교육감 친인척과 더불어 공무원 비리가 크게 드러”난 지역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울산시가 무상급식비용 등 교육복지비용이나 학교 재정지원예산을 줄이고, 대신 인건비를 과다 지출하고 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세수부족 초래한 정부 비판 없는 조선일보…‘무상급식’만 탓 해

박근혜 대통령의 복지공약이 무색해진 지는 이미 오래다. 세금 확충 방안도 마련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선을 위해 복지정책 확장을 공약한 것이 화근이었다. 그러다 보니 복지공약 이행도 사실상 반쪽이 되어 버렸고, 세수결손도 확대됐다. 그럼에도 정부·여당은 내년도 예산안 배정에서 4대강 사업 등 현재의 세수결손 사태를 초래한 불필요한 부분에 예산을 대거 배정했다. 지방정부·지방교육청 재정난은 바로 이와 같은 정부의 무리하고 무식한 예산배정과 정책이행에서 비롯됐다. 무상급식 정책 때문이 아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관련 정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무상급식 우수사례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민언련은 지방정부 세수부족의 원인을 무상급식 탓으로 돌리고, 관련 예산을 배정하지 않으려는 정부·여당의 논리를 무리하게 비호한 조선일보의 ‘울산시 유상급식 찬사’ 관련 보도를 11월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좋은 신문보도, 반도체노동자 2세의 비극 다룬 한겨레 탐사보도


부모로부터 전이된 질병으로 고통 받는 반도체 공장 노동자 2세의 모습 최초로 조명

반올림과 삼성은 삼성 반도체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직업병 피해자 보상 관련회의를 지난 5월부터 시작했으나 반올림과 의견을 달리한 일부 피해가족이 삼성직업병 가족대책위를 꾸려 삼성측과 문제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 설립’을 추진하고 있어 문제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반올림은 지난 10월 28일 삼성그룹 전자계열사와 LG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 업체 노동자 19명의 집단 산업재해 신청에 나서며 삼성측의 사과와 배상, 정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관련 언론보도가 뜸한 가운데 한겨레가 반도체 산업 노동자 자녀들이 선천성 질환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며 ‘산업재해’인정과 ‘피해보상’ 관련 삼성과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한겨레는 11월 13일부터 14일까지 양일에 걸쳐 <심층 리포트/ ‘반도체 아이들’의 눈물(상‧하)>를 연재했다. 해당기사는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질병이 2세에게 전이돼 2대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실상을 낱낱이 전했다. 






반도체 공정 환경이 노동자의 생식건강에 미치는 영향 인정하지 않는 삼성‧SK하이닉스

한겨레는 13일 <심층 리포트/ ‘반도체 아이들’의 눈물(상)>에서 선천성 질환으로 고통 받는 반도체 산업 노동자의 자녀들에 대해 중점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의 질병이 그들의 2세에게 전이된 사실을 사측으로부터 인정받기란 매우 어렵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작업 환경과 생식독성 관련성을 부인하고 있고, 자사 공장 노동자들의 질병과 발병 원인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의 전이과정과 인과관계를 추적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도 반도체 회사의 책임회피성 단골 핑계거리이다.


해당분야 전문가 견해 및 각종 연구결과와 2세 질병사례 나열 통해 위험성 부각

한겨레는 보도에서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질병이 2세에게 전이될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임신 시기 엄마가 벤젠 등과 같은 유기화학물질에 집중 노출됐을 경우 2세의 재생불량성 빈혈 발병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국내 최고로 간주되는 병원의 한 교수(소아청소년과)”의 견해, △솔벤트류 유기화합물이 2세의 선천기형, 특히 구강‧소화기‧비뇨기계 기형에 영향을 미친다는 국외 연구(S.코디에 외, ‘여성 직장인 노출과 선천성 기형’. 프랑스. 1992), △미국은 1990년대 중반부터 화학물질 ‘에틸렌글리콜리에테르(EGE)’의 사용을 금했으나 한국 반도체 산업 현장에선 사용중이라는 사실, △임신 기간 동안 에틸렌글리콜리에테르에 잠재적으로 가장 높게 노출된 여성노동자의 경우 불임과 자연유산의 위험률이 높아진다는 분석(R.H. 그레이 외, ‘에틸렌글리콜에테르와 반도체 노동자의 생식건강’, 미국, 1996)등 해당분야 전문가 견해 및 각종 연구결과를 그 근거로 제시했다.  


또한 한겨레는 태어나자마자 대장을 모두 잘라낸 아이, 거구증‧요도관 기형을 동시에 갖고 태어난 아이, 중추신경계인 후두엽성 간질을 앓은 아이 등 반도체 노동자 2세들의 질병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그리고 이들의 부모 역시 갑상선암, 류머티즘, 뇌수막염, 상피내암 등을 앓고 있으나 ‘산업재해’ 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부모와 아이 모두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하고 있는 참상을 관련사진과 함께 전달했다.  


노동자와 2세 질병 인과성 인정하고 보상한 미 IBM과 우리 현실 비교 

14일 <심층 리포트/‘반도체 아이들’의 눈물(하)>에서는 미국의 대표적 기업 IBM이 반도체 노동자 2세 질환에 보상 조치한 사례를 전하며 우리나라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경우와 비교 보도했다. 


IBM은 이미 10여 년 전 자사 반도체 공장 노동자 2세의 질병에 대해 기업차원에서 발 빠르게 보상 조치했다. 일명 ‘IBM 2세 기형아 소송’으로 불리는 해당 사례는 2003년 기형아를 둔 IBM 출신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벌인 것을 말한다. 노동자들이 주장한 피해사례는 선천성 기형과 중추신경계 희귀 질환 등 60여건이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가임기, 임신기에 에틸렌글리콜에테르(EGE) 등 솔벤트류 유기화합물과 크롬‧카드뮴‧납 등의 중금속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취급 물질의 유해성을 충분히 공지 받지 못했다는 점도 쟁점이었다. 소송이 본격화하기도 전에 IBM은 소송을 건 노동자들에게 천문학적 수준으로 추정되는 보상을 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에틸렌글리콜리에테르(EGE)’ 위험성에 ‘모르쇠’로 일관

한겨레는 스티븐 필립스 당시 담당 변호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IBM이 에틸렌글리콜에테르의 생식독성을 몰랐을 리 없다”는 말을 전했다. 여전히 에틸렌글리콜에테르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서는 반도체 산업과 생식보건 사이의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함께 전달했다. 반도체 공장 노동자의 고통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양 사의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겨레는 삼성전자가 두 ‘반도체 회사’ 자녀들(건강보험 피부양자 0~19살)의 선천기형 유병률이 높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이어 90년대 삼성 기흥사업장 3라인 노동자중 다수가 유방암‧난소암‧백혈병‧뇌질환 등을 앓고 있으며 이들의 아이 역시 선천성 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한국 반도체 회사의 각성을 촉구해

국내 반도체 노동자의 생식독성과 2세의 건강 영향은 이제 겨우 문제가 제기된 수준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회사들은 공장 노동자가 앓고 있는 각종 암‧희귀질환과 공정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환경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동자들이 회사 측에 2세의 건강문제까지 책임을 묻는 것은 불가능한 수준인 것이다. 


한겨레는 <심층 리포트/ ‘반도체 아이들’의 눈물(상‧하)> 연재를 통해 반도체 회사들의 무책임하고 비인간적인 태도를 상기시켰고, 반도체 공장 노동자와 2세들의 힘겨운 삶을 조명했다. 다수의 국가에서는 사용을 금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사용 중인 화학물질 에틸렌글리콜에테르(EGE)가 가임기 여성에게 미치는 악영향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또한 미국 대표 반도체기업 아이비엠(IBM)의 ‘2세 기형아 소송’과 천문학적 보상 사례를 제시하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 회사들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민언련은 한겨레 <심층 리포트/ ‘반도체 아이들’의 눈물(상‧하)>(11/13~11/14, 오승훈‧임인택‧김민경 기자)를 11월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끝>



2014년 12월 16일

민주언론시민연합